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애니메이션

 


1. 개요
2. 상세
3. 특징
4. 셀 애니? 디지털 애니?
5. 제작 과정
5.1. 기획과 시나리오, 설정
5.3. 원화와 원화작감(작화감독)
5.4. 동화와 동화작감
5.5. 스캔(트레이스)
5.6. 채색과 컬러검사
5.7. 촬영과 편집
5.8. 음향과 더빙
6. 관련 문서


1. 개요


Cel Animation, セルアニメ
위에 그린 여러 장의 그림을 카메라로 촬영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제작 방법.

2. 상세


여기서 셀이라는 말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1]로 된 투명판을 의미하지만 오늘날에는 투명한 플라스틱지를 의미할 뿐 재료에 대한 명칭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셀 애니메이션은 작화가가 셀 위에 그린 연속적인 그림을 한 프레임씩 끊어서 촬영한 후 정상 속도로 재생함으로써 연속적인 움직임을 창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원리는 필름 카메라의 기본 속성을 이용한 것으로, 필름 카메라가 포착하는 영상은 사실 정지된 이미지일 뿐 그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필름 카메라는 1초에 24장의 연속적인 정지 영상을 기록하는데 그것이 재생될 때 사람들은 이미지가 움직이는 것으로 인식한다.
셀이 애니메이션의 재료로 등장한 이래 가장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형태가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셀은 다루기 쉽다. 셀 연필, 셀 페인트, 잉크 등으로 그릴 수 있으며 선과 모양을 그 위에 복사할 수도 있다. 경제성도 셀의 장점이다. 4장의 셀을 하나의 장면에 결합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개별 셀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다른 셀이 움직이는 동안 어떤 셀은 정지한 채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얼굴은 그대로 두고 입만 움직이는 장면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월트 디즈니가 만든 기념비적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를 비롯해 디즈니가 만든 대부분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셀 방식을 이용한 것이며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로 평가받는 캐나다의 프레데릭 백(Frédéric Back)의 〈나무를 심은 사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1987)도 불투명 셀 위에 테레빈유를 사용한 컬러 연필로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3. 특징


짧은 필름을 제작할 때 셀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의 작업으로도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많은 인원과 경비,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셀 방식의 특성상 한 편을 위해 그려야 하는 셀 수가 엄청나게 많고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하며 또 그것을 한 장씩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한 기법으로는 리미티드 애니메이션(limited animation)과 단순 셀 애니메이션(simplied cell animation) 등이 있다.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1초간 촬영하는 그림의 매수를 줄여 움직임을 투박하게 묘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TV 방송을 위한 애니메이션 연속물에 많이 쓰인다. 단순 셀 애니메이션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셀 위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외곽선을 그린 후 색칠하지 않는 방식이다.
90년대 후반까지 아날로그 형식으로 만든 셀 애니메이션들은 기술적인 문제나 여러가지들로 인해서 대부분의 애니들이 화면 자체의 미세한 움직임(영상 지진)과[2] 먼지같은 점(영상 먼지), 잔상(프레임 혹은 필드 고스팅) 같은 것으로 도배되어 있다. 화질이 좋으면 그것이 더 도드라졌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로보트 태권 V를 보면 현상이 더 심각하다.
최근에는 종래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셀 애니메이션을 디지털화하여 작업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즉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디지털로 수용한 것인데, 과거 동화를 제작한 후 수정 작업과 검사, 선화 등을 거쳐 셀에 복사하는 과정을 많은 인원이 수작업으로 수행한 데 비해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업은 동화를 스캔(scan)하여 한 장 한 장의 이미지를 데이터화한 후 채색과 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인원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처

4. 셀 애니? 디지털 애니?


