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드래프트/1992년
1. 개요
1991년 11월 20일 시행된 K리그 드래프트. 작년에 이어 드래프트 거부 파동이 크게 일어난 시즌이다.
2. 진행방식
- 일반 드래프트 지명이 9차 지명까지 확장된 대신 번외지명은 사라졌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모든 팀이 1차부터 9차까지 라운드별 한 명의 선수만을 지명할 수 있었다.
- 1991년 리그 성적의 역순으로 순번이 부여됐고, 다음과 같이 지명권 순번이 정해졌다.
3. 지명결과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던 지난해 드래프트와 달리 후술할 내용들로 인해 엄청난 열기를 내뿜었던 드래프트다. 유망주들도 쏟아져 현재 K리그와 국가대표에서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인데, LG 치타스는 서정원, 김봉수, 임근재, 전경준이라는 거를 타선 없는 신인 4인방을 모두 쓸어담으며 단숨에 엄청난 전력강화에 성공한다. 또한 일화 천마는 대학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던 김정혁을 우여곡절 끝에 영입했고, 포철은 청소년대표 출신 미드필더 조정현을, 현대는 장형석, 김종건과 실업 무대에서 활약하던 김병지를 얻었다. 유공은 후에 니포축구의 핵심이 되는 미드필더 윤정춘과 드래프트 최대어 홍명보를, 대우는 이경춘, 이태홍, 신태용을 얻었다.
그런데 드래프트 행사 종료 후 4시간만에 초대형 트레이드가 이뤄지는데 이미 홍명보에게 거액의 돈까지 투자하면서 아마추어 팀에 입단시켰던 포항제철 아톰즈가 필사적으로 홍명보 영입작전에 나서면서 초유의 '''1대3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게 된것. 포항제철 아톰즈가 드래프트 1~3위로 지명한 김진형, 조정현에 기존 소속 선수인 이석경을 주고 유공에서 홍명보를 얻어오는데 성공하며 우리의 기억속에 있는 포항 스틸러스의 홍명보가 탄생한 것.
또 다른 대형 트레이드도 곧바로 이뤄진다. 후술할 내용이지만 대학 최고 공격수로 핫한 매물이었던 김정혁은 이미 대우 로얄즈와 선계약으로 입단하기로 되어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게 사전 계약으로 걸리면서 결국 드래프트 지명권 윗순위에 있던 일화 천마가 김정혁을 지명해버렸고, 대우는 포철이 홍명보를 데려온 방식과 똑같이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자신들의 1,2순위 지명자인 이태홍, 신태용을 내주면서까지 김정혁을 데려오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쪽 트레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일화 천마에서 신태용, 이태홍이 맹활약하고 대우로 간 김정혁이 거듭된 부상으로 부진하면서 대우의 의문의 1패가 되고 만다.
그리고 LG 또한 지명한 신인 전경준을 곧바로 트레이드 카드로 써먹으면서 화끈했던 트레이드를 마무리한다.
4. 특이사항
1991년 드래프트의 드래프트 거부 파동은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듯, 1992 드래프트에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 출전 선수들의 대거 드래프트 불참이 이어진다.
앞서 황선홍, 홍명보가 드래프트를 거부한 뒤 편법을 통해 모두 포항제철 아톰즈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입단해 타 팀들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규정 상 아마추어 신분의 선수가 프로팀에 입단한 뒤 출전하려면 3년간 아마추어 팀에서만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포항제철이 이를 수용하고 두 선수를 유학보낼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축구계, 그리고 팬들의 반발까지 더해진다. 결국 이미 군 입대를 한 상태인 홍명보를 제외하고 황선홍이 독일 임대를 가게 되면서 사건이 일단락 되는듯 했다.
하지만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에 출전한 대학 선수 4명이 '''단체로''' 드래프트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더 꼬이게 된다. 특히 이 선수들은 모두 대학 최대어급인 유망주들로 서정원, 신태용, 김병수, 정광석 등 이름을 들으면 지금도 아는 사람들이 많은 선수들이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유 경쟁에 의한 계약조건 제시가 아닌 상한선이 있는 일괄된 계약조건이 공정거래가 아닌 담합의 행태이며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주된 근거였고, 홍명보, 황선홍의 뒷돈 계약금 논란과 또 다른 대학 유망주 김정혁의 선계약 사건이 겹치면서 프로축구연맹은 심각한 위기상황을 느끼고 긴급회의에 들어간다.
결국 드래프트 시행 이틀 전인 11월 18일까지 신청 기한을 연장하면서 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프로축구연맹이 설득에 나섰고, 서정원, 신태용, 홍명보는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정광석과 김병수는 끝내 드래프트에 나서지 않았고 정광석은 다음 해 드래프트에 나서지만 김병수는 국내 무대에서 뛰기엔 이미 몸도 많이 망가진 상태라 일본으로 건너가 JFL에서 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