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1. 의미
2. 문법적 오용
2.1. 오용의 원인?
2.2. 조사는 생략할 수 있다?
3. 의미적 오용


1. 의미


나름「의존명사」

「1」((명사, 어미 ‘-기’, ‘-을’ 뒤에 ‘이다’와 함께 쓰여))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나타내는 말.

¶ 책도 책 나름이지 그 따위 책이 무슨 도움이 되겠니?/합격하고 못 하고는 네가 열심히 하기 나름이다./귀염을 받고 못 받고는 제 할 나름이다.

「2」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방식. 또는 그 자체.

¶ 나는 내 나름대로 일을 하겠다./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세상을 살기 마련이다./태임이는 태임이 나름으로 아들뿐 아니라 딸이 주소를 알려 준 까닭까지를 알아들은 양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박완서, 미망≫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뜻은 누구나 알 만한 것이므로 의미를 착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1] 문제는 이 단어를 문법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상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이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은 위 의미의 「2」 용법이지만 「1」 용법 역시 옳게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영어로 이 표현을 번역하고 싶으면 'in one's own way'로 표현할 수 있다.

2. 문법적 오용


사전의 해설에도 있듯이, '나름'의 품사는 '매우'와 달리 부사도 아니고 '정말'과 달리 그냥 명사도 아니라 의존명사다. 단, 이 명사 '정말'에 부사격 조사 '로'를 붙여 '정말로'라는 형태를 만든 다음에 이를 부사적 용법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명사 '정말'이 부사 '정말로'의 준말로 이해하면, '(의존)명사+조사'의 세트로서 부사로 쓸 수 있게 된 '나름대로'를 줄여 부사적인 '나름'으로 쓰는 것은 일종의 유추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선행사가 빠졌다는 오류는 변함없다. 이 '의존명사'라는 품사의 성격을 알아야 해당 단어를 올바르게 쓸 수 있다.
'의존명사'라는 명칭으로 알 수 있듯이, 앞의 다른 문법적 요소에 의존해야 한다. 곧, 선행사가 필요하다. 또한, '의존명사'라는 명칭으로 알 수 있듯, 그 뒤에는 '대로, 의, 으로' 등과 같은 같은 관형격, 부사격 조사 등을 붙여서 써야 한다.[2]
"그는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 (O)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 (O)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 (X), "그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 (X) →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 (O)
'그'라는 선행사가 있어야 '의존명사'의 '의존'적 성격을 지킬 수 있으며,
'대로'라는 조사가 있어야 '의존명사'의 '명사'적 성격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요약하면, '나름'의 앞뒤에는 선행사와 조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체언을 수식할 때에도 물론 조사를 뒤에 붙여줘야 한다. 다만, 관형격 조사 '의'는 '이론상 최강'처럼 생략할 수도 있다.
"나에게도 나름 방법이 있지."(X) → "나에게도 나름 방법이 있지."(O), "나에게도 나름 방법이 있지."(O)
다른 예시:
" 나름이다." (O)
"번역에 의해 최저의 생활을 보장하고 나름대로의 문학에 정진하려고….≪이병주, 행복어 사전≫"(X, 표준국어대사전 "최저01"의 예문) → 번역하는 일로(써) 최저의 생활을 보장하고 나름대로의 문학에 정진하려고….≪이병주, 행복어 사전≫(O)

2.1. 오용의 원인?


사실 조사를 붙여야 하는 점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선행사가 필요한 점은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곧, '나름'이 아닌 '나름대로'라고 써야 한다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 나름대로, 회사 나름대로' 등처럼 선행사도 붙여야 한다.
이 말을 부사처럼 활용하는 잘못된 용법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널리 퍼진 된 듯하다. 2010년대 중반쯤 이후로 '역대급'과 같이 언론에서도 잘못 사용한다. 실제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사처럼 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2010년대에 이르러서도 상대적으로 인터넷 문화와 친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대부분 조사를 붙인다. 궁금하면 주변의 40세 이상 분들을 잘 관찰해 보자.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그냥 '나름'보다는 '나름대로'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방송에서도 자막에서 '나름'이라는 표현을 정말 자주 볼 수 있으며, 예시로 무한도전의 '나름 가수다' 등이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나는 가수다'와 글자 수를 맞추어 대구(對句)를 이룬 문학의 시적 허용과 같은 취지의 용법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방영 분에서도 그냥 자막에서 선행사를 당연히 빼는 것은 물론, 조사까지 떼서 '나름'만 쓰는 일이 종종 볼 수 있는 게 문제다.
위 문단에도 있지만, 명사인 '정말'을 '정말로'라는 '명사+조사' 조합 부사어의 준말로 이해하는 데에서 유추 현상이 일어나서, '나름' 역시 '(의존)명사+조사'인 '나름대로'의 준말이니 부사로 여기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나름'은 엄연한 의존명사이므로 뒤에 조사를 쓰는 것은 물론 앞에 선행사도 써 주는 게 옳다.