인터넷 문서를 보면 셀 애니와 디지털 애니, 2D 애니와 3D 애니가 혼용되어 쓰이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셀 애니'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른 차이다.
셀 애니를 '수작업 그림'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면 지금도 일반적인 애니메이션(특히 일본)은 대부분 셀 애니메이션이다. 물리적인 셀이 컴퓨터 프로그램 상의 레이어로 바뀌었고, 후반의 촬영을 아날로그 카메라가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한다는 점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디지털 셀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하는 측면에서 셀 애니를 이해한다면 셀 애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다. 이 경우 일반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은 2D 애니, 픽사와 디즈니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3D 애니라고 할 수 있다.

5. 제작 과정


회사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순서가 약간은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은 순서를 따른다.
기획시나리오설정콘티L/O(러프화 또는 제1 원화) → 연출 → L/O작감 → 원화(제2 원화) → 연출 → 원화작감 → 색지정 → 동화 → 동화작감 → 스캔(트레이스) → 채색 → 컬러체크 → 촬영 → 편집 → 음향 및 더빙.
여기서 L/O부터 촬영까지를 프로덕션, 그 이전을 프리프로덕션, 그 이후를 포스트프로덕션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끔 연출 다음에 총연출, 작감 다음에 총작감 등의 과정을 덧붙이기도 한다. 당연하지만 검수 과정이 많을 수록 제작 속도는 느려지고 퀄리티는 상승한다.
이외에 캐릭터 디자인(총작감이나 감독/연출이 겸함), 미술감독(배경을 만듦), 조명감독 등의 작업도 존재하지만 큰 틀은 대략 저렇다.

5.1. 기획과 시나리오, 설정


기획 단계는 자금 조달이나 내용의 결정 등 제작의 개시에 도달할 때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어른의 사정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이 단계에서 어떠한 인원 체제로 제작을 실시하는지까지 다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맥이 작용하여 주요 제작진 중 누군가가 다른 스태프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3] 당연히 같이 작업한 적이 있는 사람들끼리 만드는 게 서로 편하기 때문.
이후의 시나리오와 설정 부분은 흔히 아는 그것 맞다. 각본가나 기타 작가 등이 전문적으로 작성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감독이 이 영역을 맡을 수도 있다. 시나리오 라이터 출신의 감독이라면 거의 대부분 감독이 이 단계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5.2. 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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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후루아야세 치하야
방송국이나 영화 및 드라마 제작에서 자주 쓰이는 그 콘티가 맞다. 콘티는 대략적인 움직임과 구도, 쉽게말해 앞으로 만들 애니메이션의 가이드라인이 될 그림을 말한다. 즉, 설계도 같은 것. 영화나 드라마에서 쓰는 일반적인 콘티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워크와 대사가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한다.[4] 영어권에서는 스토리보드(Storyboard)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에콘테(絵コンテ, 그림 콘티), 간단하게 줄여서 '에콘'이나 '콘테'라고도 한다. 에피소드당 배당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TVA 기준으로 감독이 직접 콘티를 그리는 건 첫 화와 마지막 화 정도지만,[5] 일부 자신이 있는 감독들은 아예 모든 에피소드의 콘티를 혼자서 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6]

5.3. 원화와 원화작감(작화감독)


