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clearfix]
1. 개요
구약 성경의 한 권으로, 고대 이스라엘의 통일왕조의 2번째 시작인 다윗[1] 의 혈통에 대한 이야기다. 시대적 배경은 판관기의 시대(룻기 1장 1절 참고)이다.'''"저에게 어머님을 버려두고 혼자 돌아가라고 너무 성화하시지 마십시오." 하며 룻이 말했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겠으며,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제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공동번역성서, 룻기 1장 16절
2. 스토리라인
원래 유다 땅에 살던 엘리멜렉과 그 부인 나오미 및 두 아들내미가 흉년으로 모압 땅으로 이주하였다. 여기서 나오미의 아들들은 모두 모압 여인들과 결혼한다. 그런데 이 땅에서 남편(엘리멜렉)이 먼저 세상을 뜨고, 설상가상 두 아들마저 죽어버렸다.
졸지에 과부가 되고 자식농사까지 완전히 망쳐버린 나오미는 흉년이 끝나자 고향인 이스라엘로 돌아가려 한다. 이때 나오미는 두 며느리에게 '친정으로 돌아가서 새 남편을 맞으라'고 하고 큰며느리는 친정으로 돌아가지만, 작은며느리 룻은 굳이 나오미를 따라 유다 땅으로 돌아간다.[2]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미는 고향 사람들을 보고 설움이 북받혀 자신의 이름을 마라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지못미.[3]
시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여기저기 이삭을 주으며[4] 다니던 룻은 보아즈[5] 라는 부유한 사람을 만나고 보아즈는 룻을 잘 돌보아 준다. 그 후 나오미를 통해 보아즈가 자신의 친척[6] 사람인 것을 알고 룻이 보아즈와 결혼하게 되는데 보아즈와 룻의 아들인 오벳의 후손에서 이스라엘의 왕 다윗이 나온다.
3. 일반적인 해석
'룻'이라는 사람은 나오미가 모압 땅에서 얻은 며느리로 이방인이다. 룻기는 이 이방인이 결국 다윗의 조상, 더 나아가 다윗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되게 하는 영광을 얻게 되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7]
여기서 룻이 이러한 영광을 얻은 이유로 그의 순수한 신앙이 부각된다.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르겠다고 하며 앞에 나온 룻기 1장 16절의 신앙고백을 하는 데서 이러한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룻기는 이방 여인이 그리스도의 조상이 되는 과정을 통하여 '''신앙을 통하여 유대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룻기의 가장 큰 주제는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4. 저술 목적과 시기에 대한 이야기
룻기는 유대인들의 축일에 낭독되는 축제문서인 '메길롯' 5권 중 첫번째에 위치하며, 전통적으로 오순절에 추수를 마친 후 이를 감사하며 대중적으로 읽혀졌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내용상으로 봤을 때 절대로 축일에 낭독될 이유가 없는 책이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정설로 인정할 경우 다윗의 혈통에 이방인인 모압의 피가 섞이게 되므로, 이스라엘의 왕으로서의 정통성에 흠이 있는 존재가 아니냐는 태클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이 책의 저술 시기를 최대한 늦게 잡아 아예 기원전 2세기~1세기 정도의 예수 탄생 직전 시기까지 뒤로 미루는[8] 의견도 있을 정도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 책이 다윗 왕조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포로기 당시 유행했던 외국인과의 결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을 지녔다고 보는 소수 의견도 있을 정도다.[9]
그러나 이는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혈통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했던 전통을 무시하는 의견이다. 당장 토라의 가장 앞에 놓인 창세기 38장에 기록된 유다와 타마르의 경우만 봐도 '며느리가 창녀로 변장해 시아버지에게서 정을 받아 후사를 잇는 이야기'가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고, 이 때 얻은 아들 중 하나인 베레스가 유다 지파의 유력 가문의 선조가 되어 다윗 왕의 족보로 이어진다. 또한 사무엘서에서 다윗이 도망다니는 부분을 보면 모압 지방으로 도망갔을 때 자신의 아버지의 집을 모압 지방에 살게 해 달라고 모압 왕에게 청하는 부분이 나오고, 유대인들의 민간 전승에도 룻이라는 존재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으나 다윗의 가문이 모압 지역과 어떤 식으로든 친분이 있었다는 여러 야사들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룻기의 저술 시점은 일단 에즈라/느헤미야가 작성된 시점보다 뒤[10] 이긴 하지만 굳이 그 시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질 필요는 없고, 타나크 편집 당시의 정치적 지도자들과 종교적 지도자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인정을 받을 만한 저명성을 획득하려면 오히려 이민족 출신들을 내쫓고 난 직후의 혼란기와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쓰여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과의 결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목적도 있긴 하겠지만[11] 야훼에 대한 순수한 믿음을 고취시키고 가나안 정착 초기에 야훼의 법을 잘 지키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교훈적인 의미를 강조하면서 다윗 왕조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던 외부 의견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 왜 2번째냐면 앞에 사울이 있기 때문이다.[2] 룻은 친정으로 돌아가라는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겠으며,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제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어머님이 눈 감으시는 곳에서 저도 눈을 감고 어머님 곁에 같이 묻히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안 됩니다. 죽음밖에는 아무도 저를 어머님에게서 떼어내지 못합니다."(룻기 1장 16-17절)라고 말하며 끝까지 시어머니와 같은 운명이 되기로 결심한다.[3] "이제 나를 나오미라고 부르지들 말아요. 사따이 신께서 나에게 쓰라림을 가득 안겨주셨다오. 그러니 나를 마라라고나 불러주어요."(룻기 1장 20절, 공동번역성서) 참고로 나오미는 '기쁨'이라는 뜻이며 마라는 '슬픔'이라는 뜻이다.[4] 이스라엘의 율법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다. "너희 땅의 수확을 거두어들일 때, 밭에서 모조리 거두어들이지 마라. 거두고 남은 이삭을 줍지 마라." (레위기 19장 9절, 공동번역성서)[5] 개신교 개역성경에서는 보아스라고 부른다.[6] 형사취수제에 따라 유산을 상속할 권리가 있는 친척[7] 살몬은 보아즈를, 보아즈는 오벳을, 오벳은 이새를, 이새는 다윗을 낳았다.(룻기 4장 21~22절, 공동번역성서)[8] 카톨릭 쪽에서의 성경역사 연구 중 21세기 들어서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등의 역사서 외경과 동일 시기에 저술된 것으로 간주하는 의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는 룻기에 드러나는 일부 아람어식 표현이 상당히 후대의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9] 이 부분은 사무엘기 뒤쪽(기독교에서 사무엘하로 분류하는 것)에 있는 다윗의 모압 정벌 및 '두 줄 길이의 사람'을 학살한 내용과, 유대인들의 이방인에 대한 극도의 혐오사상에서 기반한다.[10] 기원전 5세기 중반쯤 이민족과 결혼한 유태인들을 모두 이혼시키고 이민족 여인들과 그 자손들을 내쫓은 적이 있다. 성경 이외에 유대인들의 민간 전승으로도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11] 원래 이스라엘에서 족보의 정통성을 따지는 것은 아버지가 유대인이어야 하는 조건이었고 이는 예수가 태어날 당시까지 유효했으니, 어머니가 이방인이어도 '신앙의 족보'에 문제가 없다는 홍보 목적이 아예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카톨릭 쪽의 일반적인 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