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급 전함
1. 제원
2. 개요
Nevada-class battleship. 미합중국 해군의 전함.
이전의 미국 전함인 뉴욕급 전함에 비해 집중방어(all or nothing), 3연장 주포탑, 대낙각탄 방어를 위한 갑판장갑 강화등 굵직한 개선사항을 도입함으로서 미 해군 전함의 한 세대인 표준형 전함(Standard-type battleship)을 성립한 전함이다.
3. 개발
미 해군의 1912년도 해군 계획에 전함 2척의 건조가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원래는 14인치(356mm) 주포를 12문 장착한 강력한 전함을 연구 및 설계하고 있었지만, 승인받은 예산 안에서는 건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기존의 방식대로 하면 이전의 전함인 뉴욕급 전함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다량 적용하는 방식으로 네바다급 전함이 만들어지게 된다.
4. 특징
상당히 진보된 화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도 자잘한 개선점이 있었다.
- 전함의 연료로 석탄 대신 중유만 사용하는 동력기관을 채용했다.
- 갑판 형태를 평갑판형에서 선수부 갑판을 1층 올려서 함체 중반부까지 연장하여 능파성을 향상했다.
4.1. 3연장 주포탑 도입
집중방어 및 방어력 향상을 위해 1번 주포탑과 4번 주포탑에 미 해군 사상 처음으로 3연장 주포탑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뉴욕급 전함과 동일한 주포 문수인 14인치 10문을 유지하면서도 주포탑을 4기로 줄일 수 있었다.
물론 3연장 주포탑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 주포탑 숫자가 줄어듬으로 인해 고장나거나 타격을 입은 주포탑이 생길 경우 화력이 급감할 수 있다. 이 문제는 4개의 주포탑이 있으므로 1기 손상시 발생하는 화력감소는 25% 정도라는 선이며, 다른 장점으로 덮을 수 있다로 넘어갔다.
- 3연장 주포탑은 기존의 2연장 주포탑보다 무겁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상승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1번과 4번 주포탑만 3연장 주포탑을 적용했다.
- 3연장 주포탑을 최초로 적용하기 때문에 장전시 양탄기 문제나 주포 명중률등 운용 면이나 신뢰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한 보험으로 2번과 3번 주포탑은 기존의 2연장 주포탑을 사용했으며, 이 문제는 취역시 현실로 일어났다. 나중에 네바다급의 근대화 개량으로 해결된다.
4.2. 중앙부 주포탑 제거
화력 증대를 위해 주포를 8문을 초과해서 탑재하려면 2연장 주포탑을 사용할 경우에는 주포탑이 5기 이상이 되어야 하며, 이런 경우에는 함체 중앙에 주포탑이 위치하게 된다. 이런 주포탑을 중앙부 주포탑이라고 하는데, 화력 증대에 대한 이득보다 손해가 더 많았다. 이를테면,
- 사격 범위와 각도의 제한 - 중앙부 주포탑은 전함의 상부 구조물이나 연통등으로 인해 전방 및 후방 사격이 불가능하며, 양 측면의 경우에도 좌우 방향은 일정 각도 이상은 포격시 발사폭풍에 주변 구조물이 손상되고, 부각(俯角)을 잡으면 역시 갑판에 손상이 오므로 사격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목표의 위치에 따라 사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실제 전투에서는 화력에 손실이 오게 된다.