셀 애니메이션에서 원화는 애니메이션의 '''축'''이 되는 그림들을 말한다. 축이라는 용어가 감이 잘 안 잡힌다면, 영문으로는 키액팅, 키프레임, 키포즈라고 한다. 말 그대로 동작의 키를 잡아 움직임의 흐름을 만드는 일이 원화고, 그 키포즈 사이의 과정을 채워 그리는게 동화다. 당연히 원화가의 실력이 미숙하거나 일처리를 대충해서 키포즈의 간격을 넓게 그려 퉁쳐버리면 동화가들의 부담은 커지고 퀄리티는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단순히 걷는 장면만 예로 들어도 캐릭터가 왼손 뻗은 원화 한 장, 오른손 뻗은 원화 한장 그려서 넘겨 버리는 것 보단 중간에 양 팔이 교차하는 원화를 한장 더 그려주면 더 안정감 있고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보통 그냥 '원화' 하나로 끝날 일이지만,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제작사들이 제작하는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스케줄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제2 원화 시스템이라고 하여 '제1 원화'와 '제2 원화'가 나뉘어지는 추세다. 제1 원화와 제2 원화라고 부르는데 제1 원화는 러프 원화(레이아웃+대강의 움직임), 제2 원화는 제1 원화를 스케줄의 문제로 완성할 수 없게 됐을 때 제1 원화의 선을 정리하여 원화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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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타케우치 테츠야가 그린 소드 아트 온라인키리토.[7] 러프화라고도 부르는 제1 원화는 카메라 가이드 틀과 기타 가이드 선이 인쇄되어 있는 'L/O지(레이아웃紙)' 에 그림을 그리고 러프한 움직임을 그리는 작업이다. 이 단계에서는 콘티보다 조금 더 자세한 움직임을 그려주는데, 한 장은 꼭 배경이 그려져 있고 카메라 틀도 거의 꼭 표시가 되어있다. (모든 컷에 없고 한두 장에만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참고로 배경과 인물, 도구를 따로 그리는 것은 셀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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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원화는 러프화의 선을 깨끗하게 잡아주는 과정이다. 여기까지가 실질적인 원화 작업. 한국에서는 제2 원화 또는 그냥 원화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니겐(2原, にげん)이라고 말한다.(간혹 '클린업'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그림자의 위치와 인물이 또렷해야 한다. 그림자나 인물 구분을 위해서 색깔이 예쁘게 칠해져 있는 것이 대다수이다. 물론 이건 구분용으로 칠해 놓은 것이지 채색 과정은 아니다.
국내에서 미국 애니메이션 하청을 받는 회사의 경우엔 제2원화 단계에서 전반적으로 원화를 수정하는 과정을 한번 더 거친다. 단순히 선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이목구비부터 동세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시 짜맞추는 경우가 많다. 일본 애니에 비해서 미국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형태가 단순하기 때문 이기도 하다.[8] 대신에 이미 제 2원화 단계부터 원화를 수정할 책임이 부여되고 액팅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미국 애니 특유의 특성 탓에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다. 일본 애니는 형태가 복잡한 대신에 도매셀이라고 불리는 입만 움직이는 컷이 많은 편에 속하고 미국 애니는 형태가 단순한 대신에 단순한 대화 씬이라도 어깨, 팔, 골반이 수시로 움직인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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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작감 전
원화작감 후
원화작감을 거치게 되면 이렇게 변한다. 위 캐릭터는 글라스립의 타카야마 야나기.
원화작감은 원화작화감독의 줄임말이지만 작화감독이라고 부르는 경우보다는 그냥 '작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원작을 본다'라고 하는편이지만. 원화작화감독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일본에서는 그냥 '작화감독'이라는 용어를 써'작감을 본다'라고 한다.원화작감 과정은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데, 원화는 한 사람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참여해서 그림이 다른 것이 당연하므로 그 제각각의 그림을 하나의 화풍으로 통일하는 과정을 '원화작감'이 담당한다. 각 화에서 작붕이 나오냐 안 나오냐는 대체로 이 원화작감의 실력에 달려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욕을 대차게 먹고 BD에서 수정을 거하게 한다. 자세한 것은 작화감독 문서 참고.
작감 과정은 얇은 색지에 그림을 그려 얹는 과정인데, 이때 색지를 '간지(間紙)'라고 한다(일본에서는 '合紙'도 쓰는데, 둘 다 ‘あいし’나 'あいがみ'라고 읽는다.). 너무 얇아서 잘못 만지면 찢어지니 조심해야 한다. 이 간지는 '수정을 봤다'라는 암묵적인 룰이고 이 이후의 과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인 간지'를 참고하여 그림을 그리게끔 되어있다. 간지의 색깔은 다양한데, 각 작품별로 최종체크자(대체로 총연출 혹은 총작화감독)의 간지 색깔이 다르니 꼭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확인을 해야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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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원화의 컷수는 대략 이렇다.[출처]
