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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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
1. 개요
2005년 10월 29일, 대전광역시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빌라에서 26세 여성 김미윤(가명) 씨가 피살된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집 안 곳곳에는 마치 공공의 적의 한 장면을 모방하듯 부침가루를 뿌려 범행 현장을 훼손한 흔적이 보였으며 족적과 지문 등 범행 현장 곳곳에 범인의 단서가 남아 있었지만 범인을 검거하는데는 실패했고 결국 2021년 현재까지 15년 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2. 나흘 동안 연락이 두절된 여자
2005년 11월 2일 오후 1시 반 쯤에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빌라 2층 원룸에서 26세 여성 김미윤(가명)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미 죽은 지 며칠이 지났는지 시신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 있었다. 그녀는 20세에 전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그리 원만하지 못했고 결국 이혼했으며 6살 된 아들은 시부모에게 보내졌다고 한다. 돈을 벌어야 했지만 마땅히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했던 그녀는 뚜렷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 유흥업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는 남편과 재결합을 꿈꾸며 아들을 볼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3개월 전에 드디어 남편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의 남편은 일 때문에 2달 넘게 집을 떠나 있었는데 며칠 동안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이 되었고 황급히 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아내는 죽은 것도 모자라 시신마저도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김 씨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나흘 전인 10월 29일에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왜냐하면 그 때 이후로 김 씨의 행적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10월 28일 밤 8시 반 쯤에 남편과 통화했고 10월 29일 새벽 1시 40분에 김 씨가 술에 취해 계속 울음을 터뜨리자 업주가 택시에 태워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1시 48분에 김 씨가 업주와 통화를 한 게 그녀의 마지막 전화였다. 새벽 3시 쯤에 김 씨의 친구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과 동시에 끊어졌다고 한다. 그 후로 어느 누구도 김 씨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남편은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대전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집을 찾아가도록 했지만 역시 김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친구는 10월 30일 저녁 7시와 10월 31일 오전 10시 반 쯤에 김 씨의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친구는 김 씨의 남편에게 "문이 잠겨 있고 집 앞에는 전단지가 쌓여 있다. 외출하고 없는 것 같다."고 연락했다.
이로 보았을 때 김 씨는 10월 29일 새벽 1시 40분~새벽 3시 사이에 피살된 것으로 보였다. 시신의 부패가 계절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빠른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범인이 창문을 모두 닫고 보일러를 켜놨기 때문이었다. 즉, 보일러 때문에 실내의 온도가 높아져 부패 속도가 더욱 빨라졌던 것이다.
3. 부침가루를 흩뿌린 범인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특이한 범행 흔적을 발견했다. 집 안 곳곳에 부침가루들이 흩뿌려져 있었던 것이다. 마치 영화 공공의 적에서 막대한 유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범행을 저지른 살인마 조규환(이성재 분)이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밀가루를 뿌려대는 장면을 모방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그 부침가루가 뿌려진 곳이 김 씨의 시신이 아니라[1] 자신의 흔적이 닿아 있는 물건과 방 바닥 등이었기 때문에 영화 속 한 장면을 모방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범인이 범행 흔적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부침가루를 흩뿌린 것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었다. 범인은 범행 후 세탁기로 빨래를 돌렸는데 침대에 있던 이불을 걷어 세탁해서 범행 흔적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였다. 또 방에는 텔레비전도 켜져 있었는데 이 역시 TV 소리로 범행 과정에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잠재우기 위한 범인의 소행으로 보였다.
살해된 김 씨는 외투를 그대로 입은 채 방 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실내에서 외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외출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살해당했다는 걸 보여주었다.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이 10월 29일 새벽 1시에 업주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고 그 날 새벽 3시에 친구와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 추정 시각은 10월 29일에 귀가한 그 시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윗옷은 가슴 위로 들춰져 있고, 바지는 무릎까지 내려져 있었다. 양 발목은 노란색 포장용 테이프로 묶인 상태였다. 집 안 곳곳에는 살림살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침대 위에도 부엌칼과 휴대전화, 지갑과 카드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4. 이웃집 여자가 들은 비명소리
국과수에서는 김 씨가 시신 발견 3~4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김 씨의 시신은 11월 2일에 발견되었는데 거기서 3~4일 전이면 10월 29일~10월 30일이었다. 이는 경찰 측에서 김 씨의 통화 기록과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내린 사망 추정 시각(10월 29일 새벽 2~3시 경)과 거의 비슷했다. 또 국과수에서는 김 씨의 사인을 경부 압박 질식사로 판정했고 내장 곳곳이 파열되어 있다고 밝혔다. 즉, 이는 범인이 김 씨의 복부 등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 김 씨의 빌라 이웃집 원룸에 사는 여성은 그 날 새벽 2시 쯤에 옆 집에서 "아저씨, 왜 이래요?"라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 여성은 얼마 후에 비명 소리가 다시 들렸고 그 소리가 무서워서 TV를 켜고 자신의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녀가 남편과 통화한 시각은 10월 29일 새벽 2시 9분이었다. 그 후 친구가 김 씨에게 전화를 건 시간이 2시 59분쯤 이었다. 이때 누군가 전화를 받았지만 곧 바로 끊어지고 이후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김 씨의 휴대전화는 침대 위에서 배터리가 분리된 채 발견됐다.
