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만화)
1. 개요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1949년에 발표한 만화. 로스트 월드 (1948), 다가오는 세상 (1951)과 함께 데즈카 오사무 초기 SF 3부작이라 불린다.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모티브를 따 왔으며 군중이 동시에 말하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연출이 시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토리는 영화와 꽤 다르다. 생명과 기술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철완 아톰와 비슷한 내용이기도 해서 아톰의 프로토 타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작품에 나온 반 슌사쿠, 밋치, 레드 공, 노타린 은 데즈카 오사무의 다른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게 된다. 저작권이 애매한 시대라서 미키 마우스같은 거대한 쥐가 나오기도 한다.
미래에 일어날 여러 사회현상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심오한 작품으로 데즈카 팬들은 명작이라고 한다. 연출이 잘 되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통일되지 않은 주제를 막 던진다는 점에선 아직 데즈카가 경험이 부족한 초기작임이 드러난다. 훗날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담당한 오토모 카츠히로는 '원작은 통일성이 없어서 작품이라 하기 힘들었다. 보면서 데즈카 선생님 제발 그만하세요~ 라고 생각했다.' 라고 했다. #
상당히 오래된 책이라 초판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초판은 300 ~ 1000만 원 대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한국에선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정발했다.
2. 줄거리
메트로폴리스의 범죄 조직 레드단의 두목 레드공은 흑점의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낸 인조단백질로 인조인간 밋치를 만들어낸다. 밋치는 남자도 여자도 될 수 있고 천사같은 외모와 악마같은 힘을 가진 초인이었다. 그러나 밋치를 만든 로턴 박사는 이 힘이 악용될 것이 두려워 밋치를 빼내 평범한 소녀로 키운다. 그러나 이 일이 들켜 로턴 박사는 살해당한다.
일본에서 로턴 박사를 만나러 온 반 슌사쿠 탐정은 대신 밋치를 거두어 학교를 보내며 이때 밋치는 반 슌사쿠의 조카인 켄이치와 친해진다.
그러나 레드 공은 다시 밋치를 잡아가고 밋치가 인조인간 임을 알려준다. 밋치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듣고는 정체성을 잃고 분노하여 대도시 메트로폴리스를 파괴하기로 한다.
3. 애니메이션
2001년 5월 26일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었다. 감독은 린 타로. 제작은 매드하우스.
마루야마 마사오와 린 타로는 은인이었던 데즈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만든 게 없었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 언젠가 뭔가 대단한 데즈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생각했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서 제작이 성사되었다.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오토모 카츠히로가 원작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대대적으로 고쳐 상당히 다른 작품이 되었다. 메트로폴리스의 도시 묘사는 만화보다는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가깝다. [1] 그래서 원작자로 데즈카 오사무 말고 프리츠 랑도 같이 썼다.
원작 만화에 나온 인조인간 밋치는 완전한 로봇 소녀 '티마'로 바뀌었고 로봇이 많이 나오는 세계관이 되었다. 로봇이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노동자 계급처럼 나오고 차별의 대상이 된다. 내용이 한층 철완 아톰에 가까워졌다. 또한 레드 공과 다른 행동하는 악역으로 원작에 없던 캐릭터 록 홈이 레드 공의 양자로 나와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원작 만화는 주제에 대한 해답을 직접적으로 던져주는 반면 애니메이션은 평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복잡하고 열린 작품을 좋아하는 오토모 카츠히로의 취향에 맞춰 정답을 주지 않는 열린 구성의 작품이 되었다. 등장인물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시청자가 알아서 상상해야 한다.
작화는 제작비 10억 엔, 작화 매수 15만 장, 제작기한 5년을 사용해 엄청난 작화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작화는 전설적인데 수십 명의 군중이 동시에 움직이는 걸 하나하나 다 따로 그려넣었다. [2] 중간에 나오는 우유 팩의 영양 성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사물을 디테일하게 그렸고 머리카락 같은 건 한 올 한 올 흔들린다.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액션 신은 풀 프레임 급이라 디즈니 애니에 준하는 작화를 보여준다. 린 타로의 말로는 이게 1960년대와 70년대에 백사전 같은 풀 애니메이션을 만든 토에이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의 제작팀이 해체된 이래로 처음 나온 일본 풀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3] 데즈카라면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가질 것이다 라는 생각에서 3DCG도 많이 사용되었다. 연출도 20세기 초반의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많이 오마주했다. 3D 배경을 쓰고 디지털 작화를 한 장면도 있지만 절반 가까운 장면은 레트로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전통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손 채색, 촬영을 했다고 한다.
애니메이터로도 총작화감독 나쿠라 야스히로를 필두로 매드하우스의 S급 애니메이터는 총출동을 했다. 유명한 장면으로는 노다 타쿠오가 그린 군중의 회화 신,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그린 자전거 추격전, 무라키 야스시가 그린 빌딩 붕괴 신, 하마사키 히로시가 그려낸 영화 후반부 티마의 마지막 표정 등이 있다.