컷 수가 많아질수록 제작비용 또한 올라간다. 또한 영화의 필름처럼 리테이크 할 경우도 당연히 비용으로 돌아온다. 때문에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나 뱅크신 등으로 컷 수를 줄이는 것이 곧 제작비를 낮추는 열쇠가 되었다.
2020년 애니메이션 회사의 평균 컷 수는 250에서 300컷으로 많이 늘어난지 오래되었으며, 일반적인 추세도 400-500컷이 테레비컷의 액션 작품 평균화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테레비 기준컷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내용이 짧고 퀄리티가 높은 작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반적인 일본의 20분짜리 심야 애니메이션에 투입되는 원화 관련 스태프의 수는 한 화에 2~30명쯤. 그리고 스태프롤에서 이 원화 스태프의 머릿수를 세어보면 해당 작품의 제작 상황이 어떤지 대강 알 수 있다고들 한다. 한마디로 많을수록 스케줄이 촉박한 상황이고, 적을수록 스케줄이 널널한 상황이라는 이야기. 물론 작화 완성도는 스케줄이 널널한 쪽, 즉 원화 스탭의 수가 적은 작품들이 좋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상 퀄리티로 유명한 제작사인 ufotable쿄애니를 비교해보자면, ufotable은 한 에피소드의 원화에 거의 100명 가까운 인력을 투입하면서도 '스탭들의 잠을 재우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는 반면, 넉넉한 스케줄 관리로 유명한 쿄애니의 경우 한 에피소드의 원화가가 대부분 10명 안팎이다. 가장 많은 정성이 들어가기 마련인 1화의 경우 그 절반인 5명 정도.
미국 애니메이션에는 작화감독이라는 직책이 없다.[10] 또한 일본에 있는 '총작감' 직책 역시 미국에는 없다. 일본의 경우 하청을 넣은 컷이 완료되면 각각의 하청회사들이 작감을 거쳐 수정한 그림을 총작감이 또 전부 뜯어 고친다. 예를 들어 4개 회사에 하청을 넣을 경우 각각의 회사에서 최소4명의 작감을 거친 컷이 돌아오는 꼴이니 결국은 또 작감마다 그림을 수정한 포인트가 다 다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한명이 본청에서 통일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스케줄이 아주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원화와 동화 전체의 디자인을 이미 하청단계에서 완성 시켜 보낼 것을 요구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얄짤없이 리테이크를 내 버린다. 그러면 결국 국내 하청회사에선 다시 연출감독->원화가->제2원화-> 원화작감->동화가->동화작감->연출감독 순으로 재작업이 진행되어 발주를 다시 넣게 된다.
일본과 미국의 작화 관리의 차이는 자본력의 차이점이기도 하고 시스템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일본 특유의 아니메풍 그림은 아무리 그런 매체에 오래 노출되어 있더라도 결국 타국의 작업자가 온전히 재현해 내기 어려운 화풍이다. 또한 대부분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만화의 흥행세를 활용해 윈윈하는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원작 팬층의 그림에 대한 기대치도 충족시켜야 한다. 이 문제를 하청에 떠맡기고 손놓고 기다렸다가는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원청에서 어떻게든 최종책임을 져야만 하는 구조인 셈.[11] 반면 미국은 원작 코믹스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시나리오만 따오고 화풍은 회사에서 주로 쓰이는 스타일을 고수한다. WB의 DC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이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일관적인 스타일의 화풍을 오랜기간 고수해 왔기 때문에 같이 작업해 온 하청회사들 역시 협업의 역사가 길어 화풍을 재현하기 수월하고 자본력이 뒷받침 되니 몇번을 리테이크 내도 거기서 생기는 자금유출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
즉 이러한 작화감독과 원화의 구조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유의 시스템이다. 컷 단위로 원화의 분량이 배분되는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미국의 애니메이션은 컷이 아니라 캐릭터별로 원화가 나뉜다. 예를 들어 A라는 캐릭터가 있을 경우 이 A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명의 애니메이터가 그리게 된다. 덕분에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작화감독 없이도 캐릭터 한명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그림체가 통일된다. 그러나 국내의 미국 하청 애니메이션, 소위 '미국일'은 일본식으로 컷단위로 제작한다.[12]
업계에 드물게 보이는 '1인 원화'도 있다. 말 그대로 한 에피소드에서 한 명의 애니메이터가 모든 원화를 혼자 그리는 방식으로 동화 등의 작업은 당연히 다른 스태프들이 담당하지만 원화만으로도 굉장한 양임에도 이걸 혼자서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고 손이 빠르다는 뜻. 대표적으로 아오야마 미츠루, 에바타 료마, 오오시마 에니시 등의 애니메이터들이 1인 원화로 유명하다. 이 정도 능력자들의 경우 보통 1인 원화뿐만 아니라 해당 에피소드의 콘티, 연출, 작화감독까지 직접 맡을 때도 많다.

