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선체의 제작방식
1. 개요
과거 목제 범선이 활약하던 시절, 배를 무으는 방법[1] 중 선체를 이루는 목재들을 결합하는 방법. 크게 카벨 이음(carvel built)과 클링커 이음(Clinker Built)의 두 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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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벨 이음과 클링커 이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비교도. 선체 외판의 차이가 분명하다.
2. 서양 선박
2.1. 기술 발달 이전
이집트에서는 초기 조선업은 작은 편재들을 일일히 하나하나 짜 맞추어 선체를 만들고, 선수와 선미를 호킹 트러스(hogging truss)라는 밧줄로 이어서 강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쓰다가, 점차 큰 판재를 쓰면서 늑골을 만들어 배를 보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로마에서는 배의 외판을 무을 때 촉꽂이 이음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 방식은 선체를 이루는 두 판재를 맞딜 때, 각 판재마다 홈을 파고 여기에 촉을 박은 뒤, 두 판재를 맞춰 끼우고 못을 박아 최종 고정시킨 뒤 늑골을 대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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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촉꽂이 이음 방식의 모습. 저 홈과 구멍, 촉들을 하나하나 근성으로 다 만들어 일일이 하나하나 다 꽂아야 한다.
한옥의 각 자재나 퍼즐을 맞추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이다.
# # 한옥의 이음 방식. 서양 배의 촉꽃이 이음은 이 중 산지 방식이나 나비장 붙임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
당연하겠지만, 이 방식은 끈으로 판재를 엮는 것보다는 튼튼함을 보장하였으나 엄청난 노동 인력과 시간, 비용이 소모되었다. 자연히 더 튼튼하고 빠르게 배를 만들 수 있는 카벨 과 클링커 이음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빠르게 사라졌다.
2.2. 카벨 이음
카벨 이음은 주로 바다가 비교적 잔잔한 지중해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방식이다. 외판을 이을 때, 외판의 접점이 외판끼리 서로 맞대는 방식으로 배를 무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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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벨 이음으로 무은 배의 바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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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벨 이음으로 무은 배의 안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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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벨 이음으로 만들어진 배의 내부구조(유물)
카벨 이음으로 배를 무을 경우 시공이 간편하고, 외관도 매끈하여 보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간단하여 대형선을 만들 때도 품이 적게 들어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내구성이 클링커 이음보다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형선을 만들기 좋다는 장점 때문에 16세기 대형선에 속하는 카락선과 갤리온이 대중화되면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전열함같은 대형 목선이 일반화되는 시기에는 카벨 이음만이 쓰였다. 대신 늑골이 엄청나게 크고 두꺼워졌지만...
2.3. 클링커 이음
클링커 이음은 바다가 거친 북부 유럽에서 많이 쓰인 방식으로, 선체를 무을 판재들을 늑골에 대고 고정시킬 때 각 판재들을 서로 겹치게 해서 못을 박아 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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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커 이음의 세부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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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커 이음으로 무은 배 유물
클링커 방식으로 만들어진 배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튼튼하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13~15세기경에는 클링커 이음 방식의 배가 일반적이었고, 16세기에 들어서도 카락과 갤리온이 보급되기 전에는 많이 쓰였다.
그러나 울퉁불퉁하여 외관이 다소 보기 좋지 않고,(물론 취향을 타겠지만) 하나하나 맞추어 만들다 보니 제작시 품이 많이 들고 자연히 대형선을 만들기도 어렵다.
바이킹의 배는 클링커 이음으로 건조된 걸로 유명하다. 특히 바이킹의 배는 클링커 이음이 만들어낸 유선을 따라 물을 가르는 효과가 있어 당대 어떠한 배보다 기동성이 좋았다고 한다.