음악은 일본의 유명 재즈 작곡가 혼다 토시유키가 담당했고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다.인간을 상징하는 대목은 다소 차가우면서도 스피디한 관현악단의 음악으로, 로봇을 상징하는 대목은 시끌벅적한 초기 딕시랜드 재즈와 끈적이는 블루스 스타일의 음악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블루스 싱어 중 한 사람인 키무라 아츠키가 보컬을 맡은 St. James Infirmary과 레이 찰스의 I Can't Stop Loving You도 일품. [4]
배경은 Production I.G 측에서 만든 3D 배경을 사용했으며 당시의 저질 모델링이 티가 나지 않게 여러가지 궁리를 해서 만들고 일부 배경은 2D로 그려넣어 보완했다. 그래서 나중에 봐도 마지막 부분의 비행기만 빼면 별로 위화감이 없다.
한국 영화 채널에서 종종 틀어주는 작품이기도 한데 초기에는 영어 더빙을 했으나 일본어 더빙으로 방영되기도 한다.
린 타로는 작품의 질에 만족해 2D로 해보고 싶은 건 이 작품으로 다 했다며 몇 작품 더 만들고 상업 장편은 은퇴한다.
군중의 성우로 여러 배우, 음악가, 만화가들이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그중엔 야나세 타카시와 나가이 고도 있다.
3.1. PV
3.2. 스태프
원작 - 프리츠 랑, 데즈카 오사무
기획 - 마루야마 마사오, 린 타로, 와타나베 시게루
감독 - 린 타로
각본 - 오토모 카츠히로
캐릭터 디자인, 총작화감독 - 나쿠라 야스히로
미술감독, 3D CGI - 히라타 슈이치
조감독, 촬영감독 - 쿠스미 나오코
음악 - 혼다 토시유키
음향감독 - 미마 마사후미
원화 - 코마츠바라 카즈오 [5] , 무라키 야스시, 안도 마사히로, 노다 타쿠오, 하시모토 신지, 우에다 히토시, 엔도 마사아키, 츠지 시게히토, 오키우라 히로유키, 하마사키 히로시, 카와사키 히로츠구, 미노와 유타카, 코사카 키타로, 카와지리 요시아키, 카나다 요시노리, 카네모리 요시노리, 오오하시 마나부, 나카 모리후미, 사사키 신사쿠, 히라타 토시오 등
3.3. 평가
일본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해외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극찬해 로튼 토마토에선 86% 정도의 높은 지수를 보이고 [6] 다른 리뷰 사이트에서도 매우 점수가 높다.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작화가 훌륭하다고 호평하고, 장면 하나하나에 의도가 담긴 섬세한 연출을 호평하고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놀라울 정도로 중후하다며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라고 만점을 주었다. 제임스 카메론도 호평을 남겼다. 서양에선 재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이게 뽑힐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선 별로 평이 안 좋았다. 변경된 내용을 데즈카에 대한 원작 모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7] 무엇보다 성우 연기가 치명적이었다. 주인공 켄이치의 성우를 재즈 보컬리스트 코바야시 케이를 캐스팅 했는데 그 연기가 매우 엉망이었다. 영어 더빙판은 훨씬 연기를 잘 한다. 해외와 일본의 평가 차이가 커지는데 이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오토모 카츠히로의 작법을 두고 오토모가 떡밥 회수를 안 했다고 비난하는 의견도 많았다. 다만 일본에서도 히카와 류스케, 오구로 유이치로 같은 평론가들은 호평을 했다.
흥행은 비운의 작품으로 10억 엔의 제작비를 들였으나 일본에선 7억엔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미국에선 이 작품이 개봉되고 9.11 테러가 벌어졌는데 마침 이 영화에도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이 있어 흥행에 실패했다. 하필 무너진 빌딩 디자인도 무역센터 빌딩과 비슷해서 예언 애니메이션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 두 나라 말고도 팔렸고 어찌어찌 작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망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평이 별로 좋지 않은데 한국은 애니메이션의 작화보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이렇게 답을 명확하게 던져주지 않고 화두만 던지는 애니메이션을 떡밥회수를 안 한다, 스토리가 안 좋다고 하면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예술하는 작품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1] 린 타로는 아니지만 오토모 카츠히로는 AKIRA 때도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연출을 많이 따라했다.[2] 오토모 카츠히로가 이건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해서 들어갔다. 초반부의 군중의 작화는 노다 타쿠오가 담당했다.[3] 린 타로의 주장이다. 데즈카 오사무가 총감독한 불새 극장판도 풀프레임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실 풀 애니메이션처럼 보여도 프레임을 1~4장 뺄 수도 있고 이걸 구분하는 건 애니메이션의 신이 아니고서야 매우 어려워 제작자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은 정확히 알기 힘들다. [4] 여담으로 감독을 맡은 린 타로가 이 OST의 재즈 파트 녹음에 베이스클라리넷 연주자로 카메오 참가한 바 있다.[5] 이 작품이 유작이다[6] 세월이 지나 낮아진 것이고 나왔을 초기에는 91%였다.[7] 일본에서 데즈카 오사무는 거의 위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