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익스와 알키오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부부. 물총새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신화이다.
케익스(Κήϋξ, Ceyx)는 테살리아의 왕으로[1] 선정을 베풀었고,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딸인 알키오네(알퀴오네, Ἀλκυόνη, Alcyone)와 결혼하여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테살리아에서 여러 가지 재앙들[2]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케익스는 신들의 저주가 아닐지 생각하여 어떻게 해야 할 지 아폴론신탁을 받기 위해 클라로스로 뱃길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이를 걱정한 알키오네는(바람의 신의 딸이기에 바람의 무서움을 알고 있으므로) 제발 가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케익스는 아내를 달래며 두 달 안에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그러나 결국 가는 길에 폭풍에 휘말려 케익스 일행은 전멸하고 만다. 케익스는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시신이라도 아내 곁에 가게 해달라고 빌며 바다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3].
한편 이를 모르는 알키오네는 신들, 그 중에서도 가정과 부부의 사랑을 수호하는 헤라에게 매일같이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고 있었다. 가정의 수호자인 신의 여왕 헤라 입장에서는 사연은 딱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을 자신이 돌려보낼 수도 없으니 안타까웠고, 이에 자신의 전령 이리스를 시켜 의 신 모르페우스를 부른다. 모르페우스는 알키오네의 꿈 속에 남편으로 둔갑하여 자신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에 절망한 알키오네는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헤라와 신들은 이를 안타까워하여 뛰어내리는 알키오네를 물총새(물새)로 변신시켰다. 이 물총새가 바닷물에 실려오던 남편의 시신에 입을 맞추자 케익스가 눈을 뜨더니 그 역시 물총새로 변하여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부부는 사이좋게 둥지를 꾸리고 새끼도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겨울철에 알키오네(물총새)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아버지 아이올로스가 손주들을 위해 바람을 억제해주기 때문에 선원들은 이 시기에는 무사히 항해를 할 수 있어, 풍랑을 짐작하는 이정표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일설에서는 케익스와 알키오네가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서로를 제우스헤라라고 불러서 휴브리스 크리로 제우스의 저주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비디우스는 휴브리스가 있었는지 따로 언급하지 않았고, 대신 케익스의 시신이 해변가로 떠내려오자 알키오네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적었다.
여담으로 알키오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에게 대놓고 동정받았다 언급되는 얼마 안 되는 여성 중 하나다. 알키오네는 딱히 제우스와 관련이 있던것도 아니며, 가정을 수호하는 여신인 헤라 눈에 보기도 좋게 남편과도 잘 지냈고 남편이 바다에서 죽었는데도 그것도 모른 채 오매불망 자기에게 남편의 무사귀환만 빈 데다가, 헤라가 보낸 모르페우스에 의해 남편의 사망을 알자 진짜로 자살시도를 하기까지 했던 인물이니 헤라에게 동정받긴 충분할 법 했지만. 사실 헤라가 쥐 잡듯이 잡아댄 여성들은 대다수가 제우스가 치근거려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한 경우였고[4], 그런 경우만 아니라면 헤라는 본디 제법 자비로운 편이라 헤라의 눈에 알키오네의 일은 가엾고도 남을 만 했다.
이 전승에 따라 케익스와 알키오네는 물총새의 학명이 되었고, 영어 단어 Halcyon은 평온한 시기라는 뜻이 되었다.

[1] 금성의 신 헤스페로스의 아들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미남이었다고.[2] 형제인 다이달리온이 독수리로 변하는가 하면 자기 가축들이 도둑맞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3] 이 풍랑은 아이올로스가 일으켰으리라 추측되는데, 왜 일으켰는지는 이유가 안 나왔지만 자기보다 더 상위신의 명령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애초에 자기한테 별짓 안 하고 외려 자기 딸내미를 아끼는 사위를 장인어른이 나서서 죽게 만들 이유가 없으니... 일부 전승에서는 너무 행복한 나머지 신들만큼 행복하다고 여겨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 [4] 물론 현대인의 시선에서는 해당 여성들보다 제우스를 먼저 족칠(...) 문제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