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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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괄
대한민국의 소설가, 담론문학가.담론문학관에서 문예의 본령은 시간에 실린 에너지가 멈추어 응결한 생명의 소리를 정연하게 엮어 세상에 퍼트리는 일이다. 그것은 씨알 하나가 흙의 기운과 공명하여 자라고 꽃 피워 결실을 맺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렇듯 격물을 통과한 일원적 사랑(신성)의 추구가 소위 지배체제 내 유미적 행위보다 오히려 자유의지를 확장함으로서 예술의 본원에 가깝다고 본다.[1]
김준식 문학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괜찮은 작가란 사람과 사랑을 억압하는 것에 화내는 사람이다' 라는 모토 아래 활동해 왔다.
2. 생애
1959년 7월 26일,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농부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5남 1녀 중 삼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인 『 소은씨와 초록빛 자전거』 [2] 에서 엿볼 수 있듯 그의 집안은 몹시 가난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이듬해 공장에 다니는 누나의 헌신 덕분에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이런 동기애마저 고등학교 2학년 때 끝이 난다. 누나가 야간 작업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고학을 해야 했다. 당시 군사정부가 과외를 금지했던 관계로 조간신문 배달원, 건설 현장 노무자, 길거리 장갑 장사, 상가 야간 경비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학창시절의 청년기를 보냈다.
이 같은 가난은 그를 힘들게 하면서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이미 알게 된 인간사회의 부조리와 가슴에 고인 슬픔을 인문학적 예술행위로 풀어야할 숙명을 안겨 주었다. 특히 공순이 라는 비하의 이름으로 불리면서도 동생에게 헌신한 누나의 짧고도 서러운 생은 그의 평생을 관통하면서 인식과 의식에 관여한다. 그가 단 한번 접대하는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지 않은 것도 이렇듯 죽은 누나의 인격화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실존과 욕망의 극심한 차이에서 오는 불안, 그리고 예민한 자각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 개인의 심리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활동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그가 힘들게 대학을 마친 1986년 이후 2년여 동안 노동운동과 연계하여 건설 현장의 노동자 생활을 한 것도, 이후 현대건설과 한라건설의 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과장으로 특진하던 해인 1995년 봄 퇴사하여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친 숙명성 때문이었다. 이는 앞서 말한 그의 독특한 담론적 문학관과 깊이 연결되는데, 이런 한 작가의 형성과정이 그의 에세이집인 『사랑하며 아파하며』 [3] 에 잘 드러나 있다.
2.1. 작가생활
김준식 작가는 여느 작가와 출발부터 아주 달랐다. 소위 등단을 통해 작가가 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습작과 출판을 통해 전업작가가 되어갔기 때문이다. 그의 담론문학관은 여러 에너지의 응집인 씨알의 내적 힘처럼 자주성과 진보성에 기반한다. 이는 인격 이상의 한 생명체가 가지는 존엄함이자 삶의 양상으로 특히 작가란 이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자기 결정권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작가가 사회적 지배체제의 한 요소인 등단심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무용할 뿐 아니라 오히려 예술성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작가는 끊임없는 글쓰기의 일상을 통해 자기정체를 확보하며 이에 대한 자신과 주변의 연속적인 평가를 동반하면서 비로소 작가가 되는 것으로 보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4]
1995년 직장을 정리한 그는 자신과 주변에 글쓰기를 전업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한 후 2년 동안 외딴섬과 사찰에서 생활하며 전업으로 글을 써서 두 권짜리 장편소설, 『하늘이 높으면 끌어 내려라』 을 인세 출판한다. 물론 이런 그를 문단이나 언론에서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9년 세 번째 『[사랑하는 당신에게』가 교보문고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면서 비로소 월간에세이 [5] 사나 조선일보 등 여러 곳에서 원고청탁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평판과 조명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작가란 글을 쓸 때만 작가라는 단호한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고 이후에도 문단 활동 등 사교적인 행위를 삼가하며 오로지 작품활동만을 계속한다. 이 시기 사랑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 『소은씨와 초록빛 자전거』 『약속』 『비익조』 [6] 등을 연속으로 출간하면서 점차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2.2. 사회참여활동
2012년 그는 불현듯 사회참여형 글쓰기를 시작한다. 2002년 비익조를 출간한 이후 거의 10여 년 만이었다. 그동안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캐어를 제1 순위에 둔 채[7] 여분의 시간에 월간에세이사에 <세 여자의 길쭉한 발을 씻어주며>라는 연작에세이를 일 년 넘게 싣는 등 짧을 글쓰기를 하면서 대하소설 격인 『바람과 초원의 딸』 [8] 을 쓰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2012년 봄, 통합진보당 분열 시 그는 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진보냐 보수냐의 편향적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전일성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마음에 따른다는 행동 준칙이자, 담론문학모토의 적극적인 실천이었다. 여러 지인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라며 이를 말렸지만, 그는 '누가 사람과 사랑을 억압하는가' 만을 기준으로 생각을 단순히 하고 당시 핍박을 받는 측인 이정희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이병창 동아대 명예교수, 최진섭 작가 겸 도서출판 말 대표 등 진보인사들과 모여 발간한 공동저작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9] 『내린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의 필진으로 참여한다. 결국 이 사건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가장 큰 오점으로 평가될 강제적 정당해산으로 귀결되고 말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담론문학의 부재를 또 한번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진보정당해산 판결은 결국 특정 언어의 해석문제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정당 해산의 주요 논거로 삼았던 진보적 민주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 말을 북한 김일성이 먼저 했고, 그를 당의 강령으로 삼은 만큼 통합진보당이 <종북 정당> 이라는 억지 논리였다.[10]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일상을 마치 천명을 받은 것처럼 말하거나 시대의 모든 고민을 담지하노라고 말해 온 유명 작가들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언어의 해석을 무기로 한 마녀사냥의 부당함에 말을 전업으로 다루는 작가들이 침묵함으로서 자기를 부정하는 꼴이 된 셈이다. 이를 문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자세로 말하는 이도 있지만 정합성이 떨어진다.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등 우리 고유의 국문학은 결코 정치사회담론성을 배제한 일이 없으며 오히려 적극적인 수용이었다. [11]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거대 언론사를 축으로하여 작가가 양산되고 길러지는 한국문단의 한계와 협량을 그대로 노출시킨 사건 중 하나이다.
