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 관련항목 -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The Last Children of Schewenborn(영어)
1. 개요
둘 다 내용은 같다. 여기서 실제 내용에 가깝게 표현된 것이 오른쪽 표지. 그런데 첫번째 책은 아버지가 하오체를 사용한다.'''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
그로부터 몇백만 년 뒤
사람들은 마침내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생물로 진화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지금 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는 누구인가?''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책임지자.''
사람들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인류 최후의 7일이 시작되었다.'''
-프롤로그 中[1]
구드룬 파우제방의 1983년 작품. 핵전쟁의 무서움을 다룬 독일의 소설. 독일이 통일되기 이전에 쓰인 작품이라 독일은 분단 상태이며, 서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은 대표작인 이 작품 외에도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를 다룬 작품을 여럿 쓴 바 있다. 1987년에 발표된 <구름>은 인근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 이후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로 발표연도를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당연히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모티브로 한''' 작품. 2006년에 영화화도 되었는데 국내에는 2011년에야 <클라우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또 2012년에는 원자력 사고 41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오랫동안 낫지 않는 방사능의 후유증을 그린 <핵폭발 그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는데, 역시 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집필 계기였다고 한다. 하긴 둘 다 역사에 길이 남을, 비교대상이 서로밖에 없는 둘뿐인 레벨7 대형사고였으니.
2. 줄거리
1980년대 서독. 아빠 클라우스, 엄마 페르바트, 누나 유디트, 주인공 롤란트(1인칭 화자이기도 하다), 동생 케르스틴의 5인 가족으로 이루어진 주인공 가족은 쉐벤보른이라는 작은 마을[2] 에 있는 할아버지의 집에 가다가 근처의 큰 도시인 풀다(Fulda)[3] 에 핵폭탄[4] 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까스로 도착한 할아버지 집에서 피난 생활을 시작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들이 온다고 풀다에 있는 대형 마트로 쇼핑하러 갔다가 그대로 핵 폭발에 직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뒤의 지옥같은 상황을 안 보고 한 번에 끝났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이후 산자락에 가려져 있어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쉐벤보른으로 방사능에 피폭된 피난민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주인공 롤란트는 이들을 돕다가 피난민 병원에서 엄마가 방사능 피폭으로 죽어서 고아가 된 두 남매를 맡게 된다(여자아이의 이름은 지르케, 남자아이의 이름은 옌스다). 엄마는 이들을 보며 희망을 되찾아 고아들을 한 버려진 성으로 데려가 돌봐 주었다.
그러나 세남매 중 주인공의 어린 동생은 전염병으로 죽고, 주인공보다 약간 먼저 방사능에 노출되었던 주인공의 친누나 유디트는 암에 걸렸으나 치료를 받지 못하다 죽게 된다. 피폭될 당시 임신하고 있었다가 산달이 다가오자 불안해진 엄마의 고집으로 원래 살던 프랑크푸르트 집으로 피난을 갔더니, 프랑크푸르트는 풀다와 별도로 핵폭탄 하나를 맞은 것인지 그저 회색 평야만이 펼쳐져 있다. '프랑크푸르트' 라는 간판만이 눈에 파묻혀 있는 섬뜩한 장면이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웃집 가족이 집을 빼앗아버렸고, 할 수 없이 눈 오는 바깥을 떠돌다가 산 속 고성에 자리를 잡는다. 핵전쟁 직전에 임신했던 엄마는 손발이 없어 팔다리 끝이 뭉툭하고 눈이 없는 기형아[5][6] 를 낳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사망하고 결국 주인공과 아버지만 가까스로 겨울을 넘긴다.[7]
몇년 후, 주인공은 아버지가 가르치던 반을 하나 물려받아 교사가 된다. 하지만 물자가 부족하고,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어린이들 역시 극도의 허무주의에 빠져서 주인공같은 어른 세대를 거의 멸시하고, 기아와 병과 혼돈에 찌든 상태. 주인공의 아버지도 교사로 일하다가 어느 아이에게 "살인마!"라는 소리를 듣고는 교직을 그만둔다. 그 아이는 며칠가지 않아서 병으로 죽고 만다. 과일 나무들은 쭈글쭈글하고 시커먼 열매를 맺고 들판엔 곡괭이가 아니면 파낼수도 없는 엄청나게 튼튼한 잡초가 자라는 등 전체적으로 식량이고 뭐고 암울하지만 그나마 감자는 잘 자라서 감자만 잔뜩 심고 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싹 죽어나가는 막장 상황에서도 쥐와 멧돼지는 번성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몸에도 점차 방사능 후유증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소설은 결말을 맺는다.
