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제3번(브람스)

 



오자와 세이지 지휘,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
정식 명칭: '''교향곡 제3번 F장조 작품 90'''(Sinfonie Nr.3 F-dur op.90/Symphony no.3 in F major, op.90)
1. 개요
2. 곡의 형태
3. 초연


1. 개요


요하네스 브람스의 세 번째 교향곡. 전작인 2번과는 약 6년의 시간적인 간격이 있지만 이 곡도 비교적 단시간에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브람스는 1883년 여름 동안 주요 거주지였던 을 떠나 독일 남서부의 비스바덴과 라인가우에서 휴양하고 있었는데, 4개월 좀 넘는 이 기간 동안 이 곡을 거의 완성했다. 다만 이 때 처음 구상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써뒀던 악상들의 스케치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빨리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빈으로 돌아와 관현악 편곡과 소소한 교정 작업을 거쳐 같은 해 10월에 탈고했다.
당시 브람스가 비스바덴에 머무르게 생각보다 오래 머무르게 된 이유는 그곳에 살고 있던 알토가수 헬미네 쉬퍼스때문이었다고 한다. 브람스의 팬이었던 쉬퍼스는 브람스의 가곡과 성악작품을 대단히 좋아했다고 한다. 혹자는 브람스가 이 젊고 매력적인 가수에게 일종의 연정을 느꼈으며 그 감정을 교향곡으로 승화시켰다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당시 쉬퍼스의 나이가 브람스보다 33살 아래인 17살이었다는 것. 따라서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작곡 동기야 어찌 됐건 조용한 비스바덴은 작곡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지였으며, 덕분에 브람스가 빠른 시간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2. 곡의 형태


