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생설

 

1. 개요
2. 자연발생설의 주장
3. 자연발생설 부정 실험
3.1.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
4. 신자연발생설


1. 개요


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 / Spontaneous generation theory
말그대로 특정 '''생물이 부모도 없이 그냥 환경만 맞으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당연히 현재는 실험을 통해 부정된 이론이고, 과학이 발달한 현대의 사람들이야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당시에만 해도 '''정설'''이었다.
과학적 방법에 대한 이론과 실험 방법론이 발전한 것이 최소 18세기 들어서의 일이었고, 철저한 반증과 증거 수집을 위해 현미경과 미생물학이 발전이 뒷받침 되어야 했기 때문에, 무려 19세기까지도 자연발생설은 중론이었다.
다만 특정 생물이 특정 환경에서 그냥 자연발생한다는 이론이 개소리인 것이지, 지구 역사상 최초의 생명체는 결국 자연발생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후술할 신자연발생설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2. 자연발생설의 주장


자연발생설을 처음 주장한 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 그의 주장은 이런 식이었다.
  • 벼룩은 먼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 구더기는 썩은 고기나 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 곤충이나 진드기는 이슬이나 흙탕물 구덩이, 쓰레기, 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 새우장어는 흙탕물 구덩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지금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개소리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모든 곳에는 '생명의 씨앗'이 있고 주변 환경에 맞춰서 생장하여 생물의 형태가 된다는 식의 비교적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임으로서 이걸 무마했다. 사실 당시의 관측기술을 고려해 보면 귀납적 추론에 입각한 합리적인(?) 판단이었기도 하다.
자연발생설의 근거로 삼았던 가장 유명한 실험중에 벨기에의 연금술사[1] 얀 밥티스트 판 헬몬트의 쥐 자연발생 실험이 있는데 이 실험은 다음과 같았다.
  • 밀가루 낱알과 땀으로 더러워진 셔츠에 기름과 우유를 적셔서
  • 항아리에 넣어 창고에 방치하면
  • 쥐가 자연발생한다.
현대의 과학도들이나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일단 외부의 교란 요인을 통제하지 않았고, 실험자가 지속적으로 실험실을 관찰하지도 않았다. 즉 실험의 결과물인 쥐가 스스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바깥에서 들어온 것인지 증명할 방법이 전혀 없다. 현대적으로 보면 실험의 가치가 없는 뻘짓이지만 뭐 당시는 과학적 방법론도 발전하지 못했고 관측 기술도 부족하고 그런 시대였으니 그러려니 하자.[2] 이 실험은 논리야 놀자에서 '귀납 추리를 할 때 주의할 점'의 예시로 실리기도 했다.

3. 자연발생설 부정 실험


일단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도 자연발생설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고, 자연발생설 부정을 위한 대표적인 실험 중 하나로는 1665년 프란체스코 레디의 고기를 이용한 실험이 있다.
  • 2개의 병에 각각 고기를 넣는다
  • 한쪽 병은 방치하고, 한쪽 병은 천으로 덮어서 막는다
  • 그냥 놔둔 병은 구더기가 꼬이지만, 천으로 덮은 병에는 구더기가 꼬이지 않았다
이것으로 '날벌레가 서식할만한 환경을 뚜껑으로 막으면 날벌레가 알을 낳지 못해서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 라는 주장으로 자연발생설이 부정되었다. 레디는 생선으로도 실험했는데, 그의 저서를 보면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중략) 동시에 나는 Barbi라고 불리는 물고기를 구멍이 가득한 박스에 넣었고, 같은 방법으로 구멍을 뚫은 뚜껑으로 닫았다. 4시간 뒤 내가 열었을 때 나는 아주 작은 구더기들이 물고기에 굉장히 많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물고기 관절과 박스 안 모든 구멍 근처에 굉장히 많은 알이 무리지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략)"
1675년에는 레벤후크에 의해 미생물이 발견되었지만, '''미생물의 발견이 오히려 자연발생설에 더 가속도를 붙여주게 된다.''' 애초에 첫 발견 당시 미생물의 생태까지는 별로 연구되지 않았고, 미생물이 어떤 방식으로 번식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또한 미생물은 어디에나 존재하는데다가 어설프게 천으로 덮어주는 정도로는 막을 수 없었으므로 가열한 고깃국물에서 미생물이 발견되는 것을 보고 "미생물도 자연발생한다" 라면서 자연발생설을 지지하는 근거로 이용된 것.
레디의 1684년 책 "Osservazioni intorno agli animali viventi che si trovano negli animali viventi (살아있는 동물 안에서 찾은 살아있는 동물의 관찰)"에 보면 그는 기생충은 알에서부터 발생한다고 적었다. 이는 그 당시 자연발생과 대조되는 가설이었으나 레디는 파리는 자연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반면 미생물은 자연발생한다는 병크를 터뜨렸다.
결국 자연발생설은 200년 뒤인 1861년에야 루이 파스퇴르의 그 유명한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으로 완전히 부정된다.

