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1. 개요
인간의 혀로 느낄 수 있는 맛 중 하나. 수프나 고기 따위의 음식에서 '구미를 당기는 그윽한 맛'의 정체이다. 대개 글루탐산이 내는 맛으로 MSG가 발견되면서 감칠맛이 특정되었다. 미원 등 조미료를 음식에 넣으면 짠맛과 함께 강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1] 흔히 젓갈이나 라면 등을 먹을 때 '짭쪼롬하게 맛있다.'고 표현되는 맛은 짠맛과 이 감칠맛이 섞인 맛이다.
감칠맛은 고유 한국말이다. 하지만 영어의 savory taste, 중국어의 鲜味(xianwei)는 모두 '좋은 맛'이라는 뜻으로 이케다 기쿠나에가 うまい(맛있다)와 味(맛)을 조합하여 만든うま味 (umami)를 번역한 것이다.[2]
아미노산염(특히 글루탐산염, 아스파르트산염)과 핵산염(이노신산염, 구아닐산염[3] 등), 유기산염(숙신산염[4] 등) 등에 혀의 미각 수용체가 반응하여 느끼는 맛으로 육류, 어패류, 버섯, 해조류[5][6] 등에서 느낄 수 있는 느끼하면서 고소한 맛이다. 이 맛 성분을 농축한 것이 바로 조미료.[7] 감칠맛은 다른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지방맛)이랑 후각과 결합해서 전체적인 맛의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한다.
본래는 과학적인 의미의 맛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1908년 일본인 학자 이케다 기쿠나에[8] 가 발견하여 맛의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발견이 저 때지, 실제 학계에서 맛으로 인정받게 된 건 21세기 들어와서다. 때문에 예전 학교 생물시간엔 '맛'의 종류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4가지밖에 없다고 배웠다. 이 4가지 맛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맛이 있다는 건 예전부터 자주 언급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2. 특정 문화권만의 맛?
umami의 명칭을 만들기도 한 일본은 대중 서적이나 에세이 등에서 감칠맛이 서양에 없거나 희박한 개념이라는 희한한 주장을 하며, 더 골때리는건 외국인들도 "세계 그 다른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일본 고유의 개념"이라는 말까지 한다. 별로 근거 없는 주장이니 속지 말자.[9] 100% 치환은 아니어도 영어의 savory[10] 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단, savory에는 짠맛이란 의미도 있어서[11] 요즘은 아예 umami라고 부른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음식에 대한 미각은 거의 전 인류에게 발달해 있다. 일례로 봉골레 스파게티만 먹어봐도 MSG 하나 안넣었지만 조개 덕에 풍부한 MSG 맛[12] , 즉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고, 토마토가 들어가는 모든 소스 또한 자연적으로 감칠맛이 풍부하다. 그리고 파스타를 비롯한 요리 위에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갈아서 뿌리는 것도 감칠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고대 지중해, 고대 로마와 비잔틴 제국에서는 생선젓갈인 가룸이 주요 무역 품목이었다. 미친듯이 짜지만 모든 음식에 뿌리고 넣고 그냥 집어 먹다 탈이 났다는 기록도 많다. 고대 로마에서는 정확히 우마미로 불리는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료로 가룸을 이용하였고, 현재 남아 있는 고대 로마 요리의 대부분의 레시피에 등장한다.[13]
서양에서는 MSG나 감칠맛만을 더해주는 조미료는 잘 첨가하지 않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도 환상에 불과하다. 영미/유럽에서 인기있는 패스트푸드나 냉동식품에도 인공이든 천연이든 MSG가 매우 많이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원재료 상태가 별 볼일 없을 때 쓰기 쉬운 MSG로 감칠맛을 향상시켜 어떻게든 팔아볼려는 건 전세계적으로 흔한 일이다. '''그냥 멀리 가지 않고 치킨 스톡만 봐도 뭘로 이루어져있는지 말 할 필요가 없다.'''
