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급 전함
1. 개요
카가급 전함은 일본에서 건조계획되었던 전함이다. 전함으로 건조중에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으로 인해 취소되어 폐기될 예정이었으나, 카가는 항공모함 개장공사 도중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대파된 아마기를 대신하여[1] 항공모함으로 개조되었으며 토사의 경우는 예정대로 폐기 처리되어 표적함으로 처분되었다. 그래서 본래 전함이었기 때문에 전함에 붙이던 번국 명칭인 카가를 항공모함에도 그대로 사용한다.[2] 본래 아마기급 순양전함의 자매함이었던 아카기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순양전함의 산 이름 명칭이 항공모함에 붙은 것. 이런 사례는 뒤에 한 번 더 나온다. 바로 야마토급 전함 3번함으로 나올 예정이다가 항공모함 부족과 예산 부족으로 항공모함으로 개장했으나 완성도 못하고 마무리 작업하러 가다가 단 한 척의 잠수함이 쏜 어뢰 네 발을 맞고 격침 당한 해전 역사상 최단명 함 시나노.
여담으로, 강제징용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군함도는 해당 섬을 옆에서 보면 이 카가급 전함과[3] 실루엣이 닮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2. 제원
계획에 따르면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 유형 : 고속전함
- 배수량 : 39,900톤(일반), 44,200톤(만재 배수량)
- 길이 : 234.1m
- 너비 : 30.5m
- 홀수 : 9.4m
- 기관 : 91,200 shp(68,800 kw)
- 보일러 : 수관 보일러 12기
- 추진기 : 4기
- 터빈 : geared 증기 터빈 4기
- 속력 : 26.5노트
- 항속거리 : 16노트(시속 30 km)로 5,500 nmi(10,200 km)
- 무장
- 41 cm 2연장 주포 5기
- 14 cm 단장 부포 20기
- 7.62 cm 단장 대공포 4기
- 61 cm(24인치) 어뢰발사관 8기
- 장갑
- 측면장갑 15도 기울기의 280 mm(11.0인치) VC 스틸
- 갑판장갑 102 mm(4.0 인치) 2.5 인치 NVNC 스틸 +1.5 인치 HT 스틸
- 포탑 305–229 mm (12.0–9.0인치)
- 방뢰격벽 280mm~228mm (11 인치~9 인치)
- 함교 356 mm (14.0인치)
3. 배경
88함대 계획을 세운 일본군은 전함 8척과 순양전함 8척을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일본군은 나가토급(16인치×8문)을 시작으로 카가급과 키이급, 아마기급(16인치×10문), 13호급(18인치×8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1917년 나가토급의 건조를 시작으로 카가도 건조되기 시작했는데 이 즈음 유틀란트 해전이 일어났고 여기에서 순양전함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은 카가의 장갑을 강화하기로 했다. 원래는 1923년 진수될 계획이었으나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으로 취소되어 토사는 표적함으로 처분되고 카가는 지진에 의해 대파된 아마기를 대신해 항공모함으로 개장되지만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SBD 돈틀리스의 공격으로 침몰된다.
카가급의 경우 설계도상으로 개발 중이었던 410mm 3연장 함포와 2연장 함포를 두 기씩 혼용하여, 총합 10문의 화력을 유지하되 포탑의 개수를 4기로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3연장 함포에 대한 개발경험이 전무하여 기술적 난제를 겪으며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원래 무츠(전함)의 설계를 변형하여 4개의 포탑을 가진 41cm 10문의 전함을 실험하려 했지만 무츠를 그대로 건조하기로 결정되면서 이는 히라가 유즈류의 주장에서 멈춰버렸다. 때문에 이후 전함들의 설계를 모두 변형해야만 한다는 이유와, 부품수급에 문가 발생하거나 단가가 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카가의 3연장 2기+2연장 2기 조합은 취소되고 기존 설계 그대로 건조되고 만다.
덕분에 카가급은 빠른 건조에 돌입할수는 있었지만 설계상으로 여러 문제를 안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카가급은 두 척 모두 건조율 60%가 넘는 수준에서 중단되게 되었다. 이는 갑판 및 현측장갑, 함교및 기관을 탑재한 후에 중단된 상황이었다. 특히나 2번함 토사의 경우 건조율이 카가보다 더 빨라 어쩌면 토사급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나[4] 워싱턴 군축 조약으로 인해 추가적인 공사가 중단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건조율이 더 낮던 카가가 항모로 개조된다.
카가급은 88함대의 두번째 전함이었기에 건조 속도가 다른 함급보다(나가토급 제외) 빨랐는데, 공정 60% 이상이란 말은 이미 함체는 진수되었고, 내부및 외장 공사를 진행중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카가의 경우는 토사와 다르게 기관만큼은 완전하게 탑재된 후였다.
여담으로 해당 함급의 경우 일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카가급,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토사급으로 각각 문서가 작성되어 있다. 일본어권에서 카가급으로 된 까닭은 88함대 계획 상으로 카가가 3번함에 토사가 4번함이었기 때문이고, 영어권에서 토사급이라고 하는 건 카가와 토사 중 토사의 선체가 먼저 기공된 까닭이다. 따라서 이 문서는 원래 건조하려던 국가인 일본의 기준으로 제목을 정했고, 토사급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
4. 무장
나가토급 전함의 확대개량형으로 설계되어서 주포탑은 2연장 16인치 포탑을 5기나 올려서 화력이 강했을 것이다. 카가의 경우는 3연장 주포탑 2기와 2연장 주포탑 2기를 올리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거부되었다. 주포탑을 혼용하면 생산,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주포탑 5기를 올린 것이었다.''' 당시 영국은 18인치 8문 (4개 포탑)을 단 N3급 전함과 16인치 3연장포 3개를 올린 G3급 순양전함을 건조하고 있었고 미국은 16인치 Mk.2 3연장포 4기를 올린 사우스다코타급 전함[5] 과 [6] 을 건조하고 있었다.
