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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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 잔에 담긴 마르텔사의 브랜디.
1. 개요
넓은 의미의 브랜디는 과일주를 증류하여 만든 술의 총칭. 좁은 의미의 브랜디로는 포도주를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술을 가리킨다. 숙성되기 전 화이트 스피릿 상태일 때는 오드비라고 한다.
2. 상세
보통 일반적으로 브랜디라 하면 포도로 만들지만 유럽 여러 지방에서 사과나 체리 등의 다른 과일 또한 제조되고 있다. 이 경우 칼바도스, 애플잭, 키르슈 등 브랜디가 아닌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 외의 브랜디 종류도 여러 다른 이름이 있는 한편, 리큐르 중에서 애프리콧 브랜디 또는 체리 브랜디로 판매되는 것 중에서는 브랜디에 과일향을 첨가한 것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증류 방식으로 만든 브랜디를 기준으로 설명.
포도 브랜디 제조에는 주로 백포도를 사용한다. 포도를 압착하여 과즙을 짜낸 후 발효를 거쳐 원료가 될 와인을 만든다. 만들어진 와인은 1차 증류와 2차 증류를 거친다. 재증류가 끝난 증류원주의 용량은 증류 전의 40% 내외. 완성된 원주는 오크통에 저장한다. 포도주는 병에 저장하는데 비해, 브랜디는 통 속에서 맛이 들게 되고 숙성 기간이 길수록 품질이 좋아진다. 병입 후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올라가지 않으니 주의. 여러 차례의 증류를 거쳐 도수가 급격히 올라가며 50~70도에 달한다. 오크통마다 장기 저장한 원주의 주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당히 혼합하여 일정한 주질을 갖춘다. 이후 오크통의 찌꺼기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첨가물과(캐러멜 등)과 주정, 중성 위스키 등 기타주류를 배합하고 기준도수로 조정한다. 보통 정통 브랜디는 첨가물과 기타 주류를 배합하지 않는다. 배합 과정 후 맛을 순화시키기 위해 6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이후 에스테르 등 증류로 제거하기 어려운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7℃에서 -10℃까지 냉동시켜 여과한다.
발효 중인 포도주에 브랜디를 섞으면 도수가 올라가면서 알코올로 인해 효모가 죽어서 발효가 멈추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진다. 포트 와인과 셰리가 대표적이며 마데이라 와인도 비슷하게 제조한다. 당분이 알콜로 전환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단맛이 있다. 도수도 어느 정도 높다(18~20도). 포트 와인의 경우 영국인들이 디저트로 애용했다. 18~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포트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혼블로워.
호사스러운 맛과 향으로 술 중의 술이라고도 한다. 브랜디의 어원은 네덜란드어의 브란데베인(Brandewijn). 이후 영어의 브랜디로 변화했다. 브란데베인은 '불에 태운 술'이라는 뜻. 우리나라의 소주도 '불태울 소(燒)'에다 '술 주(酒)' 를 쓰는 걸 보면 사람 생각은 비슷한듯.
브랜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것은 14세기 초, 스페인의 연금술사가 우연히 실험 도중 포도주를 증류시키면서 만들어졌다. 이를 반 브류레(Vin Brule, Eau-de-Vie)이라 했다.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아르마냑 지방이 유명하다.[1] 그 외에 과일를 재배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브랜디를 생산한다.
동구권에서는 아르메니아가 소련 시절 브랜디를 제조하여 공산권 전역에 수출하고 선물용으로도 애용되는 등 상당히 유명했고 냉전 이후에도 아르메니아의 주요 산업으로 브랜디를 만들고 있다. 아라라트산 동쪽 평원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든다. 국내에서도 러시아 식품점 등에서 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코냑이나 아르마냑보다는 맛이 순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 외 독일에서도 바인브란트라는 고급 브랜디가 생산되고 있다.
마르와 그라파라는 것도 존재한다. 마르는 프랑스의 브랜드로 와인 제조후 남은 찌꺼기를 재발효시켜 생산하고, 그라파는 이탈리아의 브랜디로 마르와 같은 방식이다. 사실 마르와 그라파는 브랜디와는 조금 다르다. 포도주를 증류한 것과,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증류한 것의 차이인데,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브랜디의 향에는 비교할 수 없다.
포도주를 증류한다는 것과, 가격으로 인해 술의 제왕이라고 불린다. 브랜디, 그중에서도 꼬냑 생산자들이 위스키 양조장을 무시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 우리는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드는데 저 놈들은 맥주나 증류해서 만들고 있다고.. 정작 위스키 최대 수입국 중 하나가 프랑스지만..
실제로 고급의 브랜디는 달콤한 향이 풍부하다. 높은 도수의 술에 익숙하지 않다면 알코올 향 때문에 느끼기 어렵지만, 익숙해진다면 부드러운 맛과 향을 자랑한다. 40도 이상의 술들은 풍미에서 알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다른 술과 유사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독일의 슈냅스, 불가리아의 라키야도 브랜디의 일종.
3. 저장 연수(등급)
코냑이나 알마냑의 경우 고유의 표기 방법이 있으나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코냑의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숙성연수를 표기하거나 회사마다의 고유한 표기법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코냑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브랜디 표기법을 코냑 표기법과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상 브랜디의 경우 6년 정도만 숙성되어도 XO라 이름 붙일 수 있는 탓에 3만 원짜리 XO도 볼 수 있는 형편. 표기법이 코냑과 같다고 생각해서 진짜 코냑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포도주는 대부분의 나라에 차고 넘치기 때문에, 그냥 XO를 붙이고 브랜디라고만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프랑스의 코냑, 알마냑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브랜디가 그러하다.