5.4. 동화와 동화작감



동화는 원화 사이에 동작을 끼워넣어 움직이는 것처럼 만든 그림이다. 원화가가 그린 원화와 원화 사이에 자잘한 그림들을 끼워넣어 이어지게 만드는 것. 러프화나 제2 원화와는 다르게 스캔을 떠서 컬러를 칠해야 하므로 구분용 색을 칠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동화 파트는 가장 중요한 파트지만 가장 경시되는 과정이다. 전체 과정중에서도 가장 힘든 축에 속하고, 주로 말단 직원이 하는 일이다. 사실상 노예 취급. 물론 모든 동화 파트 직원이 말단인 건 아니다. 원화맨들이야 구도를 짜고 움직임 연출을 하는 자신들이 가장 힘들고, 고작해야 따라 그리기나 하는 동화맨들이 머리가 아플 일이 뭐가 있겠냐 하지만 따라 그리는 작업도 꽤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같은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야 하니까. 더군다나 앞에서 실수한 것들을 땜빵하느라 힘든 부분이 굉장히 많기도 하다. 프로 정신을 가진 동화맨이라면 앞에서 작붕난 것도 전부 깨끗하게 고쳐주고 중간 나누기가 안 되어 있으면 그것도 채워주고 한다. 그래서 동화 파트 직원들은 애니를 만드는데 애니 볼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그 동화를 한 번 더 체크하는 것이 '동화작화감독(동화작감)'이다. 여러장으로 이루어진 동화의 움직임이나 작붕을 체크하는 위치인데, 플립북 애니메이션처럼 종이를 빠르게 넘기는 과정을 주로 한다. 이 과정을 '동화지를 튕긴다'라고 한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립북 애니메이션과 실제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일본에서는 동화작감이라는 말보다 '동화검사'라는 말을 쓰는데, 따라서 보통 그냥 '작감'이라고만 하면 일본에서는 원화작감을, 한국에서는 동화작감을 뜻한다.[13] 한국에서 동화작감을 '동화검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5.5. 스캔(트레이스)