- 오사 가능성 증대 - 긴급한 전투 상황에서 급박하게 주포탑을 회전시키다보면 포구가 미처 안전각도로 들어가기도 전에 포격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상부 구조물이 파손되는 것뿐 아니라 심하면 주포탄이 함교나 연통등을 맞춰서 자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비전투 상황에서 포탑을 고정할 때도 포신이 전방이나 후방을 향하기 때문에 조작원이 실수를 하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단 일이 터지면 스스로 치명타를 먹이는 셈이 되므로 재수없으면 침몰당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파를 면치 못해 엄청난 비용과 자재를 소모하면서 장기간 수리 도크에 들어가야 한다.[4]
- 비워둘 갑판 면적의 증대 - 중앙부 주포탑의 회전과 사격을 위해 비워두어야 하는 갑판 면적이 크게 증가하는데다 그 위치도 함체 중앙부라서 더 피곤해진다. 이럴 경우 항공기 등에 대항하기 위해 설치하는 대공포나 신형 탐지장치인 레이더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지며, 정찰용 수상기등을 탑재할 공간도 할애하기 어렵다. 결국 함선을 오래 사용할수록 개량을 할 여지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 함체 내부 공간에 쐐기가 박힌다 - 중앙부 주포탑도 다른 주포탑처럼 하부에 바벳과 주포 탄약고가 위치해 있으며 그 면적도 넓은 편이다. 게다가 함체 중앙부에 쐐기처럼 깊숙하게 많은 면적을 차지하면서 박힌 형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동력기관, 거주시설, 장비등을 설치할 때 애로사항이 생길 뿐 아니라, 나중에 개량을 통해 신형 기관을 탑재할 때 방해요소가 되고 내부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 유폭 가능성이 높다 - 다른 주포탑의 유폭도 매우 위험하지만, 중앙부 주포탑은 위치상 선체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터질 경우 말 그대로 용골을 부러뜨리면서 함선 자체가 굉침될 우려가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폭발시 동력기관을 포함한 주요 시설과 장비에 대타격을 주기 때문에 한순간에 대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게다가 다른 주포탑과는 달리 열을 발산하는 보일러나 기관 주변에 주포 탄약고가 인접해있기 때문에 동력기관에서 일어난 소규모의 화재가 주포 탄약고에 인화될 확률도 높고 평소에도 보일러등의 열에 의해 주포 탄약고가 과열되지 않도록 에어컨등의 냉각설비를 더 많이 증설하고, 방염처리도 더 확실하게 해야 하므로 유지관리에 돈이 더 들어간다.
중앙부 주포탑을 제거하는 것은 이후의 각국 전함들이 건조되거나 개조될 때 준수하는 지침이 되었으므로 역시 유용한 결단이었다.
4.3. 주포탑 배치 확립
네바다급 전함부터는 미국의 전함은 함수쪽에 적층식으로 2기의 주포탑을, 함미쪽에도 적층식으로 2기의 주포탑을 탑재해서 총 4기의 주포탑을 탑재하는 방식을 확립한다.
이 방식은 적층식으로 주포탑이 배치되므로 각 포탑은 서로의 사계를 방해하지 않으며, 양 측면에 100%의 화력집중이 가능하고 전면과 후면에 각각 50%의 화력을 배당할 수 있으며 1기의 주포탑이 손상되더라도 화력 감소는 25%로 억제되는 동시에 손상된 주포탑이 전면에 존재하건 후면에 존재하건 간에 해당 방면에 아직 1기의 주포탑이 남으므로 대응사격이 아직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따라서 공격과 방어 양면에 고루 균형이 잡히는 주포탑 배치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해당 방식의 주포탑 배치는 표준 전함의 끝까지 사용되었고,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와 런던 해군 군축조약으로 취소된 전함과 순양전함에도 도입되었으며, 양 조약이 무너진 다음에 등장하는 노스캐롤라이나급 전함에 이르러서야 주포탑 3기 배치로 변경된다.
그리고 변경된 방식인 주포탑 3기 배치도 엄밀하게 말해서는 4기의 주포탑중 후방 상부에 있는 3번 주포탑을 제거하여 후방 화력을 반감하는 대신 집중방어면적을 축소시키는 방식이라서 파생형으로 보면 적당하며, 완전하게 조약의 굴레에서 벗어난 페이퍼 플랜인 몬태나급 전함은 다시 주포탑 4기 체제로 돌아갈 정도로 유용한 주포탑 배치다. 네바다급 전함이 도입한 개념 가운데 가장 장기간 유용성을 가진 개념 중 하나.
4.4. 집중방어
All or Nothing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주포탑이나 동력부같은 중요 부위는 강력하고 튼튼한 장갑을 덧대 적의 주포탄을 막아내고 그렇지 않은 곳은 장갑을 크게 줄이거나 없애서 효율적인 방어를 한다는 이론이다.
원래 전함은 철갑선에서 발전했으므로 당시의 보조함선에 비해 강력한 장갑을 선체 전체에 두르고 있었다. 물론 중요 부위에는 더 많은 장갑을 붙이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곳에는 약간 장갑을 줄이는 정도의 설계를 하지만 집중방어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점차 전함의 주포가 강력해질수록 한계점에 부닺히게 된다. 전함 주포에 견딜만한 장갑을 선체 전체에 다 붙이려고 하니 배수량이 폭증하고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네바다급 전함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요 구획을 한 곳으로 집중하고, 중요 구획에는 튼튼한 장갑을 설치하고, 나머지 구획은 보조함에게 대응할 수준의 장갑을 달거나 아예 일부 구획은 비장갑화하는 집중방어가 탄생했다. 그리고 집중방어 방식도 다른 전함들이 건조되거나 개조시 적용하는 중요한 이론이 된다.
