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소설)

 

1. 개요
2. 상세
3. 기타


1. 개요


원문 보기(위키문헌)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1]
이상의 단편소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1936년에 발표. 매춘부기둥서방으로 사는 남자의 자폐적인 일상과 무기력한 주인공의 모습이 음울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상의 사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심리소설로 분석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2. 상세


이상이라는 작가가 한국문학사에 있어 워낙에 규격 외의 행보를 걸었던 작가이니 만큼 상식적인 분석법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특히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구절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의 도입부는 애초부터 소설의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며, 그 안에 배치된 이미지, 관념, 수사 따위도 어딘지 모르게 사용이 어긋나 있다. "33번지[2]"에 대한 서술부터는 어느 정도 소설의 모양새를 내고 있지만 통일된 서사를 다루지 못하고 이야기의 흐름은 끊임없이 흩어진다.
분열된 이야기는 아내라는 인물에 의해서 가까스로 날개 아래 모이고 있다. 소설의 주체는 아내다. 주인공은 그녀의 행동을 본 내용을 수동적으로 작성한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조차 아내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인공은 "돈조차 쓸 줄 모르는" 인물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거세된 것이나 다름 없이 아내가 손님 받는 옆에서 숨죽이고 아내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록자에 지나지 않음이다. 따라서 이것은 매우 순수한 기록이다. 어떠한 문학적 수단도 강구하지 않은 채 "본 것을 그대로 적는다"는 본연의 자세에 입각한 새김이다.
하지만 해석에 따라 이 소설의 주인공이 단지 기록자이며 무능력자는 아니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은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며, 인간으로 살기를 포기한, 그저 존재할 뿐인 인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스토리는 완전히 전락해 버린 지성이 다시 한번 각성하며 깨어나는 내용으로, 타자에 의해 빠진 최면에서 깨어나[3] 맑아진 정신으로 가진 사유 끝에 다시 한번 날아오르려 하는 주인공의 독백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남자가 마지막에 오른곳은 명동 미쓰코시 백화점[4]으로, 이 작품을 읽고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옥상을 바라보면 다른 느낌이 들것이다.
작품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면서 끝이 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일반적으로 이 마지막 대사는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내뱉는 독백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로인해 마치 그 독백 후 주인공이 투신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읽기가 잘못되었다는 관점도 있다. 저 대사는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와 거리를 거닐며 내뱉는 것이라는 이야기. 이 부분은 원문의 해석문제이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뚫어저 드러 가는 몸동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5]

속으로 섞겨 들어가지 앉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야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야 가는 것인가를......

(중략)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안해에게로 도라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기존 전집판에서는 '나서서'에 특별히 주목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이상의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서서' 부분이 '미쓰코시 백화점을 나서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백화점을 나온 다음에 지금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라는 것. 사실 자기 몸뚱이를 끌고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앞 문장만 보아도, 문맥상 백화점을 실제로 나섰다는 게 자연스럽기는 하다. 아울러 '발길'도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걷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거리를 거닐면서 희망을 찾게 되는, 생각보다 '밝은 결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소설이 36년 발표되고 이상이 도쿄로 떠난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해석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3. 기타


