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돈키호테)
1. 개요
Don Quixote.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2. 상세
본명은 알론소 키하노(Alonso Quijano). 기사도 문학에 심취한 지주 영감님으로 스스로를 돈 키호테 데 라 만차(Don Quixote de La Mancha)로 자칭하고 다닌다.[1] 귀족이라서 허름한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어엿하게 하인을 데리고 다닌다.
민폐 영감님이지만 왠지 미워할 수가 없는데, 초반부터 엄청나게 불쌍하다. 모은 소설들이 전부 불태워지고, 두드려 맞고, 이가 왕창 나가고, 귀가 잘리고, 풍차에 덤벼들다가 휩쓸려 날아가는 등 고난이란 고난은 다 겪는다.
상처를 치유하려고 소설에서 나오는 치유의 향유 등을 만들어서 복용하지만, 당연히 포션 효과는 없고 온갖 구토와 질환에 시달린다. 소설에서의 묘사는 꽤 코믹하지만[2] 진지하게 보면 눈 뜨고 보기 힘든 참상[3] 이다.
그래도 이러한 삽질들이 성과를 거두어, 《돈 키호테 2부》에서는 《돈 키호테 1부》가 이미 책으로 나와 유명인 취급을 받아서,[4] 《돈 키호테》를 재밌게 읽은 공작에게서 극진한 대접을 받기도 하고, 《돈 키호테》가 그냥 지어낸 소설인 줄 알았던 산적 두목에게나 그의 귀족 친구, 그 친구의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유명한 업적(?)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 풍차를 거인으로 오인하여 돌격. 산초 판사가 '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한단 말입니까?'라고 디스하자 자신을 미워하는 마법사 프레스톤이 거인을 풍차로 둔갑시켰다고 우긴다(...). 이 장면에서 throw hat over the windmill이라는 관용구가 생겨났다. 직역하면 '풍차에게 모자를 집어던지다'라는 뜻. 돈 키호테가 모자를 풍차에게 집어던지며 돌격하는 장면에서 따온 것으로, 실제 뜻은 '미친 짓을 하다'라는 뜻이다.
- 비를 피하려 놋대야를 뒤집어쓴 이발사를 향해 칼을 휘두르며, "내가 응당 가져야 할 그 물건을 내놓거라!" 라고 호령했다. 그 유명한 맘브리노의 황금투구 이야기. 그런데 모양이 영 이상하자, "어느 물정 모르는 멍청이가 황금투구의 반을 녹여내어 돈으로 바꾸어 그만 이런 모양이 되고 말았구나!" 라고 탄식했다.
- 자다가 깨선 잠옷으로 상체만 간신히 가린 반라의 차림으로 포도주 자루를 있는 대로 베어버리고는, "내가 베어낸 거인의 목을 보라!" 라고 외쳤다.
- 4명의 목동이 이끄는 양떼를 보고서, 4명의 목동은 각기 위대한 명장으로, 양떼는 수만의 군세로 착각했다! 명장들의 역사적인 전투에 끼고 싶어, 군사들(=양떼)을 무차별 학살, 4명의 명장(=목동)들에게 후드려 맞았다.[5]
- 죄수를 압송하는 배를 발견했는데 돈키호테는 악당들에게 납치당한 노예인 줄 알고 모두 풀어줬다. 이꾼 파사몬테라는 악질 사기꾼이 있었는데 후속작에서는 페드로 선생님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등장해서 돈키호테와 산초를 엿먹인다.[6]
궁색하나마 기사로서 장비도 갖추고[12] 용감한데다, 주인공 보정인지 개그 캐릭터 보정인지는 몰라도 맷집까지 좋으니, 사실 옛날에 태어났다면 그럭저럭 훌륭한 기사는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나이. 일각의 해석에 따르면 아직 돈 알론소 키하노로 정신이 멀쩡하고 젊었을 시절 네덜란드 전역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싸웠던 참전 용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주장도 있다. 확실히 당대 하루가 멀다고 아메리카, 저지대,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등지에서 전쟁을 벌이던 스페인 제국의 상황과 그가 속한 하급 귀족인 이달고 계급이 하급이지만 귀족에게 걸맞게 노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생계, 그리고 나아가 계급도 유지할 확실한 방법은 종군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소리이긴 하지만,[13] 원문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추측과 가정의 영역일 뿐이다.