2.3. 담론집필
사회 참여적 글쓰기와 활동은 자연스럽게 그의 담론문학의 영역을 더욱 넓히고 구조의 정밀함을 배가한다. 2020년 여름 발간한 『아무르 자주담론』 이 그의 결정체이다. 이는 결코 바라거나 장구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작가 한 사람으로 감당하기 힘든 한국문단의 담론문학 부재라는 편향된 풍토와 구조 속에서 스스로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여기서 문학과 역사와 철학의 경계를 허물고 이를 융합시킨 문채로 592페이지에 이르는 사회과학적 정치담론을 완성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내용 역시 분량에 걸맞게 방대하다. 일만 년 한겨레 문명을 재조명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함수적 기울기를 통해 한겨레의 미래 비전을 말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자주 문제에 있어 그가 이 담론을 통해 제시한 <열린 자주>는 신선하면서도 독특하다. 자주 문제는 그동안 우리 근현대사를 '자주인의 수난사'라 정의할 만큼 민감하고 논쟁적인 일로 끊임없는 쟁투의 대상이었다. 한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를 다루는 다양한 관점과 그에 따른 수많은 정파가 존재했고, 주변 강대국의 움직임 등 외변을 먼저 살피는 상황적 자주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르 자주담론은 이런 기조를 과감히 탈피한다. [12] 먼저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내재적 가치를 찾아내어 그를 토대로 국가의 자주문제를 재구성하면서 이를 '열린 자주' 라고 명명 했다. 아무르 자주담론이 그동안 사마천의 사기나 후한서 등 중국 역사서의 쪼가리를 모아 우리 상고사를 정리한 기존 강단사학계의 사대 사관과는 달리 단재 신채호 선생의 민족사관을 확대하여 상고사를 재구축한 것도 이에 뿌리를 둔 것이다. 담론은 국가를 한 단위로하는 인식의 틀을 새롭게 짜는 일로 역사가 중심축일 수밖에 없는데, 아무르 담론은 이처럼 문학적 상징과 철학의 논증을 통해 이를 재구축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 주었다.
3. 논쟁거리
이 같은 담론문학관은 어쩔 수 없이 수많은 논쟁거리를 양산했다. 문학의 예술성을 중심에 두고 벌린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이라는 해묵은 논쟁[13] 이 이의 일단인데, 담론문학관은 그 같은 논쟁보다 훨씬 근원적이고 치열하다. 소위 근대학문이 시작되면서 구축된 문단의 권위까지 지배 담론에 예속된 도구의 측면이 아닌가, 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자연히 기존 권위와의 불화로 이어져 아웃사이더의 험로를 감당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피하기 어렵다. 월간에세이의 청탁을 받아 '세 여자의 길쭉한 발을 씻어주며' 라는 연작에세이를 싣던 중 조선일보의 원고청탁을 거절하며 생긴 파장이나, 1999년 여름에 발간한 『사랑하는 당신에게』 가 교보문고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면서 발생한 우리문학사와의 출판권 침해 재판 등에 휘말린 것 역시 이에 연유했다. 동시에 대사회적 글쓰기를 시작하자 진보언론 매체엔 민중의소리에서 만인보의 한 인물로 선정하고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14] 진보활동에 기여한 공적이 없다며 거절한 것도 그의 연장선이다. 그러면서도 통합진보당 해산처럼 첨예한 정치문제를 다루기 위해 공동발간한 책의 필자로 참여한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술을 통한 정치적 행위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문학인이라는 기존의 카테고리 와 헤게모니 를 벗어나거나 허무는 일이었다. 이에 따라 당연히 논쟁이 일었지만 담론문학은 바로 이렇듯 지배 담론에 의한 권위적 경계에 매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오히려 내적 자유를 확장시켜 예술성을 보다 심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글이란 삼라만상이 뿜어내는 소리를 응집시켜 엮어내는 일로 여러 에너지의 응결인 씨알과 동의이음어와 같다고 정의하는 담론문학관의 한 본보기였다.
