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피난
緊急避難
독일어 Notstand(긴급상황)
1. 개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방위와의 차이는 정당방위는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정당한 방위이기 때문에 부정 vs 정의 관계이나 긴급피난은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해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정 vs 정의 관계가 된다. 게다가 긴급피난의 원인인 '''현재의 위난'''은 위법, 부당한 침해일 필요가 없다. 정 vs 정의 관계이기 때문에 긴급피난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정당방위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 다만, 과잉피난이 성립돼도 정황에 따라 형을 감면받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동네 미친 개가 쫒아오고 있어서 숨기 위해 몰래 남의 집에 들어왔다. 이러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받는 게 아니라 긴급피난이 인정된다. (개가 쫓아오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동네 미친 개가 광견병에 걸렸을 수도 있고, 물리면 최소 입원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남의 집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합법적으로 총기 소지가 제한되어 있지만[1] 예를 위해 총이 있다고 가정하자. 총으로 개를 사살시켜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음[2] 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숨으면 긴급피난이 적용되지 않는다. 총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굳이 남의 집에 들어와 숨었기 때문. 그리고 총기까지 소지한 상태라면...[3]
고속버스 기사가 고속도로 운행 중 쓰러지는 바람에 대형면허가 없는 사람이 버스를 몰고 119에 전화하여 가장 근접한 휴게소[4] 나 다음 나들목으로 구급차를 출동시키라 한 뒤에 휴게소까지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행위 역시 무면허운전, 자동차등불법사용죄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고속도로 상에서는 다른 차를 잡아서 버스기사를 탈출시킬 수 없으며 또한 버스기사를 고속도로 밖으로 안전하게 탈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다음 휴게소(나들목)까지 운전하는 것이 버스기사의 생명이라는 가치를 침해하는 것보다 약하므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 이외에 대리기사의 성추행 및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대리기사가 차를 1차로에 버리고 갔다가 갓길까지만 운전한 행위를 음주운전으로 판단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2차사고 여부는 물론 별론이겠지만.
주의할 점은 아무나 허용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위난을 피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는 자[5] 는 해당 의무가 해소[6] 되기 전에는 긴급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법률용어로 '''작위의무'''라고 하며, 작위의무자의 피난행위는 부작위로 불법이다.
# 내곡동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의 간부 3명과 기간병 6명이 대표적인 '''위난을 피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인데, 상황이 종료된 뒤 바로 올라가 제대로 수습한 점은 감안이 되겠지만 군 당국도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힌 점에서 보듯이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사례로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운항 책임자에게 부여되는 의무를 방기하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 이준석은 긴급피난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해당 부작위가 미필적 고의로 인정받아 살인죄가 성립되었다.
단, 작위의무가 긴급피난과 경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서 소방관은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기 때문에 불이 난 집 앞에서 긴급피난이라고 도망가서는 안 되지만, 자신의 의무를 다하여 집 안에 들어가서 진화작업을 진행하는 중 집이 무너지려고 할 때 창문을 깨고(재물손괴) 탈출하는 경우에는 재물손괴와 생명유지가 경합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재물손괴보다 생명유지 쪽이 더 가치가 높기 때문에 긴급피난이 인정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구조대상자를 밀치고 탈출하는 등 인명구조의무를 적극적으로 위반하는 경우 긴급피난이 인정되지 않는다.
위의 정 vs 정 문제 때문에 윤리적 논란이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카르네아데스의 판자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2. 성립 요건
2.1. 현재의 위난
- 위난이란 방치하면 법익침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현재의 상태를 말한다. 때문에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요구하는 정당 방위보다 적용 범위가 넓다.
- 조문에는 현재의 위난이라 명문화 되어 있지만 학설, 판례상 과거에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서 앞으로도 반복될 침해의 경우 계속위난이라 하여 미래에 대한 위난도 포함된다.
- 단 자기가 스스로 위난을 만든 경우 자초위난이라 하여 긴급피난이 성립할 수 없다. 단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책임이 있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7] 에는 긴급피난이 인정된다.
