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식 흑연 등급
1. 개요
현대의 연필심은 흑연과 점토를 혼합해서 만드는데 이 비율에 따라 연필심의 강도와 진하기가 달라진다. 보통 그 정도를 H(Hardness), B(Blackness), 혹은 F(Fine Point 또는 Firm[1] )로 나누어 표시하고 H와 B는 다시 앞에 붙은 숫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H는 연필심에 점토[2] 가 많이 첨가되어 색이 연하고 단단한 연필로 숫자가 늘수록 더욱 연하고 강도가 강해지며, B는 연필심에 흑연이 많이 첨가되어 진하고 무른 연필로 숫자가 늘수록 더욱 진하고 약하다. 여기에 중간 단계로 HB가 있으며 HB와 H 사이에 F 등급도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다.[3][4] 현재 생산되는 연필의 등급은 10H에서 12B까지, F를 포함해 총 24단계가 존재한다. 9H쯤 되면 글씨가 매우 연하고 단단한지라 그냥 HB 연필로 글씨 쓰듯이 쓰면 이게 쓴 건지 안 쓴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HB에서 흑연과 점토의 비율은 약 70:30(7:3)이며 4B는 약 83:17(5:1), 7H는 약 50:50(1:1)이다.
2. 종류
보통 필기용으로 쓰이는 연필은 B나 HB[5] , 미술용으로 쓰이는 연필은 4B와 2B, 6B, 4B는 정밀묘사나 소묘에 주로 사용하나 깨끗이 지우기가 힘들기 때문에 소묘가 아닌 이상 만화 데생이나 수채화의 밑그림 등은 2B로 해결한다. 다만 모종의 이유로 종이 뒷면에 소묘를 하게 된 경우[6] 2B로 그리기도 한다.[7] 속기용으로는 2B나 3B, 설계나 작도용으로는 4H나 2H 연필도 곧잘 쓰인다. HB보다 연한 심은 잘 부러지지 않고, 가늘게 써지고, 오래 쓰고, 마모도 느리고, 번짐이 없는 등 장점이 많지만 연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비운(?)의 존재. 사실 필기감도 거친 편이다.
미술용 연필세트를 사면 4B 이상의 물건도 볼 수 있다. 대부분 많아야 8B까지. 자신있는 회사는 9B도 나온다. 심이 무르고 진한 만큼 나무보다 심의 굵기가 꽤 굵은데 그래도 날카롭게 깎으면 곧잘 부러진다. 순전히 명암용.
데생 계열에선 보통은 4B로 그리지만, 입시생 등 빠른 시간 내에 그려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명암을 빠르게 넣기 위해 6B를 활용하기도 한다. 4B로 여러 번 그어야 할 것을 두어 번으로 단축해준다. 이게 편하다 보니 굳이 입시생이 아니라도 명암 용도로 6B를 종종 활용한다. 굳이 6B인 이유는 이 이상은 시중에서 쉽게 찾기 힘들기 때문. 더 진한 걸 찾는다면 목탄이 있다.[8] 9B 이상은 흑연의 순도가 높기 때문에 필기용보다는 흑연 본연의 연구 목적으로 더 많이 쓰인다. 스테들러에서 12B를 생산하며 국내에도 들어온다. 써 보면 상당히 미끄럽다.
5H 정도만 와도 종이에 쓰면 거의 보이지 않고, 6H부터는 아예 암석에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위와 같이 H와 B로 경도를 나누는 HB Graphite Scale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쓰이며, 한국에는 국가표준(KS G2602)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외에도 숫자와 분수로 표기하는 Numerical Graphite Scale이 있는데, 19세기경 고안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Conté/Thoreau's system이라고도 한다. 이 표기는 특히 미국에서 자주 사용된다.
