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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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캐나다의 영화 음악 작곡가. 초창기부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의 OST를 도맡아 해왔으며,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쇼어는 아카데미 시상식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에서 두 번 수상했다(《반지 원정대》, 《왕의 귀환》). 2000년대 이후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작품의 OST를 전담해오고도 있다.
2. 작품 활동
캐나다 토론토 출생이며, 미국 보스턴의 명문 버클리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라이트하우스라는 캐나다 재즈 퓨전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1] 어렸을 때 이웃집에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살았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쇼어가 12살(크로넨버그는 15살) 때였다고 한다. 8미리 카메라로 작품을 찍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갖고 있었던 크로넨버그에게 쇼어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링크 이후 쇼어는 1979년 브루드를 시작으로 크로넨버그의 거의 모든 영화를 담당하게 된다. 이 둘의 콤비는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크로넨버그의 최신작 《맵 투 더 스타》의 사운드트랙 역시 쇼어가 맡았다. 지금까지 쇼어가 담당한 크로넨버그 작품만 15편에 달한다.
크로넨버그 작품의 주된 성향이 기괴한 분위기이다 보니 그의 데뷔 전반인 80, 90년대에는 쇼어의 주요 작품들 또한 주로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이었다. 이런 그의 장기는 1991년작 《양들의 침묵》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나 규모 면에서 크게 달라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곡들 중에서도 이런 쇼어의 장기를 살린 부분이 있는데, 'Shelob's Lair' 같은 곡이 그렇다. 신경질적인 고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기괴한 느낌이 이 곡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다른 작품도 많이 담당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1988년작 《빅》의 OST를 작곡했는데, 쇼어는 행크스에게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필라델피아도 담당했다.
데뷔 20여년을 넘어간 2000년대 이후로 할리우드의 굵직굵직한 작품을 담당하며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중 비평적으로나 대중적 인기 면에서나 가장 성공한 작품이 바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로 하워드 쇼어는 오스카만 세 번 수상했다.[2]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OST는 역대 최고의 영화음악 인기투표에서 거의 항상 상위권에 오른다. 2015년에는 영국의 클래식 전문 라디오채널 Classic FM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사운드트랙 1위에 뽑혔다.링크 쇼어는 이 작품의 오케스트라 투어도 많이 했다. 유튜브에 보면 쇼어가 직접 지휘한 콘서트 동영상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쇼어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처음 제안을 받아 세트장을 둘러 본 뒤 많은 감명을 받았던 모양이다. 쇼어는 "세트장을 처음 보자마자 이 영화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쇼어는 이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그의 커리어 최고의 인기 작품을 남겼다. 쇼어는 촬영을 시작한 시점부터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거의 2년여를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매달린 셈이다.
피터 잭슨과 쇼어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역사에 기록될 작품을 남긴 뒤, 많은 팬들은 잭슨의 후속작 또한 쇼어가 담당할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잭슨의 2005년작 《킹콩》의 작곡가로 내정되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척도 된 상황에서 갑작스레 작곡가 교체가 발표되고, 쇼어의 자리는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대신하게 되었다. 링크 이로 보건대 쇼어 자신의 작가적 주관도 상당히 뚜렷한 모양이다. 보통 유명 작품에서 작곡가가 교체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작곡가가 감독의 지향점을 따라갈 만도 한데 두 사람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잭슨은 "친구와 논쟁하느라 시간을 소모하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작곡가를 전격 교체하게 된다.[3] 사실 이 교체가 이미 포스트 프로덕션(후반작업)이 많이 이뤄진 시기, 즉 시사회까지 단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단 한 달만에(...) 영화 전체를 커버하는 곡들을 써내야 했다.[4]
하지만 12년만에 다시 찾아온 《호빗 시리즈》에서는 당연히 돌아왔다. 중간계 하면 피터 잭슨, 간달프 하면 이언 매켈런이듯이 하워드 쇼어의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호빗 1편에서 인상적인 새 테마를 보여주었다. 호빗 시리즈 자체가 제작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비해 크게 뒤쳐졌는데, 쇼어의 음악 또한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악기의 사용이 단조로워졌다. 다만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기엔 호빗 원작 자체가 동화에 가깝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을 본 사람이라면 스케일이 많이 줄고 같은 음악이라도 감상이 다를 것이다.
편수로만 따지면 반지 시리즈 3편, 호빗 시리즈 3편으로 총 여섯 작품을 피터 잭슨과 함께 해서 2000년대 이후로 잭슨과 동업을 가장 많이 한 셈이지만, 시리즈를 하나로 묶는다면 사실 2000년대 이후 쇼어의 콤비는 마틴 스코세이지이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휴고》, 《사일런스》 등 현재 다섯 개의 스코세이지 작품이 쇼어의 필모그래피에 올라 있다.[5] 이 중 휴고는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곡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3. 기타
- 스코어를 녹음할 때 오케스트라 지휘도 직접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DVD 부가영상을 보면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는 쇼어의 모습을 질리도록 볼 수 있다.
- 《왕의 귀환》 초반 로한에서 열린 잔치 장면에서 카메오 출연했다.
- 오케스트라 위주의 스코어로 알려져 있으나 《이클립스》와 《코스모폴리스》에서는 동향 일렉트로닉 밴드인 메트릭과 협연을 해 이색적인 사운드트랙을 들려주기도 했다.
- 2004년에 국내 온라인 게임 썬의 OST를 작곡하기도 했다. 기사 유명 영화 작곡가가 국내 게임의 OST를 작곡한 또다른 사례로는 엔니오 모리코네와 한스 짐머의 경우가 있다.
- 2008년에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 《반지 원정대》와 《왕의 귀환》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곡상을 수상한 것과 달리 《두 개의 탑》은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했는데, 이것은 그 해부터 후보 자격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조건에 따르면 이전 작품의 테마가 담겨 있는 작품은 후보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식이면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전부 자격이 없게 되는 셈이어서, 아카데미 회원들이나 대중이나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조건은 없어져 버렸다.
-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 초청되어 인터뷰 받는 하워드 쇼어.
[1] 라이트하우스 앨범은 비트볼 레코드에서 정식발매된 적도 있다.[2] 《반지 원정대》로 74회 아카데미 작곡상 수상, 《왕의 귀환》으로 76회 아카데미 작곡상, 주제가상 수상.[3] 피터 잭슨은 《킹콩》을 제작할 당시 매 주 프로덕션 다이어리를 올렸는데, 쇼어가 교체되기 전의 다이어리 중에는 쇼어의 작곡 상황을 담은 편도 있었다. 이 에피소드들은 나중에 발매된 킹콩 프로덕션 다이어리 DVD에서는 빠지게 된다. 이 에피소드에서 살짝 맛볼 수 있는 쇼어의 음악을 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OST와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4]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분량의 음악을 작곡해냈다.[5] 사실 2000년대 이후만 따져도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작품만 여섯 편이라 잭슨도 스코세이지도 못미친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