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스미시
1. 가공의 인물 Alan Smithee
실존하지 않는 인물. 1969년 리차드 위드마크 주연 서부영화 '총잡이의 죽음(Death of a Gunfighter)를 공동으로 감독한 돈 시겔(1912~1991)과 로버트 토튼(1937~1995)은 배급사 유니버설과 갈등으로 영화가 자기들 뜻에 안 맞게 만들어졌다고 크레딧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그렇다고 공란으로 남길 수도 없는 크레딧 란에 앨런 스미시라는 이름을 대충 때려박게 되어서 이후로 쭉 굳어졌다.[1] 미국 영화계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창작물이라고 보기 때문에 감독 이름을 중시한다. 다른 설로는 The Alias Men(가공의 인물)이라는 말을 애너그램해서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영화 '총잡이의 죽음'이 의외로 히트를 쳤고, 뉴욕 타임즈에 '앨런 스미시 감독은 배우의 섬세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묘사를 할 줄 아는 정교한 감독이다' 라는 문구가 실리게 되어 이후 앨런 스미시는 '가명'으로 맹활약하게 된다. 비슷한 성격의 인물로는 야츠데 사부로, 야다테 하지메, 토도 이즈미, 니콜라 부르바키, 토 후야시 등이 있다.[2]
영화감독에 '앨런 스미시'라고 써 있는 것은 그 감독이 실명을 쓰지 않기 위해 대충 익명으로 막은 거라고 보면 된다. 감독이 스스로 연출이 맘에 안 드는 영화나 극장판 히트작에 기대어 만들어진 TV판 등이 주로 감독에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3] 다만 21세기 들어서는 그 자체로 너무나도 유명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잘 쓰이지 않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설정상(...)으로 앨런 스미시 주니어(Alan Smithee Jr.)도 있다.
앨런 스미시를 다룬 영화도 있지만 골든 라즈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니 기대는 하지 말 것. 이 영화 때문에 미국 영화 감독 협회에서 앨런 스미시 크레딧을 공식적으로 중단하게 되면서 가명으로써 생명을 쫑내게 만들었다.
카와모리 쇼지가 기계 디자인에 참여하고 많은 기대를 모으며 개봉했다가 그야말로 쫄딱 망한 1989년작 일본영화 건헤드는 미국에서 비디오로 출시될 때 큰 편집이 되었으며, 이에 분개한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삭제하고 앨런 스미시의 이름을 크레딧에 내세웠다. 한국에서도 미국영화인 양 나오면서 이 이름으로 비디오가 나왔었다.
그 밖에도 토머스 리가 있다. 2000년작인 졸작 SF 영화 슈퍼노바를 감독하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월터 힐, 잭 숄더 세 사람이 서로 자기 이름을 내세우길 거부하여 결국 이 이름으로 감독 이름을 정해 개봉했다. 그리고 망하고 사라졌다. 사실 여러 사정으로[4] 세 감독이 번갈아 만들다보니 영화가 뒤죽박죽이 되었던 것인데 당사자들은 이 영화를 서로가 자기 영화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명칭인데, 연출자, 작화감독, 원화가 등이 도중에 강판되거나 아니면 자기 이름 넣기를 꺼릴 때 주로 사용된다. 주로 독음에 맞춘 한자로 가명을 만들어 넣는 경우가 많으며[5] , 타레 나가시(垂 永士)[6] 등 애너그램화해서 넣는 경우도 있다. 이 관련으로 악명높은 애니가 바로 은반 컬라이더스코프[7] 비슷한 예로 크레딧 등재를 거부한 인물명 대신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의 인물명을 가져와 그대로 등재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2010년대부터는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해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이 공식 홈페이지를 가지게 되면서 엔딩 크레딧은 앨런 스미시로 뜨는데 홈페이지에서 밝혀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담이지만 김경진의 소설 3차대전 중에도 이 이름이 등장한다. 러시아 전차집단군의 물결에 휩쓸려 산산조각난 미군 기갑부대 잔존병력들로 구성된 임무부대 하나의 이름이 앨런 스미'''디''' 임무부대다. 하지만 정작 부대의 지휘관이자 임무부대의 이름 유래가 된 앨런 스미'''디'''는 이미 전사(...). 게다가 이 부대도 러시아군 잔여세력들에게 공격받아 전멸 직전까지 몰렸다가 '''인민군 전차부대'''에게 구조된다.
2. 와일드 암즈 시리즈의 등장인물
이름은 당연히 1에서 따왔다.
철새의 시조로 추정되는 인물.[8] 직접 등장한 적은 한번도 없으며 와일드 암즈 어드밴스드 서드에서는 맵 곳곳에 팻말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남겨놓기는 했지만 직접 등장한 적은 없다. 때문에 사실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 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3.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THE MOVIE의 등장 인물
역시 1에서 따온 이름. 해당 항목 참조.
4. 웹소설 맨 이터의 주인공
참전용사. 작 중에선 좀 옛날의 일로 나오는 화성전쟁에서 궤도 엘리베이터를 점거했던 101 강하엽병들 중 유일한 생존자로서, 무리한 작전요구를 한 상관에게 훈장 수상식장에서 오줌을 퍼부으면서 좌천되었다. 좌천된 보급창에서 담배, 술, 식량 등 여러 돈되는 것들을 거라지 세일하면서 한몫 벌고 전역한 뒤 목성 거주구에서 로봇 콜걸 포주로서 장사를 시작했던 인물이다.
사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초능력자 클론 반고의 아이들의 실패작으로 판명되어 실험에 관련되었던 양어머니에 의해 입양되었다. 그러나 맨 이터의 9호 사건에 관련되어 자신의 숨겨진 과거에 휩쓸린다.
훌륭한 말빨과 지략을 통해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통쾌한 멘붕을 선사하며 목성에서 화성, 그리고 지구함대까지 빅 엿을 날리고 기가스에서 초능력자들을 이끌고 외우주로 튄다.
[1] 이 때는 앨런의 스펠링이 Alan이 아니라 Allen이었다.[2] 다만 야츠데 사부로, 야다테 하지메, 토도 이즈미는 법인명으로 등록할 수 없었던 일본 저작권 특성상 생긴 법인용 가명이기에 다들 꺼리는 앨런 스미시와는 성격이 다르다.[3] TV 드라마로 나온 듄의 감독도 앨런 스미시. 샘 레이미 역시 이 가명으로 연출한 작품이 있다.[4] 원래대로라면 윌리엄 말론이 저예산으로 만들 작품이었으나, 말론과 후임인 제프리 라이트, 잭 숄더는 촬영하기도 전에 불화로 줄줄히 짤리고 간신히 들어온 월터 힐은 촬영 도중 액션 장면 추가를 요구하다가 하차해버렸다. 다급했던 스튜디오 임원들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불러와 어느 정도 완성한 영화를 뒷수습했다. 하지만 코폴라 역시 이 영화를 자기 프로필에 넣을 생각이 없었다.[5] 亜嵐墨石(아라시 스미이시, 이나가키 타카유키의 필명), 阿藍隅史(아란 스미시, 모리야마 유지의 필명) 등.[6] 음독으로 쓰면 '스이 에이시'로 앨런 스미시와 발음이 유사하며 한편으로는 오물 방사(垂れ流し)로 읽힐 수 있는 말장난도 된다.[7] 이쪽은 한자로 독음을 맞춰 사용하지도 않고 직접적인 명의를 써버렸다.[8] 시리즈 전부 패러랠 월드이기에 각 작품이 이어지진 않지만 어느 작품에서나 그가 철새의 시조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