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카피
1. 판본/인쇄본
대학교에서 리포트나 논문을 제출할 때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파일 제출이 아닌, 종이로 프린트한 인쇄본을 가리키는 말. "과제는 하드카피로 제출하세요" = "과제는 프린트해서 가져오세요"라는 뜻이다.
하드웨어라는 근본적인 표현부터가 물리적 장치를 뜻했기에, 저 말인 즉 컴퓨터 내부의 자료를 물리적인(종이) 대상에 옮겨 가져오라는 뜻.
과거에는 표지를 두껍게 만든 양장본을 영어로 하드카피라고도 했었지만, 정확히는 하드커버가 맞는 말이다.
2. CLI에서 화면을 출력/저장하는 것을 이르는 말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많이 쓰이던 말로, 요새는 스크린샷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현대 GUI OS들에서 Print Screen 키를 누르면 즉시 클립보드나 파일로 기억되듯이 당시 CLI OS(DOS라든가...)에서는 Print Screen 키 하나면 바로 프린터가 인쇄를 해 주었다. 지금까지도 Hardcopy라는 말이 들어가는 스크린 캡처 프로그램들이 있다.
3. Ctrl+C, Ctrl+V
시스템 드라이브 등으로 복붙하는 방법.
고스트 등의 솔루션이 대중화되면서 이쪽을 지칭하는 하드카피는 묻혔다.
4. 저장매체의 물리적 이동을 통한 데이터 전송
SneakernetNever underestimate the bandwidth of a station wagon full of tapes hurtling down the highway.
테이프를 가득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해가는 왜건의 대역폭을 절대 얕보지 마라.
하드디스크를 다른 곳으로 통째로 들고 가 다른 하드디스크로 복사하는 것. 1990년대 초중반 대용량 자료 이전 용도로 많이 쓰였다.
4.1. 간략한 역사
외장 하드디스크와 대용량의 USB 메모리가 보급되기도 전, 아직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1990년 초중반 시절 대중화된 이동형 저장매체가 5.25인치/3.5인치 플로피디스크밖에 없었던 시기 PC 유저간의 대용량 데이터의 복사를 위한 방법이다. ZIP 드라이브나 슈퍼디스크 같은 10-100MB 휴대용 저장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였으나 문제는 그 드라이브가 장착된 PC가 거의 없었다는 것. 즉 드라이브도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녀야 했는데 그러려면 아래 서술한대로 HDD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더 편리했다. 물론 집과 회사처럼 한정된 곳만 왔다 갔다 하는 경우나, 대용량 데이터를 많이 취급했던 출력소 같은 곳에서는 ZIP디스크 드라이브를 쌍방에 아예 장착해서 디스크만 갖고다니기도 했다. 그나마 고용량인 공CD조차 CD 라이터가 비싸서 어디 대학교나 기업체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1995년 당시 CD 라이터의 가격이 약 200만원 정도 했다. 참고로 아반떼급 승용차 기본 옵션이 800만원 안 되던 시절이다.
통신망 사정도 좋지 않아서, 1990년대 중반만해도 14,400bps 모뎀으로 1메가바이트를 15분만에 받는 것이 자랑거리이던 시기이자 28,800bps가 '고속' 소리 듣던 시대였다. 56kbps 규격 논쟁은 Windows 98 출시 전까지 한국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였고. 1기가바이트를 15분에 받으면 화내는 2010년대의 상황에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
이걸 하기 위해서는 하드를 설치하고 CMOS#s-2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 등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있어야 했다. 왜 그런 지식이 필요하나면 지금처럼 CMOS가 하드정보를 자동으로 알아채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일일이 정보를 쳐넣어줘야 했다. 예를 들어 주 하드는 마스터, 나머지 하드는 슬레이브 그런 식으로. CMOS 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마다 일일이 점퍼 스위치 세팅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점퍼 스위치 세팅을 하지 않으면 CMOS에서는 하드디스크가 잡히지도 않는다. 문제는 오래된 메인보드의 경우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핀 세팅으로 강제 용량 할당을 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이전에 담아온 하드의 정보를 사용할 수 없기에….
보통 이 시기의 대용량이라고 하면 약 10MB이상(1980년대 초중반)/100MB이상(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급 이야기였다. 그 당시 압축파일이 도입되었지만 압축한다고 해도 3.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용량은 고작 1.44메가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10~20장 정도에 분할 압축해서 들고가야 했다. 멀티태스킹도 안되니 복사하는 동안에는 컵라면이라도 먹어야 했고, 거기다 플로피디스크는 훼손되는 일이 많아서 10장 정도 돌리다가 단 1장에서라도 에러가 나면 모든 고생이 헛수고로 돌아간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플로피 10장에 복사를 떴는데 부산으로 돌아와서 복사한 데이터를 풀려고 하니까 뻑이 난 플로피가 1장 나오기라도 한다면... 반면 하드카피하는 건 플로피 디스크보다 확실히 빠른 속도라 가히 빛의 속도라고 부를 수 있었다.