놀라운 것은 네바다급 전함에 집중방어이론을 적용할 때는 반 쯤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비록 퇴역한 초대 텍사스 전함을 사격표적으로 한 실험에서 비중요구획인 함수부나 함미부의 장갑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되긴 했지만, 실전에서 검증된 사례가 없는 상태에서 해당 이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만일 집중방어이론이 틀렸다면 전함 2척이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4.5. 갑판장갑 강화
이 때까지의 전함은 상대적으로 근거리에서 포격했던 전드레드노트급 전함처럼 측면장갑은 강력하게 두르지만, 갑판에 대해서는 파편방어수준의 약한 장갑만 붙이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드레드노트급 전함이 등장하면서 전함간의 포격거리가 증대됨에 따라 장거리에서 대낙각으로 떨어지는 주포탄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갑판장갑의 강화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네바다급 전함부터 미국 전함은 대낙각탄에 대비하기 위해 적어도 5인치(127mm) 이상의 갑판장갑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판장갑 강화도 모험적인 결정이었는데, 실제로 대낙각탄의 위력이 실전에서 입증된 유틀란트 해전이 벌어진 시기에는 이미 네바다급 전함은 모두 취역한 후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틀란트 해전의 교훈을 해전 전에 미리 적용한 사례가 되었다.
5. 한계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표준 전함을 최초로 정립한 네바다급 전함은 각종 문제 및 한계점에 직면한다.
5.1. 3연장 주포탑의 초기 문제점
미국 최초로 탑재한 탓에 당연하겠지만 문제없이 넘어가지는 않았다.
- 장전 - 일제사격을 위해서는 포탑에 있는 주포에 동시에 포탄을 장전해야 하며 이 때문에 양탄기가 매우 중요해진다. 문제는 주포탄 2발과 주포탄 3발은 무게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양탄기로는 장전이 불가능하거나 느려지며, 이 때문에 네바다급 전함은 양탄기를 강화했는데도 양탄기에 걸린 부하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네바다급 전함의 3연장 주포탑은 장전속도가 느렸고, 종종 양탄기 고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취역 초기에는 스펙상은 14인치 10문이지만 실제로는 8문 정도만 실전에서 운용이 가능했으며, 아주 가끔이지만 3연장 주포탑이 완전고장나면 가용한 주포수가 4문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이 문제는 펜실베이니아급 전함부터 해결되었으며, 네바다급 전함은 주포 앙각 확대등 개조공사를 할 때마다 새로운 양탄기를 적용하는 등의 개량을 거쳐서 개선해나갔고, 최종적으로는 1942년에 진주만 공습에서 입은 손해를 수리할 겸 해서 대규모 개조를 할 때 주포를 신형으로 완전교체하면서 해결된다.
- 명중률 - 3연장 주포탑의 주포 간격을 좁게 잡는 바람에 일제사격시 포탄들이 서로 간섭현상을 일으키면서 명중률이 떨어졌다. 이렇게 된 것은 상기되었듯 3연장 주포탑이 너무 무겁고 커져서 무게중심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지나쳤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 문제는 일제사격시 주포 발사간격을 미세하게 주고 주포 간격을 약간 더 줌으로서 해결되었다. 이 문제도 펜실베이니아급 전함부터는 건조시부터 문제를 해결했고, 뉴멕시코급 전함부터는 주포를 더 강력한 14인치 50구경장을 채택하면서 새롭게 제작한 더 넓고 큰 육각형 모양의 주포탑을 사용함으로서 문제가 생길 소지 자체를 없앴다.
- 앙각 - 주포의 사정거리를 증대하려면 앙각을 크게 올려야 가능하다. 하지만 건조 당시의 네바다급 전함의 앙각은 기존 전함과 비슷한 15도가 한계였다. 설상가상으로 3연장 주포탑은 동력문제로 인해 포신을 올릴 때 종종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는 주포 포신을 들어올리는 장치를 강화하는 방법을 써서 네바다급 전함은 개조시에, 펜실베이니아급 전함부터는 건조시부터 적용해서 해결했고, 앙각문제는 네바다급과 펜실베이니아급은 주포 앙각 증대공사시 30도로 증대하면서 끝냈으며, 뉴멕시코급 전함부터는 주포 앙각이 처음부터 30도라서 건조시부터 문제가 없었다.