4. 전망 혹은 진보적 작가론
담론문학관에서 글은 글로써만 그치면 의미가 제한적이다. 우주를 의미 없이 떠돌던 에너지가 부딪침으로 인해 생명 에너지를 얻은 씨알의 존재가, 발아하고 자라나고 꽃을 피워내고 마침내 자기와 똑같은 얼굴의 씨를 남기고 온 자리로 돌아갈 때만 전체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글 역시 이런 자주성과 진보성을 바탕으로 인간 삶에 기여할 때 비로소 유의미하다고 본다.
이는 한 편의 글이 자가 분열을 통해 한 세계(문명)을 이루는 과정이기도 한데,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절묘한 시간의 인연이 더해져야한다. 우르르 꽝꽝꽝! 천지를 흔드는 벽력같은 기척이 안과 밖 동시에 파고들어 단단한 아집의 껍데기를 깨고 숨길을 틔워야한다. 글과 씨앗이 비로소 전체를 품는 순간이다.
시간이 여기에 이르면 글과 씨알은 역사가 되는데 이때 글을 쓴 작가와 씨앗을 일군 농부는 정작 철저하게 소외된다. 추상의 글이 세상에 퍼져 실상을 구축하거나 하나의 심미로 작용하는 것은, 또한 하나의 씨알이 단단한 껍질을 깨고 자라나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워내는 것은 이미 글이 아니고 씨앗이 아닌 까닭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웅적이며 증폭적 파동이다. 한 편의 글이 이런 과정을 거쳐 한 시대의 소임을 다하고 나면 시대의 중심에너지 범위에서 벗어나 우주로 흩어진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재귀이다. 이때 비로소 씻눈을 틔운 씨알이 자라 같은 얼굴의 씨알을 남기듯 실상의 실천을 마친 글은[15] 회귀하여 작가의 이름으로 남는다. 이것이 진정한 작가의 자주성이다.
5. 작품목록
5.1. 장편 소설
- 하늘이 높으면 끌어내려라 (1997년 여름) : 태일출판사
- 사랑하는 당신에게 (1999년 봄) : 소담출판사 <교보문고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2위 작>
- 약속 (2000년 가을) : 소담출판사
- 소은씨와 초록빛자전거 (2001년 봄) : 소담출판사 <자전적 성장소설로 각급학교의 선정도서>
- 비익조 (2002 여름) : 소담출판사 <교보문고 이 달의 '화제의 책'으로 선정>
- 바람과 초원의 딸 1,2,3 (2014년 여름) : 도서출판 반올림 <기황후의 일생을 그린 역사대하소설>
5.2. 에세이집
- 사랑하며 아파하며 (2015년 봄) : 도서출판 반올림 <월간에세이에 연제한 휴먼에세이 중심으로 엮음>
5.3. 담론
- 아무르 자주담론 (2020년 여름) : 도서출판 반올림 <열린 자주와 평등을 통한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을 말함>
5.4. 사회참여 공동저작집
-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2012년 가울) : 들녘출판사
- 내란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 (2013년 겨울) : 615출판사
[1] 민중의소리, 2015.6.29일자 '작가, 그는 무엇인가?' 라는 문화 기고문에 등재[2] 스프츠서울,2001.7.20일자 '출판특집서평, 김준식의 자전적 성장소설[3] 불교신문 2015.5.1일자 사랑하며 아파하며 서평, 세상의 중심인 당신 진자 주인공 만나길[4] 에세이집 '사랑하며 아파하며' 나움이야기편, 작가론[5] 2003년 10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연작에세이, '세 여자의 길쭉한 발을 씻어주며'를 등재[6] 조선일보 2002.7.5일자 문학신간 안내[7] 2002년 3월, 어머니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시작한 이래, 치매가 병발하면서 어머니를 16년 동안 캐어한다.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도 그래서 취득했다.[8] 민중의소리 2014.8.8일자 문화란 '바람과 초원의 딸, 우리가 모르는 기황후의 진실[9] 2012.8.9 도서 들녘 출판사 간행, 교보문고 등 서점 배포[10] 진보진영을 물론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김어준까지 진보정당 강제해산의 부당성을 말했다. 2017년 12월 18일 '파파이스 대담' 또한 문제의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은 김일성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조합된 담론어였다. [11] 한국학술지인용색인 등재 논문, 김형석 한양대교수 저, 비극성 관점에서 본 고전소설 결말 구조 연구 참조. 2018.3.13 등재 확정 분[12] 철학자 이병창 동아대 명예교수의 '아무르 자주담론'의 독후감에서. 2020년 8월 14일[13] 한국학중앙연구원 간 백과사전, 순수참여논쟁, 문학과 정치, 문학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논쟁을 말한다.[14] 2012년 여름 민중의소리 기자로부터 만인보 등재를 위한 인터뷰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함[15] 열린 자주와 평등을 말하다. 2020년 가을 <리뉴얼 홍범구주(新 洪範九疇)를 통한 '아무르 자주담론'의 해설서에서 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