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18
1. 개요
KBS 1TV 88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2018년 9월 16일 13시 20분 방영.
KBS1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다르게 [1] 약을 거하게 빨은 기이한 작품이 나오고 말았다(…). 방영 후 KBS 스포츠 채널에도 전체 영상이 바로 공개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촬영한 허화평, 정수라 등의 인터뷰를 제외하면, 영상 전체가 KBS가 보유한 영상을 마구 교차 편집하여 만들었다. 이태웅 PD는 해당 다큐의 연출을 위해 무려 '''15TB'''의 영상자료를 취합하여[2] 편집을 하였다고 한다. 이태웅 PD는 편집에 중점을 두는 독특한 방식의 연출 스타일로 소소한 매니아층을 형성했었다. 이 내용은 나무위키 KBS 문서 하부 한국방송공사/평가 항목의 '필요하면 축빠로' 에서도 서술되어 있는데 이게 바로 '이태웅 사단'의 얘기다. KBS스포츠국의 이전 다큐들도 이태웅PD의 연출과 함께 김기조 디자이너의 타이포그라피, DJ soulscape의 음악, 민혜경 작가의 필력이 아우러져 각 분야의 스포츠 다큐의 레전드 소리를 들었던 작품들이다. 88/18은 개별 스포츠 종목을 넘어서 시대상 전체를 아우르는 빅스케일 작품이 되었다.
제목의 88/18은 당연히 '1988년'과 '2018년'을 의미한다. 대량의 영상 자료를 취합했을 뿐만 아니라 기묘한 연출 감각 덕분에 꽤 화제를 불러모았다. 다큐멘터리 제작 준비 자체는 2017년도부터 진행해왔다고 하는데, 다큐멘터리 자체를 꽤 블랙코미디스럽게 만들어놓았으면서도[3] 30주년 기념작에 걸맞는 예술성을 띠고 있다.
제목만 보자면 서울 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 준비와 경기 운영 그리고 참가했던 선수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흔한 회고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해당 다큐는 국제 행사로서의 올림픽이 아닌 5공 정권의 통치 요소로서 이용된 "올림픽 체제"와 그 체제 속 80년대 한국 사회의 여러 군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따라서 올림픽 30주년 다큐임에도 올림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영상은 후반부에 잠깐만 나오며 경기 장면은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레트로풍 텔롭을 깔고 1981년 올림픽 유치 당시의 땡전뉴스와 각종 전두환 우상화 자료, 예능 프로그램, 시사교양 프로그램, 드라마나 달려라 하니같은 애니메이션 자료 등 KBS 내부의 80년대 방송자료들을 적극 활용했고[4] , 허화평을 초대, 5공 청문회 당시의 허화평 증언과 2018년 현재의 허화평 인터뷰를 중심으로 적절히 섞어 별도의 내레이션 없이 편집만으로 다큐멘터리를 구성해 놓았다.
특히 KBS의 땡전뉴스 행태들을 냉소적이면서 꽤 적나라하게 까내리는 자기 반성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던 광주항쟁 관련 편집도 그러하거니와 전두환의 행적들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찬양하는 당시 KBS 방송들이 가감없이 나오는데 지금 보면 실소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노골적이면서 유치한게 일품. 절묘한 편집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는 어둡지 않지만 냉소적인 블랙코미디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상계동 올림픽 에피소드에선 강제 철거 당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나옴과 동시에 그러한 강제 철거를 찬성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당시 5공 정권 하의 언론이 얼마나 사회 고발이란 사명보다 정권 찬양에 함몰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에필로그 즈음, 민주화와 올림픽 이후 KBS가 시민과의 대담프로를 만들어 진행할 때 시민 한 명이 미국에 비판적인 의견을 그대로 내보내고 진행자(심지어 땡전뉴스의 입이었던 박성범 앵커)들이 변명조로 5공 정권 하 관제 언론에 대해서 인정하는 장면, 김대중이 오랜만에 KBS에 나와서 변화되었다라고 말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경제관료이자 총장, 미래학자였던 이한빈 교수의 잦은 등장도 흥미롭다.
현대사 관련 영상 자료가 많이 담긴 다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작품이다.
참고로 해당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태웅 PD는 제작 과정에서 내레이션을 넣으려고 했지만 자료를 편집하고 인물들을 섭외해서 인터뷰를 넣고 하다보니 방송자료 자체에도 오디오가 나오고 그래서 내레이션을 넣을 분량 자체가 없어서 넣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5] 사실 본래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부작으로 제작할려고 했지만 KBS 파업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이 늦어졌다고 하며, 이후로는 다른 일을 맡게 되어서 다큐멘터리 제작이 늦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핵심 부분만 추렸다고 한다. 내부 시사회에서 내레이션 없는 다큐멘터리가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 걱정했다고 하는데 실제 평은 괜찮은 편이다.
