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월드 시리즈
1. 개요
1985년 10월 19일에 시작해 27일 7차전으로 끝난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 시리즈 경기. 미주리주 연고팀들간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Show-me Series" (미주리주의 별명이 'Show-me'이다) 또는 양 시를 잇는 도로인 'I-70의 승부'라고 불려지기도 했다.
2. 양 팀 상황
2.1. 1985년의 캔자스시티 로열스
1980년대의 로열스는 무려 10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비록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패하기는 했지만, 1980년에는 전통의 명가 뉴욕 양키스까지 수차례의 도전 끝에 물리치고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1985년의 로얄스는 에이스 브렛 세이버하겐[1] 의 눈부신 활약으로 91승 71패라는 성적으로 85년 시즌을 마감하고 동부지구 우승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ALCS에서 격돌했다. 초반 1승3패로 몰렸지만 내리 연승을 거둬 7차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4대3 시리즈 스코어로 승리, 198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다.
2.2. 1985년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세인트루이스에서 104번째, 내셔널리그에서 94번째 시즌을 맞이한 카디널스는 그 해 신인왕으로 뽑힌 준족 빈스 콜먼과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윌리 맥기, 또 그라운드의 마법사로 불리는 수비의 신 아지 스미스가 포진해 내셔널리그를 평정하고 101승 61패로 뉴욕 메츠에 3게임 앞선 상황으로 시즌을 마친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NLCS를 6차전에서 마무리짓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2]
3. 진행
3.1. 1차전-5차전
1차전은 세인트루이스가 가져갔다. 존 튜더는 7안타에 1실점만을 하는 호투를 보여 카디널스의 3대 1 승리를 선사했다. 2차전은 로열스의 찰리 리브란트가 계속되는 포스트시즌의 불운아라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하는 뼈아픈 경기였다. 2대 0으로 훌륭하게 경기를 이끌어 가던 리브란트는 갑자기 9회초에서 난조를 일으켜 무려 3점을 고스란히 카디널스에 헌납해주시는 대인배적 기질을 일으켜 4대 2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후 하루 건너 뛰어 열린 3차전에서는 에이스 브렛 세이버하겐의 호투로 카디널스를 6대 1로 제압하고 시리즈 스코어 2대 1을 만든다. 이어 이튿날 열린 4차전에서는 1차전 선발 존 튜더가 다시 등판, 3대 0 완봉승을 거두고 3대 1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에 5차전에서 로열스가 반격, 6대 1의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를 3대 2로 좁혔다. 그러나 카디널스는 아직 유리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고 이런 상태에서 문제의 6차전으로 돌입했다.
3.2. 6차전 : 오심은 오심을 낳고
6차전에서 카디널스는 대니 콕스를 로얄스는 포스트시즌의 불운아 찰리 리브란트[3] 를 각각 등판시켰다. 이 6차전은 희대의 오심으로 얼룩진 경기로 유명한데, 이미 4회때 막장의 전조가 보였다. 4회말에 1루에 있던 프랭크 화이트가 도루를 시도했지만 명백하게 세이프로 보인 플레이를 아웃으로 선언해버리는 바람에 1대 0으로 앞서갈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8회초, 카디널스가 브라이언 하퍼의 적시타로 1대 0으로 앞서게 됐다. 또다른 막장은 9회말에 일어났다. 마무리로 마운드에 등판한 신인 토드 워렐은 로열스의 선두타자 호세 오타를 맞이하고 오타의 바운드성 강한 타구를 1루수 잭 클락이 잡아 1루 커버에 들어선 워렐에게 토스했으나 1루심이었던 돈 덴킨저가 세이프로 선언한 것.