이 곡은 브람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곡으로 연주시간이 대략 35분 내외이다.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요소들만 남겨두고 악구를 간결하게 정리하였기 때문에 규모는 작아졌지만 대신 곡의 밀도는 한층 높아졌다.
겉보기에는 고전적인 4악장 형식의 틀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배 베토벤을 의식한 티가 상당히 많이 나는 1번이나 유유자적한 분위기의 2번과는 상당히 다른 맛을 풍기고 있다. 특히 몇 가지 동기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주무르는 솜씨가 상당히 늘었고, 활기찬 대목과 내성적인 대목 사이의 강한 대조와 융합 같은 면모도 보이고 있다.
6/4박자로 지정된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관악기들이 길게 끌며 연주하는 두 개의 화음으로 바로 시작하는데, 이 화음은 1853년에 브람스가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을 위해 선배 슈만, 슈만의 제자 알베르트 디트리히와 공동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의 기본 동기인 F-A-E를 변형시킨 것이다. F-A-E는 요아힘의 인생 좌우명이었던 '''F'''rei '''a'''ber '''e'''insam(자유롭지만 고독하다)'의 철자를 딴 일종의 애너그램인데, 브람스는 이 곡에서 이것을 살짝 꺾은 F-Ab-F로 만들어 '''F'''rei '''ab'''er '''f'''roh(자유롭지만 행복하다)'로 다소 변형시켰다.
제1바이올린이 바로 뒤이어 그 화음을 기본으로 한 두 개의 하강 음형 동기로 된 첫 주제를 기세좋게 켠다. 이어 다소 부드러우면서도 유창한 분위기의 부주제도 바이올린이 제시하고, 조가 F장조에서 A장조로 옮겨가는 이행부를 거쳐 박자도 9/4박자로 변한다.
클라리넷이 다소 율동감 있는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 주제는 오보에와 비올라로 전달된 뒤 다소간의 변화를 거치며 다소 격정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이 제시부는 고전 형식에 따라 도돌이표가 붙어 반복된다. (다만 지휘자에 따라 반복이 생략되기도 한다.)
이어지는 발전부는 제시부 후반의 격정적인 분위기를 타고 그대로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바이올린들이 제1주제에 기반해 연주하다가 첼로에 의해 제2주제도 그 분위기를 타고 제시된다. 하지만 목관이 전면에 나서면서 흥분된 분위기가 점차 진정되고, 호른과 목관악기가 편안하면서 인상적인 이행 악구를 연주한 뒤 저음 현악기들이 제1주제의 음형을 변형시킨 또 다른 이행부를 연주한 뒤 관악기들이 점차 크게 연주하면서 재현부로 들어간다.
재현부에서는 두 번째 주제가 A장조에서 D장조로 조옮김되어 연주되는 것 외에는 제시부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제1주제가 전체 관현악의 강한 연주로 재현되며 이어지는 종결부는 베토벤 중기 교향곡들처럼 규모가 매우 커져 있고, 그 안에서도 전개부처럼 계속 동기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악장은 트럼펫과 트롬본, 팀파니를 배제한 간소한 편성으로 되어 있고, 클라리넷과 바순 각기 한 쌍이 독일 민요풍의 소박한 주제를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주제가 현으로 옮겨가고 오보에와 플루트가 다소 율동적인 대주제를 곁들이며 변형되고, 이어 중간부로 들어간다.
중간부에서도 클라리넷과 바순이 약간 어두운 느낌의 새 주제를 내놓고, 여기에 바이올린과 목관이 부주제를 이어 연주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어 첫 주제가 제시되지만, 제대로 된 형태가 아니고 사실상 변주곡처럼 사용되어 현악기들이 비교적 격하게 연주하는 클라이맥스가 만들어진다. 그 뒤에야 첫 주제가 비교적 원형대로 목관에 의해 재현되는데, 이 점에서 소나타 형식과 세도막 형식이 혼합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3악장은 자신의 교향곡 1번의 4악장과 더불어 그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악장이 되었는데, 특히 1961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굿바이 어게인'(유럽판 제목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에 삽입되면서 본격 유명해졌다. 영화의 원작이 유럽판 제목과 동명의 소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절한 선곡. 여느 브람스 교향곡의 3악장들처럼 스케르초가 아닌 독특한 형식과 내용의 곡인데, 첼로가 c단조의 애수어린 왈츠풍 가락을 켜며 시작된다. 이 선율을 바이올린이 받고 이어 첼로와 연주하는 이행부를 거쳐 목관악기와 호른들이 재현하면서 첫 번째 대목이 끝난다.
중간부는 현악기의 당김음 반주 위에 목관악기들이 연주하는 8분음표의 단순한 주제로 이루어지고, 여기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각각 하행과 상행 아르페지오 악구를 대선율로 더한다. 이어 첼로가 맨 처음에 제시한 선율의 단편이 계속 연주되는 이행부를 거쳐 첼로 대신 호른과 오보에가 차례로 주제를 연주하며 후반부로 들어간다. 후반부는 전반부와 비슷한 양상이지만, 악기 편성을 바꾸어 대비감을 주고 있다.
단조로 작곡된 3악장에 이어 4악장도 초반에는 다소 음침한 느낌의 f단조로 시작하는데, 현악기와 바순이 나지막하게 제시하는 주제가 맨 처음 제시된다. 이 주제를 목관이 받아 연주한 뒤 트롬본과 현악기, 클라리넷 등이 연주하는 코랄 스타일의 근엄한 악구가 이어진다. 이 악구 후반부에서 트롬본이 강한 크레센도로 갑툭튀하며 분위기가 갑자기 격렬해진다. 그 중간에 첼로와 호른이 다소 낙천적인 느낌의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지만, 이어지는 분위기는 여전히 격렬함이 지배적이다.
이 제시부가 끝난 뒤에는 플루트와 오보에 등 목관이 첫 주제를 다시 재현하고, 코랄 스타일 악구도 현악기의 격렬한 반주 위에 관악기들이 전부 가세한 형태로 한층 강렬하게 다시 등장하면서 클라이맥스가 만들어진다. 뒤이어 초반부의 격한 분위기와 제2주제의 제시도 조성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하게 이어지는데, 이 흐름이 점차 진정됨과 동시에 템포도 떨어지고 장조로 분위기가 점차 바뀌어가는 이행부가 이어진다.
초반과 중반까지는 계속 단조 위주로 투닥거리다가 마지막 종결부에 가서야 이 곡의 기본 조성인 F장조로 돌아가는 포석인데, 이 부분에서는 현악기의 반주 위에서 코랄 악구를 평화로우면서도 다소 쓸쓸한 장조 분위기로 바꾸어 느릿하게 연주하며 이전의 갈등 양상을 해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1악장 첫머리의 바이올린 하강 음형이 회고풍 분위기를 보여주며 재현된 뒤 부드럽게 마무리되는데, 브람스 교향곡 중 마무리를 조용하게 처리한 유일한 사례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콘트라바순/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전형적인 2관 편성에 콘트라바순을 추가한 1번과 똑같다.

3. 초연


1883년 12월 2일에 한스 리히터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 처음 공연되었는데, 리히터는 이 곡을 '브람스의 영웅 교향곡'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빈에서 이루어진 초연 이후 이듬해 1월에는 요아힘이 베를린에서 재연했는데, 이 공연도 호평을 받아 브람스 자신이 베를린을 방문해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2월 4일에는 한스 폰 뷜로가 자신이 이끌던 마이닝엔 궁정 악단의 연주회에서 이 곡을 두 차례나 연주하기도 했고, 악단 순회 공연의 주요 연주곡 중 하나로 택해 독일 각지에서 연주했다. 이후에도 세계 관현악단들의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되어 있는데, 다만 기세 좋게 시작한 곡이 다소 꼬리내리듯 끝나는 것을 불만스럽게 여기는 이들도 있고 그러한 곡의 흐름을 쫓아가기 힘들어하는 악단이나 지휘자도 있어서인지, 1번이나 2번, 그리고 후속작인 4번에 비하면 연주 빈도가 살짝 낮은 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