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 개요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거점으로 하는 관현악단.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과 함께 프랑스 공영 방송인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의 관할 하에 있다.
2. 연혁
애초에 단일 조직으로 출범한 악단이 아니라서 다소 복잡한 편인데, 1937년에 프랑스 국립 방송국 산하 악단으로 창단된 방송 교향악단(Orchestre radio-symphonique)이 가장 최초의 모태가 된 악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1941년에는 같은 방송국 소속인 라디오 리리크 관현악단(Orchestre radio-lyrique)이 창단되었는데, 일단 개별 조직이었으므로 따로 활동했다.
2차대전 종전 후인 1947년에는 창단 이래 공석 상태였던 방송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직에 외젠 비고가 취임했고, 1951년에는 라디오 리리크 관현악단도 마찬가지로 창단 이래 최초의 상임 지휘자로 아돌프 시베르를 영입했다. 1952년에는 마찬가지로 같은 방송국 관할 하의 악단인 프랑스 방송 실내 관현악단(Orchestre de chambre de la radiodiffusion française)이 창단되었고, 이렇게 해서 1950년대 당시 프랑스 방송 산하에 있던 관현악단은 3개 단체로 늘어났다.
1960년에는 방송 교향악단이 프랑스 방송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rchestre philharmonique de la radiodiffusion française)로 개칭되었고, 제2대 상임 지휘자로 샤를 브뤼크를 임명했다. 1964년에는 방송국에 텔레비전 부서가 추가되자 Orchestre philharmonique de l'ORTF로 재차 개명되었다.[1]
하지만 프랑스 국립 방송국은 방만한 경영에 따른 만성적인 자금난과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국 1975년에 3개의 TV방송사와 2개의 라디오 방송사, 국립영화제작소, 국립시청각연구소로 분리, 공중분해되면서 소속 관현악단들에도 심한 후폭풍이 밀어닥쳤다. 정부 측의 긴급 대책으로 새로이 출범한 라디오 프랑스는 이듬해인 1976년에 국립 방송국 소속이었던 프랑스 방송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리리크 관현악단, 프랑스 방송 실내 관현악단 세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대규모 관현악단으로 재창단했다.
새 악단의 명칭은 라디오 프랑스 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ouvel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로 정해졌고, 초대 음악 감독으로 질베르 아미가 임명되었다. 작곡가이기도 했던 아미는 1989년까지 재임하면서 자국 작곡가를 포함한 당대의 여러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악단 이미지의 개선과 현대화에 주력했다.
1989년에는 라디오 프랑스에서 악단 명칭 중 Nouvel(신)을 빼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으며, 동시에 1984년부터 제1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던 폴란드 출신의 마렉 야노프스키를 음악 감독에 앉혔다. 야노프스키는 2000년까지 약 11년 동안 재임하면서 전임자인 아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근현대 음악을 다루었고, 후임으로 들어온 정명훈도 2015년까지 재임하며 메시앙을 비롯한 자신의 장기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정명훈은 2014/15 시즌 종료와 함께 퇴임했고, 후임으로는 핀란드 출신의 미코 프랑크가 부임했다.
3. 역대 상임 지휘자 & 음악 감독
세 개 악단이 통합되어 형성되었고 개명도 여러 차례 거친 만큼, 당시 각 악단과 명칭 기준으로 분류했다.
'''방송 교향악단'''
- 외젠 비고 (Eugène Bigot, 상임 지휘자. 재임 기간 1947-1965)
- 샤를 브뤼크 (Charles Bruck, 상임 지휘자. 재임 기간 1965-1970)
- 아돌프 시베르 (Adolphe Sibert, 상임 지휘자. 재임 기간 1951-1976)
- 질베르 아미 (Gilbert Amy, 음악 감독. 재임 기간 1976-1989)
- 마렉 야노프스키 (Marek Janowski, 음악 감독. 재임 기간 1989-2000)
- 정명훈 (Myung-Whun Chung, 음악 감독. 재임 기간 2000-2015. 퇴임 후 명예 음악 감독 호칭 수여)
- 미코 프랑크 (Mikko Franck. 음악 감독. 재임 기간 2015-)
4. 특징
하도 통폐합과 개명 과정이 복잡해서 이게 그 악단인지 뭔지 헷갈릴 때가 많다.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과 같은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 방송국 소속인데, 나름 네임드인 프랑스 국립 관혁악단에 비해 콩라인 혹은 서자 신세에 있는 악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나마 1976년에 합병과 재창단을 거치면서 큰 조직체계 변경 없이 계속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거의 모든 연주회가 녹음/녹화되는 방송 관현악단이라는 이점을 살려 수많은 현대음악 작품의 연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현대 음악 말고도 기존의 연주곡들을 쌩까거나 하지도 않고 있고, 야노프스키 재임 시절에는 프랑스 근현대 작곡가들 뿐 아니라 비톨트 루토수아프스키 같이 지휘자와 동향인인 작곡가와 브루크너, 레거 같이 독일/오스트리아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담은 음반들을 RCA, EMI, 텔덱, 에라토, 버진 레코드 등지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정명훈도 메시앙 전문가답게 예전에 바스티유 오페라 관현악단(현 파리 국립오페라 관현악단) 재임 시절부터 계속해 오던 메시앙 관현악 작품 녹음을 도이체 그라모폰에 취입해오고 있으며, 이외에도 앙리 뒤티외나 라벨, 스트라빈스키, 드보르자크, 베토벤 등의 작품을 골고루 다루며 녹음/녹화하고 있다.
상주 공연장은 살르 플레옐을 사용하고 있는데, 같은 공연장을 쓰고 있는 파리 오케스트라가 2012년에 신축 공연장인 필아르모니 드 파리로 옮겨갈 예정이라 단독 상주 악단이 될 전망이다. 살르 플레옐 외에도 라디오 프랑스의 본부가 있는 메종 드 라디오 프랑스의 대강당인 살르 올리비에 메시앙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자매 악단인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과 마찬가지로 합창 붙는 작품 연주를 위해 라디오 프랑스 합창단(Chœur de Radio France)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2년 3월 14일에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국외 연주를 나온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합동 공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프랑스 관현악단과 북한 관현악단이 처음으로 함께 연주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 산하의 다른 오케스트라인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와 통합하라는 지속적인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프랑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두 오케스트라의 통합 문제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합 작업은 역사와 전통, 명성 등에서 우위에 있는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이 중심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측의 반발이 거세었다. 라디오 프랑스 필은 통합에 반발하여 파업까지 일으켰고 결국 두 오케스트라의 통합 작업은 잠정 중단되었다. 그러나 향후 언제든지 통합 작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4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4개월간의 트라이얼을 통과하고 악장으로 선임되었다. 9월부터 취임할 예정.
5. 기타
프랑스 뮈지크의 실황중계나 웹라디오 concerts radio france에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의 실황녹음을 들을 수 있다.
[1] ORTF='''O'''ffice de '''R'''adiodiffusion-'''T'''élévision '''F'''rançaise(프랑스 TV 라디오 방송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