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노르(스타크래프트)
1. 소개
EVER 스타리그 2004에서 사용된 맵이다. 친구한테 밀려서 그렇지 저그, 토스 입장에서는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맵.
이름은 펠렌노르의 항목에서 따왔다. 본래는 질레트 스타리그 프리매치에서 레퀴엠, 바람의 계곡, 머큐리와 함께 등장한 맵. 프리매치에 등장할 당시에는 게르니카란 이름이었으나, 수정 후 펠레노르로 이름을 바꿔서 결국 차기 스타리그였던 EVER 스타리그 2004에 등장한다.
이 시기 온게임넷의 맵들이 밸런스 붕괴로 상당한 악명을 떨쳤는데, 펠레노르 또한 그 악명에 단단히 한몫했다. 말이 필요없는 캐테란맵이며 저그 압살맵으로 악명을 떨쳤는데, 일단 앞마당 입구가 바깥쪽으로 나와 있어 저그가 앞마당을 가져가려야 가져갈 수가 없었다.[1] 그래서 저그를 배려한답시고 본진 입구 쪽에 자투리 미네랄 4덩이를 배치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저그가 버틸 수가 없다.[2] 4덩이 위치를 보면 알겠지만 탱크 하나만 세워도 해처리가 날아간다. 거기다 위치가 가로가 걸리면 러시거리까지 코앞. 덕분에 테저전은 말 그대로 완전히 붕괴.[3]
그렇다고 다른 종족전이 밸런스가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러시 루트가 그리 넓지 않고 구조물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 테란 병력이 자리잡으면 뚫는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프로토스도 테란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저프전도 시망을 면치 못했는데, 앞서 말한 앞마당 입구가 바깥쪽으로 나와 있는 문제로 인해 프로토스의 셔틀 플레이와 초반 압박에 저그가 앞마당을 제대로 가져가기가 어려웠고, 계속되는 압박으로 저그가 오히려 프로토스를 자원력으로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상맵임에도 불구하고 밸런스는 더블 스코어로 처참하게 벌어졌다. 그 전 리그에서 화려하게 로열로더가 됐던 박성준도 개막전에서 안기효에게 캐논러시로 밀봉을 당하며 허무하게 일격을 당해야만 했다.
위치 관계에 따른 밸런스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 가령 7시와 5시가 걸릴 경우 7시에 위치한 플레이어는 앞마당 멀티는 꿈도 못꿀 뿐더러 앞마당과 겸하는 본진 입구의 언덕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이를 제일 잘 활용할 수 있는 종족 또한 테란. 심지어 동족전조차 이 위치 유불리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지는 답이 없는 망한 맵이다. 특히 테테전에서 불리한 지형의 유저가 탱크로 조이기를 당하면... 센터에 있는 멀티들도 언덕을 끼고 있어 테란의 방어 및 견제에도 유리하며, 반섬 형태의 센터 멀티도 커맨드 띄우기로 어렵지 않게 가져갈 수 있다. 지형 상 토스가 테란 상대로 불리한 게 사실인데 이마저도 위치 복불복인 게, 대각선이면 거리가 너무 멀어서 토스의 캐리어를 막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지형지물이 토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박정석이 딱 이런 식으로 전상욱을 잡으며 8강에 합류했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패러독스, 머큐리, 발해의 꿈 등과 함께 온게임넷과 온게임넷 맵퍼인 변종석이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당연히 한 시즌만 쓰이고 퇴출. 스타리그 직후에 열린 게임빌 듀얼토너먼트에서 희대의 플토올킬 사태를 불러온 머큐리에게조차 밀려 공식맵으로 쓰이지 못했을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4] 그나마 빠진 게 펠레노르 입장에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 욕을 머큐리 혼자서 다 먹었으니까.[5]
더 심각한 상태였던 게르니카의 질레트 프리매치 당시에 밸붕이 드러나지 않아 그냥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변은종이 히드라 러시로 이윤열을 멋지게 때려잡는 경기도 있었으니.
2. 대표 경기
이 맵이 쓰인 바로 첫 경기가 박성준 vs 안기효로 안기효의 데뷔전이었는데, 이 맵에서 박성준은 앞마당 언덕을 이용한 입구막기에 속수무책으로 관광당했다. 입구에 꽃밭과 질럿은 물론 나중에는 리버까지 동원되어 말라죽었다.
그 유명한 삼연벙의 첫 경기 맵이 펠레노르였는데, 그 당시 테란vs.저그는 6:0이라는 캐막장 밸런스였다. 그럼에도 엄재경 해설은 "비록 6:0이라 해도 '''임진록이므로 승부는 5:5다''' 라는 개드립을 날렸다. 물론 엄 해설 입장에서는 임진록의 무게감도 있으니 못할 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후 펼쳐진 경기가 하필 3연벙이라서 결과적으로 개드립이 되었다. 사실 이 경기에서는 홍진호가 임요환의 벙커링을 비교적 잘 대처하긴 했지만 스코어에서 증명된 밸런스 붕괴 맵인지라 후속타를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라는 것이지, 드론이 제때 나오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해처리를 취소했기 때문에 벙커링은 먹혔다. 그나마 그 덕분에 게임이 좀 더 진행되어 3경기 중 유일하게 경기 시간이 10분을 넘었다. 나머지 2경기는 그냥 벙커링 한 번에 게임 끝. 참고로 이때 홍진호는 가디언을 준비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방송 경기에서의 종족전 데이터는 T:Z=7:1, Z:P=2:4, P:T=2:5. 테저전 저그의 유일한 1승은 챌린지리그 김근백:김현진 경기에서 나왔다. 덤으로, 어나더데이, 라그나로크 등의 테란맵에서 유일하게 저테전 승리를 거둔 저그는 황신이다.
[1] 플레인즈 투 힐도 앞마당이 바깥쪽으로 나와 있지만 적어도 멀티하기도 쉬웠고, 입구가 본진 쪽으로 나와 있어서 방어도 쉬웠다. 하지만 펠레노르는 앞마당 입구가 상대편 본진 쪽으로 틀어져 있다.[2] 게르니카 시절에는 저 미네랄조차 없었다.[3] 여기에서 홍진호의 인식과 정신을 바닥까지 추락시킨 삼연벙의 첫 전장이 탄생했다.[4] 머큐리는 그래도 저프전을 제외한 다른 종족전 밸런스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펠레노르는 테저전은 머큐리 저프전 수준이었으며 타 종족전 밸런스도 개판이었다.[5] 펠레노르가 그나마 욕을 덜 먹은 이유는 짐 레이너스 메모리와 일치한다. 뭘 해도 이기는 테란들이 판치던 때라 테란이 이기는 것보다 머큐리에서 토스가 전멸한 게 더 임팩트가 컸으니까. 그리고 펠레노르가 먹어야 할 욕을 고스란히 머큐리가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