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배산 여대생 피살사건
1. 개요
2001년 2월 4일 부산광역시 연제구 배산 중턱 등산로 부근 수풀에서 여대생 김선희(당시 22세, 1979년생)가 살해당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해당 사건은 용의자가 없는 살인사건으로 유명하며, 남양주 아파트 밀실 살인사건 역시 비슷한 종류의 사건으로 유명하며, 23년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2. 사건 내용
2001년 2월 4일 오후 5시 30분, 부산광역시 연제구의 배산 중턱에서 여대생 김선희의 시신이 등산객에 의해 발견되었다. 시신은 등산로 30m 안쪽 수풀에서 발견되었는데 목과 배에서 흉기에 찔린 흔적이 나왔다. 성폭행을 당했거나 반항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고, 근처에서 피해자의 피가 묻은 과도가 발견되었다.[1]
부검 결과 피해자는 2월 4일 오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로 판정되었다. 그런데 법의학자들은 "목에 찔린 상처에선 출혈도 거의 없고 상처가 벌어지지도 않아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치명상은 복부고, 목의 상처는 바로 연달아 찌른 것이 아니라 복부를 찌르고 몇 분 이상 기다린 후 찌른 것이기 때문에, 확인 사살일 것이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법의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피해자가 반항을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흉기를 들고 있었다면 반항을 했을 텐데 반항의 흔적도 전혀 없을뿐더러, 심지어 찔렸을 때조차 미동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건 현장을 기준으로 산 위쪽으로도, 아래쪽으로도 15m 반경에 등산로가 있었다. 소리라도 지른다면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의식이 있었다면 찔렸을 때의 고통으로라도 몸부림쳤을 텐데 그런 흔적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절을 시키려고 내리쳤다면 생겼어야 할 상처도 없고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도 약물의 흔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옷에 묻은 혈흔으로 봤을 때는 피해자는 찔렸을 당시에 일어서 있었거나 최소한 앉아 있었으며, 찔린 후 칼이 빠져나간 후 주저앉아 있었다가 옆으로 쓰러진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상대에게 찔릴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2] 순식간에 기습적으로 찔렀다는 얘기가 된다.
김선희의 집은 사건 현장에서 불과 1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사건 당일 아버지는 야근 때문에 귀가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고향인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용왕제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섰으며 피해자는 남동생과 함께 한 방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남동생은 오전 7시 반쯤 일어났는데, 이때 누나가 집에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어머니가 나간 새벽 5시에서 남동생이 기상한 7시 반 사이에 집을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는 잠옷 차림에 코트를 걸쳤지만 운동화가 아닌 낮은 굽의 단화를 신은 채로 발견되었다. 피해자가 무릎에 구멍이 나고 헤어진 잠옷 차림에 양말을 내복 위로 올려신은 후 검은 코트를 걸치고 운동화 대신 즐겨신던 구두를 신었다.
그래서 경찰은 사건 당일 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했지만 피해자가 전화를 걸거나 받은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는 누군가가 피해자 집에 찾아와 밖으로 불러낸 것으로 추정됐다. 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끌고 나갔을 가능성은 없었다. 만일 그랬다면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잤던 남동생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혹시나 피해자가 몽유병 증세를 앓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을 자다가 밖으로 걸어나간 게 아닐까 조사해 봤지만, 피해자는 몽유병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으며, 가족들도 딸이 몽유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김선희는 화목한 가정에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누구로부터 원한을 살 만한 것도 없었다. 그 때문일까. 피해자의 지인 가운데에는 용의자가 나오지 않았다. 학교 친구는 물론이고 동아리 선후배, 옛 남자친구 등 수십 명을 용의선상에 올렸지만 특이점은 없었다. 새벽에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하거나, 타 지역에 있었다고 하며, 모두 이를 뒷받침하는 증인이 있었다. 집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경찰은 피해자가 배산이 아닌 집이나 학교에서 살해된 뒤 배산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해자의 집에 루미놀 반응 검사를 실시했으나, 아무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또 피해자의 신발에 묻은 흙과 솔잎, 그리고 피해자가 다닌 대학교의 흙과 솔잎을 대조하는 국과수 검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흙의 양이 너무 적어 실패했다.
