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 대지진
1. 개요
1999년 9월 21일에 대만 난터우 현 지지 진을 진앙지로 한 규모 7.7의 대지진. '''타이완 대지진(臺灣大地震)'''이나 '''지지 대지진(集集大地震)'''이라고도 하지만 통상 921 대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 피해
이 지진은 진앙지인 난터우 현과 인근의 대도시인 타이중에 궤멸적인 피해를 남겼다. 지진 규모가 1995년 일본에서 발생한 효고현 남부 지진을 능가했는데[1] 그 때문에 진앙지에서 꽤 떨어진 타이베이와 대만 북부 지역까지 심한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1935년의 신주(현) 타이중 대지진 이후 대만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이다.
'''2,415명 사망, 29명 실종, 11,305명 부상'''이라는 인명 피해와 당시 300억 타이완 달러(미화 1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효고현 남부 지진보다 피해 규모는 적지만 이는 지진 발생 지역이 일본 한신 지역보다 작고 진앙지가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효고현 남부 지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을 뿐 대만 제 3의 도시인 타이중에 큰 피해를 안긴 대재앙이다.
당시 세계 반도체 공급량의 상당 수를 차지하던 지역도 큰 피해를 입어 정보통신 업계에 그림자를 드리운 재해였다. 난터우를 지나는 타이완 철로관리국의 지지선은 921 대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어 3년 동안 운행이 중단되었고, 아리산 삼림철도는 아직도 이 지진의 후폭풍으로 전 구간 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3. 여파
바로 한 달 전에 일어난 터키의 이즈미트 대지진으로 4만 명 이상이 사망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921 대지진이 발생해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제 사회는 다시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당시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양국론''' 발언에 격노해 침공을 거론하던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 역시[2] 지진 피해 소식에 '''"양안은 하나의 중국이기 때문에 대만 동포들이 겪은 지진 피해는 중국 인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어떠한 도움이든 적극 나설 것이다."'''라는 위로를 공식적으로 전했을 정도.
국교 단절 이후였지만 한국에서도 119 구호대를 파견해 921 대지진 피해자 구조와 피해 복구에 나섰다. 구조 활동 간 87시간 만에 어린이를 구출하면서 대만 국민에게 영웅 대접을 받았고, 대만 언론도 우리나라 119 구호대의 활약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은 중국의 눈치만 보며 대만 돕기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고, 주한 대만 대표부에는 한국인들의 위로전화가 빗발쳤다. 국교 단절 이후 대만의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 완화되는 큰 계기가 된 재해이기도 하다.
현재 타이중에는 921 대지진을 추모하는 박물관이 당시 지진 폐허 위에 건설되어 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도 921 대지진이 묘사된다. 이 지진은 남녀 주인공이 오랜만에 연락을 하는 계기가 되는데, 이 장면은 영화의 결말에 대한 복선이 깔린 중요한 장면이다.[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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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관련 문서
[1] 당시 중국의 침공으로 오인한 시민들도 많았다. 당시 대만 리덩후이 총통이 지진 한 달 전 '중화민국과 중국은 각각 대등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중국이 노발대발하여 대만을 침공하겠다는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덩후이 총통이 대륙에서 대만을 침공할 경우 홍콩, 상하이, 난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응수해 양안관계가 험악일로였다.[2] 정확히는 '''"양안 관계는 특수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다."'''라는 리덩후이의 발언이 있었는데 이는 얼핏 보면 중화민국이라는 독립된 민주주의 중국을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훗날 리덩후이가 대만 독립주의자인게 드러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과 관련된 모든 정체성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이에 장쩌민 주석이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 침공을 거론할 지경까지 이르렀던건데, 이를 전해들은 리덩후이는 '''"만약 대륙이 대만을 침공해오면 상하이, 난징, 홍콩(!) 또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로 응수. [스포일러] 말싸움 한 뒤 떨어져서 지내던 남녀 주인공이 지진이 나자 바로 서로에게 통화를 시도하여 아주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다. 하지만 수화기 넘어 여자 주인공은 이미 약혼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