5.2. 부포곽 사용
주포에서 보여준 개선과는 달리 부포의 경우에는 여전히 기존 전함의 포곽식 부포를 사용한다. 포곽식 부포는 대포의 상하좌우 각도조절이 크게 제한되고, 포곽 후방을 해당 측면의 모든 부포가 공유하기 때문에 포곽중 1개만 포탄에 관통되더라도 유폭이 퍼져서 해당 측면의 부포가 전멸해버리며, 측면장갑에 개구부를 뚫는 격이라서 취약점을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기껏 해놓은 집중방어방식을 갉아먹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와 함께 상갑판 하부에 있는 부포곽은 항해시 파도등으로 인해 바닷물이 선체 내부로 들어오는 등 사용이 곤란하다는 의견이 개진되었으며, 그래서인지 1927년에서 1930년 사이에 근대화 개량이 지속될 수록 부포곽을 줄이고 대신 대공포를 추가하는 개량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진주만 공습 이후인 1942년에는 기존의 부포와 대공포를 모조리 제거한 후, 5인치 (127mm) 38구경장 2연장 양용포탑 8기를 설치하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
5.3. 새장형 마스트 사용
방어력 강화책과는 어울리지 않게 미국 특유의 새장형 마스트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마스트는 새장처럼 얽힌 형태의 마름모꼴 트러스트 구조를 가지는데, 다른 마스트에 비해 가볍고, 포격에도 의외로 잘 버티는 편이지만 마스트 내부공간을 활용하기 어렵고, 부식이나 손상이 발생하면 구조물의 강도가 크게 약화되므로 추가적인 충격을 받거나 하면 휘어지거나 구부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이 문제는 네바다급 전함이 아닌 다른 함선이 폭풍을 만나면서 새장형 마스트가 구부러지는 사건 이후, 안그래도 마스트에 각종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전방 함교와 후부 마스트를 삼각 마스트로 교체하면서 해결한다. 이후 진주만 공습의 피해를 복구하면서 전방 함교는 강화하고 후부 마스트는 철거하게 된다.
5.4. 분산식 갑판장갑
갑판장갑을 강화하긴 했는데, 강화 방법이 주갑판은 63 ~ 76mm, 하갑판은 38 ~ 63mm 라는 2중 구조로 만들었다. 이런 분산식 구조는 단일식 갑판장갑에 비해 방어력이 낮아지고, 관통탄에 의한 피해가 증가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상부에 두꺼운 장갑이 있으면 무게중심이 상승하기 때문이었으며, 여기에 아직 갑판장갑의 중요성이 갑판장갑을 강화한 미국 입장에서도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합체해서 작용한 결과였다.
이 문제는 역시 1942년의 수리 겸 최종대개조에서 주갑판을 127mm로 크게 강화하고, 상갑판등은 탄편방어용으로만 가볍게 장갑화함으로서 해결한다.
5.5. 느린 속력
한정된 배수량과 예산에서 화력과 방어력을 맞춘 결과 속력을 거하게 희생했다. 물론 취역 당시 기준으로는 그렇게까지 느린 속력은 아니었지만 곧 빠르게 도태되는 신세가 된다.
- 집중방어를 도입하고 비중요구획을 축소한 결과, 함체의 길이가 178m 라는 매우 짧은 길이가 되었다. 이는 함체의 폭이 초기에는 26m, 최종 개수후에는 32.9m에 도달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짧고 통통한 선체가 된다는 이야기가 성립하는데, 이런 선형은 포격시의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속력에는 치명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준다.
- 속도가 매우 느리다. 20.5Knot(38km/h)의 속도는 취역 당시 기준으로도 당대 전함들에 비해 1-2knot 정도 느린 속도였으며, 태동하기 시작한 고속전함과 비교하면 4.5knot나 차이가 났다. 심지어 순양전함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4-5knot의 차이가 나며, 나중에는 10knot 이상의 속도차이가 발생했다. 이런 속도로는 순양함과 구축함을 추적할 수 없고, 주력함들끼리의 전투에서도 느려터져서 상대방에게 휘둘리기 쉬우며, 속도가 빠른 적을 만나면 재수없는 경우 양 측면에서 동시공격을 맞이하는 샌드위치 공격을 당하는 부작용이 있다.
