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소스
1. 개요
XO酱, XO sauce
홍콩에서 최초로 만든 소스. 고급재료인 건화[1] 중에서도 값비싼 말린 조개관자, 말린 전복 등등을 물에 불리고 채썬다음 끓여서 스프로 우려낸다. 여기에 갑각류 볶음, 라유, 중국햄(화퇴, 火腿) 등등의 값비싼 재료들을 채썰어서, 앞과 뒤의 재료들을 모두 넣고 함께 볶아서 졸여내면 완성된다.
XO소스라는 이름은 브랜디의 등급 표기인 XO를 따왔는데, '''XO 등급 브랜디에 필적할 만큼 고급스러운 소스'''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인데, 실제로 XO소스를 고급 술병과 비슷한 모양의 병에 담아 파는 마케팅도 존재한다. 철냄비짱에서는 해당 유래와 더불어 '만드는 과정에서 물 대신 XO 브랜디로 만들어서 XO소스가 되었다'는 가설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레시피에 브랜디는커녕 술이 1방울도 안 들어가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가설일 뿐이다. 보통은 페닌슐라 호텔의 스프링 문 레스토랑에서 최초로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구룡 지역에 XO소스의 원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2. 상세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레스토랑 近水樓台의 시그니쳐 XO소스 제작 과정.
시판제품을 개봉한 후의 모습. 이 소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이들은 참고해 보아도 좋다.
고추기름, 즉 라유 같은 맛이 베이스라서 약간 맵지만, 그 이상으로 재료들의 고소한 맛과 향이 있어 그냥 XO소스에 탄수화물이나 부재료를 묻혀먹는 것만으로 맛이 배가(倍加)된다. 주재료가 건해물이어서 흔히 '소스'라고 하면 생각하는 액상 혹은 걸쭉한 고형물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후리카케나 마른반찬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슷하게도 탄수화물, 튀김과도 잘 어울리는 매콤한 밥도둑이다.[2]
주요 사용법은 볶음인데, 갑각류 볶음 + 고급 건어물 스프 + 맛을 잡아주는 훠투이(햄)와 향신료를 넣고 자글자글 끓인 다음 졸여놓은 고소한 맛의 덩어리나 다름없기에, 볶음과 튀김처럼 '''불맛'''이 강한 요리에 곁들이면 씹을 때마다 감칠맛이 확 올라온다. 그밖에도 맛이 무척 강렬한 재료들을 볶은 것이다 보니, XO소스와 맛이 잘 맞는 재료와는 스프 등에도 잘 섞어쓰면 맛있어진다.
이를 이용한 대중요리로는 XO누들이 있다.
볶은새우 혹은 돼지고기를 올린 에그누들 혹은 스낵면에 매콤짭짤한 XO소스[3] 를 직접 뿌리면서 비벼먹는 방식이다. 라유에 볶은 갑각류와 특제면을 함께 먹는 맛인데 인스턴트 라면 같은 강렬한 감칠맛이 나면서 동시에 고급스럽다.
강렬한 맛을 지닌 소스이기 때문에 요리에는 조금만 넣어야 한다. 재료 하나하나가 감칠맛 덩어리인 갑각류, 건어물, 햄을 모듬으로 볶아낸 소스이기 때문에, 남용하면 주 재료의 맛이 묻혀버리고 갑각류의 느끼함과 고추기름의 매운 맛만 남아서 실패한 요리가 된다. 볶음밥 1인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1작은술 정도가 적당하다. 아무리 XO장을 좋아해도 2작은술을 초과하면 위의 맛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향이 강력하다.
3. 기타
한국에서는 굴소스와 마찬가지로 이금기유한공사의 XO소스가 가장 구하기도 쉬우며 널리 사용된다. 다만 이것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재료가 너무 비싼지라 가격은 양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2015년 기준으로 대략 찌개용 된장 사이즈 한 통 정도의 가격이 3만 원에서 5만 원 남짓 된다. 어린 아이 주먹 반 만한 작은 병이 1만 2천 원 정도이다. 그나마도 공장이 중국에 있다 보니 타 국가에서는 각종 규제에 걸릴 우려가 있어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르다고 한다.[4]
이금기제품 말고 MSG가 없다는 다른 브랜드도 찾아볼 수 있고 유명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걸 쓰기도 한다. 물론 XO소스의 품질에는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원물의 품질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원물의 차이만으로도 가격이 많이 바뀐다.
부피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제품이라 미국 내 중국계 마켓에서는 매대에 놓여있지 않고 고가의 술이나 담배처럼 접근이 쉽지않은 공간에 별도로 관리되어 따로 구입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저렴한 브랜드의 제품은 그냥 매대에 있다.
한국에서 취급하기엔 아무래도 가성비가 좋지 못한지라 한국 내의 중국계 소규모 중국식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식재료이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왠만큼 큰 중국식당이 아니라면 처지는 비슷하다. 특히 매콤한 맛이 나는 소스가 대중적으로 퍼져있는 동남아, 한국 등등에선 가성비의 문제로 작은 중국식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물론 맛 자체는 인근 나라의 매운소스들과 많이 다르다. 한국 내에서 찾아보려면 명동에 있는 화교 중국집들 중에서 가끔 XO볶음밥을 메뉴에 추가해놓는 경우가 있는데, 가격은 1만원 내외로 일반 볶음밥에 비해 비싼 편.
서교동에 있는 중식당 '진진'에서 XO볶음밥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여기 음식들은 중국 본토 풍이 들어가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미슐랭 별도 한 번 받았던 식당이지만 가격이 그리 비싸지는 않으니 한 번 가볼만 하다.
[1] 말린 고급 해산물. 중국요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해삼, 제비집처럼 맛이 없으면서 식감만 좋은 재료를 건화와 헷갈리는 경우가 있으나, 건화는 말리는 과정에서 감칠맛이 압축된 맛내기 재료를 의미하며 고급 스프재료로 쓰인다.[2] 당연하지만 고급스러움이나 감칠맛은 이런 류의 마른 반찬과 전혀 상대가 안 되는 수준으로 높다.[3] 보통 이런 누들에 직접 뿌려먹는 XO소스는 감칠맛이 나는 재료를 덜써서 가격이 싸고 맛도 단순한 편이다. 그래도 XO소스이긴 한지라 가격과 맛 둘 다 어느 정도는 된다.[4] 중국햄이 없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축산물 및 그것을 이용한 가공품은 품목별로 일부 국가 원산을 제외하면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니 중국 내수용이 쉽사리 팔리기도 힘들다. 한국에서 오리지널 홍콩 레시피에 가깝게 만드려면 프로슈토를 잘게 다져서 소스에 넣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