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1. 개요
글감은 글을 이루는 이야깃거리(감)를 말한다. '소재'라고도 하며, 소재라는 단어는 글 이외의 다른 작품의 이야깃거리를 지칭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주제와도 유사하지만 다소 다르다. 주제는 글의 핵심으로 글마다 1~2개씩만 있고 특정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루어진 반면, 글감은 글 각 부분마다 존재하며 사건이나 사물로 이루어져있다. 가령 "고등학생의 공부법"이라는 글감으로는 "매일 아침밥을 먹는 것이 학업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제가 가능할 수 있으며, 그 주제 아래에서 "아침을 먹었을 때 그날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 "매일 아침을 먹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은 자잘한 글감들이 된다.
2. 글감 찾기
글감 찾기는 글을 쓰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 중 하나이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시인이나 문학가들도 글감을 찾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인 사람은 글감을 찾기도 쉽다.
글감은 평소에 자주 찾으려고 노력하고 찾았을 땐 제깍제깍 적어두는 것이 좋다.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가도 글을 쓰려고 보면 생각이 안 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만화가 마사토끼가 "만화 스토리 메뉴얼"[1] 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에 대하여 다루면서 이를 언급하면서, 아이디어는 무에서 떠오르는 게 아니라 주변을 관찰하면서 얻어내는 것이며, 재깍재깍 적어두고 종류별로 모아두는 게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작가들 중에서는 핸드폰 메모 기능을 쓰든, 노트를 가지고 다니든 언제든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기를 쓰는 게 어려운 것도 글감 찾기와 상관이 있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글로 쓸 만한 내용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는 행위를 글로 쓰는 것도 물리적으로 가능은 하겠지만, 기상 행위처럼 언제나 반복되는 일들은 글로 써봤자 대개는 별 의미가 없다. 일기 쓰기는 그런 반복 속에서 의미가 있을(=그래서 글로 쓸 수 있을 만한) 일들을 찾아낸다는 데에서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2차 창작이 1차 창작보다 창작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글감이 1차적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1차 창작물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서사를 글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창작할 수 있다.
3. 좋은 글감의 조건
좋은 글감인지 아닌지는 여러 평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하고도 자명한 것은 글감이 되기 어렵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개가 사람을 문 것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거리가 된다"라는 말이 유명하다. 개가 사람을 무는 거야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기사로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2]
특별한 변화 없이 반복되는 행위 역시 보통은 글감이 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특수한 접근법을 취하면 이 역시 글감이 될 수 있다. 엔들리스 에이트는 연출의 일종으로 일상의 반복을 의도적으로 삽입한 (다소 극단적인) 예이다. 또한 관찰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에는 일상의 반복도 관찰 대상으로서 충분히 소재가 될 수 있다. 가령 앞서 예로 든 매일 기상하는 행위도 매일매일 언제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고 추이를 분석하는 식으로 특수하게 접근하면 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의 소재들은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극적인 소재들과는 다소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향유층과 영화 향유층은 잘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글이라는 것도 독자의 오락 거리이므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글감끼리 서로 이어지면서 큰 주제를 이룰 수 있도록 통일성을 갖추는 것도 글감의 중요한 조건이다.
글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하여 픽션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하고, 사실에 관련된 글감을 다룰 때에는 정말로 사실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4. 기타
글 쓰기 앞서 개요를 짤 때에는 글감을 모으고 글감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두면 편리하다.
문장형 제목 작품들은 대개 이야기 처음 시작이 되는 발단 부분의 글감을 제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가령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와 같은 작품은 모르긴 몰라도 "블랙기업에 다니다가 한계에 몰린 상황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글감으로 시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처럼 발단 단계의 글감이 아니라 주제("최애가 부도칸에 갔으면 좋겠고 계속 응원하겠다")를 담은 것도 있기는 하다. 미리 주제나 글감을 제목에서부터 알려줌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끌고 초반부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감' 류 단어들은 자체적으로 사잇소리를 갖고 있어 언제나 [-깜]으로 발음되므로(땔감, 신랑감, 구경감) 이 단어도 [글깜]으로 발음된다.
5. 관련 문서
[1] 만화 스토리 메뉴얼 9.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법(부분 유료)[2] 단,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개가 사람을 문 것도 특별한 점이 있으면 기삿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