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일본군
1. 개요
일본군이 사용한 수류탄의 목록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종류만 따져도 여러가지 물건이 있으나 겉모양만 차이가 날 뿐, 구조상으로는 대동소이하며, 사실상 외관에 따라 구분하기에 대부분의 수류탄의 단점이 공유된다.
일단 종류가 많고, 대인용과 대기갑용이 존재하므로 얼핏 보기에는 타국의 수류탄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특이한 격발구조등으로 사용자를 자살 및 팀킬로 몰고가는 위험요소가 많은데다가, 막상 던지면 효과가 그리 신통치 않고, 나중에 가면 조악한 제조기술로 인해 꺼내는 것 자체가 막장인 무기로 돌변한다.
뭐, 일본군 무기 중 안습한 공업력으로 저렇게 되지 않은게 어디 있겠냐만...
2. 대인용 수류탄
2.1. 10식 파쇄 수류탄
2.2. 91식 파쇄 수류탄
2.3. 97식 파쇄 수류탄
九七式手榴弾(きゅうななしきてりゅうだん)
[image]
일본군의 제식 수류탄으로 장약으로는 TNT를 사용하였으며, 4~5초짜리 지연신관이 사용되었다. 91식이 먼저 개발된 뒤 전선에서 수류탄으로 쓰기에는 너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의해 만들어진 물건으로, 대부분의 스펙이 대동소이하나 하단부에 추진용 장약을 부착할 수 있는 홈이 없다. 따라서 이 물건은 척탄통 사격이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외형적으로는 이 부분 외에는 91식과 구분하기가 거의 힘들다. 그래서 종이 라벨로 신관 속도가 짧다고 경고가 붙어 있었다. 장약은 65그램으로 91식과 유사하지만, 전체 무게는 450그램으로 줄었다.
하지만 뇌관구조는 여전히 특유의 철모에 수류탄을 때리는 바보스러운 구조를 사용했다.
더군다나 동 시기 연합군의 수류탄 성능과 비교했을때 실제 위력도 퍽 낮았다. 불안전한데다 불확실하고 불량한, 그야말로 도움이 안 되는 수류탄.
2.4. 98식 파쇄 수류탄
[image]
九八式柄付手榴弾
독일의 막대형 수류탄인 M24를 베낀 물건이나 일본군의 열악한 공업생산력 덕분에 독일군용 보다 훨씬 조악한 품질을 자랑했다. 구조상 퓨즈를 종이로 만든 덕분에 습기가 차면 불량이 자주 발생하는데, 태평양 전쟁 특성상 습기 없는 곳이 없으므로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
2.5. 99식 파쇄 수류탄
[image]
九九式手榴弾(きゅうきゅうしきてりゅうだん)
97식 파쇄수류탄을 매끈하게 만들고 100식 총류탄발사기에 대응되도록 만든 물건. 97식이 총류탄에 쓸 수 없다는 단점, 그리고 97식의 4~5초짜리 퓨즈가 불안정해서 개선한다는 이유로 도입했다. 크기는 91식보다 살짝 작다. 무게는 300그램으로 많이 줄은 편. 작약은 TNT가 아니라 압착성형 피르크산(TNP)으로 바뀌었으며 충전량은 58그램. 지연신관 시간은 4~5초.
근데 일본군 수류탄이 어디 안간다고, 이 수류탄은 97식의 개량형이다. 즉,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는 게 문제.
외형상으로는 이전에 있던 외부 요철이 사라졌다. 어차피 수류탄 등 터지는 물건은 내부에 홈이 있어야 파편이 많이 발생하므로 잘 해봐야 미끄럼방지나 되는 복잡한 외부홈을 제거한 것은 그나마 일본군치고는 잘한 일이다. 문제는, 이 수류탄은 '''내부에도 홈이 없는 매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때문에 기존의 일본군 수류탄과 비교해도 파편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즉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97식은 총류탄 발사용으로 만든 91식이 불편해서 수류탄용으로 개발한 것인데, 그걸 도로 총류탄 겸용으로 바꿔버렸으니 없그레이드나 다름없다.
여전히 일제 수류탄 고유의 기폭 방식 사용. 지연신관 시간은 그래도 4~5초이니 수류탄으로 쓸만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 마라. 이 물건이 개발된 시기 자체가 후기작인만큼 앞서 언급했듯이 조악해서 불발하거나 발화시 바로 폭발하시는 부실신관이 사용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천만한 물건으로 손꼽혔다. 97식에서 가장 개선해야 할 불안한 신관을 개선한답시고 만든게 '''더 위험한 물건'''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일본군의 수류탄 삽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합군에게는 키스카섬 전투나 알류산 군도 전투에서 노획되어 키스카 수류탄으로 불리곤 했다.
2.6. 4식 도제 수류탄
[image]
四式陶製手榴弾(よんしきとうせいてりゅうだん)
도제는 도자기제품이라는 뜻이다. 대전말기에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달아가는 일본군의 공업력 악화에 의하여 탄생한 물건이다. 수류탄 투척 연습이나 훈련 때 볼 수 있는 그 파란색 연습 수류탄과 비슷하다.