3. 동양의 선체 제작방식
동양의 선체 제작법을 논할 때에도 보통 위 용어가 그대로 사용되나, 지역과 문화가 다른만큼 다소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한선(韓船)과 일본선박(화선, 和船). 정크선, 다우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3.1. 한선(韓船)
한선은 먼저 바닥에 평평하고 두꺼운 나무판으로 된 저판을 깔고, 선체를 무을 때 서양의 클링커 이음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나 이때 그냥 판재들을 겹치는 게 아니라 선체 하나하나에 턱을 따서 이를 짜맞춘 뒤 나무못을 박아 고정시킨다. 때문에 이런 한선의 무으는 방식을 별도로 '턱따기 이음'이라 부르는 학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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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왼쪽)과 중국 정크선인 신안 출토 무역선(오른쪽)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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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과 서양선의 구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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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한선의 단면 차이. 위 것은 중세 초, 아래 것은 근세시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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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한선 가거도배의 구조도.#
또한 한선은 선체를 여러 개의 가룡목(장쇠)으로 고정시킨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중국 봉래시에서 발견된 봉래고선의 발굴과 한국인 표류민과 일본인의 대화를 담은 근대 일본의 책 <표민대화>에서 서양의 용골과 비슷한 하재라는 새로운 부재에 대한 자료의 발견 이 부분에도 약간 이론이 생겼다. 자세한 것은 참조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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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굴된 봉래고선. 위의 것이 고려선, 아래 것은 명나라 초의 군함으로 둘의 선체 차이가 눈에 띄게 크지만 둘 다 수밀격벽 구조라는 점은 동일하다. 가룡목이 아닌 수밀격벽만으로 배를 지지하는 것은 중국 정크선의 특징이다.
- 참조링크
중국 봉래 고려선박과 우리나라 해양문화유산
하지만 현재까지 전근대시대의 가까운 바다에서 사용된 중소형 한선의 대부분은 장쇠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한 자료가 일반적이라, 학계에서도 장쇠를 주로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이론이 없다. 이러한 경향은 일제강점기 더 많은 수탈을 위한 조선총독부의 한선 개량사업과 이미 서양선화된 배를 쓰던 일본어업계의 진출로 한반도에 들어온 서양선과 이미 서양선화를 거친 화선의 영향을 받아 뱃머리가 뾰족해지고 장쇠 사용의 축소와 더불어 격벽이나 서양식 늑골의 사용 증가의 현상을 보이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3.2. 화선(和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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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의 대략적인 모습들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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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화선의 세부구조. 그림의 배는 우리나라의 조운선과 쓰임새가 닮은 변재선이나, 기본 구조는 다른 배들도 큰 차이가 없다.http://www.seahistory.or.kr/ 1번그림http://navy.ap.teacup.com/kanzo/30.html 2번째그림부터 출처
화선은 선체를 만들 때, 얇은 판재를 맞대어 못으로 박아 고정시키는 클링커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든다. 내부 횡강력재로는 서양처럼 용골과 늑골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우와후나바리(上船梁), 시다후나바리(下船梁)등 단순한 횡강재를 설치해 선체를 지지한다. 한선의 장쇠와 유사하나 한선처럼 촘촘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굵직한 가로대 몇 개 설치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한선에 비해 내구력이 약하다. 더욱이 소수의 지지대만 설치하다 보니 배가 커지면 소수의 지지대로만 배를 지탱해야 하므로 지지대 자체의 크기와 무게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대형선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선체를 만드는 목재의 평균 두께 역시 주변국의 배들보다 얇다. 이후 서양선이 도입되면서 서양선이나 서양선의 내부구조를 많이 채택하게 된다.
3.3. 정크선
한국에서 발견된 중국 신안 무역선의 내부구조.[http://www.edum21.com/paper/news/print.php?papercode=news&newsno=2237 ]
중국선은 카벨 이음과 클링커 이음이 모두 발견되며, 카벨 이음식으로 배를 무을 경우 초기 서양 선박처럼 촉꽂이 이음과 낚싯바늘처럼 굽은 특이한 형태의 쇠못을 사용해 배를 만든다.
또한 내부에 다수의 격벽을 설치해 배를 지지하는 것이 특징이며, 배의 외판 겉에 얇은 포판을 붙이는 갑선식 공법을 사용한다. 이는 바다벌레를 막기 위한 것으로, 바다벌레가 선체를 직접 파고들지 못하도록 나무를 덧대 던댄 나무에 대신 파고들게 하는 것이다. 바다벌레가 많이 붙으면 기본의 포판위에 새 포판을 덧붙이는데, 동방견문록에는 최대 6장까지 덧붙인다고 하나, 보통은 3장까지 덧붙인다.