아르메니아 브랜디의 경우 3년 숙성의 경우 Three Star, 5년 숙성의 경우 Five Star 등 고유의 표기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VSOP, XO 등 꼬냑 표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저장연수에 대해서 V.O, V.S, V.S.O.P, X.O 등의 표기는 법적인 법적인 구속력이 전혀 없다. 숙성연수의 표기는 '헤네시' 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아래 표는 브랜디의 블렌딩 시 사용되는 원액 중 최저 숙성기간이 몇년 짜리인지 나타내는 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브랜디에 사용되는 원액은 이보다 더 오래된 것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스키의 표기 숙성연수가 제일 어린 원액의 연도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4. 종류
4.1. 오드비
Eau de vie. 일반적인 브랜디는 아니고 브랜디가 완성되기 전 상태. 갓 증류하고 숙성을 거치지 않은 화이트스피릿 상태를 말한다.
4.2. 프렌치 브랜디
코냑을 비롯하여 프랑스는 브랜디로 가장 유명한 국가이다.
4.2.1. 코냑
코냐크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브랜디. 코냑 문서 참고.
4.2.2. 아르마냑
아르마냑 문서 참고.
4.3. 아르메니아 브랜디
동구권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디는 아르메니아의 브랜디이다. 아라라트산의 포도로 만들며 가장 유명한 아라라트(Арарат, Ararat)라는 브랜드가 있다.
4.4. 피스코
페루와 칠레에서 만들어지는 브랜디의 한 종류. 피스코 문서 참고.
4.5. 기타 브랜디
- 체리 브랜디
5. 기타
국내에서는 브랜디 원액 20.5%를 넣은 리큐르인 나폴레온이라는 것도 있다.
간혹 옛날 소설 등에서 정신을 잃은 사람을 깨울 때 브랜디를 마시게 하는 장면이 있다. 국내에선 셜록 홈즈 시리즈의 묘사가 유명한데 '''만병통치약'''과 가깝게 나온다. 기절하거나 몸이 안 좋아 쓰러진 사람들은 모두 이 술로 깨어난다(...) 아예 홈즈와 왓슨, 경찰들도 브랜디를 소지하고 있다가 응급 상황에서 정신을 잃은 사람에게 마시게 하는 묘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사자갈기 에피소드에서는 독성 해파리에 쏘여 중태에 빠진 남성이 브랜디 마시고 회복한다.
스위스 산에서 조난당했을 때 구조견이 먹여준다는 술이기도 하다. 스위스 산악구조견 세인트 버나드인데 목에 브랜디 통을 단 구조견이 나오는 모습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목에 술통을 달고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았는데, 유머잡지 화가들이 풍자삼아 그린 이미지가 유명해져 버려서 졸지에 이후 정말 스위스 산악구조견은 술통을 목에 달고 다니게 되었다. 먹는 순간 정신이 들고 몸에 열이 돌기 때문에 추울 때 마시기 좋다. 보드카를 러시아 사람들이 마시는 것과 같은 이유. '''물론, 지속적으로 추위에 계속 노출돼서 끔살당할 상황에는 절대로 마시지 말자!''' 고알콜 술들은 일시적으로 체감 체온을 올려주는 것이지, 실제로는 열을 순식간에 방출해버린다. 이 원리는 술을 마시면 몸이 혈액순환이 빨라지는데, 이것 때문에 따뜻해진다고 느껴지는 것. 그러나 효과가 떨어지면 몸은 본 상태로 돌아 올 것이고, 그 상태에서 기본 상태로 돌아오는 것. 맨정신인 상태에서야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린다거나 덮을 걸 찾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근육을 수축시켜 열 발산을 방지한다거나 하는 행동에 들어가지만 술 마시고 그게 가능할 리가. 그 상태로 그냥 얼어죽는 거다. 즉 상처부위 소독이나 긴급한 상황에서 마시고 빨리 추운곳을 나와 따뜻한 곳을 찾게 하게끔 하는 용도이다. (...)
사실 이러한 만병통치약의 이미지가 생긴 이유는 유럽의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브랜디를 마시면 흑사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풍문이 크게 돌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덕분에 당시에 브랜디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으나 와인을 증류하는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돈 많은 상인과 귀족들만 마실 수 있는 술이였고, 브랜디를 마시지 못하는 서민들에겐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상류층의 만병 통치약으로 보였을 것이다.[3] [4]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가 홍차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 은하제국측 인물들이 와인과 흑맥주를 마실 때, 자유행성동맹측 인물들은 대개 브랜디를 마신다.
타임슬립물의 고전 중 하나인 Lest Darkness Fall에서 6세기 이탈리아에 떨어진 주인공 패드웨이는 브랜디를 증류하여 떼돈을 번다.
켈리의 영웅들에서는 주인공인 켈리가 독일군 중령을 심문하던 도중 서류 가방에서 발견된 금속 덩어리가 금괴라는 것을 눈치채고, 브랜디를 독일군 중령에게 먹여 취하게 한 뒤, 금괴의 수량과 위치에 이어 호위 병력까지 알아낸다.
바다와 관련된 표류/여행 소설에서 정수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1] 지리적 표시제 때문에 코냑 및 아르마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만이 상표명에 코냑과 아르마냑을 쓸 수 있다.[2] 2018년 4월 기준으로 기존 6년에서 10년 숙성으로 바뀌었다.[3] 브랜디 뿐만 아니라 보드카 및 위스키도 흑사병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고 중세 유럽에서는 인식되었다.[4] 실제로 폴란드에서는 보드카를 이용하여 손을 씻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병원균인 페스트가 소독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흑사병이 월등히 낮았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