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1. 뜻
밥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 눈 깜빡할 사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하는, 마치 '모르는 사이 밥을 도둑질 맞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반찬을 의미하는 말. 옛 의미는 '일은 하지 않고 놀고먹기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 현재의 한국 언중은 전자의 반찬을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사용하고 후자의 뜻은 식충이 혹은 밥벌레라는 어휘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2. 유래
사실 기원은 그렇게까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2004~2005년에 한 간장게장, 양념게장 홈쇼핑[1] 에서 사용한 것이 유래다. 실제로 구글 검색 결과를 봐도, 이전에 올라온 게시물이 수정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2004~2005년 대에 올라온 글부터 집중적으로 간장게장, 양념게장을 대상으로 밥도둑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 해당 홈쇼핑 광고는 당시 TV 에서 지나치게 무분별하게 반복적으로 송출되었으며, 원래는 없던 뜻인 맛있는 반찬을 비유하는 뜻으로 대한민국의 언어 생활을 바꿔버렸다.(...) 참고로 해당 광고에서 홍보한 간장게장 제품은 비위생적인 제품과, 창렬한 게의 크기와 수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더니 갑작스럽게 광고도 뚝 끊기고 제품도 단종되었다
3. 사용례
당연하겠지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거나 밥이랑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밥도둑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어지간히 밥과 맛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음식 전부가 밥도둑이 되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음식 자체의 간이 강하거나 자극성이 강해서 단독으로 먹기는 좀 힘들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적당히 맛이 약해지면서 맛있어지는 반찬 모두에 해당된다. 그래야 반찬 하나에 밥을 '많이' 먹는 밥도둑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단순히 짠맛을 강조한 식품만이 아닌 묵은지 같이 신 반찬도 훌륭한 밥도둑이 되며 기본적으로는 짠맛이 주가 되지만, 어떤 식으로든 강한 맛이 나는 반찬이면 밥도둑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음식 자체가 밥과 함께 먹어야 하는 반찬이 아니라 음식 자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에는 밥도둑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 것들로는 동물성 식품이 있다. 반찬으로 먹을 경우에는 나름대로 밥도둑이 될 수 있지만 스테이크, 수제 소시지, 생선가스, 계란 프라이 같은 음식은 그 자체로도 식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대표적인 밥도둑으로 불리는 간장게장, 양념게장은 이것만 단독으로 먹기는 힘들고 밥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팸과 같은 햄 종류, 장조림 등의 염장육류, 굴비, 자반고등어 등의 염장생선, 고추참치, 낙지볶음, 아귀찜 등의 매운 음식, 명란젓, 창란젓, 어리굴젓 등의 젓갈류도 마찬가지. 굳이 육류가 아니여도 채소 장아찌같은것들도 충분히 밥도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밥도둑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법은 밥없이 단독으로 먹을수 있느냐, 아니면 밥이랑 같이 먹어야 하는데다 밥을 많이 먹게 하느냐로 구분이 가능하다. 상술한 음식들 중 스테이크와 커틀렛, 그리고 프레스햄과 굴비를 예로 들면 이중 어느게 밥도둑인지 답이 쉽게 나온다.
4. 건강
사실 이러한 밥도둑류의 음식은 건강에 썩 좋지는 않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고 짠맛을 덜기 위해 밥만 많이 먹게 되기에 탄수화물 위주의 영양 불균형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최대한 밥도둑에 의존하지 않고 제대로 된 식단으로 먹는게 좋다. 아니면 다른 음식에서 최대한 나트륨 섭취를 줄이던가. 그냥 밥 대신 잡곡밥 같은 걸 먹으면 그나마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근대 시절 다른 문화권도 그렇지만 한국 역시 전근대 시절에는 반찬 이외에 염분을 섭취할 기회가 적었고, 상대적으로 육체노동량이 많아 염분 소모량은 컸다. 따라서 전근대 시절 기준으로 봤을 때 이런 밥도둑과 같은 반찬들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와 달리 건강에 위협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배계층은 노동량이 적으니 현대인들과 비교해도 성인병에 쉽게 걸렸다.
5. 용어의 파생
5.1. 밥경찰
파생된 드립으로 '밥경찰'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밥도둑과는 반대로 '''반찬이 하도 맛이 없어서''' 식욕을 떨어뜨려 밥을 지키게 한다는 뜻. 밥도둑의 반댓말로 보면 된다. 종종 밥검찰, 밥특검(...), 그외에도 정도에따라서 밥대검찰청, 밥대법원장....한참 과거로 올라가서 밥 암행어사 등 다양한 공권력 행사주체의 명칭으로 창의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2]
짬밥에 이런 소위 밥경찰 메뉴가 특히 많다. 똥국, 명태 순살조림, 파래무침 등 및 질리도록 먹어야 되는 해물or육고기 비빔소스 같은 녀석들이 대표적으로 특히 해물비빔소스는 아예, 밥대법원장소리까지 듣는다.