적어도 윗 물건들이 죄다 금속으로 만든 외피를 사용하였다면 이 물건은 도자기를 사용하였다. 덕분에 충격에 심각하게 약했으며[1] 구조 또한 매우 괴악하여 둔감장약을 사용한 지연 신관이 아닌, 5초짜리 도화선을 사용하여 지연 효과를 노렸다. 주로 예비군들에게 지급되었으나 대전 말기인 1945년 초에는 정규군도 이런 물건을 사용하였다. 이오지마 전투와 오키나와 전투에서 실전 기록이 있다.
사실 일본 각지의 도자기 공방에서 수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공산품인 다른 수류탄과는 달리 형상이 각각 천차만별이었다. 지연신관은 5초짜리 도화선에 간단한 뇌관 하나 달아놨을 뿐이고, 뇌관의 반대쪽 도화선 끄트머리는 마치 성냥과 비슷한 구조의 마찰 점화용 물질이 묻어 있어서 뚜껑 일부의 마찰면에 대고 그어서 불을 붙이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불꽃이 도화선을 타고 화약에 닿는 순간 폭발하는 원시적인 구조를 채택하였다. 따라서 투척하기 전에 반드시 불을 붙여야 하며, 불량품의 경우 불을 붙이자마자 터진다.
마지막으로, 이 물건은 휴대 자체가 위험하다. 연합군에서 운용하는 제대로 된 수류탄도 결국은 폭탄의 일종인지라 총탄이 명중하면 그자리에서 유폭해서 휴대한 사람을 잡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녀석은 도자기니 살짝 떨어뜨려도 깨질 수준이라 행군하다가 제멋대로 터질 수도, 엎드리다가 충격으로 터질 수도 있다. 파란색 수류탄과 달리 이것은 살상용인지라 터진다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서 본질적으로 신관이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수준이라 뜨거운 곳이나 불 옆에 함부로 접근하면 발화한다. 게다가 아무리 성능이 조악해도 일단은 수류탄이기 때문에 휴대한 사람 1명은 잡는다. 따라서 이 물건을 지급받으면 취급에 매우 유의해야 했다.
어느 밀덕이 일본에서 발굴한(폐기처분 당해 땅속에 묻혀있던) 4식 도제 수류탄 6점을 전쟁 기념관에 기증했다. 뇌관과 화약을 제거하면 사실상 도자기나 다름없기에 한국에 들여오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물건이 무사히 전쟁기념관에 전시가 되었다.
3. 대전차 수류탄
3.1. 99식 파갑폭뢰
99식 파갑폭뢰 문서를 참조.
3.2. 3식 대전차 수류탄
자돌폭뢰의 부품으로 쓰였으며, 자세한 사항은 자돌폭뢰 참조. 명칭을 보면 알듯이 이놈도 정상적인 물건이 아니다.
4. 여담
대부분의 일본군의 지연신관은 연합군이나 독일군이 사용한 '''둔감장약'''이 아닌 그저 도화선을 왕창 묶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덕분에 다른 도화선에 불이 같이 붙어 지연시간이 되기도 전에 먼저 터지는 경우가 '''매우 자주 발생하였으며''', 그나마 둔감장약을 사용한 일부 초기형 수류탄도 둔감장약의 성능이 워낙 들쭉날쭉하여 어떤 물건은 실제 지연시간보다 빨리 터지고 어떤 물건은 아예 불발이 나는 등 연합군의 물건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게다가 일부 지연 신관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충격 신관을 살짝 손 본 물건인지라 던지기 위해 발화하는 정식 과정인 안전 캡 누르기를 하면 그냥 터진다! 따라서 이런 수류탄등을 지급받은 일본군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안전핀도 안 뽑고 수류탄을 던지는 막장 사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일본은 전쟁중에도 공업 규격화를 하지 않은지라 공장마다 수류탄의 스펙이 미묘하게 달랐다. 어떤 수류탄은 지연 시간이 조금 더 짧거나, 어떤 수류탄은 장약이 좀 적은 등, 하여간 이래저래 막장스러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이것도 제대로 된 무기를 지급했을 때의 이야기고, 자돌폭뢰나 대전차총검술처럼 카미카제식으로 운용될 경우에는 줄만 당기만 바로 폭발해서 시전자를 100% 죽여주는 신관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더 엽기적인 것은 그런 것을 사용해도 가끔 불발이 일어나서 전차의 무한궤도에 깔려 죽는 어이 없는 일까지 발생했으니... 정말 뭘 해도 그 이상의 막장을 보여주는 일본군이다.
일본군이 야자열매를 유리병 대신으로 사용해서 '화염환' 이라는 대전차(?)병기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밀리터리 리뷰 2004년 4월 호에 소개된 바 있지만, 관련 기록이 미국과 일본에 남아있지 않으므로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 레이테 해전에서 일본군이 미군 상륙부대에게 코코넛에다가 폭약을 채워서 대인용으로 만든 폭탄을 던진 기록이 와전된 이야기일 것이다. 관련 신문기사는 여기를 참조하자. 물론 코코넛 특성상 잘게 쪼개져 파편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리만 크고 부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정말 안습..
[1] 수류탄을 던졌는데 미리 깨지면? 당연히 폭압이 분산되면서 파편상을 '''덜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