후에 비디오 판독결과, 오타는 당연하게 아웃감이었으나 세이프로 처리한 것이었다. 당연히 카디널스 측은 어필했고 또 당연히(...) 그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다음 타자였던 스티브 발보니가 안타로[4] 무사 1,2루의 상황에서 오닉스 콘셉시온이 스티브 발보니를 대신해 대주자로 나서고 타자인 짐 선드버그가 첫 두 번의 번트실패를 한 뒤 세번째 번트는 투수앞으로 가져다대는 바람에 워렐이 2루주자 오타를 아웃시켜 1사 1,2루가 된 상황에서 로열스는 대타로 할 매크래를 내보내고 워렐의 제 2구를 포수였던 포터가 포구하지 못하는 바람에[5] 위 주자를 진루시켜 1사 2,3루로 만들었고 결국 카디널스 덕아웃에서 매크래를 고의사구로 거르라는 신호를 보내 1사 만루를 만든다. 로얄스는 다시 대타로 대인 오르지를 대타로 내보내고 워렐의 2구를 받아쳐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여 2대 1 역전승으로 경기를 7차전으로 끌고간다. 카디널스에게 있어서 이 6차전은 사상 최고의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3.3. 7차전
내일은 없는 이 7차전에서 로열스는 에이스 브렛 세이버하겐을 내세웠고 이에 질세라 카디널스 역시 에이스 존 튜더를 내세웠다. 2회에 2점, 3회에 3점을 추가한 로열스는 5회말에서 무려 6득점을 하면서 카디널스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뭉개버렸다. 브렛 세이버하겐은 5안타 무실점으로 카디널스를 완벽하게 틀어막아 로열스는 창단 첫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카디널스 선수들은 6차전의 후유증이 컸던 까닭에 7차전에선 거의 '''될대로 돼라!!'''식의 플레이를 남발했고 특히 허조그 감독은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탓에 주심이던 덴킨저에게 툭하면 고함을 질러대는 등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다. 심지어 당시 카디널스의 선발이었던 존 튜더는 강판되어 덕아웃으로 들어와서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벽을 손으로 분질러 손을 상해하는 자해까지 했을만큼 엉망진창이었다.
4. 기타
- 6차전에서 브렛 세이버하겐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산기가 임박한 아내에게 짧막한 사랑의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가 7차전에 등판했을 때는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현재는 손주까지 봤다.
- 로열스는 이 해에 2번이나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3대 1의 상황) 내리 3연승을 거두며 기사회생에 성공한 팀으로 기록을 올렸다.[6] 그리고 월드 시리즈 7전 포맷이 2-3-2로 바뀐 1924년 이후 최초로 첫 두 게임을 홈에서 내준 뒤에 승리한 팀으로도 기록을 올렸는데 이듬해 뉴욕 메츠가 그 기록을 이어받는다.
- 이 해부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5전 3선승에서 7전 4선승제로 변경되었다. 덕분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고도 5~7차전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모두 패하면서 첫 월드 시리즈 진출은 1992년에 이루게 된다.
- 카디널스는 이 해의 월드 시리즈에서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겼는데 .185라는 월드시리즈 최저 타율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 기록은 16년 뒤, 어느 무시무시한 제국에 의해 깨어진다(.183(...)).
- 6차전의 원흉(카디널스의 입장에서)이었던 돈 덴킨저 심판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심판진 로테이션상 7차전에서는 구심을 맡았는데 화이티 허조그 감독은 약간 또라이 기질이 있었던 호아킨 안두하르를 등판시켰다. 안두하르는 덴킨저 구심의 볼판정에 툭하면 위협적인 언사와 몸짓으로 덴킨저를 도발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퇴장당하는 사고를 저질렀는데 경기후 "그 빌어먹을 ㅆㅂ놈이 제대로 심판만 봤어도 여기까진 안왔다!"고 까자 덴킨저는 "댁님들이 .185를 쳐대지 않았음 여기까지 안왔을 거임"이라고 맞대응, 후일담에 화이티 허조그 감독이 6차전의 복수차 내보낸 것이라는 말도 있다.