- 항속거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애초에 설계상의 항속거리도 10knot(19km/h)에서 14,816km으로 넉넉치 않은 편인데, 실제 취역시에는 12Knot(22km/h)에서 9,482km, 20knot(37km/h)에서 3,576km으로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이는 2축 추진의 스크류 프로펠러와 초기형 증기터빈 및 26,500마력이라는 낮은 출력의 삼위일체로 발생한 결과로,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활동하면서 일본과의 전쟁시 괌이나 필리핀 근처에서 전투를 수행할 전함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다른 문제와는 달리 이 문제는 개조시에도 보일러를 교체하는 선으로 끝나는 등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협소한 공간에 신형 기관을 탑재하기 힘들고, 2축 추진방식으로는 신형 기관을 탑재하더라도 성능을 제대로 뽑아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네바다급 전함은 퇴역할 때까지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가 짧았다. 그리고 항속거리는 후속 함급에서 계속 개선하지만 느린 속도 자체는 4축 추진방식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 전함의 끝인 콜도라도급 전함까지 지속된다.
6. 실전
네바다와 오클라호마 2척이 모두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세계대전중에는 통상항로 호위등의 가벼운 임무만 담당하다가 종전을 맞이한다.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으로 후속 전함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기존 전함들을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네바다급 전함은 1927년에서 1929년에 걸쳐서 대규모 개조를 받게 된다. 이 때 주포 앙각 증대, 부포곽 일부 철거 및 대공포 증설, 새장형 마스트를 삼각 마스트로 교체, 어뢰 공격 방어용 벌지 장착, 후부 갑판에 수상기 및 발진시설 설치등의 능력강화를 이룩했다. 그리고 네바다급 전함의 보일러를 모두 교체했다. 이 때 네바다의 증기터빈이 일찍 노후화된 관계로 동급 물건인 퇴역한 전함인 노스다코타가 사용하던 증기터빈을 수리해서 네바다의 증기터빈으로 교체했다. 오클라호마의 경우에는 왕복식 증기엔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실제로 1920년대에 디젤엔진으로 교체하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해당 디젤엔진의 개발에 실패하는 통에 끝까지 기존 동력부를 유지했다.
이 시기에 함대 과제 훈련(Fleet Problem)이라고, 미 해군이 예상하는 전장에서의 다양한 공방전 상황을 가정하고 가상 전투 훈련을 했는데, 1923년에 이루어진 첫번째 훈련에서 오클라호마가 뜻밖의 활약을 한다. 바로 수상기들을 함재기로 띄워 항공모함처럼 파나마 운하를 공습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댐을 파괴 판정내는데 성공한 것. 이는 훗날 미군이 주력함을 항모로 교체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1941년에 벌어진 진주만 공습에서 2척 모두 침몰한다. 공습을 받기 전에 네바다는 전함 정박열 후방에 정박했고, 오클라호마는 전함 정박열 최전방에 정박했는데, 이 점이 후일의 부활 여부를 갈랐다. 네바다의 경우에는 폭탄에 맞은 후 항구를 탈출하려고 항진하였으나 네바다를 항구 입구에서 격침시켜서 항구를 막아버릴 목적으로 진주만 공습 제2파가 공격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당시 네바다에 승함하고 있었던 태평양함대 기뢰전단장인 윌리엄 펄롱 소장은 이를 인식하고 일부러 근처 해안에 좌초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네바다의 인명피해는 60명 전사, 109명 부상이었다. 반면 오클라호마는 정박 상태에서 좌측에 어뢰를 집중적으로 맞고 배가 좌측으로 기울다가 전복되었다.
네바다의 경우에는 배가 기울지 않고 똑바로 좌초했으므로 상대적으로 인양이 쉬운 편이어서 침몰 3개월만인 1942년 3월에 인양된 후, 긴급수리만 받은 상태로 미국 본토의 퓨젯사운드 공창으로 이동해서 1942년 10월까지 수리 및 대규모 개조를 수행한다. 이 때 신형 주포로 교환하고, 전방 마스트를 강화하고 레이더등 각종 시설을 설치했으며, 후방 마스트를 제거하고 기존 부포와 대공포도 몽땅 제거하는 대신, 5인치 2연장 양용포탑을 비롯한 각종 대공포와 레이더, 전기설비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신형전함과 비슷한 실루엣을 가지면서 대공화력과 화기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오클라호마의 경우에는 배가 전복된 관계로 손상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손상이 약한 전함부터 인양해서 수리한다는 법칙에 의하면 인양우선순위가 낮아서 침몰 후 15개월 이상이 지난 1943년 3월에야 인양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인양 후에 도크에서 수리가 시작되었으나, 전복 및 장기간 방치에 의해 선체 외부 및 내부 전체에 큰 손상이 발생하는 등 수리견적이 많이 나왔고, 이미 신형전함까지 다수 등장한 상황에서 구식전함을 살리기에는 가성비 문제도 있어서 12월에는 작업이 중단된 후, 그대로 항구 한쪽 측벽에 계류된 채 방치된다.
