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가이

 

1. 사전적 의미
2. 다른 언어에서
3. 역사
4. 문제점
5. 여담
6. 관련 문서


1. 사전적 의미


気違い
気(마음, 정신, 생각)+違い(다름, 틀림)
일본어로 광인, 미치광이를 의미한다.

2. 다른 언어에서


한국어로는 미친놈, 또라이, 정신병자, 싸이코, 미친 새끼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의 해당 단어들보다 키치가이는 훨씬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다. 한국어의 단어들은 매우 친밀한 사이일 경우 악의 없이 장난스럽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일본어의 키치가이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입에 올리는 순간 얻어 맞을 정도이다.한국어가 일본어보다 욕설이 더 발달했고 비교적 일상적으로 사용된다는 문화 차이를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볼 수 없는게, 일본의 남자 중고등학교에서 해당 단어는 한국의 욕설처럼 평범하게 쓰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남자 청소년 특유의 거친 또래 문화의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영어에서 지적 장애인을 비하하는 욕설인 retard와 일맥상통한다. 키치가이와 포지션도 아주 유사한데, 'retarded'라는 단어는 '지체된' 혹은 '뒤떨어지는' 등의 뜻이고 처음에는 단순히 지적 장애인을 표현하는 말이었으나, 후에 그 뜻이 변질되어 방송에서는 기피되는 단어이다.

3. 역사


1970년대까지는 텔레비전 방송이나 서적, 만화나 일상대화에서도 키치가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었다. 1974년 이후, 정신장애인의 가족으로 구성된 정신장애인 가족회의 일부가, 회복 중이던 한 정신장애인이 라디오에서 이 단어를 듣고 충격을 받아 완치가 늦어지는 등의 의학적 근거를 들어 각 방송국에 항의를 시작하였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방송국에서는 키치가이라는 말이 금지 용어가 되었다. 일본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위하여 방송 금지 용어로 합의가 된 사례로는 추장, 부라쿠민(혹은 '민'을 뺀 부락. 이경우 촌락으로 순화.) 등이 있다.
원래 키치가이는 모욕적인 표현이 아니었으나 방송 금지 용어로 지정된 후 모욕적인 의미가 붙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부르는 사람이 그걸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듣는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모욕적이고 차별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병신, 튀기, 염병 같은 표현도 원래는 각각 장애인, 혼혈, 장티푸스를 지칭하는 중립적인 표현이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4. 문제점


방송금지용어이자 차별적인 용어이기는 해도 법률상으로 해당 표현의 사용이 금지되지 않은 관계로 공개석상이나 방송상이 아닐 경우 현대에도 빈번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 대부분은 욕설로 사용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실제로 정신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경우가 많다. 다른 소수자에 비해서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웬만큼 인권감수성이 민감하고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표현을 따지는 사람들도(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용어) 정신장애인을 의미하는 용어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뉴스에 흉악한 범죄 사건이 보도될 경우 그 범인을 두고 미친놈, 정신병자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실제 정신질환자나 그 가족들은 그 말을 듣고 상처를 받는다. 사이코패스처럼 자신과 사회 모두에 위험한 정신질환은 매우 드물며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으로 나아진다. 반대로 이런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람들의 정신과 진료를 피하게 만들어 작은 병을 키우고, 취업이나 결혼 등을 방해해 오히려 범죄로 내몰 위험이 더 크다. 언어를 어원론으로만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언어를 절대규제해야 할 것도 되지 못하지만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 여담


  • 오늘날에는 방송이나 서적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키치가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예가 줄어들었다. 방송에서 옛날의 작품을 인용할 때도 이 단어가 들어간 부분은 편집하는 경우가 있다.
  • 일본어 입력 시스템에서는 きちがい를 변환해도 気違い가 나오지 않도록, きちがい를 변환하면 基地外라고 잘못 변환되도록 의도적으로 설정해둔다. 2ch 등에서 뜬금없이 '基地外'라는 단어가 보인다면 바로 이 뜻으로 사용한 것.
예를 들어 5세대 이후의 포켓몬스터 시리즈같은 일부 게임에는 키치가이 자체를 히라가나로 쓰든 가타카나로 쓰든 입력하지 못하도록 제한이 걸린다. 사진은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 일본어판. 닌텐도 스위치의 펌웨어 내 입력기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에서 입력 제한이 걸려서 아예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 키치가이와 유사한 표현은 物狂い(모노구루이)가 있다. 방송금지어 아니니깐 욕하고 싶으면 써도 된다.
  • 복제되거나 조잡한 예술을 의미하는 키치(Kitsch)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 간혹 헬로 키티와 섞어서 'Kitty Guy'라고 쓰기도 한다. 왜냐면 일본어 음운론에 따르면 '치'는 원래 '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 모음의 영향을 받아 자음에 구개음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훈령식 로마자 표기법에서 '치'를 'ti'로 쓰는 것은 이런 음운론적 배경을 반영한 것이다.
  • 전파계라 할 때의 전파는 방송금지어로 합의된 본 단어의 대체용법 성격도 강하게 겸비하고 있다.
  • 차지맨 켄!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이 단어가 여과없이 나와서, 오늘날의 시청자들에게는 큰 충격을 준다. 잘도 이런 미친 레코드를!(よくもあんな気違いレコードを!)인데, 이 때문에 니코니코 동화 등에서 개그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당당하게 금지어가 사용된 이유는, 해당 만화가 방영될 당시에는 이 단어가 금지어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재로서 발굴된 후 키치가이는 차지맨 켄!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다시피 했다. 국내 차지맨 켄 번역에서는 주로 어감을 맞추기 위해서 미치광이(동남방언에서 미칭개이, 미친개이 라고 하는데, 표준어의 '미치광이'가 주는 느낌과 다르고 뉘앙스 면에서 키치가이와 거의 같다고 보인다.)라고 번역된다. 참고로 2011년에 차지맨 켄!이 재방영되었을 때 해당 에피소드인 '殺人レコード 恐怖のメロディー(살인 레코드 공포의 멜로디)'는 아예 건너뛰고 방송했다. 이 에피소드 외에도 '恐怖! 精神病院(공포! 정신병원)' 편도 잘려나갔는데, 이건 내용 자체가 정신질환자를 희화하고 정신병원을 무슨 악의 소굴처럼 묘사하는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
  • 예전 Kanon동인 게임인 카노소처럼 모 에로게[1]의 세계관 및 캐릭터들을 심각하게 비틀은 팬 동인게임의 제목도 키치가이다.
  • 끝나지 않는 노래의 가사 중 등장하는데 비하적 의미로 사용된 것은 아니나 자체검열이 되어 있다.
  • 특촬판 키카이다 01에는 미치광이 비둘기(キチガイバト)라는 로봇이 등장했다.
  •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도 누군가 키치가이란 말을 쓰는데 누군지 밝히면 거대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서 밝히지는 않는다. 정 알고 싶다면 해당 문서의 등장인물 항목을 확인하길 바란다.

6. 관련 문서



[1] ToHeart였던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