이 수단으로 PC통신을 사용하던 친구의 집에 하드를 들고 찾아가 직접 그 친구가 받아둔 파일을 복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물론 이동 중 취급 잘못해서 떨어뜨리기만 하면 뒷일은 차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이때의 하드는 그야말로 유리몸이었다. 들고 가다 어디 부딪히거나, 정말 재수 없으면 정전기에도 맛이 가던 물건. 누구든 하드 취급 잘못하면 애지중지 쓰던 하드가 아주 골로 가는 것이었다.
실제로 운반 중 계단에서 10GB 하드디스크를 떨어뜨려 작살내고 멘탈이 붕괴돼서 울먹이던 프로그래머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10GB면 2015년 기준 1TB '''SLC''' SSD와 맞먹는 엄청난 물건.[1] 그래도 SSD는 던진다고 고장나진 않으니 오히려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저 캄캄한 옛날 이야기지만. 또한 떨어지는 하드디스크를 슬라이딩이나 발로 받아내고 온몸의 전율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 하고 나면 마치 축구 대회에서 결승골을 넣거나 승부차기에서 상대의 킥을 막아낸 골키퍼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당시 기본적으로 하드카피의 대비 자세는 알루미늄 호일이나 정전기 방지 비닐로 포장 후 뽁뽁이로 두르고, 그 위에 수건 몇 장으로 둘둘둘둘 말아서 그걸 신문지 포장 + 박스 담기. 최소한 이 정도는 해둬야 공포심을 억누를 수 있었다. 이걸 다 해도 하드디스크를 장착, 분리할 시는 스릴이 넘치게 된다. 많이 하다보면 '어차피 고장날 건 고장나더라.'하는 기분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SCSI 하드디스크의 경우 하드디스크 본체뿐 아니라 케이블 무게와 부피도 상당해서 더욱 부담이 되었다. 거기에 큼직한 터미네이터까지 추가하면...
4.2. 현재
이 수단을 위해 한 때 '''하드랙'''이라는 이름의 결합/분리가 용이한 하드디스크 프론트엔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물론 시대의 유물 취급받지만 비슷한 원리를 가진 하드 스왑 장치는 지금도 당당히 현역이며, 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이 하드디스크를 손쉽게 교체하는 방법으로 쓴다. 콜드 스왑(안전 제거 또는 껐다 켜야 정상 동작)과 핫 스왑(아이들 상태면 맘대로 탈착 가능)으로 나뉘지만, 콜드 스왑은 개인용으로는 사장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케이스가 자체적으로 외부 SATA 연결을 지원하는 모델도 나온다.
하드랙 자체도 서버용으로는 당당한 현역이며, 지금도 초 고용량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서버에서의 용도는 이동성보다는 신속한 교체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서버의 하드디스크는 사용 빈도가 높고 그에 따라 교체율도 높기 때문이다. 뉴타입에서 코드기아스 흑풍에 제작 과정이 그림으로 약간 나오는데 거기서 용량이 테라바이트 급이라 데이터 전송에 하드를 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아마존 웹 서비스에는 UPS의 배송망을 사용하여 테라급 데이터를 인터넷보다도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 AWS Snowball 서비스도 있다.
여기에 하드카피 장치도 산업용으로는 건재하지만, 그 쓰임이 대량 복사 등으로 줄었을 뿐이다. 이런 장비가 빛을 발하는 것은 같은 사양의 PC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시설. PC실/PC방/게임 관련 이벤트 등. 일단 한대만 설치 작업하고 그 한 대를 동시에 여러 대의 하드디스크로 카피하면 설치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어든다. 대량 하드카피 장비의 예시
2019년 4월 10일에 공개된 블랙홀 사진의 데이터도 하드카피로 옮겼었다. 데이터 용량이 수 페타바이트라서 도저히 회선으로 전송 못하고 비행기로 하드를 옮겼다고 한다.
외장 하드디스크를 쓰는 것도 일종의 하드카피라 볼 수 있다. USB 메모리와 외장 하드가 일반화된 요즘 내장 하드를 직접 하드카피하는 경우는 새 하드디스크나 SSD에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하는 경우 외에는 거의 없다.
[1] 못 해도 3~4백만원은 가뿐히 넘어간다...SLC SSD의 경우, 너무 비싸서 전문가/기업용(데이터센터용)으로도 MLC가 쓰이고, 현재는 SLC특유의 긴 수명과 신뢰성이 중요한 연구소 등지에서 특수 목적용으로만 가끔 쓰이는 수준. 일반적인 검색으로 나오는 SLC SSD라고 하는 제품들은 캐시메모리만 SLC를 쓰고 실제 저장공간에는 TLC를 쓰는 제품이다. SLC와 TLC의 이론상 가격 차이는 '''8배'''이고 당연하게도 시장이 작으니 규모의 경제가 안 돌아가는걸 생각하면 그 이상의 격차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