- 다 이겼던 경기를 졌다는 분함을 이기지 못한 카디널스는 원정팀 화장실의 변기를 방망이로 때려 손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바로 안두하르였다.
- 아울러 덴킨저 심판은 월드시리즈 이후 살해협박같은 인신공격성 편지를 받는 등 집중 표적이 되었는데 자신도 이후에야 오심을 내린것을 알았다고.
- 월드 시리즈가 시작하기전 카디널스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대참사를 겪는데 바로 신인이자 1번타자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던 빈스 콜맨을 부상으로 잃은 것. 이 과정이 참 기가 막힌 것이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이었는데 당시 경기가 열릴 세인트루이스에 비가 내려 경기요원들이 방수포를 깔아놓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당시 카디널스는 자동 방수포 포장기계가 있어 자동으로 방수포가 깔리고 있는 중이었다. 당시 빈스 콜맨은 팀동료였던 테리 펜들턴과 담소중이었는데 우연하게 방수포 기계가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었고 이를 발견한 콜맨이 동료인 펜들턴을 구해내고 자신이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이 부상으로 콜맨은 월드 시리즈를 결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게 연쇄반응을 일으켜 카디널스는 1번타자로 윌리 맥기를 세웠으나...
- 이 해 이후 로열스는 무려 29년동안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다. 필리스가 34년 연속, 컵스가 38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할 때는 양 리그 1위만 가을야구를 하던 때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로열스의 기록이 더 치욕스러운 기록이다.
- 시간은 흘러 29년 뒤, 로열스는 2014 포스트 시즌에서 8연승(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디비전 시리즈 3연승-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연승, 2014년 10월 15일)을 거두며 29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1985년 월드 시리즈의 3연승을 포함하면 포스트 시즌 11연승 중.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다투고 있어 양팀 팬덤은 29년만에 월드시리즈 리매치를 은근히 기대했으나 결국 자이언츠가 NLCS 시리즈 전적 4-1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여 무산됐다.
- 참고로 이 해 일본과 한국에서도 창단 첫 우승이 나왔다.한신 타이거스가 양대리그 창설 35년 만에 첫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뤄냈으며, 삼성 라이온즈가 가을야구 티켓을 독점하며 통합우승을 거두었다. 그 85동기는 나란히 90년대까지 우승을 못하다가 삼성은 2002년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고, 로열스는 2015년에 성공했다. 심지어 같은 85동기인 삼성이 13코시에서 이해 월시와 같은 패패승패승승승으로 우승했다. 한신만 No 우승...
[1] 성적:32전 20승 6패 평균자책점 2.87 158탈삼진.[2] 이 NLCS 역시 명작으로 유명한데 아지 스미스의 끝내기 홈런때 캐스터였던 잭 벅의 '''"Go crazy folks! Go crazy!"'''라고 외친 장면은 지금까지 야구중계 역사상 명언으로 기억된다.[3] 1991년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 커비 퍼켓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그 선수다.[4] 그 이전에 발보니가 파울 플라이를 쳤으나 1루수였던 잭 클락과 포수 대럴 포터의 콜 사인이 어긋나 놓쳐버리는 불상사까지 터졌다.[5] 이것 역시 후일담이 기가 막힌데 당시 투수였던 토드 워렐과 포수였던 포터의 사인 미스였다는 것이었다. 포수였던 포터는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을 바로 고치기 위해 마스크에 손을 갖다댄 것이 워렐로 하여금 슬라이더를 요구하는 사인으로 오인하고 던진 슬라이더가 포터 옆으로 빠져나간 것이었다고.[6] 패패승패승승승. 이 해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 시리즈의 승패순서가 정확히 일치한다. 양대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 시리즈를 통틀어서 이 승패순서는 단 세 번 나왔는데, 그 중 두 번을 캔자스시티가 올린 셈.(나머지 한 번은 1958년 월드 시리즈에서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우승한 양키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