이외에 사실 똑똑하다는 떡밥(?)들이 곳곳에 있다. 애당초 지식층인 신부와 친구였던 데다가, 후반에 돈 키호테가 하는 말을 듣고, 그 논리 정연함에 감탄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위 각주에서 언급한 대로 돈 떼먹고 도망가려는 여관 손님들을 타일러서 돈 내고 가게 하는 것을 보거나, 특히 2부에선 제정신인 것 마냥 삶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등, 그걸 보던 산초가 감탄할 정도였다. 게다가 책들의 화형식(?)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가정부가 "기사소설이 라만차를 통틀어 가장 총명했던 주인님 판단력을 앗아갔다"고 말하는 대사도 있고, 그가 가진 문학 중에는 이탈리아어로 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러다가도 한 번씩 사고를 쳐서, 이 영감님 정신이 어떤 상태인지 심히 궁금해진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신분상으로는 시골 귀족에 해당하기 때문에, 똑똑한지 여부와는 별개로 교양 자체는 있을 가능성이 높다. 라만차, 신 카스티야 지방 자체가 당시 경제적으론 몰락 중이었어도 어쨋든 수도권이라 세르반테스 본인의 고향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 시구엔자 같은 대학도시들도 꽤 있고, 정치 문화적으로는 스페인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지방이며 당시 돈키호테 같은 이달고 계급은[14] 사회적 체면도, 집안 재정 사정도 둘 다 유지할만한 유일한 길이 군대가거나 대학물 먹고 성직자나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었던 만큼 돈키호테가 나름 교양인이란 것도 시대 상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부 말/2부 초기에서 고향 친구인 신부와 대화하는 와중 세르반테스 본인이 참전했던 레판토 해전을 다루면서 당시 스페인이 처해있던 국제 정세와 북아프리카 전쟁 문제에 관하여 대화를 하는 장면에선 다른 캐릭터들도 "돈키호테의 지성과 통찰력에 감탄하며 귀를 귀울였다"하며 확실히 당대인 입장에서 고급 시사 논쟁을 할만큼의 교양을 뽐내기도 했다.[15] 문제는 바로 그 다음 대목에서 이어지는 대화가 신부가 그럼 우리 폐하 스페인왕께서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16] 해결할수 있을까 대안을 물어보자 한다는 말이 '''"나같은 쩔어주는 위대한 편력 기사들을 끌어모아서 특수부대 비스무리하게 만들어 콘스탄티노플에 침입하여 이교도 마왕 술탄의 목을 따야하오!!!"'''(...) 라서 문제지.[17]
이리 저리 봉변을 당하고 마을로 돌아올때마다 주변 농민들의 반응도 "어엌ㅋㅋㅋ 우리 동네 귀족 양반 정신나가서 두들겨 처맞고 다님ㅋㅋㅋ"이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미치기 전이나 그 이후나 산초 판사 같은 계급이 확실히 다른 '아랫것들' 상대로도 친절한걸 보면 인망도 확실이 좋았던 편이다. 일단 기본 성품은 매우 선량한 듯하다. 실제로 그가 죽기 직전에 친구들이 다들 진심으로 슬퍼하는데[18] , 이는 돈 키호테가 원래 선량하고 주변 사람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었기 때문. 정신줄을 놓고 편력기사 행세하며 돌아다닐 때도 기사도의 덕목을 실천하려다가 민폐를 끼친 거지,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 건 아니었다. 오죽하면 제정신일때나 미쳤을때나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 그대로 의도는 좋았다의 산 증인인 셈. 덤으로 돈 키호테를 제 정신으로 되돌리려던 계획을 고향사람이 얘기하자 듣던 사람이 놀라서 제 정신이 아닌 돈 키호테가 세상에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지를 얘기하는 부분도 있다. 돈 알론소 키하노로서는 존경을 받았지만 돈 키호테로서는 열광을 받은 시대를 앞선 안티 히어로인 셈.