4부작 구성의 흔적은 잘 찾아보면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작중 등장인물로 '송승환'이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그 예시.[6]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송승환 감독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행사의 총연출을 맡은 인물이다. 그런 송승환과 88올림픽과의 관계가 있는 여러 클립들(바덴바덴을 언급하는 쇼 프로 진행자로서의 모습, 운동권 대학생으로 분한 배우로서의 모습 등)을 현재와 결부시키려다 편집된 흔적이 보인다. 여담으로 여기에서 잘린 현재의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내용들은 푸티지 장르가 아닌 커버링 형식의 '올림픽 개막식 만들기'라는 별도의 다큐멘터리로 KBS에서 방영되었다.
KBS 홈페이지 VOD 다시보기 이 다큐멘터리는 My K에 다시보기로 무료로 풀렸는데도 불구하고 재방송 요청에 의해 9월 17일[7] 심야에 재편성되어 방송되었다.
2. 관련 작품
2019년 10월 모던코리아라는 제목으로 후속작도 방영했다. 다만 방향성은 살짝 다르다. 이쪽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88년 이후 현대 한국의 단상을 전체적으로 훑는다는 역시 만만찮게 야심찬 프로젝트. 2019년 10월 31일부터 2019년 11월 14일까지 다큐 인사이트 시간에 방영했으며, 연출에 염지선PD가 합류한 것을 빼면 이태웅PD, 김기조 미술감독, 민혜경 구성작가 등 스태프는 88/18 제작진이 거의 그대로 뭉쳐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20년 2월에 후속작 3편이 편성되었으며, 가을에 또 3편이 편성되었다. 2020년 9월 3일은 방송의 날 특집으로 방영되었다.
2019년 12월 22일에는 무려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 그것도 스타크래프트와 스타리그를 중심으로 한 아카이빙 푸티지 형식의 다큐멘터리 '더 게이머'를 제작하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상파에서 '게임'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중 가장 본격적이고 고퀄리티로 제작되었는데,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태동했을 당시의 사회상은 물론, 전용준 캐스터의 일부는 시즈모드 드립은 물론, 전설의 삼연벙 사태까지 꽤 자세하게 나왔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대체로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사심을 듬뿍 담아 덕질한 다큐 아니냐'는 반응은 물론, 심지어는 '제작진이 스덕을 넘어 스갤러다'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다만 편성시간의 한계 때문인지 리그 오브 레전드로 대표되는 현 세대 프로게이머들의 모습은 많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평이다. 2020년 1월 26일 오전에 4K UHD 영상으로 재방송이 편성되었다.
2018년 12월 17일, MBC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식의 푸티지 다큐멘터리인 '정전 - 65년 간의 전쟁'이 방송되었다. 내레이션 없이 다큐멘터리가 진행되었으며 북한 방송 자료와 MBC 아카이브에 있는 관련 방송 자료 영상들로 대부분 채웠다.
3. 외부 링크
[1] 사실 90년대 전반기에 진짜로 토요일과 일요일 9시 뉴스 하기전에 광고가 나오기는 했다.#[2] 요즘은 블루레이 영화 몇십편만 다운받아도 1TB라서 15TB의 양이 방송국에서 처리하는 영상 사이즈 치고는 그리 많아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988년 당시는 HD는 커녕 아날로그 SD 화질(704x480)이었기 때문에 실제 영상의 러닝타임은 굉장히 길다. 당시 아날로그 영상은 현재 일반적인 4K(3840 x 2160) 화질 영상보다 약 24.5분의 1 화소수다.[3] 광주항쟁 당시 도청 앞에서 관을 놓고 대회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시민이 "어디서 왔냐"고, "KBS냐"고 묻자 "KBS...가 아니지"라고 대답했다. 참고로 해당 영상은 택시운전사의 실제 인물이기도 했던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했었다. 그 바로 직후 전두환에 대한 찬양과 함께 진행되는 개표 방송을 촬영하는 KBS 카메라를 보여주는 것이 압권이다.[4] 내부 자료 이외 상계동 올림픽의 장면과 당시 철거민 인터뷰가 포함되었다.[5] 이렇게 내레이션이나 주동 내러티브 없이 자료화면만으로 구현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푸티지 다큐멘터리'라고 한다.[6] 송승환이 당시 진행했던 젊음의 행진 화면이나, 드라마 출연 장면들이 등장한다.[7] 이 날짜는 서울올림픽 30주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