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나충
1. 개요
선형동물문에 속하는 기생충. 다른 이름으로 기니벌레, 기니아충이라고도 한다. 연가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동물이다.''' 애초에 문 단위부터 다르다.[1] 연가시는 유선형동물문이고 메디나충은 선형동물문.
이름의 유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이다. 주로 메디나 근처 다흐나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기승을 부려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서식지는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대륙의 남부지역 등이다. 특히 북아프리카에 많이 분포해 있어 수단과 소말리아, 이집트 등은 메디나충의 온상이다.
2. 숙주와 생활사
수컷은 대락 5~10cm 정도이며 암컷은 그에 비해 50cm까지 자라며 인간과 개만이 숙주로 주로 산란기가 되면 발로 내려온다. 기생 방식은 수생생활을 하는 유생이 소형 갑각류(대부분은 물벼룩)의 체내로 들어감으로써 시작되는데, 이후 사람이 매개체가 되는 갑각류가 함유된 물을 마시면 갑각류가 숙주의 위에서 소화되고 유생이 빠져나온다. 빠져나온 유생은 소화관 벽에서부터 숙주의 발까지 살을 뚫고 이동한다. 발에 다다른 유생은 변태하여 성체가 되고 이후 번식을 위해 피부 표면에 뜨거움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오아시스나 연못 등의 물에 들어가면 피부를 뚫고 나와서 유충을 낳고선 죽는다.
종종 관련 동영상에 구충제가 없냐, 왜 물을 끓여 안 먹냐는 등의 댓글을 볼 수 있는데, 구충제는 통하는 게 없어서 쓸 수 없었다. 물을 끓이거나 정수하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지만, 감염자가 나올 만한 나라들은 나라 사정이 하도 개판이라 물을 끓여마시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3. 제거
이 녀석을 제거하려면 우선 성충이 유충을 전부 배출하도록 물통에 환부를 담가야 한다. 성충이 제 뜻을 이뤄 힘이 빠지고 증상이 완화되면 머리를 빼내 막대기에 조심스레 감아가며 벌레를 빼낸다.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벌레가 끊어져 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죽은 벌레를 중심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나거나 통째로 석회화되어 관절 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단백질 쇼크로 숙주(=환자)가 사망할 수 있어서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몇 달 동안 천천히 조심해서 빼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치료법은 기원전 1550년 당시 만들어진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기록된 치료법이다. 즉 3,500년 동안 물리적인 제거 외에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
이론상으로는 오래 기다릴 거 없이 외과수술로 메디나충이 파고든 구역을 절개해서 들어내면 그만이긴 한데, 외과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정상적인 의료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런 곳에서 메디나충이 들어있는 물을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마실 리가 없다. 반대로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메디나충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물을 그냥 마셔야 하는 지역이라면 외과적 치료를 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테니, 감염자가 나와도 수술을 할 수 없다.
4. 현재
오아시스에서 기승을 부렸으나 오늘날에는 기생충학자들의 연구 및 NGO들이 나서서 거의 박멸되었으며 천연두 다음으로 박멸되는 인간의 질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6년 감염자는 350만 명이 넘었으나 2012년 감염된 환자수는 고작 500여 명이고 2020년에는 27명까지 줄어들었다. 기니벌레는 인간 이외의 숙주도 없으니 한 번 박멸하면 다시 나올 수도 없다. 이 점을 패러디해서 누군가는 기니벌레 구호재단 사이트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을 적절히 풍자하는 한편 AIDS 부정 음모론을 연상케 하는 내용까지 집어넣은 것이 백미.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해서 완전히 박멸하는 게 자연 전체에는 옳은 행동일까?'라는 감상도 약간이나마 있다. 이는 메디나충 뿐만 아니라 다른 유해 생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 이를 표현한 포스팅 글
칼 짐머가 저술한 기생충 대중서의 바이블 "기생충 제국"에 의하면 에일리언 시리즈의 에일리언의 생태 설정에 영향을 준 놈이라고 한다. 이 녀석이 주로 발목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체스트 버스터도 숙주의 흉부를 뚫고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무서운 사실은 원래 수천년 동안 인간만이 유일한 숙주로 판단됐는데 2010년대에 들어서 개에도 기생하는 현상이확인되고 있다. 개라는 다른 숙주의 등장으로 자칫 박멸이 무산될 수도 있다.
5. 기타
'''의학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감은 한 마리의 뱀도 이 기생충을 의미한다는 설이 있다.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방법인 막대기에 기생충을 감는 방법이 뱀으로 변했다는 것.[2] 또한 성경의 출애굽기에 나와 유대인들을 괴롭히는 불뱀이 이것이라는 학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