2.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
- 자신 또는 타인의 법익
정당방위와 달리 보전될 법익에는 제한이 없으며 생명, 신체, 자유, 재산등 개인적인 법익 외에도 사회적, 국가적 법익도 긴급피난의 대상이 되는것으로 보며 특히 국가를 위한 긴급피난[8] 은 저항권 행사의 상황과 흡사한 형태를 띈다.
- 피난 행위
방어적 피난행위와 공격적 피난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
방어적 피난행위의 경우 위난을 야기한 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9]
공격적 피난행위의 경우 위난의 발생과 무관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로 대부분의 긴급피난행위가 공격적 피난행위에 속한다.
방어적 피난행위의 경우 위난을 야기한 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9]
공격적 피난행위의 경우 위난의 발생과 무관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로 대부분의 긴급피난행위가 공격적 피난행위에 속한다.
2.3. 상당성
- 보충성의 원칙
긴급피난의 행위는 최후의 유일한 수단이여야 한다
- 우월한 이익의 원칙
긴급피난을 통해 보호되는 법익은 침해되는 법익보다 우월한 법익이여야 한다.
- 수단의 적합성 원칙
피난 행위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한다.
한편 자기나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로 위난을 야기한 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를 '방어적 긴급피난'이라 하는데, 이에 대하여는 ㅡ 정당방위와 유사한 상황이므로 ㅡ 피해자가 위난야기자라는 사실을 이유로 보충성요건을 면제하고, 균형성요건 및 적합성요건도 완화시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유력하다.[10]3. 관련 문서
-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 더들리와 스티븐스 재판
-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사고
- 투스카니 의인
- 정당방위
- 자구행위
- 피해자의 승낙
- 정당행위
- 급똥:일상 생활에서 긴급피난을 설명하는데 사용하기 좋은 예시이다. 급똥이라는 생리 현상의 해결을 위해 경미한 법규 위반(예:불법주차, 무임승차 등)을 행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 대한민국에서는 총기 소지가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 경도도 있으나 틀린 설명이다. 한국 역시 총기소지 허가 제도가 있어 제한적이나마 산탄총이나 공기총(석궁이나 도검류 포함)등의 소지가 가능하다. 다만 규정이 빡빡한 편이라 웬만해서는 허가받는 게 쉽지가 않다.[2] 이 경우도 긴급피난이다. 개는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개가 주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개 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 경우 역시 본인의 법익 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제3자(개주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되기 때문에 긴급피난에 정확히 해당한다.[3] 다만 이것도 사례에 따라 당연히 다르다. 총기를 가지고 있어도 잘 못 다룰 수도 있고, 들긴 들었지만 진짜로 산 동물을 쏘긴 무서워서 못 쐈을 수도 있고, 겨누다 물릴 수도 있고 하는 무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이 밝지 않다면 총을 제대로 쏘지 못 할 수도 있으며, 그 사람이 총을 잘 쏘지 못해서 미친 개한테 쏘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판결하는것.[4] 모든 휴게소는 음식 납품을 위한 후문이 존재한다.[5] 전장에 임한 군인 전원 혹은 사격 등의 위험상황에서 병사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통제 간부. '''운항 중'''인 선박 혹은 비행기의 선장/기장 등 운항 책임자.(운항 중이 아닐 경우 운항 책임자의 작위의무는 기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미운항 정박 중인 선박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긴급피난이 허용된다.) 사건에 임하는 경찰관.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구조대원 등.[6] 예를 들어, 좌초 중인 선박에서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가 퇴선한 뒤에는 더 이상 배를 지켜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선장도 긴급피난으로 탈출이 가능하다.[7] 지나가던 맹견의 꼬리를 실수로 밟아 맹견에게 쫓기는 경우[8] 여기서 '국가'란 국민의 법익을 보호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상적인 국가를 가리킨다. '국가를 위한 긴급피난'이 적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4.19 혁명이랑 5.18 등등인데 이런 사건은 법학적으로는 부패 정치인이 국가를 망가뜨리는 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다.[9] 본인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난동을 피우는 정신병자를 안전을 위해 감금하는 경우[10] 단, 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의 인정범위를 넓히면 되기 때문에 방어적 긴급피난이라는 이유로 긴급피난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면제할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