3.1.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주둥이가 S자로 구부러진 플라스크를 준비하고 안에 고깃국물을 넣는다
  • 열을 가하면서 끓인다
  • 플라스크에 미생물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구부러진 주둥이를 제거하면 미생물이 증식한다
[image]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의 모습
이 실험은 일단 둘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기가 통하는 플라스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파스퇴르 이전에도 자연발생설을 반박하며 '공기 때문에 생물이 번식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한 예로 라차로 스팔란차니[3]란 학자는 유기물 용액을 가열한 뒤 용기를 금속으로 완전히 밀폐하면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연발생을 위해선 공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서 "공기가 없으니 어차피 자연발생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반박을 하였고, 자연발생설을 비판하던 학자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파스퇴르의 플라스크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데 일단 고깃국물안에 있던 미생물은 가열 살균을 통해 없어진다. 그리고 S자로 구부러진 병목 중간에 미생물이 걸려서 공기만 들어올 수 있지 미생물은 플라스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당연히 아무 처리도 하지 않으면 미생물이 들끓게 된다. 이 당시 파스퇴르가 실험한 플라스크는 실험 당시의 고깃국물이 담긴 그대로 파스퇴르 연구소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물론 고깃국물은 부패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실험도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아서 결국 몇가지를 더 거쳐야 했다. 한 예로 파스퇴르의 실험을 반박하기 위해 펠릭스 푸세란 학자는 동일한 실험을 했는데, 이 때 푸세가 선택한 도구는 고깃국물이 아닌 건초의 추출물이었다. 그런데 이 건초 추출물에는 열에 강한 바실루스 균이 있었고, 가열 살균 후에도 남아 있는 바실루스 균이 번식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1876년에 공식적으로 열에 강한 바실루스 균을 발견한 뒤에야 끝마치게 되었다. 어쨌든 파스퇴르의 실험은 일단 자연발생설 부정의 근거를 확립했고, 이 실험 이후 자연발생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 실험에 쓰인 것은 고깃국물인데 과학 관련 단행본 서적이나 인터넷에는 종종 고깃국물이 아니라 우유로 실험했다고 나올 때가 있다. 이는 육수를 사용한 실험 후에 우유 등으로 추가실험을 한 것이 잘못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링크 한편 어린이용 동화집이나 과학 서적에는 또 '스프'라고 적혀 있어서, 오뚜기 수프의 그 걸쭉한 노란색 크림스프를 떠올리는 어린이 독자들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사진에서 보듯 그냥 고깃국물(육수)다.

4. 신자연발생설


찰스 로버트 다윈진화론 이후에 최초의 간단한 생물은 자연발생했고 이것이 진화를 통해 많은 종류의 생물로 변화했다는 신자연발생설이 등장했다. 어찌되었건 모든 생명의 시초인 생명체는 지구 어딘가에서 자연발생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자연발생설에 비하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신자연발생설을 주장한 에른스트 헤켈은 19세기 후반까지의 연구가 모두 유기물질의 분해물을 포함하는 액 속에서의 자연발생을 다루었다고 했으며, 이 자연발생을 'Plasmogonie'라 하고 무기용액 중에서 원시생명의 발생을 'Autogonie'라고 했다.

[1] 연금술사이며 화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이며 의사이기도 했다. 정식직업은 의사였다.[2] 그렇다고 헬몬트가 완전 사이비 연금술사였냐면 그건 아닌데, 물질이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킬 때 그 물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하는 것일 뿐이라는걸 밝힌게 이 사람이다. 가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식물은 흙이 아니라 물이 있어야 자란다는 걸 밝히기도 했다.[3] 의학 및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 관여한 학자로 인체의 소화 작용 원리, 신체 조직의 재생 작용, 혈액 순환 등의 분야를 연구했다. 소화 작용을 연구할 때는, 자신이 먹은 음식을 토한 뒤 그걸 다시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소화의 진행 과정을 연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