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3 제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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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호서해호를 만든 조경연 소령은 새로운 항공기를 만들기 위해 한동안 설악산 인근을 헤매고 다녔다. 전쟁 중에 설악산에 미군 비행기들이 많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추락한 항공기의 부품을 구하러 다닌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 해군은 조경연 소령의 비행기 제작에 적극적인 지원을 했지만, 나라가 가난해서 예산을 충분히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 소령은 발품을 팔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이미 전방 지역의 추락 항공기들은 고물상들이 잽싸게 득템해간 터라 별 소득이 없었고, 이에 조 소령은 춘천육군항공대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추락한 L-19의 엔진 4개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이 4개의 엔진으로 조경연 소령은 제해호와 SX-5 통해호를 제작했다.
제해호는 이제까지 해군에서 제작한 비행기 중 가장 큰 기체였다. 6명까지 탑승 가능한 중형 항공기였고, 무기도 탑재하여 공격할 수 있었다. 특히나 제해호는 엔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품을 해군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기체라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1957년 3월, 제해호는 조경연 소령과 정학윤 중위가 실시한 테스트 비행에서 성공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해군은 1957년 4월 7일자 동아일보를 통해 발표했고 그후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제해호로 명명되었다. 그후 그해 7월에 첫 항공부대인 함대항공대를 창설했다. 해군함대항공대에 소속된 제해호는 남해안 일대 해상 감시, 함정 엄호, 대공 훈련 지원, 함포 탄착 수정, 긴급 수송 등등 본격적인 함대 작전에 참여하였다.
해군은 57년 말까지 10명의 파일럿과 22명의 정비사를 확보했고, 다음해 1958년에는 해군과학연구소가 동형의 기체를 추가로 4대 제작해 도입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미군이 해군함대항공대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빈국이었던 한국은 국방비와 관련 물자의 상당 부분을 미군으로 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미 군사 고문단은 미국이 인정한 무기체계가 아닌 독자적인 해군의 항공기들에 대해서 병참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국에서 빌려준 거라면 나중에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관리 지원을 해줄 수 있는데, 한국의 국산 항공기들은 그런 점에서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해군은 보유하던 항공기를 해경에 이관하였고, 항공기를 상실한 해군함대항공대도 결국 63년 1월에 해체되었다. 항공기 이관 후 그 운용에 필요한 상당수의 해군 항공대 인원이 경찰로 이동하였고, 한국 항공사에 작지만 거대한 족적을 남긴 조경연 중령도 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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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으로 이관된 제해호는 곧장 활용되었고 해경에 있으면서도 해군이 포술 훈련을 할 때는 관측 임무를 맡으러 가기도 했다. 당시 제해호는 해경이 보유한 단 한기의 비행정으로, 평화선을 침범하는 일본 어선을 견제하기 위해서 동해, 서해, 남해를 누비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서해쪽에서 자주 침범하는 중국 어선도 감시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임무였다. 당시 중국 어선들은 기관총을 비롯한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어서 한국 어선은 물론, 검문하려는 해경정에도 총격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
그러던 1964년 2월 27일, 제해호가 제시간에 귀환하지 못하고 실종한 사건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중국 어선에 접근했다가 그들의 대공화기에 격추당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일었는데, 해무 때문에 방향을 잃고 조난을 당한 것이었다. 연료를 모두 소비하고 해상에서 72시간 동안 표류중이던 제해호는 일본 대형어선 고요마루가 발견하였다.발견 당시 동아일보 기사
다행히 탑승자인 조종사 정학용 경감, 부조종사 홍근덕 경위, 해양 경찰대 경비 과장 주사원 총경, 손호남 순경 이상 4명은 무사히 구조되었으나 제해호는 그렇지 못했다. 예인중인 비행정에 물이 들어 온 데다 파도가 높은 바다에서 장시간 표류하면서 우측 날개의 플로트가 금속 피로로 약화되어 파손되어 버린 것.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경함과 만나기 30분 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로서 태어나서 7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였던 제해호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밤바다에서 조용히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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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호는 뼈대라도 남아 있어 복원되었지만, 제해호는 현재까지 제작에 참가한 정학윤 예비역 대위가 노년에 만든 모형만 남아 있을 뿐이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항공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