주포탑 5기를 올리면 가운데 3번 포탑을 중앙부 주포탑이라고 하는데 이 주포탑은 전함의 가운데에 있어 유폭시 골격 손상으로 함이 굉침되기 쉽고 엔진의 열기를 그대로 받기 때문에 에어컨등 장비를 설치하느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레이더와 같은 신형 구조물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덤이다. 참고로 언급한 혼용 방식은 미국이 뉴욕급 전함에서 네바다급 전함으로 넘어갈 때 쓴 방식이다. 다만, 카가급의 중앙부 주포탑과 건현 위 구조물 배치는 후소급과는 다르고, 1차대전기 영국 순양전함 트리와 비슷하다.
어뢰 발사관의 경우, 배치는 수선하 고정형 4기, 갑판 상부 4기로 나가토급과 동일하였으나 직경은 533mm에서 610mm로 증가되었다. 다만 전함의 어뢰는 실전에서 쓸 일이 거의 없었기에 큰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7]
한편 여기 달려고 준비했던 주포와 주포탑은 나중에 나가토급 전함을 개장할 때 나가토급 전함에 달았다. 구경이나 포신의 길이는 같지만 앙각과 사정거리가 나가토급 전함에 원래 달았던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5. 장갑
현측에는 11인치 두께의 장갑을 사용했는데, 이는 나가토급의 12인치 보다 오히려 더 줄은 수치이나, 선체의 길이가 훨씬 길어졌기 때문에 동일한 두께의 장갑을 사용할 수 없었다. 때문에 나가토급의 12인치 10도(혹은 그 이내) 기울기 장갑보다 더 경사를 준 15도 기울기의 11인치 장갑을 사용하여 동일한 방어력을 맞췄다. 보통 12인치급 장갑은 수직 기준으로 14인치급 포탄 정도를 대응방어 할 수 있으나, 기울기를 줘 나가토급의 88식 철갑탄 정도는 대응 가능했다고 한다. 다만 나가토급의 88식 철갑탄의 성능은 매우 떨어졌으며,[8] 설령 실제로 건조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함포탄이 점점 더 발전함에 따라 카가급의 방어력은 매우 부족하게 되었을 것이다.
갑판장갑은 5인치 정도로 유틀란트 해전을 참고해 나름 신경을 쓴 두께이나, 2중으로 분할되어 있고 5인치 두께로 16인치급 포탄을 방어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고 평가된다.
전반적으로 함의 무게에 비해 방어력이 빈약한데, 후드처럼 선체가 길어짐에 따라 바이탈 피트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후드야 순양전함인 만큼 기관의 크기 때문에 아주 길어졌지만, 카가급은 포탑을 하나 더 우겨넣는 바람에 필요 이상으로 바이탈 피트가 길어졌는데, 이는 나가토급에 비해 나아지기는 커녕 더 비효율적이고 부족한 방어력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카가는 나가토에 함포 2문을 추가한 대가로 많은 것을 잃은 실패작 전함이라 볼 수 있다.
[1] 참고로 아마기는 이 때 용골이 부서져서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2번함 아카기는 순조롭게 개장되어 항공모함으로서 완성되지만, 3번함 타카오와 4번함 아타고는 건조의 진행도가 너무 낮아서 항공모함으로의 개장이 아니라 신규건조로 취급해야 할 정도였기에 당시 일본에 항공모함으로 개조가 가능한 미완성 상태의 대형함은 카가와 토사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일본은 카가를 택했다. 카가를 택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카가가 토사보다 건조의 진행도가 더 낮았기 때문이다. 토사의 경우 함체와 갑판은 다 만들어져 있고 거기에 더해 바벳과 함교, 함교 아랫부분 장갑까지 다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항공모함으로 개장하려면 이미 만든 것들을 다시 철거해야 했던 반면, 카가는 함체와 갑판 정도만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개장공사가 비교적 더 수월했다.[2] 원래 항공모함의 함명은 상서로운 동물에서 유래한 명칭을 붙였다. 항공모함 소류, 히류, 쇼카쿠, 즈이카쿠 등이 그 예.[3] 정확히는 2번함 토사의 미완성된 모습[4] 단, 일본은 진수일이나 취역일이 아닌 건조 승인을 기준으로 함번을 정해서 둘 다 완성되었다면 취역 순서에 상관없이 카가급으로 불렀을 것이다. 묘코급 중순양함 역시 나치가 묘코보다 먼저 완성되었음에도 묘코급으로 불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5] 1920년대에 계획되었다가 취소된 함선.[6] 16인치 Mk.2 2연장×4[7] 전함의 어뢰 발사관은 사용할 상황이 거의 없는데다 유폭의 위험을 높이고 고속 항행에 방해가 되는 등 단점이 많았기 때문에 1930년대로 접어들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함의 어뢰 발사관을 제거했다. 일본 역시 기존 전함들의 어뢰 발사관은 1930년대에 개장을 거치면서 모두 제거했기에, 만약 카가급이 완성되어 운용되었다면 어뢰 발사관도 비슷한 시기에 제거되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8] 일본 해군이 88식 철갑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하게 된 계기가 폐기하기로 결정된 토사를 표적삼아 함포사격을 해 보고 데이터를 얻으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