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미국 영화)
1. 개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연출작으로, 국내에선 파이트 클럽과 세븐(영화) 등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감독이 감독이니 만큼 좋은 스릴러 영화다. 더불어 연기파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숀 펜, 데버라 카라 웅거 등의 열연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일에만 몰두하여 경제적으로 성공하지만 언제나 타인에게 적대적이고 냉소적이던 주인공이 삶의 한계를 시험받는 게임을 겪으면서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주변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자기 스스로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인물로 성장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2. 줄거리
주인공 니콜라스 밴 오튼(마이클 더글러스)은 인정사정없는 공격적 인수합병 등으로 성공한 사업가. 하지만 어린 시절 부친의 투신자살을 목격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아마 그 점이 작용한 것인지 거의 모든 인간 관계에 소홀한 채 일에만 몰두한 차가운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아내와의 이혼 사유 역시 그와 관련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동생인 콘래드 밴 오튼(숀 펜)과는 딱히 사이가 나쁘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와 같은 성격적인 이유로 다소 어색하고 소원한 관계.
그러던 어느 날, 니콜라스는 자신의 생일에 동생 콘래드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콘래드는 형의 인생을 재밌게 해줄 거라며 "'''C'''onsumer '''R'''ecreation '''S'''ervices"(소비자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즉 CRS라는 회사의 프로그램 안내장을 선물로 준다. 니콜라스는 처음엔 별 관심 없다가 주위 사람들이 CRS의 서비스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듣고 호기심이 발동했으며, 더군다나 자신의 빌딩에 CRS가 입주한 것을 보고 그 회사에 방문한다. CRS는 니콜라스가 프로그램에 적합한지에 대한 몇 가지의 테스트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그 내용은 신체 조건, 체력, 성격 테스트 등이었다. 며칠 후, 니콜라스는 CRS로부터 게임 참여 부적합 통보를 받게되지만, 이 통보를 시작으로 이미 CRS 프로그램은 시작되고 있었다.
퇴근길 자택의 정원에 버려져 있는 꺼림칙하게 생긴 피에로 인형을 발견해 집에 주워가는 것으로 시작해 니콜라스의 주변에서 점차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집에서 보던 텔레비전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의 사생활이 감시당한다는 징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등 CRS 프로그램은 실제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어디까지가 게임 프로그램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알 수 없게 니콜라스를 혼란시킨다. 이런 모호하고 불안해진 생활을 니콜라스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식당에서 우연히 엮이게 된[1] 웨이트리스 크리스틴(데버라 카라 웅거)과 함께 CRS의 게임에 휘말리며 사태는 더욱 급박해진다.[스포일러]
점점 게임은 수위가 위험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택시에 갇힌 채로 강에 빠지거나 소총 저격을 당하는, 살인 미수 수준으로까지 돌변하기 시작한다. 이에 니콜라스는 자신의 빌딩에 입주했던 CRS를 찾아가지만, 이미 회사는 흔적도 안 남기고 잠적한 상태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CRS의 공격은 더욱 거세진다. 결국 니콜라스는 집과 회사를 잃고 은행 잔고를 다 털리는 등 일상 자체도 완전히 망가지고, 국경 넘어 멕시코 묘지에 버려지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 CRS에게 인생을 빼앗긴 그는 평소의 인간 관계 덕분에[2]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궁지에 몰리지만.. 완벽히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상황에 분노한 니콜라스는 역으로 CRS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니콜라스는 자신의 집 비밀 장소에서 가져온 권총을 들고 CRS의 본거지에 쳐들어간다. 이 총은 CRS도 모르는 변수였기에 특수효과 총만 들고 다니던 CRS 요원들이 계획 밖의 상황이라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니콜라스는 크리스틴을 인질로 잡고 옥상으로 올라가 그녀에게 진실을 캐묻고, 이에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동생 콘래드가 니콜라스의 생일 기념으로 계획한 상황극이었다.'''
크리스틴은 "곧 콘래드가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저 문을 열고 나올 것"이라 말하지만, 니콜라스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가 케이크를 가지고 친구들과 난입한 동생을 총으로 쏘고 만다. 모든 것이 상황극이었음을 깨달은 니콜라스는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아버지처럼 옥상에서 아래로 투신하지만, '''이 역시도 콘래드가 계획한 상황극의 일부였다.'''[3]
권총도 CRS가 미리 바꿔치기한 가짜였으며 니콜라스가 투신할 줄 알고 미리 아래 연회장에 에어백을 준비해 두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낚였다는 걸 알면 분노가 폭발하겠지만, 니콜라스는 오히려 콘래드와 포옹하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인다(...). 모든 것을 잃고 나락까지 떨어졌던 상황에 처했다가 유일하게 자신을 위해준 동생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에 목숨마저 내던졌지만 사실은 오히려 구원받고 새롭게 태어난 듯한 연출이라고도 해석 가능하다. 이 장면을 통해서 니콜라스 밴 오튼이 자존심만 강하고 타인에게 냉소적이던 모습에서 한 단계 성장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I had to do something. You were becoming such an asshole. Ladies and gentlemen, my brother Nicholas Van Orton.