작중에 '아달린(Adalin)'이라는 약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이 당시에 독일 바이엘에서 내놓은 수면제 이름이며 작가인 이상을 비롯해 일본에서도 애용했던 수면제라고 한다. 중독성을 비롯한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1971년 사용이 금지되었다.
작중에 경성역에 있던 양식당[6]끽다점 '티룸'[7]이 나온다. 이 중 구내식당인 그릴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철도청 소유의 국영 식당 '서울역 그릴'이 되었다가 민영화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편집일 현재도 영업하고 있다. 다만 서울역 리모델링 사업과 구 역사가 문화역서울 284가 되면서 현재는 신역사 4층으로 옮겨 다른 식당들과 함께 입점해 있다.[8]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의 미쓰꼬시 백화점 등 당시 서울 시내의 풍경들이 많이 녹아들어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소설의 주요 배경이자 실제로 이상 작가와 금홍이 같이 살았던 종로3가 뒷골목은 1970년대까지 오랫동안 홍등가로 유명한 곳이었고,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야 사라졌다. 이 당시 단속을 거듭해도 홍등가가 계속 살아나니 정부가 썼던 방법이 아예 그곳에 출입하는 손님들을 단속하고 신상을 직장이나 가정에 통보해버리는 것. "꽃을 꺾기 어렵다면 나비를 잡으면 된다"라고 해서 일명 나비 작전이라고 한다. 효과는 확실해서 불과 1년만에 홍등가의 대명사 '종삼'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9][10][11]
미디어믹스는 잘 되지 않았는데 80년대 MBC 명작의 고향이라는 교양프로에서 재현극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었고, 방학기가 선데이 서울에서 만화화 한 적이 있다. 잡지가 잡지인터라 꽤 야한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는데 의외로 원작에 충실하다. 2013년에 김동화가 만화화하였다.
1995년 수능에 출제 되었다.
1998년 발매된 서태지의 5집 앨범 Seo Tai Ji앨범 아트가 이 소설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2014년작 영화 버드맨과의 유사성이 주목받기도 했다.
2017, 2022 수능특강에 수록되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비주얼 노벨로 올라왔다.

[1] 소설의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들이다. 첫 문장은 무기력한 지식인인 주인공을 지칭하고, 마지막 문장은 심리적 방황을 끝내고 자유로운 의지로 살아가자고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단적으로 나타낸다고들 하지만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2] '33'이라는 숫자는 남녀가 성교하는 모습을 노린 작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원문에서는 다음 문장에 '18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18은 여러분이 아는 그 욕설 18을 노린 거라고 한다.[3] 작중 주인공이 아내에게 아스피린인 줄 알고 받아 복용했던 약이 수면제 아달린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주인공이 아내의 의도를 파악하려 고민하는 부분에서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몽롱한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4] 현재 신세계 백화점#s-2 본점.[5] 기존에는 '회색의 탁한 거리'라는 뜻에서 '회탁(灰濁)의 거리'로 보았었는데 그게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거리'라는 '희락(喜樂)의 거리'라는 주장이 있다. 관련해서 '희락'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회탁'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다 당시 열악한 인쇄기술로 인하여 글자가 뭉개져서 생긴 일.[6] 과거 자료에서는 경성역 구내식당이라고만 나와서 원래 이름도 '그릴'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해방 후 언젠가 즈음에 '서울역 그릴'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 최초의 경양식당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남아 있는 한국 양식당의 본류로 추정되는 곳이다. 작중에서는 역시 이름이 나오지 않고 돈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 했다는 이야기만 나온다.[7] 작중 표기로는 '티이루움'. 작중에서는 밤 11시, 영업 마감할 때까지 죽치고 앉아있었다고 한다.[8] 용산역 앞에 있었던 '용사의 집' 등과 마찬가지로 근대화 시절 느낌을 진하게 받을 수 있으며, 그 시절 호텔 경양식 맛과 레트로풍의 분위기를 원한다면 가볼 만하다. 물론 지금도 가격대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9]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안'이 택시 안에서 종삼 여자들이 좋다는 의미의 이야기를 꺼내자 사내가 경멸의 웃음을 치는 묘사가 나온다. 교사들도 교과서를 풀이해주면서 차마 종삼이 이런 곳이다 하고 얘기해주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물론 교사마다 다르겠지만.[10] 그리고 옛 종삼의 자리를 채운 것이 '호모'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유흥가들. 현재까지도 종로3가는 이태원 등지와 더불어 성소수자들의 양대 핫 플레이스로 유명하다.[11] 스웨덴에서도 매춘부는 처벌하지 않지만 손님은 성매매로 처벌을 한다. 또, 소위 '박카스 아줌마' 같은 사람들이 그 일대에 계속 남아있는 등, 지리학상으로 한 번 형성된 인구의 이동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