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박
1. 개요
가시박(Sicyos angulatus)은 북미 원산의 박과 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2. 생태
잎은 얕게 갈라진 손바닥 모양이고, 덩굴은 주위 식물들을 지지대 삼아 4 ~ 8 m까지 자라는데 덩굴 전체에 가시가 있다. 흰 꽃은 암꽃과 수꽃으로 따로 피고 8월에 개화한다. 가을이 되면 흰 가시로 뒤덮인 별사탕 모양의 길이 1cm 정도쯤 되는 열매가 열리는데, 번식력이 뛰어나 1그루 당 씨가 2만 5천 개 이상 달리기도 한다.
가시가 작고 단단하며 탄력이 있어서 얇은 옷을 관통하기도 하며, 간혹 제대로 찔리거나 베이면 꽤 쓰라리다. 열매는 쓰고 떫어서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여기까지 보면 평범한 덩굴식물이지만 이 녀석이 악명 높은 이유는 '''바로...'''
3. 떠오르는 신흥 강자
대한민국 환경부에서 2009년 6월 1일 가시박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을 만큼 악명이 높다. 심각성을 다룬 뉴스도 여러 차례 나왔다. ####.
특히, 가시박이 낙동강 등 4대강 사업지부터 서식지를 넓혀 수도권까지 진출해 강변을 점령해버린 상황. 식물 전체에 잔뜩 난 가시 때문에 제거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 엄청나게 넓게 펼쳐져서 자라는 데다가[1] 다른 식물들을 죽여서 오로지 자기만 살 수 있는 땅으로 유도하는 독을 방출하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를 가시박 투성이로 바꾸어버린다. 가시박이 어째서 주변 식물들, 특히 토종 식물들의 천적인지 알 수 있는 부분.
환삼덩굴도 가시가 많고 덩굴로 자라 왕성히 번식하여 악명이 높지만 먹을 수도 있고 네발나비라는 천적이 있다. 뉴트리아도 번식력 때문에 골머리를 썩게 하지만 웅담 성분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잡는 덕에 조금은 한숨 돌린다. 하지만 가시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데다 뿌리만 남으면 계속 올라오는 등 번식력만 좋다. 아직까지 가시박의 번식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방안이 없다. 잎을 쪄서 호박잎처럼 쌈을 싸 먹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맛이나 식감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서 일부러 캐서 먹을 정도는 전혀 아니다. 이외에는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 정도이다.
본디 가시박은 안동오이에 접붙이기를 해서 더욱 줄기가 튼튼한 잡종을 만들기 위해 들여온 식물이었다.[2] 그러나 접붙이기가 운과 난이도가 따르는 기술이었고, 접붙이기에 실패한 개체들이 야금야금 버려지면서 이 지경이 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변에서 이루어지는 불법경작이 가시박의 번성을 틀어막고 있었으나, 불법경작을 단속함으로 인해 줄어들면서 가시박도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다만 불법경작 또한 미관을 해치고 비료 등으로 인해 수질오염을 일으키므로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셈.
4. 기타
한국에선 무쓸모한 생물로 여기고 실제로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지만, 원산지인 북미에선 과거 원주민들이 약용으로 썼다고는 한다(…) 지금도 어떻게든 이 녀석의 쓸모를 찾아내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열(淸熱),[3] 살충(殺蟲), 비알콜성간질환, 항염 등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어보인다…만, 2020년 되도록 어쩌다 논문 몇 개나 찾을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친 걸로 봐서 실효성은 별로인 듯.
꽃과 꿀이 많은 밀원식물이기 때문에 양봉농가 한정으로는 고마운 식물이다. 반대로 말하면, 개화기에 방제한답시고 농약을 뿌리면 양봉농가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꽃말은 '기다림' 이다.
유튜버 우마가 가시박을 왕우렁이로 만든 강된장과 함께 먹었다.# 이 영상에 달려있는 유한킴벌리 장갑 광고는 덤.
5. 관련 문서
[1] 따라서 가시박보다 키가 작은 식물들은 자연히 햇빛을 잘 쬘 수 없게 된다.[2] 오이 외에 수박, 참외 등 접붙이기에도 박과 가시박이 쓰인다. 원래 줄기로 하면 너무 약하기 때문이라고.[3] 열을 식혀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