네바다는 수리가 완료된 후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고루 다녔다. 우선 태평양에 투입해서 애투섬 탈환작전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대서양으로 이동한 후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남프랑스 상륙작전인 드라군 작전에 참가해서 상륙병력에 함포사격으로 지원을 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노르망디에서는 셀부르의 해안요새를, 남프랑스에서는 툴롱에 있는 프랑스의 퇴역 전함 주포탑을 개량해서 장착한 해안포진지를 포격했다. 그 이후에 다시 태평양으로 와서 이오지마 전투와 오키나와 전투에 참가해서 역시 상륙병력에 함포지원사격을 해주었으며, 이 과정에서 오키나와 전투에 참여한 카미카제 특공기가 명중하기도 하고, 해안포대의 사격에 맞기도 하면서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
태평양 전쟁이 종전된 후에는 네바다급 전함은 구식함으로 처분이 결정되었다. 그래서 네바다는 1946년에 퇴역한 후, 표적함으로 전환한 다음에 비키니섬 핵실험에 투입된다. 여기서 2회의 핵실험을 겪은 후에도 침몰하지 않았으며, 이후 1948년에 하와이 앞바다에서 포격 및 폭격 표적함으로 투입된 후에 함포사격과 항공기 폭격을 신나게 두들겨 맞은 끝에야 침몰한다.
오클라호마는 1947년까지 진주만 항구 구석에 계류된 채로 있다가 매각 후 스크랩처리가 결정된 다음 해체업자가 처리를 위해 미국 본토로 예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인 도중에 폭풍을 만난데다가 선체가 원래 손상투성이였고, 방치 과정에서 추가로 부식된 곳까지 있던지라 그대로 하와이 앞바다에 침몰해버린다.
7. 평가
전간기간의 미국 전함인 표준 전함의 특징인 화력과 방어력 중시, 느린 속력을 확립한 전함으로, 여러가지 실험적 요소를 많이 집어넣었으나 대부분 성공적으로 적용한 첫번째 주춧돌이 된 전함이다. 이를 통해 표준전함은 당대의 동급 전함이나 약간 강한 전함을 상대로 하더라도 적어도 방어전에서 특정 목표를 지키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느린 속도는 함선을 적극적으로 진격시키거나 단함이나 전대를 구성해서 적의 후방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이 될 지경이 되었다. 게다가 네바다급 전함은 항속거리도 부족해서 더욱 운용하기 힘들었다. 이는 이 전함이 애초에 강력한 전함 대열을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며, 강력한 타격부대가 될 표준전함 이후의 물건들이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으로 인해 사라지면서 홀로 남겨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네바다급 전함은 미국 전함의 특성을 정립한 전함으로 기술발전의 시험대가 되었다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8. 등장 매체
- 온라인 게임 네이비필드에 미국 1차 전함으로 등장한다. 고증의 스펙대로 느리다보니 인기가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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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게임 네이비필드2에 미국의 2차 전함으로 등장한다. 별명은 갓바다. 2차 전함들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된다. 1차 주포업글을 통해 2연장 포 2개를 3연장으로 바꿔달 수 있게된다. 14인치 3연장포탑 4개 총합 주포 12문이라는 화력을 가지게 된다. 콜로라도 넘어갈때 주포 업글이 필요한것은 아니지만 1차 주포업글은 필수취급. 14인치라는 전함치고는 작은 구경덕분에 포탑회전속도도 느리지 않고 집탄률도 괜찮게 나온다.
- 중국의 함선 의인화 게임인 전함소녀에 네바다와 오클라호마 두척이 등장한다. 상당히 노출도가 심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 집중 방호 구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네바다의 경우는 진주만 공습을 당하고도 무사히 착저한 덕분인지 운과 관련된 이미지로 그려졌다.
- 월드 오브 워쉽에서 2번함 오클라호마가 등장한다. '백전불굴' 컬렉션 완성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다.
9. 관련 문서
- Nevada-class battleship
- USS Nevada (BB-36)
- USS Oklahoma (BB-37)
- 군함/배수량별 목록/1914년~1949년
- 해상 병기/세계 대전
- 해군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