[1] 스페인의 귀족 이름에 '돈(don)'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해석하자면 '키호테라는 이름을 가진 귀족'이 된다. 직역하자면 돈키호테는 이름이 아니라 '키호테 나리', '키호테 공' 정도의 경칭이란 뜻이다. 또한 세르반테스 시절 스페인어에서는 x를 현재처럼 /x/(독일어 ch, 스페인어 j)로 읽지 않고 /ʃ/(영어의 sh)로 읽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의 이름을 '돈 키쇼테' 비슷하게 읽었을 것이다.[2] 완역으로 읽어야 드러난다. "머리통이 깨지고 온몸이 너덜거릴 만큼 두들겨 맞았다" 라고 하고서는, 한 문단 너머에서 "치료하면서 보니 몸에는 상처 하나 없고, 피인 줄 알았던 것은 쏟아지는 땀이었다" 라는 식.[3] 양떼를 군대로 여기고 덤벼들어 살육을 벌이다가, 양치기들의 돌팔매에 맞아 갈비뼈 2개가 내려앉고 손가락 2개가 뭉개지며, 한쪽 어금니 6개 반이 날아가는 등.[4] 물론 기사로서 유명인이 아니라 코미디언으로서 유명인 취급. 요즘으로 치자면 유재석 같은 인기 코미디언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찌보면 현대 한국 허경영 취급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5] 여기서 양치기는 단순한 아이들이 하는 그런 양치기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전근대에 이르기까지 양치기는 위험한 직종이었고, 그만큼 강하고 노련한 전문가였다. 서부극에서 묘사되는 카우보이를 생각하면 적절하다. 그런 실력의 사람 4명이 자신들의 양을 공격하는 미친 노인을 두들겨 팼다는 것. 그나마 갑주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이 목동이 투석구로 날린 짱돌을 머리에 정통으로 맞고 낙마했는데 투구라도 없었으면 이때 머리가 깨져 즉사했을 것이다.[6] 돈키호테와 주변의 몇몇 인물들을 제외하면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2부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되겠다.[7] 항상 그런 건 아니다. 1권 후반에 여관에서 돈을 떼먹고 도망가려는 손님들을 여관주인이 막으려다 구타당하게 되고, 주인의 부인과 딸이 돈 키호테에게 도와달라고 하는데, 정작 돈 키호테는 이를 보고 '''서민의 일은 서민이 해결해야 된다'''며 산초에게 떠넘긴다.(…) 이를 본 주인의 가족은 돈 키호테가 겁쟁이라고 깐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후에 '''돈 키호테가 잘 타일러서 손님들이 여관주인에게 돈을 주고 떠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나중에 보여준 전투력을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8] 돈키호테는 이들이 죄인이라는 간수의 말에, '''"모든 인간은 무슨 일을 벌였든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대상이 인권이란 개념이 없다시피했던 걸 생각하면 시대를 앞선 발언인 셈. 하지만 그 죄수들이 중죄를 저지른 사람들이긴 해서 어째 미묘하다(...)[9] 다만 이 죄수들 중에 후반에 등장하는 인물의 형제가 있었다.[10] 정확히는 바스크 지역 중에서도 비스카야인.[11] 하지만 항복 선언이 오히려 돈키호테의 심기를 긁고 말았다. 온갖 흉측한 묘사를 다하면서 그런 흉한 외모를 가진 추녀라도 기사님이 아름답다고 하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바스크인들이 대답한 것.[12] 사실 소설의 묘사 상 돈키호테의 장비는 우스꽝스럽고 낡아빠져서 문제지 그 당시로서는 괴악할 정도의 중무장이다. 총기의 발달로 기병들 사이에서도 간편하고 합리적인 흉갑이나 가죽, 직물 방어구가 보편화된 지 오래인 마당에 이 영감님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으니... 비유하자면 1930년대 종로 협객 싸움판에 노망난 양갓집 영감이 두정갑 입고 환도를 차고 나타난 것이다![13] 실제로 콩키스타도르의 상당수가 이달고 출신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에르난 코르테스가 있다.[14] '''귀족은 (땅파먹는 의미에서 육체)노동하지 않는다'''는 당시 유럽 사회 계급적 책무와 시선은 부여받지만 막상 '''진짜 대귀족들처럼 일 안해도 평생 먹고 살만한 재산은 없는''' 가장 안습했던 경우다[15] 세르반테스가 한창 돈키호테를 쓰던 무렵인 1574년 오스만 제국은 이전 1530년대 스페인이 점령했던 합스부르크-카톨릭 세력의 북아프리카 군사 거점이었던 튀니스를 정복했다[16] 튀니스 상실과 북아프리카 무슬림 해적 세력의 창궐[17] 이 대목에서 바로 앞의 돈키호테의 고오급 시사 토크를 듣고 분명 재정신이 돌아 왔을거라 생각했던 신부를 비롯한 고향친구들은 재정신이 돌아온게 아니라 돈 알로소 키하노가 돈키호테로 정신나간 과정 자체가 이성이 있었을 시절의 '''교양, 지성은 다 가진체로 미쳤던''' 더욱 골치아픈 경우였다는걸 깨닫고 뒷목잡는다(...)[18] 돈 키호테의 기분을 낫게 해주려고 둘시네아의 마법이 풀렸다는 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