2.2. 조사는 생략할 수 있다?


물론 구어에서는 말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체언 뒤의 조사가 생략되는 일도 많다. 예를 들어, "나 사과 먹었어."라는 문장은 "나는 사과를 먹었어."라는 문장에서 조사 '는', '를'이 몽땅 생략된 것이나 의미 전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상 회화에서 써먹어도 누구에게서 틀렸다고 지적받을 일은 없다. 그러나 보조사 '대로'는 생략이 관례화된 조사가 아니다.
"너는 너대로 찾아 봐라."라는 문장을 "너는 너 찾아 봐라."로 바꾸면 말이 되겠는가? "너 너대로 찾아 봐라."와 같은 올바른 생략과 비교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돈 돈대로 쓰고..."와 같은 경우, "나(는) 돈(을) 돈대로 쓰고..."처럼 조사 2개가 생략되었지만, '대로'만큼은 생략되지 못했다. '대로'의 생략은 다수 언중이 받아들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곧, 빼도 되는 조사와 아직은 뺄 수 없는 조사가 있는 것이고, '나름'에 조사를 안 붙이고 단독으로만 쓰는 것은 '사과가 두 개 줄었다.'를 '사과가 두 개 줄었다.'로 쓰는 것과 동등한 셈이다. 두 문장의 뜻은 전혀 다르다. "사과 맛있게 먹었다."는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로 자연스럽게 해석되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다."를 "나름(이라는 무엇을) 맛있게 먹었다."로 해석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로'를 빼 버리고 그 자리에 '은/는', '이/가', '을/를'과 같이 생략이 일반화된 조사를 넣으면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름은 열심히 했다'처럼 '나름' 뒤에 '는/은' 같은 보조사를 쓰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물론 '나름'에 붙는 조사가 무조건 생략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내는 남편 하기 나름.", "개와 가위는 쓰기 나름"과 같은 문장에서와 같이 생략할 수 있는 말이 있긴 하다. 이 때 생략된 조사는 서술격 조사 '이다'인바, 이는 생략 허용이 관례화된 말이다. "군인도 군인 나름(이다)."도 마찬가지다. 관형격 조사 '의' 역시 생략할 수 있어 '내 나름(의) 방법'처럼 쓸 수도 있다.
일단 국립국어원 측은 조사를 붙여 쓰는 것이 원칙이라 하고, '대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다. ##

3. 의미적 오용


문법적인 사항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본래의 뜻을 넘어 지나치게 남발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나도 나름(대로) 고등학생이다."와 같은 말을 들 수 있는데,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이고 고등학생이 아니면 아닌 거지, 대체 나름대로 고등학생인 것은 무엇인가?
"그는 그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라는 예문의 경우 노력의 당사자에 따라, 또 그것을 보고 평하는 사람에 따라 열심히 했다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각자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고등학생인지의 여부는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자'[3]라는 객관적 기준으로 인해 확실히 정해지는 것이고 주관적 깜냥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 나름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문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이래 봬도' 또는 '어엿한', '엄연한', 아니면 '일단은'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제가 있는 예문을 하나 더 들면,
"넌 (너) 나름(대로) 내 여자친구잖아"
- 여자친구의 범위를 내 방식대로 깜냥껏 정하겠다?
사실 본래의 뜻을 넘어 남용하는 것 말고 명백히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나름 가수다>와 <나름 약이다>가 그 사례. 이럴 때, 그 자리에 '꽤', '제법', '그럭저럭', '그런대로', '이래 봬도', '어엿한', '엄연한'같은 단어를 넣는 게 옳은 경우가 많다.
"넌 나름 내 여자친구잖아"를 "넌 (너) 나름(의) 내 여자친구잖아"로 받아들이면 '됨됨이나 하기에 달린 내 여자친구'라는 뜻이 될 수 있다.
현재는 틀리게 사용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졌다. 이에 따라 언중이 많아지면 아예 부사적 용법으로 인정해, 미래에는 부사로서 '꽤', '제법', '그럭저럭', '그런대로'라는 의미로 사전에 복수 표준어로 등재될지도 모른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문법의 보수성으로 항상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1] 다만, 의미의 잘못된 확장 현상이 관찰된다. 3번 문단 참고.[2] 이처럼 체언에 조사를 붙이는 것을 구 문법 용어로 '곡용'이라고 한다.[3] 이는 그 고등학교가 그를 재학하는 자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는 부분이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