3. 그 외
작중 배경이 되는 쉐벤보른은 원래 동-서독의 접경지대 근방이다. 하지만 소설에는 동독이고 서독이고 그런거 없이 사이좋게 멸망해서 주민들이 장벽을 마구 넘나든다.[8] [9] 알프스 지역에는 아직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떠나지만 돌아온 사람도 없어서 진위는 검증되지 않았다. 주인공 가족은 고향 프랑크푸르트는 멀쩡하단 말을 믿고는 갔다가 현실은 시궁창임을 보고 개고생만 하고 돌아와서 그런 뜬소문을 믿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적십자에서 지원을 나왔다는 카더라 통신도 돈다.[10] 주인공 일행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동독까지 갔다 오지만 어느 동독 사내를 만나서 여기나 거기나 개판이다.란 말만 듣고는 돌아온다.[11] 떠돌이들 말로는 오히려 주인공의 마을이 그나마 재앙을 가장 잘 버티고 살아나고 있는 편이라고.
'''아동을 대상으로 써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절망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한 고아 무리의 아이가 어른 세대를 비난하며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는 장면까지 묘사되어 있다.[12] 사실, 동심파괴 문서를 참조해 보면 알겠지만 아동용 TV프로들, 심지어 어릴적에 읽었던 고전 동화에도 잔혹하거나 염세주의를 표방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는 하다. 사실 이 책의 대상은 진짜 아동보다는 청소년 대상이라 봐야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폭발 이후 의사와 간호사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마을에 마지막 남은 의사마저 결국 절망에 빠져서 자살한다던가 피폭된 환자가 1천 마르크 지폐를 손에 쥐고 죽어간다거나 자기 옆의 시체를 보고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자 어떤 사람이 여기도 저기도 다 시첸데 뭘 새삼스럽게 구니?라고 면박을 주질 않나 불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참혹하게 죽이질 않나 전쟁 이후에도 그나마 제일 부유하던 사람 하나가 자기 집에서 몇 번 도둑질을 한 고아 하나를 때려죽이고 자랑을 하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전재산을 약탈하고 그러자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는 등[13] ...틀렸어 이제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어린 나이에 읽었다가는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릴 수도 있는 작품.“거룩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쉽고 재미있는’ 소설들만 어린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거룩하고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일이 언제나 보상을 받는 게 아니며,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을 받는 게 아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결국에는 해피엔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청소년 독자들이 많은 생각과 함께 격렬한, 심지어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요구하는 주제들을 접했으면 하고 기대한다.”
여담이지만, 원래 '핵전쟁이 일어났어요' 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적이 있다. 재발간 하면서 이상한 제목을 포함한 일부 부분의 번역이 바뀌고 삭제되었던 부분이 추가[14] 되는 등, 수정이 있었던 듯. 다만 작품 서두에 등장하는 시의 번역은 재발간 이전 판이 더 나은 느낌.
한국판의 삽화는 초기는 손창섭씨가 맡았는데, 특유의 거칠면서 섬세한 화풍으로 핵을 맞은 지옥을 나름대로 섬뜩하게 표현했다.
