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꿈
1. 개요
패닉의 이적과 전람회의 김동률이 1997년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곡이다. 타이틀곡인 '그땐 그랬지'의 후속곡이었으며 이적이 작사하고 김동률이 작곡했으며, 이적이 고등학생 시절 노트에 단시간 만에 작사한 곡이라고 한다.
좌절을 당해 지치고 힘들 때 들으면 힘과 의욕이 솟아나는 신기한 노래다. 당시엔 대중적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아서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명곡으로 칭송받는 정도라고 말한 분이 있으나, 이적과 김동률은 97년도에 패닉과 전람회를 통해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다만 이 노래는 그들의 이름이 아니라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나온 노래이기 때문에, 카니발의 구성원까지 살펴보지 않았다면 곡이 아무리 좋아도 새로운 그룹이라 생각해 곡 자체의 인지도가 낮았을 수 있다.
2. 가사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간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3. 리메이크 버전
3.1. 인순이
그 뒤 가수 인순이가 2007년에 리메이크해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불러서 대중의 공감을 얻으면서 대박 히트를 쳤다. 또 비슷한 시기에 KTF(현 KT)에서 이미지 광고에 인순이 버전의 이 곡을 활용하면서 이 곡은 더욱 유명해졌고 많은 대중에겐 인순이의 인생역정을 상징하는 노래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지금도 거위의 꿈의 원곡자를 인순이로 아는 사람이 많다.
이에 머쓱해진 김동률과 이적은 이 곡은 인순이의 곡이 됐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했다고.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서 반 농담조로 저희가 리메이크한 거위의 꿈이라고 언급했을 정도. 훗날 이적은 무한도전에서 '같은 곡 같은 가사지만 23살 애송이가 부른 노래와 인생의 선배이자 가수 대선배인 인순이가 부른 노래는 그 가사 전달력과 호소력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를 했다.[1] 다만, 이건 듣는 사람의 기호 차이로 당시 청년이었던 두 사람이 불러서 젊은 날의 애수적인 분위기가 살았던 노래인데 인순이의 노련한 창법 때문에 그 느낌이 퇴색되어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인순이가 자기 노래도 아닌데 여기저기 나와서 불러제낀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순이는 <거위의 꿈>을 녹음해서 음원으로 낼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자인 김동률과 이적에게 '''돈 주고 산 것이고''',[2] 그녀가 이 곡을 공연하면 저작권료가 두 사람의 통장에 따박따박 꽂힌다. 그러니 인순이가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것도 아니고 저작권자에게 허락받고 저작권료 내고 사서 앨범 만들고 공연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3] 모든 가수가 싱어송라이터는 아니므로 작곡가에게 돈을 내고 원하는 노래를 자신의 음반에 취입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4. 여담
-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지지 홍보 동영상에 인순이 버전의 이 곡을 무단으로 삽입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적과 김동률은 자기 노래가 정치적으로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돈만 주면 어디든 곡을 주는 저작권협회가 원저작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곡을 냉큼 줘 버렸다.# 이 때 논란이 일자 인순이는 '써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순이는 리메이크만 한 사람이고 곡 자체의 권리는 원저작자에게 있는만큼 법적으로 문제시되지 않는가와는 별개로 원곡자의 입장도 살피지 않은 채 왈가왈부한 것은 매우 적절하지 못한 대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에 인순이는 이 곡의 저작인접권자(가창자)일 뿐 저작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써라마라 허락할 자격이 없다. 자기 노래가 아니기 때문. 이에 이적이 거위의 꿈이 정치적 의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 중간에 혼선이 생겨 '인순이가 거위의 꿈을 무단으로 리메이크 했고 김동률이나 카니발이 불쾌해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는데, 이 쪽은 이은미의 경우와 정보가 뒤섞인 것으로, 김동률은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할 때 한참 선배임에도 유일하게 직접 연락해서 허락을 맡은 인물이 인순이'라고 밝힌 바 있다.
-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가수가 꿈이었던 희생자 이 모양[4] 이 생전에 이 노래를 불렀던 동영상이 발견되었다. 이를 김장훈이 목소리를 넣어 듀엣곡으로 만들어서 공개하자 원작자들이 개작에 동의했다. 김장훈의 언급에 따르면, 신해철이 기술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관련 기사). 김장훈의 음색에 맞게 노래해서 반응은 좋은 편이다.
- 새누리당 대표였었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인순이 버전을 컬러링으로 사용했다. 호남 출신인데다가 오랜 세월을 비주류로 살아왔던 그의 정치 인생을 살펴보면 짠한 부분이긴 한데, 이상한 줄을 타면서 제대로 빛이 바랬다.. [5]
[1] 예전 공감토크쇼 놀러와에 출연했을 때도 이에 대해 코멘트한 적이 있는데, 카니발 시절 때 부른 거위의 꿈은 20대 청춘이 사회에 대해 얘기하는 곡이었다면, 인순이는 사회를 이미 경험한 중장년층이 나는 이러한 삶을 살았다라고 회고하는 느낌이었다는 식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즉, 어떤 버전이 낫다의 의미가 아니라 같은 곡이더라도 이적, 김동률과 인순이가 거위의 꿈을 불렀을 때의 의도가 아예 다른 곡이라는 것.[2] 인순이, '거위의 꿈' 리메이크 김동률 허락받았다"(연합뉴스, 2016)[3] 다만 아래 기타 항목에도 나와있듯이, 인순이가 돈 주고 산 것은 이 곡을 음원으로 출시할 권리이므로, 이 곡을 다른 정치적인 맥락에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인순이는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 그건 저작권자 그러니까 김동률과 이적의 몫.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잘못한 것이 맞다.[4] 본 위키에서는 토론을 통해 언론 보도 여부를 막론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5] 탄핵정국 때에 전화번호가 유출되자, 친박계 정치인들에게 항의 전화가 많이 걸렸는데 당시 여당 대표였던 이정현의 번호도 유출되었고, 이정현에게도 사람들이 항의 전화를 많이 걸었다. 그 과정에서 컬러링이 뭔지 공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