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갈 술탄국
1. 개요
지금의 벵골 지역에서 델리 술탄 왕조로부터 독립한 술탄국들 중 하나. 14~15세기에 벵골 및 아삼 지역 즉, 인도 동북부에서 크게 세력을 떨쳤다. 그러나 16세기 말 강력해진 무굴 제국에 멸망했다.
2. 역사
델리 술탄 왕조에서 동쪽 끝자락에 위치했던 벵골 지역은 일찍부터 델리 술탄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주 독립을 선언했었다. 벵골은 델리 지역과 기후도 다르고 거리도 멀었으며, 무엇보다 대부분의 교통로가 아프간계, 튀르크계 등 건조한 지역에서 지냈던 서아시아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로였기 때문이다. 1352년 벵갈의 귀족들 가운데 일야스는 델리 술탄 왕조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 벵골의 지배자임을 선언하게 된다.
이후 일야스는 힘을 모아 티르후르, 참파란, 고라크푸르를 거쳐 바라나시 지역까지 영토를 넓히게 된다. 이 사건은 당시 델리 투글루크 왕조의 술탄이었던 피루즈 입장에서 볼 때는 굉장히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출전하게 된다. 피루즈의 군대는 참파란과 고라크푸르를 거쳐 벵갈 술탄국의 수도였던 판두아를 점령하게 된다. 수도를 빼앗긴 일야스는 에크달라로 피신한 뒤 강력히 저항하기 시작한다. 피루즈는 그를 쳐부수기 위해 갖은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리고 비하르에 있는 코시 강을 경계로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당장의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피루즈 입장에서 이 전쟁의 결과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었다. 기회를 엿보며 호시탐탐 지켜보던 그는 일야스가 죽은 뒤 그의 아들 시칸다르 술탄이 즉위하자 다시 벵갈 술탄국으로 쳐들어가게 된다. 사칸다르 술탄은 아버지 일야스처럼 에크달라로 병력을 옮긴 뒤 투글루크 왕조의 군대에게 강력히 저항한다. 이때에도 피루즈는 이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하는데 실패하고 군대를 철수시키게 된다. 이후로 벵갈 술탄국은 델리 술탄 왕조로부터 공격 받지 않은 것은 물론 무굴 제국의 침공을 받기 전까지 근 2백년간 외세의 침공 없이 그런대로 안정적인 왕국을 유지한다.
벵갈의 술탄들 중에 기야스웃딘 아잠 샤는 정의의 수호자로 알려지도 했는데, 그는 한번 실수로 과부의 아들을 죽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그는 자진해서 법정에 나가 벌금을 지불한 뒤 만일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는 언제든지 스스로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를 포함하여 유명한 학자들과 친분을 맺어 문화를 부흥 하고자 했고, 외교적으로는 당시 동북의 거대 제국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 우호 관계를 가지고자 했다. 그 덕에 해상 무역이 발전하게 되고 당시 벵갈의 치타공 항구는 명나라를 비롯하여 해외 각국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물품들과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거리게 되었다.
벵갈은 서쪽으로 오릿사 지역까지 동쪽으로 아라칸 왕국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나, 16세기 들어 힘이 막강해진 무굴 제국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는지 결국 멸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