'''형이 병맛 같은 사람이 되니까 내가 뭐라도 해야만 했어. 신사숙녀 여러분, 저의 형인 니콜라스 밴 오튼입니다.'''
콘래드가 투신 자살하려고 했던 니콜라스를 포옹하며 한 말[4]
파티에 참석한 지인들에게 니콜라스는 그 동안 미안하고 고맙다며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한다. 한편, 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위해 쓴 돈의 영수증을 동생이 형에게 보여주는데, 그 액수가 형도 입을 벌리고 놀랄 수준이었으니... 그 금액을 같이 나눠서 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동생 콘래드 또한 형 니콜라스만큼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5]
한편, 니콜라스의 게임 내내 크리스틴으로 연기했던 클레어가 다음 미션 수행을 위해 호주로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려고 한다. 클레어는 자신에게 제대로 된 인사도 할 겸 CRS 연회장에서 나온 니콜라스에게 눈이 맞아서 그런지 공항에서 커피 한잔하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일생 동안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한 니콜라스가 슬쩍 연회장을 쳐다보다가 행복한 표정으로 크리스틴을 쳐다보더니 간만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해피 엔딩을 맞는다.
3. 평가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게임의 일환일 뿐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음모 같은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가는 듯한 연출이 일품으로 스릴러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영화의 기승전결에서 큰 감정 기복이나 액션 같은 것이 없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6] 가 유지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지루해 하기도 한다.
결말에 대해선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혹평하는 쪽은 정말 어이없고 억지스러운 결말이라고 비판하는 편이고, 호평하는 쪽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색다른 결말이라고 감탄하는 편. 네이버 영화 평점은 8점 정도로 무난한 호평. 그중에서 주목할만한 한줄 평은 '''"생일파티 2번만 했다간 아주 연쇄살인범 나오겠네"'''
이 영화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결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정신의학과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에 갇혀 공허감에 시달리며 우울하게 사는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카타르시스를 겪어야만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삶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4. 여담
- 원래는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 니콜라스의 여동생으로 내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니콜라스의 여동생이 아닌 딸로서 출연하길 원했고 마이클 더글라스와 데이빗 핀처가 이에 반대하여 결국 역할은 숀 펜에게로 돌아갔다. 여담으로 "닉" 역의 마이클 더글러스는 원초적 본능과 블랙 레인에서도 "닉(니콜라스)"이란 인물로 출연한다.
- 'CSI : Miami 시즌9 에피소드 21'에서 본 영화를 완벽히 오마주했다. 회사가 통째로 사라지는 장면, 회사 직원이 모두 한 데 모여있는 장면, 형과 동생이 등장하는 것, 형이 사용할 가짜 총을 준비해 놓는 장면 등.
- 훗날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영화 '더 버터플라이'의 결말은 본 영화의 결말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다. 그외 정말 듣보잡 영화지만 2008년 독일 영화 '80분' 역시 비슷한 형식의 결말을 갖고있다.
- 의외지만 나콜라스의 친부를 제외하면 사망자가 거의 없는 영화다. 핀처 감독작들 중에선 소셜 네트워크가 유일하게 사망자가 없는 작품이다.
[1] 사실 우연은 아니다. 크리스틴은 서빙을 하다 니콜라스에게 음료를 쏟고, 니콜라스가 이를 항의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해고된다. 그런데 니콜라스에게 '그녀를 놓치지 말라'는 쪽지가 전달되고, 니콜라스가 그녀를 쫓아 나가면서 함께 이동하게 된다.[스포일러] : 그런데 사실 크리스틴도 CRS의 일원이다.[2] 친구라고 알고 지내는 인간들도 사실은 그의 돈만 보고 친하게 굴었던 사람들이었다.[3] 니콜라스가 뛰어내릴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 나중에 CRS 쪽 요원 중 하나가 "만약 당신이 뛰어내리지 않았으면 내가 떨어뜨렸어야 했다"고 언급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4] 그 동안 니콜라스가 겪었던 게임의 의의다.[5] 밴 오튼 집안이 원래 상당한 자산가였다.[6] 감독 특유의 침착하고 서늘한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