이렇게 완성된 동화는 스캐너에 넣어 스캔을 뜨는데 현재는 모든 애니메이션이 이 단계 이후부터는 디지털로 작업하기 때문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과정이다. 대체로 'trace man'[14]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스캔을 뜨고 단순 선화를 시킨다. 선화는 선 부분만을 데이터로 남기고 종이 부분은 공백으로 만드는 작업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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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캐릭터는 최근 여동생의 상태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만칸자키 미츠키.
이 과정을 일본에서는 '2직화', 한국에서는 '선을 본다'라고 한다. 위 움짤처럼 선만 깔끔하게 나와야 하기 때문에 동화에서는 색을 칠하지 않고 선만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5.6. 채색과 컬러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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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은 시로바코 2화에서 나온 채색 장면. PaintMan을 사용하였다.
데이터화한 그림을 프로그램으로 색을 칠하는데, 보통 RETAS[15]의 툴 중 하나인 PaintMan이라는 프로그램을 잘 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그림판으로 페인트를 붓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물론 매치라인 끊기, 선 정리 등 들어가면 복잡한 부분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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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캐릭터는 유루유리미라쿠룽
스캔하고 클리어링한 작화에 색을 입히는 단계로 색채 설계라는 직종이 이러한 색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때 각 캐릭터별로 어떤 색깔을 칠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규칙이 있는데 이것을 '칼라모델(색샘플)'이라고 한다. 색샘플 지정은 원화 다음 과정인 동화 과정을 하는 동안 진행한다. 주로 위 사진처럼 만들어져 있으며, '대낮' '실내' '밤'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채색용 이미지 파일은 몇 화, 몇 번 등으로 폴더 구분이 되어 있고 각 장면마다 '색지정'이라는 것을 함께 주어서 해당 폴더의 해당 캐릭터를 가져다 칠을 하면 된다.
이 과정을 한국에서는 '컬러'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仕上げ(시아게, 본래 '완성'이라는 뜻)'라고 한다.
컬러작업 역시 여러 사람이 진행을 하는데, 색이 잘못 칠해진다든지 다른 색을 칠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걸 체크하는 과정을 일본에서는 '셀검'이라고 하며, 담당자를 '치프'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칼라팀장'이라고 부른다. 셀 애니메이션 시대엔 애니메이션용 특수물감을 셀 뒷면에 칠했는데[16] 지금은 적어도 TVA 작품에서 물감으로 칠하는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고 전부 이렇게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들 찾는 과정인데, 진입장벽은 비교적 낮지만 의외로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대체로 컬러치프가 '색지정'을 함께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며, 단지 컬러 치프가 색지정을 겸할 뿐이지 색지정과 컬러팀장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
의외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 여부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작업이다. 작화가 나쁘다는 애니 중에서 실제 작화 퀄리티는 무난한데 채색 문제로 낡아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채색 작업이 아날로그에서 점차 디지털화되던 과도기였던 2000년대 애니메이션들이 채색 문제로 작화가 낡아보이는 착시 효과가 많이 일어났다.

5.7. 촬영과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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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은 시로바코 2화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 촬영 장면이다. 애프터 이펙트를 쓰고 있다.
촬영 작업은 과거에는 주로 전용 촬영대에서 셀화들을 올려놓고 상단에 설치된 필름 카메라로 한컷씩 촬영하는 형태였지만 디지털로 넘어가고 나서는 '애프터 이펙트' 프로그램이 자주 사용된다. 그림을 여러장 얹고 타이밍 맞춰서 움직이거나 효과를 넣는 등, 영화나 매드무비 제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이다. 물론 매드무비 만드는 것보다야 훨씬 어렵다. 요즘은 3D 작업을 조금씩 섞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옛날에는 대형제작사 위주로 '소프트이마지(Softimage)'라는 프로그램을 많이 썼으나 최근에는 3ds Max를 주로 쓴다.
과거 필름 촬영 시절에는 작업이 완료되면 보통 셀화는 폐기하고 필름을 보관하기 때문에 (재방영이나 재개봉, DVD/블루레이 발매 목적으로) 디지털 리마스터할때는 주로 필름을 스캔하여 작업한다. 이시기의 일본 TV 애니메이션 상당수는 DVD와 블루레이의 화질차가 체감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당시 (비용상의 문제로) TV 애니메이션 촬영용 표준 필름이었던 16mm 필름의 해상도 한계 때문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DVD와 블루레이의 화질차가 꽤 나는 경우(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나, 90년대 후반 아날로그 말기의 고퀄리티 작화로 유명한 TV 애니메이션들)는 십중팔구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애니메이션이다. 가끔 오프닝/엔딩 영상과 본편 영상의 화질차가 심한 애니메이션 블루레이도 있는데 이것도 십중팔구 오프닝/엔딩만 35mm 촬영이고 본편은 16mm 촬영인 케이스. 디지털 채색으로 넘어가고 나서도 촬영 작업을 SD 해상도로 한 애니메이션은 블루레이를 낼 때 업스케일링을 하거나 그냥 SD 해상도로 수록하는 대신 한 디스크에 많은 화수를 집어넣기 때문에 DVD와 화질차가 크게 나지 않는 편이다.

