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수 규리하
1. 소개
눈물을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충의공 괄하이드 규리하의 사촌동생이자 1세기에 한 번 등장할 지 의심스러운 천재.
2. 생애
원래는 하인샤 대사원에서 조용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가들이 제2차 확장전쟁을 시작하면서 상장군의 지위를 맡아 북부군의 두뇌로 활동하게 된다. 사모 페이를 왕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판단력 등을 보면 굉장히 뛰어난 책략가임을 알 수 있다. 괄하이드와는 스스럼없는 사이로, 면전에서 그를 가리켜 '광대'라고 부른 일도 있다. 의외로 거침없는 성격.
작중 나오는 천재들 중 한 명이며,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할 전술을 쓰는 데 능하다. 유료도로당 보좌관 케이는 이것을 "학자가 전쟁을 하면 그렇게 되는 법이죠"라고 표현했다.[1] 나가군에게는 그의 전략이 전부 형 괄하이드의 전략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제2차 대확장 전쟁이 끝난 뒤에 어느 정도 진상이 알려진 듯하다. 라수 규리하가 천일전쟁을 경고하는 대수호자 키베인에게 '나 라수 규리하가 키보렌의 심장에 작살검을 겨누었을 때 누구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라고 거꾸로 경고하는 장면은 라수 규리하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는 일면. 이밖에도 화신의 가호를 받을 수 없었던 세퀴라도 공방전 당시 절망적인 상황에 몰리자 "내 칼솜씨론 잡병 하나 못잡으니, '''몸에 불을 붙여 높은놈 하나는 확실히 데려간다'''"며 자살특공을 시도하려 하는 등 때때로 불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2]
제2차 대확장 전쟁 때는 꽤나 과감한 전략을 사용했다. 만 오천 명을 희생시켜 가며 가장 전력이 막강한 나가 군단을 엔거 평원으로 유인하여 전멸시킨 후[3][4] 하텐그라쥬를 향해 역사에 없을 진격전을 벌였다. 또한 진격로 상에 있는 나가 도시들의 심장탑을 남김없이 파괴하면서 나가 군단들이 이를 막기 위해 강제로 회군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5] . 그리고 악타그라쥬에서는 희대의 기만전술과 륜 페이와 시우쇠의 능력으로 온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을 통해 나가들을 혼란에 빠뜨리고[6] 덤으로 륜을 악타그라쥬에 혼자 보내 심장탑을 초토화시켰다. 너무 더워서 제기능을 할 수 없을 때 완전히 무너트린 것. 그 결과 하텐그라쥬의 세리스마도 혼란에 빠졌으며 여섯 군단도 단체 패닉에 빠졌다가 몰살당했다. 결국 초인들이 넘쳐난 전쟁에서 단 두사람의 초인만으로 여섯 개의 군단을 한번에 전멸시키는 위용까지 보여준 것.
북부군이 하텐그라쥬 근처까지 진격했을 때 그는 하늘치 유적 등정자들을 만나 그들의 지시대로 환상계단을 이용해 하늘치 등에 올라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환상벽을 통해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다 세계의 비밀을 읽어낸다.[7]
하늘치와 관련된 개념을 다루는 데는 치천제를 제외하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제일 처음으로 이동 계단을 구상해서 사용했으며, 환상벽을 통해 나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케이건 드라카가 살아있는 이유까지 알아내기도 했다.[8][9]
제2차 대확장 전쟁 이후에는 신 아라짓 왕국의 사도 직책을 맡았으며, 규리하 성 지하에 즈믄누리에서 '''방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고'''[10] 말년에 다시 하인샤 대사원으로 돌아갔다. 그런 즉 피를 마시는 새 시점에서는 이미 고인이다.
3. 기타
방대한 양의 저술로도 유명하다. 그의 알려진 작품으로는 '꿈꾸는 도깨비', '왕국의 몰락' 등이 있으며, 비밀 저술로는 '천경비록'이 있다.
군사답게 냉철한 성격이나, 규리하 사람답게 열혈스러운 부분도 있다. 세퀴라도 공방전에서 북부군이 옥쇄하기 직전 시우쇠가 찾아와 역전되었을 때 그만이 물에 젖은 채로 늦게 나타났는데, 그 당시 그는 우물 속에 숨어 있었다고 변명했다. 후에 스스로 고백한 바로는 칼 한 번 제대로 못쓰고 죽느니 차라리 총대장 하나만 잡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온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 뒤 뜨겁게 포옹해줄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시우쇠가 등장. 그래서 시우쇠를 만나려고 일단 기름을 물로 씻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과연 규리하 상무정신.
훗날 후손인 정우 규리하는 괄하이드 규리하와 라수 규리하를 일컬어 '돌아온 왕에게 규리하가 바친 두 개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칭하였다.
의외로 마음이 약한 편이다. 제2차 대확장 전쟁 내내 매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최후의 하텐그라쥬 전투에서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능력이 축지법임이 밝혀졌을 때는 "여신을 구출할 자들의 도착을 기다리면 되었을 것을, 스스로 여신의 구출자가 되어버리려 결심하다니. 이 엄청난 오만은 결국 끔찍한 피를 부른 헛소동을 일으켰군요."라며 진심으로 좌절했을 정도.[11] 이에 대해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너는 세상을 비웃으며 입매가 매서운 학자로 살았다. 그것은 세상 속으로 나가기 두려웠던 네가 선택한 타협안이고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네 방식이니 누가 너를 탓하겠느냐."라고 평가했고 시우쇠는 '내가 신이라고 너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살라고 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면박을 준다.