3.4. 다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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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선의 구조.[http://nabataea.net/ships.html *]
중동 지역의 다우선은 배의 각 부재를 연결할 때, 다른 나라 배들이 못이나 장부촉을 쓰는 부분에 못이 아닌 식물성 섬유로 만든 끈으로 부품들을 엮어 연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우선은 내구성과 방수능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선체가 유연하다보니 암초에 부딪혀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3.5. 베트남 목선
베트남의 배는 중국 정크선과 닮은 목선을 사용하지만, 이외에 바구니를 닮은 대나무배 투엔 난(Thuyen nan)을 사용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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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대나무배 투엔 난.http://en.wikipedia.org/wiki/Traditional_fishing_boat @ 대나무를 짜서 바구니 모양의 배를 만든 뒤, 물소의 똥과 고무나무 수액[3] 으로 만든 방수도료를 발라 물이 새지 않도록 한다. 사진에는 원형의 작은 것만 있지만, 이외에도 타원형, 마치 달갈 비슷한 유선형, 카누처럼 앞뒤가 뾰족한 세장형 선체도 있으며 크기도 큰 것은 12m나 된다. 다만 이런 대형의 대나무배는 대나무만으로는 선체를 유지할 수 없어 나무로 된 구조물을 다수 설치한다.
지역적으로는 북부 지역에서는 평저 목선이, 후에(Hue) 지역에서는 대나무와 나무가 섞인 첨저 목선이 주로 사용된다. 여기서 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나무판으로만 배를 만드는데, 북쪽에서는 선체 외부를 먼저 만들고 내부를 만드는 데 반해 남쪽에서는 내부를 먼저 만들고 외부를 만든다. 돛의 모양도 북부에서는 사다리 모양이지만 중부에서는 팔각형, 남부에서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지역별 차이가 크다. 투엔 난의 경우 전국적으로 사용되지만, 최초로 만들어진 곳은 베트남 중북부로 투엔 난 역시 이곳에서 가장 발달했다.
그 외에 특기할 만한 배로는 931년 즈엉 딩 응에(Duong Dinh Nghe)장군이 만든 몽동(MongDong)선이 있는데, 이 배는 길이 20M에 폭 4M, 노 32개에 최대 탑승인원 25명의 대형 군선으로, '''외판을 구리로 덮은 게 특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진포대첩보다 겨우 10년 늦은 시기인 1390년 쩐 캇 전(Tran khat Chan)은 포격선을 개발해 점성국(참파)의 왕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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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베트남의 전통 선박으로는 응우옌반후에(Nguyen Hue) 왕의 떠이 선(Tay Son)수군이 사용한 대효선(大效船)[4] 으로, 가장 큰 것은 66문의 화포[5] 와 700명의 병사를, 중간 것은 50문 화포와 500명의 병사를, 가장 작은 것도 16문의 화포와 200명의 병사를 실을 수 있었다. 대효선의 포의 수와 규격, 병사의 수는 동시대 유럽 함선과 대등한 흠좀무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베트남 수군은 이러한 함선을 동원하여 서양의 범선으로 무장한 태국과의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6]
4. 관련 문서
[1] 한선 만들 때는 '무으다'라는 말이 공식적인 용어이다. 이유는 한선이 완전 조립식이기 때문. 링크 참조 [2] 이런 형태의 배를 영어권에서는 Coracle이라 부르며, 베트남 외에도 티벳, 북미 원주민, 여타 동남아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3] 천연고무(라텍스)의 원료다.[4] 대효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s://vi.wikipedia.org/wiki/%C4%90%E1%BB%8Bnh_Qu%E1%BB%91c_%C4%90%E1%BA%A1i_Hi%E1%BB%87u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언어판은 없고 오로지 베트남어판 위키백과에만 있는 문서다.[5] 3~4급 전열함과 비슷한 수준이다.[6] 참조자료: 베트남 전통 船, 대한민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2013년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