[1] 이후 시의 내용은... 창세기를 뒤집은 구성으로 7일간 하나씩 재앙이 벌어지며 인류가 몰락하고, 결국 거대한 폭발과 함께 남은 인류가 전부 멸망한다. 성경으로 더 따져 보면 요한계시록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내용.[2] 허구의 도시이지만 작가가 모델로 삼은곳은 자신이 거주하는 풀다의 북서쪽에 있는 슐리츠(Schlitz)라는 마을이라고 함.[3] 여담이지만 실제 냉전기 풀다는 '풀다 갭(gap)' 이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로 유사시 소련군의 주 공격축선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했다...[4] 소련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을 가는 길에 듣는 뉴스에서 미소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족들은 이번에도 그러다 말고 넘어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작중 묘사로 보아할 때 동독 부분이 같이 날아가 국경선이 유명무실해지고 이탈리아나 평소 눈엣가시였던 폴란드까지 다같이, 어쩌면 전 유럽을 날려버린듯 하다. 아마 미국과 소련 간 철저한 상호확증파괴가 벌어진 듯. 다만 동구권 군사력 주 담당이었던 동독과 폴란드까지 날아간 걸 보면 미국도 핵을 발사했거나 소련의 핵 발사 시스템에 에러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5] '제시카 마르타'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서 미들네임 마르타는 핵폭탄에 맞아 죽은 할머니의 이름이다.[6] 여기서 약간 섬뜩한 것이 아기가 태어난 밤 어둠 탓에 아기가 기형아였음을 몰랐던 주인공은 아기를 위해서라면 '''살인'''이라도 불사하겠노라 독백한다. 만일 아기가 멀쩡히 살아남았다면 주인공은...[7] 그리고 태어난 기형아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같이 묻는다. 이후 집을 빼앗은 이웃도 결국 굶어 죽어 집을 되찾게 된다.[8] 국경의 철조망이 파괴되어있고 전차가 지나간 무한궤도 자국 등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핵공격 직후에는 생존한 병력들 간의 교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다 의미없는 일이었지만...[9] 베를린 주위로는 돌멩이 하나 제대로 남은 게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핵공격으로 그냥 증발해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10] 실지로 재해상황에 교통및 통신이 두절될 경우 이런류의 소문은 돌기 마련이다. 비슷한 소재의 핵전쟁 이후의 미국을 그린 전쟁, 그날의 경우는 하와이는 방사능이 없어서 낙원이다. 알래스카는 아직도 식량을 자급한다는 등의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진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실제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주전쟁 영화판에선 유럽은 조용하다! 아니다, 유럽이 제일 먼저 초토화되었다! 라면서 온갖 소문이 설왕설래한다.[11] 공식적 통일은 없었지만 이미 이쪽이나 그쪽이나 정부도 다 날아가버렸으니 통일이 된 거나 다름없다는 말도 듣는다.[12] 인근 고성 지하실에 자리를 잡아 도둑질과 구걸로 살아가던 아이들과 함께 살던 안드레아스라는 소년이다. 두 다리를 잃어 유모차에 타서 다른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냈는데 결국 시간이 흘러 무리가 뿔뿔이 흩어지자 눈이 펑펑 내리는 와중에 방치되어 3일동안 눈만 핥아 먹으며 이불을 찢어 자신의 목을 맬 밧줄을 꼬았다. 안드레아스가 자살하려는걸 눈치 챈 롤란트는 밧줄을 빼앗으며 그의 자살을 막으려 했는데 결국 본인도 안드레아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과 이미 비참해질 대로 비참해진 안드레아스가 더 살고 싶지도 않아한다는 것을 보고 결국 유모차를 밀어 안드레아스의 자살을 돕는다. 시신은 직접 수습해 동굴에다가 안치했는데 고아 무리 이야기와 안드레아스의 자살은 작중 가장 분위기 어둡고 황량한 장면이기도 하다.[13] 이런 상황에서 돈이 아무리 많아봤자 의미가 없는 만큼, 이 재산이라는 것은 저장 식품이었다. 이 사람의 집 지하실에는 엄청난 양의 통조림 등의 보존 식품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전부 약탈당한 것.[14] 핵폭발로 인해 부모를 잃은 고아들의 이야기는 '핵전쟁이 일어났어요'에서는 이들의 말로 중 삭제된 부분이 있지만 '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에서는 그대로 나온다. 물론 이 책에 해피엔딩인 부분이 나올 리가 없으니 기대하진 말자. 고아들 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여자아이 둘 중 하나는 아이들을 위해 햄을 훔치다가 그 주인에게 머리를 맞아 죽고, 다른 여자아이들과 남은 고아들은 전염병, 추위, 굶주림 등으로 죽거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걔중 나이가 꽤 되었던 안드레아스는 위의 각주대로 밧줄에 목을 매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