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르메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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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벨기에의 가톨릭교회 사제이자 천문학자다. 에드윈 허블 이전에 먼저 우주의 팽창과 빅뱅 우주론을 최초로 발표하였다.
2. 상세
벨기에의 뢰번 가톨릭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던 르메트르는 1927년 즈음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의 해 (다양체의 계량) 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주의 팽창이 수학적으로 가능함을 보였고, 허블의 법칙을 유도했다. (소련의 프리드만도 비슷한 시기에 독립적으로 오늘날 르메트르-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 계량으로 알려진 해를 연구했다.) 관측을 통해 팽창의 증거를 실제로 확인하고 허블 상수를 계산한 것이 2년 뒤의 허블이며, 후에 르메트르는 이를 발전시켜 빅뱅 이론 (더 나아가 우주의 가속 팽창(!))을 제안한다. 조지 가모프 역시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르메트르의 회상에 따르면 허블의 관측 전 열린 학회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 이야기했을 때 그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나, 물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프리드만이 비슷한 계량을 얻었다는 소식도 르메트르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허블의 발견이 알려진 후에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결과를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에딩턴과 함께 미국에 그의 연구가 알려지도록 힘썼다.
그러나 당시 우주론의 주류는 정상우주론이었고, 그가 주창한 빅뱅 이론이 창세기의 천지창조 곧 ‘빛이 있으라’를 연상케 하는데다 하필 르메트르가 가톨릭 사제였기에, 빅뱅 우주론은 당시 과학계의 심정적 저항을 크게 받았다.[1] 이에 르메트르는 성직자였지만, 과학으로서의 우주론과 신앙으로서의 창조는 전혀 연관이 없으니 선입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과학계를 설득했고, 교황 비오 12세가 자신을 밀어주는 것도 난감해 하면서 빅뱅 우주론과 신앙을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교황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허블이 우주팽창의 발견으로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고, 르메트르의 논문도 1931년에 영어로 번역됐다. 그런데 르메트르는 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주 팽창과 관련된 부분을 '''빠트렸다'''. 여기에 대해서는 르메트르가 논문 편집자에게 보낸 코멘트가 있는데, 허블 법칙과 관련된 부분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번역하지 않았다는 것. 영어 번역본은 '허블이 이미 인기 스타가 된 뒤인 1931년에 나왔기 때문에 이미 널리 밝혀진 사실을 다시 쓸 필요가 없다'고 본인이 판단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과학적 발견을 하는 데 첫 번째 발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의 발견은 비교적 덜 알려진 채 허블만이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이러한 뒷사정으로 인해 현대에도 몇몇 학자들은 허블 법칙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부르기도 한다. 2018년 10월 26일 국제천문연맹(IAU)은 모든 회원들의 전자 투표 결과 78%의 찬성을 얻어 허블의 법칙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바꿔 부르기로 하였다.
르메트르는 후에 교황청 과학원장까지 역임한다. 20세기의 가톨릭 교회가 자연과학계를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전향적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
3. 아인슈타인과의 관계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를 열렬히 지지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때문에 그는 동적 우주론을 주장한 학자들을 정말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그 대상에는 르메트르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동적 우주론을 최초로 주장한 소련의 수학자 프리드만의 저서를 읽고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르메트르가 6차 솔베이 학회를 끝내고 학회장을 나서는 아인슈타인을 붙잡고 동적 우주를 주장한다. 위에 상술한 바와 같이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이론이 계산적으로는 맞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는데, 이때 '''끔찍하다'''는 표현을 곁들이며 르메르트를 정말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나중에 허블에 의해 동적우주론이 옳았음이 확립되고 르메트르가 UCLA에서 강연을 할 때, 강연이 끝나고 그 자리에 있던 아인슈타인이 벌떡 일어서며 ''''자신이 우주의 탄생과 관련해서 들었던 이론 중 가장 완벽한 이론''''이라는 말을 했다... 이후 아인슈타인과 불편하지만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고 알려진다.
[1] 당시 주류였던 정상우주론은 우주가 예전부터 그 상대 그대로 변함없이 그대로일 것이라는 이론이기 때문에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개념은 창조론자들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현대의 편견과는 반대로 우주가 만들어진 시점이 있다는 이론인 빅뱅은 사람들에게 성경의 천지창조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