5.8. 음향과 더빙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아는 과정. 특히 음향 과정은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제작의 그 과정과 거의 똑같다. 여러가지 효과음, 배경음을 입히고 믹싱을 하는 과정이다.
더빙의 경우 여러모로 힘든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에서 채색도 안 된 채 그냥 동화 단계만 끝내고 하기도 한다. 즉 반드시 영상이 완성되어야 이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빙에도 선녹음과 후녹음으로 나눠지는데 이건 더빙 항목 참고.

6. 관련 문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시로바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여고생들의 청년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이다.
이 게임의 모든 애니메이션은 죄다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것도 직접 종이에 그려서.

[1] 한국에서는 아스테이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작전병/행정병 출신이 아는 그거 맞다.[2] 화면 테두리를 보면 그것이 더 드러난다.[3] 예로 본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콘크리트 레볼루티오 초인환상에서는 시리즈 구성 겸 원작자인 아이카와 쇼강철의 연금술사에서 같이 작업했던 애니메이터 이토 요시유키에게 다시 캐릭터 디자인을 맡기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었다.[4] 영미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는 카메라워크와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동작 타이밍을 기록하는 익스포저 시트(X-sheet)가 따로 있다.[5] 그래도 직접 콘티 수정을 하기도 하는데, 일례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 콘티에 참여했던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후배인 나가사키 켄지(히로아카의 감독)에게 자신의 콘티가 왕창 수정당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6]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2기, 학생회의 일존 Lv.2, Code : Realize ~창세의 공주~, 히나마츠리(만화) 등.[7] 영상[8] 바꿔 말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형태가 너무 복잡해서 러프하더라도 원화가가 최대한 꼼꼼하게 그려서 선만 정리하면 되는 형태로 작업을 넘긴다.[9] 미국일을 하는 제2원화는 이러한 특성탓에 원화와 콘티, 레이아웃(일본은 레이아웃과 원화를 동의어로 쓰는 경향이 있으나 미국은 레이아웃과 원화가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을 삼중으로 교차검증 하면서 뭐가 더 나은지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잦다. 콘티에서 반측면에 비슷하게 그려진 캐릭터가 레이아웃에선 아예 반측면으로 그려지고 원화에선 정면으로 그려진 경우, 각각 감독과 원화가의 해석이 들어간 결과물 일테지만 2원화로 넘어 가면 또 자의적 해석을 진행해야 한다. 작감에게 물어보고 작업하는게 가장 확실하나 감독이 부재중일 시 직접 릴까지 뜯어보면서 흐름에 더 어울리는 동세로 고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출처] : 이번 브로리 영화 원화 컷수에 대해 간략하게 (2018.10.10)[10] 해외에서는 일본식의 작감을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번역하고 있으나 미국의 애니메이션 디렉터는 연출감독을 의미한다.[11] 이 구조를 악용해서 몇몇 하청회사의 애니메이터들이 말 그대로 그림을 개발새발로 그려서 넘겨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어차피 자신이 아니어도 작감이 고칠 거고 작감이 고쳤어도 총작감이 또 고칠텐데 뭐하러 시간을 많이 빼냐는 개똥철학 마인드로 일하면 이렇게 된다.[12] 돈은 시간단위로 받는다. 예를 들어서 B 8 번 컷이 4초짜리 컷이고 초당 컷의 원화 단가가 2만원 이라면 해당 컷은 8만원 짜리 컷이 되는 것.[13] 한국에서는 원화작화감독을 '원작' 이라고 부른다.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림체를 통일시킨다는 점에서 어감 그대로의 원작과도 의미가 어느정도는 통용된다.[14] CELSYS 사의 RETAS STUDIO라는 제품군에 포함되어 있다.[15] 클립 스튜디오로 유명한 CELSYS의 애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16] 뒷면에 칠함으로서 물감에 선이 가려지지 않고 유지되며 붓자국이 그림에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