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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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국 사천지방식 고추기름. 중국어로는 라자오유(辣椒油,làjiāoyóu)나 줄여서 라유(辣油, làyóu)라고 한다. 잘 갠 고춧가루에 향신료를 섞은 것을 뜨거운 기름으로 우려내어 고추의 색과 맛이 나는 기름. 만드는 도중 고춧가루가 타지 않으면서 맛이 잘 우러나와야 하기 때문에 기름의 온도를 제대로 맞춰야 한다. 만들기가 제법 어려워서 보통은 시중에 나오는 것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불조절만 할 줄 안다면 만드는 방법 자체는 단순하기 때문에 마파두부 같이 고추기름을 쓰는 요리들을 할 때 고춧가루를 기름에 약하게 볶아 그냥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 요리에 사용할 수도 있다. 고추씨를 짜서 만드는 고추씨기름과 혼동되지만 엄연히 다른데, 고추씨기름이 더 맵고 자극성이 강하다. 고추씨기름의 향은 코가 아릴정도 매운향이 난다. 이는 고추 과육보다 씨에 캡사이신이 집중적으로 들어 있기 때문.
간략화된 버전으로는 기름에 고춧가루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된다. 고춧가루와 함께 마늘 같은 향신료를 넣으면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 하지만 기름의 양에 따라 전자레인지의 작동시간을 조절하지 않으면 탈 수도 있다. 특히 향신료가 함께 들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1] 더 간단하게, 고춧가루에 뜨거운 기름을 붓는 방법으로 하면 태울 염려 없다. 기름이 펄펄 끓지 않아도 오래 두면 맛은 우러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고춧가루를 헝겊이나 거름망으로 걸러낸 뒤 기름만을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에서는 위 사진처럼 고추를 빻아 넣은 것을 그대로 둔 상태로 음식에 첨가하는 식으로 사용한다. 전자레인지 고추기름은 완성 직후는 이런 중국식에 가깝고, 건더기가 싫으면 한국이나 일본식처럼 걸러도 된다.
2. 쓰임
만들어 놓으면 마파두부나 육개장[2] 등의 매운 요리를 할때 자주 쓰게 된다. 중국 요리에서 주로 사용되며 한국에서도 멸치 혹은 돼지고기처럼 특유의 냄새가 있는 재료를 요리할 때에 사용되기도 한다. 보통은 육개장을 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 사천지방 요리에서 느끼기 쉬운 풍미의 매운맛. 한국식 짬뽕에도 많이 들어간다.
중국 요리에서는 한국 요리의 참기름급 위상이다. 어떤 요리가 나와도 취향에 따라 라유를 조금 넣으면 비빔밥에 참기름 버무리듯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실제로 먹어보면 고추씨기름과는 달리 매운 맛보다 살짝 볶은 고춧가루의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우육탕면이나 기타 중국 요리에서 라유를 국물에 띄우거나 곁들여 먹는 것 대신 한국산 참기름으로 바꿔도 근사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조미료라는 이유 때문인지 라멘이나 만두와 함께 먹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특히 군만두에 발라먹는 간장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고추기름을 섞어 먹곤 한다. 일본식 딴딴면에도 주요 재료로 들어간다.
한국 요리에서는 육개장에 쓰곤 한다. 한국에선 누구나 익숙하게 먹는 가정요리 육개장 맛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맛과 폭이 워낙에 넓은 조미료인지라 육개장 맛과 전혀 다른 맛의 라유도 많다.
대구 지역에는 생고기, 그러니까 뭉티기나 육사시미라고 부르는 물건을 고추기름에 건고추 갈은 건더기를 넉넉히 넣고, 풋고추 갈은 것과 마늘 간 것을 함께 넣은 장에다가 찍어먹는데 그야말로 별미다.
라유가 그냥 고추기름이니까 어떤 걸 사도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라유가 많고, 맛의 차이도 된장과 고추장의 갭만큼 넓다. 매운 맛에만 집중한 라유는 쉽게 질릴 수 있고, 향에 집중하고 자극적이지 않는 라유여야 다양한 곳에 넉넉히 쓸 수 있다.
2.1. 기타 요리
라유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의외로 다양한 요리에 어울린다. 일반 라면이나 컵라면 종류도 잘 어울리고, 파스타에도 잘 어울린다. 의외로 가라아게에 뿌려먹어도 맛있다.
밥과도 잘 어울려서 좋은 라유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라유 자체가 보통은 고상한 향과 맛이 강하기 때문에, 스윗 칠리나 밝은 느낌의 재료를 섞어쓰면 좋다.
3.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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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병 라벨에 써있는 이름은 "뿌려! 반찬 라유"다. 그리고 오른쪽 병 라벨에 써있는 이름은 "매운듯 안 매운 약간 매운 라유"다.
2009년도 일본에서는 고추기름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먹는 라유(食べるラー油)가 등장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고추기름 안에 양념 속을 넣어서 밥에 올려 먹는 반찬 느낌으로 먹는 것으로 후리카케와 비슷하다. 오키나와의 펭귄식당이란 곳에서 산초, 울금 등의 향신료를 고추기름으로 볶은 것을 반찬식으로 내놓았던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후 이것이 유명해지자 양파, 구운마늘 등을 첨가한 먹는 라유가 개발되었고 뒤이어 견과류를 갈아서 첨가한 라유가 개발되면서 상당한 붐을 일으켰고 이후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찬 중 하나가 되었다. 밥에 올려 먹는 것 외에도 라멘에 집어넣거나 교자를 찍어먹기도 하며 두부나 오므라이스 등에 소스처럼 올려먹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일본을 베껴서 2010년경부터 델리후레쉬의 "아라유", 청정원의 "청정원 라유", 오뚜기의 "신(辛)라유" 등의 유사 제품이 개발되어 판매되었으나 일본에서 인기 있었으니 한국에서도 인기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탓인지 대형 마트에 가야 간신히 한두 개 정도 볼 수 있는 매우 마이너한 제품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세 제품 중 아라유와 청정원 라유는 제품 발매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바로 단종되었고 지금은 유일하게 신라유만 판매 중인 상태. 특이하게 김치를 집어넣은 제품도 있다.
중국에도 비슷한 물건들이 많이 있다. 당연히 이쪽이 원조. 그 중에 특히 유명한 것은 ''''라오간마(老干妈)''''라고 늙은 할망구(원할머니 보쌈 같은 이미지. 실제로 아줌마 사진이 붙어있는데 이는 창업자인 타오화삐(陶华碧)의 사진이다.) 라는 이름의 비범한 브랜드로 땅콩이나 호두, 버섯, 고기 간 것에 닭뼈가 들어간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밥에 적당히 얹어먹으면 밥도둑으로 쓸 수 있고 다른 곳에도 많이 어울려서 다른 나라에서도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고추기름을 많이 먹으면 설사를 많이 하게 되므로 주의하자.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웬만한 슈퍼마켓에 가면 있다. (포장 단위는 기존 식품 회사의 참기름 작은 병 중간 병까지를 그대로 쓰는 것 같다. ) 특히, 고춧가루와 각종 재료가 잘 혼합되도록 오랫동안 끓일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한테는 고춧가루 대용의 요리재료로 잘 사용하면 한국식 가정요리에서 의외로 정성이 많이 필요했던 맛을 배이도록 끓이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원액 그대로 흰 옷이나 테이블보에 기름방울이 튀면 잘 안 지워지니 조심해야 한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