이런 진술과 정황 등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 했을 때 김 씨는 10월 29일 새벽 1시 48분 쯤에 택시에서 내려 집 앞에서 업주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김 씨를 본 범인이 뒤를 밟았다가 문을 여는 순간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집 안에 창문이 열려 있거나 하는 등의 다른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이 범행을 저지른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경찰 측에서는 강도, 강간이 본래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살던 갈마동의 빌라 일대는 그 전부터 유사한 사건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었다고 한다. 원룸 등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고,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 많아 자주 범죄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집 안에 서랍장을 뒤진 흔적이 있고 김 씨의 지갑과 카드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것으로 보아 본래 목적은 금품을 노린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김 씨의 지갑에서 현금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성폭행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성폭행을 시도하다 김 씨가 저항하자 살해하고 추가적으로 금품을 노렸는지, 아니면 금품을 목적으로 침입해 김 씨를 해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범인은 두 가지 목적을 모두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금품을 노린 것처럼 위장했을 수도 있다.
5. 지워지지 않은 흔적
범인은 애써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사건 현장에는 자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범인은 영화를 모방해 현장 곳곳에 부침가루 등을 뿌렸지만 경찰 측의 말에 의하면 이런 식으로는 증거가 완전히 은폐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 같긴 한데 뭔가가 어설펐다. 우선 그 부침가루 봉지에 자신의 지문을 남겨버렸다. 족적도 나왔다. 용의자가 신고 있던 신발은 공장이나 공사현장 등에서 많이 신는 작업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침대 매트리스와 피해자의 발등에서는 혈흔이 발견됐다. 결정적 단서였다. 경찰은 2점의 혈흔을 분석해 범인의 DNA를 확보했다.
범인의 DNA를 확보한 경찰은 전과자들과 대조 작업을 하는 것과 동시에 원한관계나 치정관계, 면식범에 의한 우발적 범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했다. 그러나 김 씨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니었고 삼각관계에 있지도 않았다. 정황 상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알리바이는 명확했다. 범인이 공공의 적에 나온 한 장면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비디오 대여점 등을 돌며 이 영화를 빌려 본 사람들을 상대로도 수사했지만 끝내 범인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범인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사건 발생 당일 범행 현장 주변에서 수상한 남성을 태웠다는 택시기사의 제보였다. 택시기사는 경찰에 10월 29일 새벽 2시 40분 쯤에 갈마동 사건 현장 인근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을 태웠는데 시종일관 불안해 하면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댔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추고 계속 한숨을 쉬어댔다고 한다. 그러더니 운전석 팔걸이에 구겨진 지폐를 올려놓고 내렸는데 1,000원짜리 지폐에 피가 묻어 있었고 뒷좌석에는 흰 가루들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이 남성의 인상 착의에 대해 키는 175~180cm 정도였으며 살집은 없었지만 꽤 운동을 많이 한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 20대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용의자의 하차 추정 지점 주변도 탐문했지만 범인은 가려지지 않았다.
사건은 장기화 됐지만 경찰은 언제든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범인의 DNA를 확보하고 있고, 강도나 강간 사건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유사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의 또 다른 흔적이 발견되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범인은 수면 아래 가라앉은 채 어느 새 14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
6. 현황
본래 이 사건은 만 15년 후인 2020년 10월 29일에 공소시효가 만료될 사건이었지만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이 사건의 범인도 체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다. 현재 대전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이 편성되면서 이 사건은 여러 건의 미제 사건 중에서도 중요한 해결 고리를 가진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김범수 미제사건전담수사팀장(경감)은 "완전범죄는 없다. 어딘가에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라는 생각으로 10년 전 마무리되지 못한 수사를 매듭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위키러들이 있다면[2] 대전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3] 또는 대전서부경찰서 042-587-7000으로 제보하자.
2018년 5월 6일 팟캐스트 수다맨들 86회 김복준의 사건현장 꼭지에서 이 사건에 대해 다뤘다. 원래 수다맨들이 유료 팟캐스트임에도 이 미제사건에 대한 내용이 널리 전파되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인지 2018년 5월 12일 해당 꼭지만 따로 빼서 무료에피소드로 공개하였다가 지금은 다시 유료로 전환되었다.
2019년 4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방송이 되고 있지 않다가 2020년 3월 7일 방송후 다시 제보를 받는다는 공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