3. 부산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다
경찰은 이 일대 주민과 등산객을 상대로 목격자를 찾기 시작했다. 일요일이어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사건 당일 아침 일찍 등산한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또 피해자 집에서 사건 현장까지는 CCTV도 없었다. 이 일대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조사했지만 김선희 양을 봤다거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동일 수법 전과자와 동네 불량배도 용의 선상에 올렸으나 그들에게서도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용의자도 목격자도 나오지 않자 살해당한 뒤 유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범행 현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 또 자살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피해자의 상처를 볼 때 자살 가능성은 희박했다. 일단 자살할 동기도 없었던 데다 주변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도 않았고 만일 칼로 자기 몸을 찔러 자살하고자 했다면 한 번에 급소를 찔러 죽는 것이 보통인데 목을 찌르고 배도 찔렀다는 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찰은 “김 양의 상처는 자살로 인한 상처라기보다 누군가에 의해 과감하게 찔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하며 자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김선희 양이 살던 주택가는 재개발되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졌고, 사건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이주하면서 사건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인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돼 2000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은 부산의 미제사건 중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관련기사
4. 그것이 알고싶다의 분석
그것이 알고싶다 1077회에서 다뤘다. 여기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은, 살해 당하기 며칠 전만 해도 유순했던 피해자가 여행을 다녀온 뒤로 뭔가 직설적이고 날 선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증언이 있어서, 모종의 사건 이후로 피해자가 신경이 많이 곤두섰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리고 '''남동생이 누나가 마지막으로 나갔었을 그 당시 기억을 최면 수사[3] ''' 의뢰를 했는데, 당시 최면을 통해서 상기된 남동생의 기억으로는 그날 피해자가 나갔을 적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찬바람이 불어와 몸을 웅크렸고, '''"밖의 누군가 누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목소리는 누나가 아닌 다른 여자인 것 같았다."'''라고 진술했다. "혹시 누나 목소리를 착각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누나 목소리가 확실히 아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것을 근거로, 자상의 위치와 살해 장소의 지형을 대조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범인의 신장은 150cm 초반에서 160cm 중반 사이로 추정된다는 점이 도출되었다.[4] 단신 남성에서도 이 정도로 키가 작을 경우가 있지만, 이 정도의 키는 여성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신장 대이다. 고로 '''살인범이 여자'''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물론 최면 요법 결과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초동 수사 당시 용의자를 남성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주변 여성들까지 확대 수사 했으면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쉽다 할 수 있다.[5]
그 외에도 범인이 일반적으로 '20대 여성을 칼로 찔러 죽인 살인범'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맞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피해자의 차림새이다. 피해자는 구멍이 난 잠옷에 코트를 걸쳐 입은 차림으로 발견되었다. 한창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20대 초반 여성이 이런 차림으로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은 그 상대가 그간 주로 수사망에 올랐던 사람들, 즉 조용하고 차분했던 피해자의 모습에 마음을 두다 그 마음이 살의로 바뀌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던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남성이라기보다는, 비교적 편한 상대, 더 좁히면 동성인 지인일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함축하고 있다.
또한 한 범죄심리전문가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일요일 아침이고 충분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만한 장소인데, 피해자가 누군가와 함께 가는 모습이나 홀로 다니는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가 한 명도 없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즉 피해자 + 누군가(들)의 돌아다니는 모습, 또는 누군가(들)의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긴 하나, 누군가의 의심을 살 만한 모습이 아니라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었던 나머지 기억에 남지 않고 스쳐지나갔을 가능성, 사건과 관계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의 몸에서 단 2번의 상흔만 발견된 것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복부의 치명상, 그리고 확인차 찔러넣은 목의 2차 자상 외의 다른 폭력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원한을 평소에는 아무도 의심도 안 할만큼 숨겼다는 것, 단체 생활에서 이미지 관리가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속으로 잘 참고 본심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 성향일 가능성이 높음을, 어쩌면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주변에서 상상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피해자가 호감이 가는 외모와 얌전한 성품으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고, 실제로 죽기 직전 헤어진 남친이 있었다는 점도 비중있게 언급되었다. 때문에 방송 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이 되지는 않았지만, 동성 친구의 '질투'가 살인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재수사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6]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인 야갤에서는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는데 2012년에 소개되었던 '둘만의 방, 16시간의 진실'과 비슷한 느낌[7] 이 난다는 반응이 많았고 기묘하게 작위적인 분위기 덕분에 인터뷰한 여자들 중에 범인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실제로 그알 유튜브 채널에서 담당 PD는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 횡설수설하면서 앞뒤 안맞게 뒤죽박죽하게 말 했다고 했다. [8] 그리고 그 사람의 키는 작았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했다.
용의자를 목격했거나 사건 당일 이상한 소리를 들은사람은 부산연제경찰서 051-759-7000으로 제보하길 바란다.
5. 둘러보기
[1] 피해자의 혈액형이 O형이라고 한다. 혈흔을 분석해본 결과 O형으로 반응했다. 경찰은 이 과도의 출처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가 팔린 것이라 출처를 찾는 것이 불가능했다.[2] 이 때문에 면식범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있다.[3] 흔히 전생 체험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고 최면을 비과학적이라고 오해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최면을 빙자한 사기일 뿐이지 범죄수사에 법 최면이 이용될만큼 최면은 과학적인 기법이다. 단지 최면으로 불러일으킨 기억 자체가 상상이나 뇌의 점화 현상으로 만들어진, 실제와 다른 오기억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될 수는 없을 뿐이다.[4] 참고로 피해자 김선희의 키는 148cm였다.[5] 어떤 면에서는 언더도그마의 폐해가 알게모르게 작용했다. 여성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넘겨짚기로 용의자 선상에서 아예 제외하면서 사건을 미궁에 빠트렸다. 여성이 저지른 살인사건은 어느 시대이건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대표적으로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 사건에서도 범인은 '''27세 임산부 여성'''이었는데 접선 장소를 포위해 놓고도 경찰이 여성, 그것도 임산부라는 이유로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던 적이 있다.[6] 게다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하필 김선희 양의 모교인 여고가 펜싱부가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고교 동창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7] 원룸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났는데 룸메이트 친구가 분홍색 운동복을 입고 현장을 지켜보는 장면이 찍힌 에피소드였다. 둘의 사이는 돈 문제 때문에 사이가 나빴다는 진술이 있었음.[8] 그 인터뷰 영상을 보던 이수정 교수도 같은걸 집어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