대체로 취사병이 조리하기 어렵고 비린내가 심한 어패류에서 특히 이런 경찰급 메뉴가 자주 튀어나오는 편. 또한 짬밥뿐만 아니라학교 급식과 회사 구내식당에서도 만만찮게 밥경찰 메뉴가 많이 나온다. 상기 메뉴 외에도 조기튀김, 코다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외로 육고기비빔소스는 말 그대로 고기가 들어간 거라 먹는 사람이 그래도 좀 있다. 그외에 안 좋은 쪽으로 식감의 마술사, 밥 대법관 가지무침, 구토 유발제 고사리, 흐물흐물함의 달인 애호박, 식탁 위의 교도소 콩자반, 잠복근무의 황제 도라지무침, 비린내의 황제 미역줄기볶음 등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을 모두 압도하는 끝판왕은 다름아닌 '''해물비빔소스'''. 그래서 해물비빔소스는 병영식에서 퇴출되었다.
그나마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사기업 사무직 직원들은 밖에 있는 구외식당들로 가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공무원은 식비를 월급으로 포함해서 받기 때문에 꼬우면 얼마든지 밖에 나가서 사 먹어도 된다.
영화 아저씨에서는 이종필(배우 겸 영화감독)이 담당한 형사가 밥상을 보고 “이모, 반찬이 죄다 잡범이네. 아니, 어떻게 살인사건이 하나도 없나?"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는 순수 창작이 아니라 경찰 취재과정에서 경찰이 쓰는 말을 메모해뒀다가 감독이 영화에 활용한 것이라고 아저씨 DVD 코멘터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다만 이 경우는 형사라는 직업에 맞춘 말장난일 뿐, 본 항목과 용례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5.2. 밥한공기 뚝딱 드립
2014년 말 일베저장소에서 파생된 유행어이다. 쓰이는 대상은 위에서 설명되는 것과 상반되는 못 먹을 것들, 더러운 것들, 징그러운 것들이 이 대상에 쓰인다. 더욱 더러운 것일수록 그 드립의 가치가 상승하며 햇반 데워오라는 얘기도 나온다. 2015년 경에는 댓글마다 밥도둑충이 들끓어서 뚝딱충이라며 싫어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캬~! OOO 싹싹긁어서 참기름 톡쳐서 쓱쓱 밥비벼먹으면 밥한공기 뚝딱! ㅇㄱㄹㅇ 밥도둑이 따로없음 ㅇㅈ? ㅇ ㅇㅈ
2015년까지만 해도 밥도둑 드립을 치면 일베충으로 몰아갔으나 일베산 드립이 으레 그렇듯 디시를 거치면서 은근슬쩍 이미지가 세탁되었다. 덕분에 2018년에 와선 일베드립 아니다, 뭐만하면 일베가 시초냐며 부정되어진다. 딱히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용어는 아니다보니 그냥저냥 쓰이는 추세.
이후 남초 오덕 커뮤니티에서 코박죽과 같이 쓰이며 애정하는 캐릭터에게 이상성욕을 분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겨드랑이 라든가 성기 부분에 밥을 비빈다던가 하는 식으로 원조를 생각하면(...) 표현의 수위는 조금 덜한 편.
여기서 파생되어 게임 실시간 스트리밍 등에서 잔인하고 고어한 연출을 직접적으로 묘사할 때도 쓰인다.
6. 기타
자린고비 설화에서 새우젓 장수가 새우젓을 팔기 위해 한번 맛을 보라고 새우젓을 몰래 갖다 놓았는데 자린고비가 그걸 던져버리며 "저런 것과 밥을 먹으면 밥을 많이 먹게 되니 저런 밥도둑은 버려야 한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린고비 설화의 특성상 새우젓이 아니라 고기나 생선으로 변형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유사설화와 합해진 것 같지만. 일본에도 똑같은 설화가 있으며 만화 일본 옛날이야기에서 밥도둑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또한 옛 속담인 "안동 김부자가 자반고등어 껍질에 밥 싸 먹다가 집안 말아먹는다." 에도 자반고등어라는 훌륭한 밥도둑이 등장한다.
밥도둑의 단어와 뜻을 이용한 단백질 도둑 혹은 휴지 도둑이라는 농담도 있다. 매우 훌륭한(?) 성인물을 지칭할 때 쓰는 말.
스프레드 계열을 빵도둑으로 지칭하는 경우도 간간히 보인다.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밥도둑(飯泥棒、飯盗人)이라는 말이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일본에 생선 내장을 소금에 절인 '슈토'라는 음식이 있는데 한자표기가 酒盗, 즉 술도둑이다. 이름의 유래도 슈토를 안주로 술을 마시면 "마치 도둑맞은 것 처럼 술이 없어진다" 혹은 "술을 훔쳐서라도 마시고 싶어진다"라는 뜻에서 왔다. 일본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 젓갈은 반찬과 동시에 훌륭한 술안주로도 사용되었다.특히 복어알 젓, 멍게 젓은 일본 내에서 매우 고가의 귀한 안주로 대접받곤 한다.
누텔라나 버터, 쨈 종류 등 빵을 많이먹게끔 만드는 재료들을 빵도둑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으며 뿌리바지, 난 등의 빵을 커리에 찍어먹는 인도의 경우 커리도 빵도둑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턱형이 '''레알 밥도둑'''[3] 이라며 유행어 수준으로 남용한다. 그런데 활용 범위는 단순히 먹방뿐만 아니라 감탄사로 쓰이며, 심지어 브베의 그곳을 발로 찰 계획을 세우면서도 밥도둑이라는 말을 썼다.
너무 짜게 된 음식을 밥도둑이라고 돌려 말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