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행

 

1. 개요
1.1. 실사작품
1.2. 애니메이션
2. 기타


1. 개요


制作進行. 드라마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전체적인 일정 관리와 잡다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책.
제작/총괄을 보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이 직책으로 시작해서 경험을 쌓아 프로듀서연출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제작진행이라는 명칭 자체는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계에서도 통용되는 명칭인 듯하다.
미국에서는 라이카 스튜디오에만 있는 직책이다. 일본의 제작진행에 대한 업무를 두개로 나눠서 제작부의 Associate Producer(제작보조) 또는 총무부의 Production Runner(제작진행) 두 명이 나눠서 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애니메이션 사업부에서 제작진행 업무를 하는 사람은 제2조감독이다. 제2조'감독'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디즈니에서는 조감독을 거쳐서 감독으로 직행[1]한다. 당연히 철저한 성과제에 따르므로 실적이 없으면 바로 해고당한다.

1.1. 실사작품


한국에서는 주로 Assistant Director, AD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그외에 '조감독', '조연출' 등등.
간단히 말해 PD의 조수로서 온갖 잡무를 처리하는 역할이다. 각종 섭외부터 스케줄 관리 및 소품조달, 세팅, 인원관리, 운전, 식당예약, 짜장면 주문, 고기굽기, 커피타기, 안마, 청소, 빨래, 춤, 노래 등등등. '이것은 AD가 하는 일'이라고 정해진 업무는 딱히 없다. 그냥 시키면 무엇이든 하는거다(…). 사실상 촬영장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PD로 가는 스타트라인인만큼 경쟁률은 대단히 높다.

1.2.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작은 프로듀서'로서 제작에 관련해 확실한 비중은 있는 편. 큰 제작사의 경우, 제작진행도 여러 명 있고, 이 중 경력 많은 사람이 제작데스크가 되지만, 작은 제작사에서는 제작진행 1명이 제작데스크 겸임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화로 나누어 방영되는 TV 애니메이션이라면 그중 몇개의 화를 배정받아서 그 화를 제작할 애니메이터를 모집하게 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같은 경우 하나의 회사에서 애니메이션이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특히 애니메이터 같은 경우 스튜디오가 여기저기 분산돼있거나 자택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차를 타고 온갖 동네를 돌아다녀야 한다. 덕분에 운전면허는 필수사항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렇게 작화, 동화, 배경 등 각종 자료가 완성되는대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게끔 뛰어야하는 직책. 한마디로 작품의 스케줄 관리는 상당부분이 이 직책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로 가장 중요한 직책인 것.
마감이 다가오면 지옥이 시작된다. 사실상 잠을 잘 수 없고, 위아래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당하는 꼴이 된다. 작업이 더딘 곳이 있으면 협박을 하든가 무릎을 꿇어서라도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지라 육체와 정신 모두가 만신창이.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재 셀 애니메이션의 작업환경은 대부분 디지털화되었지만, 아날로그로 작업이 진행되던 시절에는 그림을 한뭉치 짊어지고 다녀야 했던지라 힘도 필요했다는 모양. 당장에 그런 모습이 궁금하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진행 쿠로미짱의 쿠로미와 시로바코의 주연인 미야모리 아오이의 모습을 보자. 조금 미화가 되었기는 하지만 그나마 현실에 가까운 편.
필요한 기술은 딱히 없다. 단 다양한 방면의 재능이 요구되며 기본적으로 몸쓰는 일이므로 IQ가 높고, 사회성이 좋고, 체력이 강할수록 하기 쉽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IQ인데 고문관스러운 제작진행이라도 IQ가 상위권이면 어떻게든 버틴다.
또한 동일한 일을 다른 기업에서 하는 거에 비해서 박봉이다. 다른 일반 기업에서 이런 영업 및 잡무를 도맡아한다면 애니 제작사에서 제작진행을 하는 것보단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이런 고되고 박봉인 일인데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건 이 일이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들이 연출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기 때문이다.[2] 나중에 너 연출 시켜줄 테니까 잡일부터 해라 라고 하는 것.[3] 미즈시마 세이지, 나가이 타츠유키, 타카야나기 시게히토, 오노 카츠미, 나가사키 켄지, 쿠도 스스무 등이 제작진행 출신 감독이다. 일본 초밥 장인들이 기술 가르쳐준다고 하고 거의 무급으로 제자들을 부려먹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일본식 장인 주의의 폐단이 애니 업계에서 나타난 사례이다.
반면 작품제작의 등용문으로서는 그만큼 확실한 직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단 여기서 버텨낼 경우 터프함은 보장이 되는 셈이고, 워낙 하는 일이 많다보니 작품제작 전반에 대한 이해도라든가 인맥은 자연스레 쌓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 진행을 어느 정도 하고나면 감독이나 프로듀서를 노리게 된다.
영상 연출에 뜻과 재능이 있다면 제작진행을 통해 연출과 감독으로 올라가게 된다. 영상 연출에 별로 재능이 없거나 콘티를 제대로 못 그릴 정도로 그림 실력이 없는 경우에는 프로듀서를 목표로 한다. 군자금이 있는 사람은 인맥을 살려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2. 기타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대단히 고된 직책으로 악명이 높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지는데다 박봉이기까지한지라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 피로 속에서 쉴새없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철에서 졸다가 잠들어 버리거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대신 다른 거 다 필요없고 IQ만 높아도 문호가 열려 있으므로 지원하기는 쉽다.
때때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영화 방자전 촬영도중 조감독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4], 일본에서는 A-1 Pictures에서 근무하던 제작진행이 퇴사후 자살하여 산재처리되어 화제가 됐었고, 매드하우스에서도 제작진행이 월 100시간이 넘는 잔업을 하다 결국 쓰러져 산재처리 받은 적도 있었다. 덕분에 이 직책에 필요한 재능은 오로지 체력과 인내심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 사실 이거저거 동시에 할정도면 지능은 검증됐다고 봐야하니.

[1] 디즈니는 세대교체가 빨라서 20대 후반에 영화/애니메이션 감독도 할 수 있다.[2] 애니메이션은 영화드라마와 달리 촬영에서 연출 및 감독으로 올라가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애니메이션의 촬영은 영화에 비해서 하는 일이 매우 적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 대부분이라 이쪽에서 인맥이나 창의성을 키우기는 힘들다.[3] 다만 대부분이 이런 고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짧으면 반년 안에 이직한다. 즉, 경쟁률은 높지만 정작 이 분야로 취직한 사람들 중 상술되어 있는 연출이나 감독으로 승급한 사례는 경쟁률 및 직업의 인기에 비해 잘 없다는 것이다.[4] 사실 조감독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드라마/영화 제작 현장은 미칠듯이 빡세다. 제대로 된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은 것. 이 업계의 남녀 성비 문제도 근본적으로 여기서 기인하는 부분도 적지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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