소련에서는 H와 B를 각각 Твёрдый(단단한), Мягкий(부드러운)에서 따와 Т와 М이라 쓰기도 했다. 또한 태평양전쟁 중 일본에서는 영어를 '적성#s-2어'라 부르며 배척하는 일종의 언어 순화 운동이 있었는데, 이 HB 표기 또한 그 대상이 되었다. HB는 중용(中庸), H는 경(硬), B는 연(軟)으로 표기했다. 앞에 붙은 숫자는 그대로 쓰되 그 숫자가 1이어도 생략하지 않고 1경, 1연으로 표기하였다. 다만 국가표준화된 것은 아니고 톰보연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표기이다. #
3. 목록
4. 기타
제조기업에 따라, 원료로 쓰인 흑연과 심을 만드는 과정에 따라 실제 연필 사이에서는 진하기의 차이가 있다. 예컨대 파버카스텔의 카스텔9000과 그립2001은 B가 스테들러 마스 루모그래프의 HB와 비슷하고, 같은 스테들러 사의 연필도 루모그래프 HB와 비교할 때 노리스 HB는 더 진하고 WOPEX나 노리스 에코는 HB가 더 연하다. 일본의 연필은 표기가 같은 연필끼리 비교하였을 때 유럽의 것보다 심이 진하고 무른 경향이 있다(일본에서 제작하는 미국의 팔로미노 오렌지도 비슷하다). 또 어떤 종이에 쓰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더 커 보이기도 하고 작아 보이기도 한다.
샤프심 문서에 따르면 3H 이상부터는 심으로 손톱을 긁으면 손톱이 긁힌다는 소문이 있다(...)
6H 이상 되는 매우 단단한 연필심은 방탄유리 필름의 강도를 재는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휴대폰에 부착하는 강화유리 대다수가 9H경도 정도로 제작된다.
참고로 10H부터 10B까지 모두 있는 연필을 구매하고 싶다면 미쓰비시 하이유니 연필 세트(총 22개)를 추천한다. 해외배송이기는 하지만 더 싸게 판매하는 곳도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스테들러 마스 루모그래프는 10H부터 12B까지 나오며, 이 중 국내에서는 10H와 11B를 제외한 22개 단계를 구할 수 있다.[12]
[1] F만 설이 2가지로 갈린다. 일단 파버카스텔에서는 Firm이라고 하고 있다. F라고 해서 심이 더 가늘게 깎이지는 않는다.[2] 샤프심의 경우 고분자 화합물[3] H와 B 사이에서 HB 등급이 나왔고 다시 H와 HB 사이에서 F가 나왔는데, H와 B 사이를 이렇게 세분하니 H와 F, F와 HB는 서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등급별 흑연심 제조에 자신 있는 회사의 고급 제품이 아니면 F심 연필은 찾아보기 힘들다.[4] 샤프심의 경우는 그래도 uni나 펜텔 등에서 F심을 생산하기 때문에 비교적 구하기 쉽다. 단, 0.5mm 직경 이외에는 찾아보기 매우 어려운 수준을 넘어서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없기도 하다. 현재 미쓰비시나 펜텔이나 F심이 있는 라인업은 0.5가 유일하다.[5] 취향에 따라 F나 H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6] 종이 뒷면은 색이 잘 깔리지 않는다.[7] 다만 어디까지나 연습생들의 얘기고, 화백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그런 거 따지지 않는다. 그저 좀 더 편한가 아닌가의 수준.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경지.[8] 다만 연필은 기본적으로 유광이기 때문에 목탄과는 질감이 다르다. 진한 연필에서 이 광택이 더 두드러진다. 물론 스테들러의 Mars Lumograph Black같은 무광 연필도 존재한다.[9] 물론 연필심은 기본적으로 유광이므로 이 표의 색깔과 일치하지는 않는다.[10] 특히 그래핀의 연구용으로 많이 쓰인다.[11] 단, HB가 숫자로는 #2½에 해당하는 제품군이 있으며 이 경우 F에는 대응하는 숫자가 없다. 이런 회사에서 나오는 HB가 타사 F에 대응한다.[12] 원래 24개 경도 풀세트가 국내에 들어와야 하지만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