21세기 모노리스
1. 소개
1996년에 발표된 015B의 6집 "The Sixth Sense"의 수록곡.
015B의 6집 "The Sixth Sense"는 대중음악치곤 꽤나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 음반이었는데 그중 대표곡이라 할만한 곡이 바로 이곡이었다. 6집은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1996년이라는 시점이 21세기로 향하는 세기말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는지 26만 장이나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당시 앨범 발매 시기가 음반시장 최전성기의 마지막 무렵이었다는 점, 015B의 3집과 4집은 100만 장, 5집은 50만 장을 넘긴 앨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집의 흥행은 실패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장호일의 언급에 따르면 "몇 억 원이나 되는" 뮤직비디오 제작비 덕에 역대 앨범 중 6집이 '''본인들에게 들어오는 돈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6집 활동 당시 주로 전파를 탔던 곡은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콩깍지', '나의 옛친구' 등이었다.
6집의 음악성을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21세기 모노리스다.
앨범 속지에 reference movie라고 해서 영감을 받은 영화들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있다. 21세기 모노리스라는 제목도 당연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등장하는 모노리스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그외에 블레이드 러너, 베를린 천사의 시, 세븐, 칼리포니아 등의 이름이 보인다.
보컬은 신경필이라고 되어있으나, 실은 '''윤종신이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1] .
뮤직비디오도 화제가 되었는데 당시로서는 한국 뮤직비디오 역사상 최대 제작비(3억 원)를 들인 작품으로 SF영화를 연상시키는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었다. 뮤직비디오 감독은 훗날 영화 유령(1999)과 내츄럴 시티(2003),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와 냉장고 나라 코코몽을 제작하기도 한 민병천.
당시 보도된 촬영현장 모습. 자막에는 촬영현장이 '고산 기지창'으로 나오는데, 수도권 전철 5호선의 고덕차량사업소다. 뮤직비디오에서 역으로 진입할 때의 선로가 하단에 불이 들어오면서 SF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게 실상은 차량사업소의 정비고 선로라서 그렇다. 차량 하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선로 아래에서 불을 밝혀야 하기 때문. 뮤직비디오에서 열차에서 사람이 내리는 장면도 잘 보면 전동차인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서 일각에선 시대를 앞서본 노래라고 평가했다.
2.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의 줄거리는 A-4 행성에서 7년간 일하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남자와 그런 그를 기다리는 아내와 딸이 서로 재회를 고대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상황은 점점 험악해진다. 그리고...2032년, 지구는 자원고갈, 인구증가, 그리고 각종 사이보그(B2)들의 범죄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A-4 행성에 Dream City를 건설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징집되었고, 행성간 노동조절위원회는 7년 동안의 건설 노동에 지친 1차 파견 노동자들을 귀환시키기로 했다. 이미 >지구는 핵전쟁의 위기로 치닫고 있었는데...
남자는 무사히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고, 플랫폼에서 아내와 딸을 발견하고 재회의 기쁨을 누리려 할 때 그 순간 '''핵폭탄이 떨어지고 모두 몰살당한다'''라는 내용이다.
극의 중반에 이르면 열차의 운전사인 여성이 자살용 앰플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인물은 추후 결과를 알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며 그것을 알고도 열차를 서울에 착륙시킨다. 비디오 초반에 신문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신문 1면에 나온 기사가 중국이 핵을 사용할 것임을 경고했다는 뉴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종반부에 핵을 한국에 쏜 나라는 중국임을 알 수있다.
사실 이들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초반부에 예고되어 있었다. 초반부에 나오는 뉴스를 잘 들어보면 귀환하는 노동자들이 탄 기차가 도착하는 역의 이름이 '''스틱스'''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으로 가는 강의 이름이란걸 생각하면...
묘하게 이 뮤직비디오에서 A-4와 지구를 잇는 교통수단은 '''기차'''다. 게다가 조종석은 보잉 747...
같은 감독의 작품인 내츄럴 시티와 여러모로 겹치는 설정들이 있다. 사이보그들의 존재와 사이보그들의 탈출로 인해 발생한 문제, 근미래라는 점, 핵전쟁이 등장한다는 점으로 인해 내츄럴 시티의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츄럴 시티는 핵전쟁 이후가 시간적 배경인데 마침 이 뮤직비디오의 말미에도 핵전쟁이 일어나고 두 작품 다 사이보그가 등장하니...같은 감독이 만들었기에 그런 것일수도 있다.
[1] 이 당시 윤종신은 015B가 이전까지 속해있었던 대영A/V에 남아있었고, 015B는 6집을 LG미디어를 통해서 냈다. 이 때문에 윤종신이 본명 대신 가명을 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