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경
1. 개요
1987년에 공개된 일본의 근미래 SF영화. 오시이 마모루의 첫 실사 연출작. 단 2천5백만엔의 제작비에 스탭, 출연진 전원이 무보수에 무료봉사라는 희대의 저예산 영화로 흥행과 비평, 공히 참담하게 말아먹은 것으로도 유명하다.[1] 그래도 후일까지 이어지는 케르베로스 사가의 원점[2] 이라는 것과 오시이의 유럽 흑백영화에 대한 격렬한 빠심 [3] , 당시 유명성우[4] 나 만화가[5] , 애니 스탭[6] 들의 카메오 출연, 폭발하는 오시이식 블랙 코메디와 슈-르 개그(다만 아무도 웃지못할 정도로 비뚤어진 것이 문제)등 그래도 한번 정도는 봐둘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붉은안경의 도입부에서는 1960년대등 학생운동이 격렬한 시기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라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후 전개된 만화책 견랑전설에서는 세계관의 기본이 되는 전후 기간으로 배경이 잡히는 것으로 보아 실사영화와 저예산이라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실과 타협하여 미래로 세계관을 잡고 제작한 듯 보인다. 때문에 극중에서 미래도시의 풍경이 잠깐 등장하는데, 아마 그 장면을 찍을 즈음 해서 "미래로 하자" 라고 결정한듯.
케르베로스 사가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던 '개'와 '주인'의 구도가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굳이 찾아보자면 특기대는 개, 공안부는 고양이라는 설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 이미 케르베로스 사가에 대한 설정과 스토리에 대한 구상은 완료되었을 텐데 이런 구도가 보이지 않는 건 역시 '제대로 만들수 없다면 웃기기라도 해야지'라는 오시이 감독 나름의 신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을 평가하는 이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것은 '오시이 마모루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작품 자체 말도 안되고 이해도 연결도 안되는 씬들의 나열 이지만 오시이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전부 감상한뒤 마지막에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거의 최초로 시도된 '''애니감독의 실사영화 연출'''이라는 부분에서 가치가 있기도 하며 이런저런 전설을 남겼다.
2. 시놉시스
20세기말, 치안이 손쓸 수 없이 악화되자 경시청은 특수부대를 결성했다. 프로텍트 기어와 중화기로 무장한 그들은 <지옥의 감시견, 케르베로스>라 불리우며 범죄자들을 심판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수사 활동에 여론의 비난이 집중되고 결국 특기대는 해체를 강요 당하게 된다. 그들 중 일부는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케르베로스 반란"을 일으켰으나 일본 당국은 해당 반란을 철저하게 진압했다. 하지만 그 중 한명인 토도메 코이치는 도망가는데 성공하여 해외로 도피하게 된다. 그리고 3년 뒤, 코이치는 일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3년 사이 일본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3. 등장인물
- 토도메 코이치(都々目紅一 치바 시게루) - 전 특기대원이자 지옥의 삼인조 중 한 명. 케르베로스 반란이 실패한 후 도주중 미도리와 소이치가 부상당해서 못 움직이게 되자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국외도피를 하게된다. 3년 뒤 코이치는 옛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귀국하게 된다.
- 와시오 미도리(鷲尾みどり 와시오 마치코) - 지옥의 삼인조 중 한명으로 도피 도중 다리를 다쳐서 일본에 남게 된다.
- 토오베 소이치(타나카 히데유키) - 지옥의 삼인조 중 한명으로 도피 도중 배에 총을 맞아서 일본에 남게 된다.
- 무로토 분메이(室戸文明 겐다 텟쇼) - 공안부장으로 전 특기대원인 코이치가 귀국하자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 붉은 두건을 두른 여인(少女 효도 마코) - 영화 내에서 배경 등으로 계속 등장하는 여인. 인랑의 붉은 망토의 원형으로 보인다.
- 긴지(아마모토 히데요) - 입식사로써 메밀국수의 긴지라고 불린다. 불법이 된 서서 먹는 소바집에서 코이치와 재회한다.
- 택시기사(タクシーの運転手 오오츠카 야스오, 목소리는 나가이 이치로)
4. 기타
- 처음에 반다이 측으로부터 제작비 천만엔만 받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오프닝 액션시퀀스만으로 제작비를 다 소모해 버리고는 촬영 분량만 들고 반다이에 쳐들어가 애원과 협박, 구걸로 몇백만엔씩 제작비를 추가로 얻어내고는 제작비가 입금될 때마다 촬영을 재개했다. 이는 오시이 마모루가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의 제작 시스템에 익숙했었고 영화를 연출하면서 한정된 제작비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개념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 오시이가 영화를 흑백으로 찍겠다고 고집을 부려[7] 컬러필름의 배로 비싼데다 구하기도 힘든 흑백 무비필름을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 빌린 촬영장비의 연장 대여료 때문에 더욱 제작비 압박.
- 제작비 압박으로 무료봉사 스탭과 배우들은 밥값조차 못받았고 촬영시간대도 심야라 문을 연 식당도 없어 모두 도시락을 싸들고 다녀야 했다.
- 어떻게 필름을 구해 촬영이 재개되면 오시이는 각본도 없이 거의 현장에서 그린 콘티 만으로 촬영을 마구 진행, 내용을 보고 이건 도저히 스토리가 성립되지 못한다고 비명을 올리는 스탭들에게 "괜찮아! 일단 찍어놓기만 하면 어떻게든 영화는 완성돼."라고 강행.
- 액션장면의 엑스트라들은 전원 일본영화학교 학생들. 하지만 무보수 근로학생 착취에는 한계가 있어 앞부분에서 죽었던 엑스트라가 뒤에 멀쩡하게 살아나온다...
- 출연진 중 전업배우는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사신박사'로도 유명한 악역전문배우 아마모토 히데요가 유일하다.
- 작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겐다 텟쇼의 화려한 꺾기춤은 백미.
- 프로듀서였던 시바 시게하루는 이 영화가 제작되던 시기에 천공의 성 라퓨타 음향 연출로 참여한 바 있는데, 이때 영화를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미야자키와 타카하타의 반응은 말그대로 벙쪘다, 였다고.
[1] 이 영화의 배급사가 반다이 (그것도 반다이 비주얼 설립 이전)라서 단관 상영에 그쳤던 점도 있다. 그래도 나중에 음반과 영상물 판매로 본전 이상 건졌다고.[2] 이자 오시이의 작품세계의 원점.[3] 특히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의 영향력이 강하다. 이외 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이라던가 월터 힐의 워리어(영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4] 치바 시게루, 겐다 텟쇼, 타나카 히데유키, 나가이 이치로, 니시무라 토모히로가 메인에 후루카와 토시오, 쿠사오 타케시, 타치키 후미히코는 엑스트라.[5] 유우키 마사미.[6] 이즈부치 유타카, 오오츠카 야스오.[7] 단, 오프닝 시퀀스와 엔딩 장면은 컬러다. 특히 엔딩의 흑백이 컬러로 변하는 장면의 충격이 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