전작인 드래곤 라자에서 카알 헬턴트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은둔한 독서가, 귀족 자제, 듣는 사람에게 끔찍한 독설가이면서도 여린 마음, 나이 많은 미혼 등의 속성을 빼놓고 보더라도 행한 업적[12] 과 능력을 보면 매우 닮았다.
[1] 하지만 케이의 평은 맥락상 라수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략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라수가 북부에서의 지속적인 항전을 포기하고 건곤일척의 대 반격을 선택한 것에 대한 미묘한 촌평으로 보인다. 이 진격은 참신하긴 했지만, 따져보면 최선을 위한 수가 아니라 '''최악만 피하기 위한 수'''였다. 북부의 각 지방을 이끌던 군웅과 전후 재건의 역군이 될 수많은 북부군을 '''전부''' 소모하고 북부의 전멸만은 막기 위한 공격이기 때문. 성공하면 나가의 침공은 중단되고 대호왕 및 극소수 영주들이 남아있지만, 그 대신 잿더미에서부터 노약자와 종군하지 않은 여성, 아이들만으로 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물론 새 화신이 언제 합류할 지 모르는 상황에 막연히 기다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2] 이 때 몸에 기름을 붓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불덩어리인 화신 시우쇠가 찾아오는바람에 우물에 몸을 던져 기름을 씻어냈고, 덕분에 '우물 속에 숨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고.[3] 참고로 만 오천을 잃는동안 나가측 사망자는 '''200명 남짓'''이었다. 회심의 일격을 위한 희생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상 사모의 말처럼 사기를 유지하긴 커녕 애저녁에 전의상실로 와해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교환비다.[4] 이 때 상대한 마호가니 군단은 '''수호장군이 가장 많은 군단'''으로, 충원 불가능한 자원인 수호장군을 한 번에 가장 많이 사살/포획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전장인 엔거는 사실상 북부의 최 남단 지역으로, '''이 아래로는 나가의 도시밖에 없다'''. 즉, 엔거 전투 한 번으로 적의 전력을 대폭 깎고, 심장탑을 노림을 확실하게 보여 나가들이 북부군을 쫓아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북부에 나가 군단의 공백을 유도해 북부에서 자행되던 학살마저 멈췄다.[5] 나가의 도시는 단순히 근거지 개념이 아니라, '''비유가 아닌 사실 그대로의 의미로 나가들의 목숨 그 자체다'''.[6] 사실 체온을 올려서 땀을 흘리지 못하는 나가들이 못버티고 쓰러지길 유도하려 했지만, 그 이전에 태양이 세 개나 뜬 이상현상과 그로인한 더위로 제정신을 잃어버린 나가들은 '''태양열로 피가 뜨거워진 동족들을 북부군으로 착각''', 사실상 그들 사이의 내분으로 반 이상 무너졌다. 색상을 보는게 아니라 열을 보는 나가의 특성이 예상외의 추가타를 날린 격.[7] 첫 번째 종족이 이미 완전성을 얻고 세상을 떠난 것, 그리고 다른 네 종족 중 어느 한 종족만이 완전성을 얻고 세상을 떠난다면 다른 남은 세 종족은 변화 없는 정체에 빠질 수밖에 없기에 네 종족 모두 동시에 완전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8] 처음으로 환상계단을 이용한 것은 오레놀 대덕과 세 명의 하늘치 탐험대였지만 그들은 초반에 환상제어에 구어를 이용한 반면 라수는 오레놀이 옆에서 노하우를 가르쳐줬다고는 하나, 그 자리에서 곧바로 생각만으로 환상통제에 성공했다. 물론 오레놀의 경우에는 직접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으며, 라수가 처음으로 환상벽을 만드는 장면을 보면 그 역시도 이미 생각으로 환상을 통제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때문에 천경비록과 오레놀의 기록을 모두 읽은 아이저 규리하는 '''천재가 하텐그라쥬까지 하늘치를 데려오고, 또다른 천재에게 넘겨주었다'''라고 표현했다.[9] 환상통제를 빠르게 익힌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응용능력'''이 매우 뛰어났던 것도 특징. 평생 몇 번 뿐이었지만 치천제처럼 영상을 비추는 환상벽을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10] 이렇게 해도 밤의 딸들의 가호가 적용되는지 알고싶었다는듯. 이렇게 옮겨진 방은 규리하령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즈믄누리에 속해있다. 그러나 즈믄누리의 온갖 기기묘묘한 이동방법은 통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즈믄누리에서도 라수의 방으로 바로 이동은 불가능하다. 바우 머리돌은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할 거라고 말하는데, 전작을 아는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작중 등장인물들은 이해할 수 없어 의아해하는 부분.[11] 다만 결과적으로는 의도치않게 이 진격이 '''북부와 나가족, 그리고 네 선민종족의 미래를 살렸다.''' 이 진격으로 북부군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나가살육신이 강림했을 때 시간을 끌어줄 대호왕도, 그가 잊고 있던 것을 깨우쳐 줄 뇌룡공도 없었을것이다. 이 경우 최선이라고 해봐야 시우쇠가 화신들을 전부 죽이고 전령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데, 어디에도 없는 신의 능력 탓에 삐끗하면 '''다른 세 신의 화신만 죽고 나가살육신만 멀쩡한'''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12] 둘 다 남부의 국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북부의 국가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물론 키보렌은 자이펀과 달리 나라가 아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