다만 가룸의 맥이 끊기고 소금으로 간 하고 지방으로 맛을 내는 방식의 요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재료 고유의 감칠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요리가 발달하여, 동양처럼 "발효된 소스로 감칠맛을 낸다는 방식"이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14] 이 때문에 Umami라는 단어가 서양권에서는 좀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MSG나 안초비도 "Umami"라고 부르는 게 동양인 입장에서는 약간 어색할 따름. 일본의 식품 기업들이 이 Umami라는 단어를 가지고 일본의 맛이라는 식으로 포장해서 이것저것 소스나 조미료 등을 팔아온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양권의 동양음식 붐(특히 태국 요리)도 이와 관련 있는데, 소스에서 감칠맛이 듬뿍 난다는 게 그들에게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라서 그렇다.
3. 기타
"감'''질'''나다"라는 표현을 써야 할 곳에 "감질'''맛'''나다", "감'''칠맛'''나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명백히 '''다른''' 표현이므로 잘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하자. 감칠맛의 의미는 위 설명된 대로이고, 감질나다의 사전적 의미는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가 타다"라는 의미이다. 사실 "감칠맛나다"는 표현도 다르지만 맞춤법에도 맞지 않다. 맞춤법에 맞도록 적으면 감칠맛 나다(띄어쓰기), 또는 감칠맛이 나다.
먹거리 X파일류의 방송에 종종 등장해서 준엄한 표정으로 맛을 평가하는 소위 "향토음식전문가"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으로, 이들은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인 MSG를 악의 축 정도로 여기며 MSG를 사용한 식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지만, 막상 감칠맛 자체는 매우 좋아한다.[15]
장이던 젓갈이던 발효식품 특성 상 짜고 MSG와 소금을 섞어 맛소금을 만드는 등 짠맛과 자주 엮이는 것과 달리 생물학적으론 단맛에서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용체중 절반가량(TAS1R3)를 단맛과 공유하기 때문.
4. 감칠맛이 풍부한 식품
[1] 감칠맛을 정 느껴보고 싶다면 미원을 한꼬집 집어서 먹어봐라. 아마 입에 넣자마자 "아~ 이 맛?" 할 것이다.[2] '감칠맛' 대신 일본어와 한국어의 합성어인 '우마미맛'이라는 조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마미의 '미'가 맛 미(味)이므로 '우마미맛'은 '역전앞'과 같은 겹말이 된다. 다만 이러한 겹말은 흔한 현상으로, 영어권에서도 Umami taste라는 말을 쓴다.[3] 식품첨가물로 쓰일 때는 두 개를 묶어 '5-리보뉴클레오티드'라고 불린다.[4] 숙신산은 TCA 회로의 중간생산물로 식품첨가물로 쓰일 때는 '호박산'이라 불린다.[5] 다시마가 대표적. 이쯤되면 알 수 있겠지만 해조류를 제외하면 전부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들. 즉 고기맛.[6] 그래서 고기를 아예 넣지 않는 요리는 맛있게 만들기가 배는 어려워진다. 감칠맛을 내는 방법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7] 감칠맛이 '맛'인 이유, 그리고 감칠맛을 내는 재료가 향신료가 아니라 조미료인 이유는, 감칠맛은 숨을 안 쉬면서 먹어도 멀쩡하게 느껴지기 때문. 향신료의 효과는 숨을 참으면 사라진다.[8] MSG의 발견자이기도 하다.[9] 고소한 맛도 이런 류의 주장이 있다. 고소한 맛은 영어로 nutty에 대응시킬 수 있다.[10] 영국식 표기로 savoury라고도 한다.[11] 고소하면서도 짭쪼롬한 감칠맛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감자칩 맛이나 훈제 고기 맛, 피자 맛 등을 savory라고 표현한다.[12] 해산물 맛을 내주는 조미료는 호박산이나트륨. 시중에 판매되는 중국요리 조미료에는 호박산이나트륨이 첨가된다.[13] 고대 지중해 로마시대의 미원. 상급품일수록 보다 순한 맛을 가지고 있었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14] 콩을 발효시키고 삭히고 해서 만드는 조미료를 soy sauce라고 부르는데, 단백질을 삭혀서 만드는 조미료 특성상 이런 조미료가 감칠맛을 내는 데 직빵이지만 이걸 전통 식문화로 가지고 있는 곳은 주로 동남아에서 동북아 쪽 지역, 특히 한자문화권이 대부분이다.[15] 요식업에서 MSG 사용이 절제되어야 하는 이유는 상하거나 문제가 있는 식재료를 그럴듯하게 둔갑해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지, MSG 자체로는 별 해가 없다. 자세한 것은 MSG 문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