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달리아 사건
The Black Dahlia murder
1. 개요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은 희대의 엽기 살인사건.
2. 사건 전개
1947년 1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서쪽에 위치한 공원을 산책하던 사람들은 공원 변두리에서 젊은 여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목격자들은 물론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과 법의학자들까지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신은 온 몸에 푸른 멍이 가득했고 요추가 절단되어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있었으며 팔은 위로 올려져 있었고 하반신은 벌려져 있는 상태였다. 입은 양쪽으로 귀까지 모두 찢어졌다. 내장은 모조리 다 적출당해 흔적도 남지 않았고 혈액 역시 한 방울도 없었다.
불쌍한 피해자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쇼트. 할리우드의 배우 지망생이었으며 나이는 고작 22살이었다. 쇼트는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기 위해 집에서 나와 혼자 돈을 벌었으며 어엿한 약혼자도 있었다[1] . 또한 이토록 처참한 죽음을 맞을 정도로 원한을 산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들어갔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한 탓에 사건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었다. 나중에는 관심병에 걸린 인간들이 언론에게 관심받고 싶어 거짓 자수하였는데 그 숫자가 6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언론의 과장, 허위보도 때문에 사건수사는 더욱 힘들어졌고, 끝내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다.
블랙 달리아(Black Dahlia, 검은 달리아)라는 별명도 쇼트가 생전에 검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는 데 착안하여, 당시에 어느 기자가 마음대로 붙인 호칭이었다. 엘리자베스 쇼트는 생전 한 번도 '블랙 달리아'라고 불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쇼트는 이름보다는 '블랙 달리아'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고,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검사 결과 경찰은 쇼트가 어딘가에서 거꾸로 매달려 다구리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냈다. 게다가 쇼트는 살해당하기 일주일 전부터 완전히 실종되었다.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 일주일 동안 쇼트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이 기간을 '잃어버린 일주일'이라고 칭하고, 이 동안 쇼트가 어디에 있었는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다만 쇼트가 실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해당했음은 확실했다고.
결국 사건은 미제로 끝났고, 현재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은 상태. 그리고 앞으로도 잡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일부에선 클리블랜드 토르소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쇼트의 피살사건의 악명이 높아짐에 따라 이후 몇 년 동안 수많은 관심종자들이 자수를 해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거짓 자백으로 간주되었다. 초동수사 때만 경찰에 자수한 사람이 60명이었고, 그 중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이후 총 500명 이상이 자기가 쇼트를 죽였다고 자수했는데, 그 중에는 1947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있었다. 은퇴할 때까지 이 사건에 매달린 형사 존 P. 세인트존 경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살인 관련자라고 나서는 것은 놀라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건 수사 형사들 중 한 명인 랠프 애스델(Ralph Asdel)은 2003년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밝혔다. 1947년 1월 15일 새벽녘 쇼트의 변사체가 발견된 공터 근처에 세단을 주차해둔 남자가 있었다. 그날 잔디 깎은 것을 담은 푸대를 그 공터에 투기하러 갔던 주민이 주차된 세단을 목격했고, 오른쪽 뒷문이 열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세단 차주는 공터에 서 있었는데, 목격자가 공터에 도착하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차주는 자기 차로 다가가 창문으로 차 안을 노려보더니 차에 타고 가 버렸다. 세단 차주를 추적한 결과 지역 식당에서 일하는 자로 밝혀졌으나 결국 그도 무혐의로 풀려났다. 하지만 애스델은 자신은 그 남자가 범인이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월터 베일리(Walter Bayley)는 외과의사였는데, 『타임스』 편집자 래리 하니슈(Larry Harnisch)가 그의 범인설을 제기했다. 『타임스』 간행인 노먼 챈들러는 전기작가 도널드 울프(Donald Wolfe)에 의해 범인설이 제기되었는데, 울프는 챈들러가 쇼트를 임신시켰다고 주장했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조지 호델의 경우 블랙달리아 사건으로 기소된 적은 없는 사람인데, 죽은 뒤 그 아들인 로스앤젤레스 시경찰국 살인반 형사 스티브 호델(Steve Hodel)이 자기 아버지가 쇼트의 살인범이며 그 외에도 여러 건의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서 널리 알려졌다. 호델은 블랙달리아 사건 이전에도 자기 비서 루스 스폴딩(Ruth Spaulding)의 죽음에 관련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또한 자기 딸 타마 호델(Tamar Hodel)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국외로 도피하여 1950년에서 1990년까지 필리핀에서 살았다.
3. 창작물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을 쓴 제임스 엘로이(James Ellroy)[2] 가 1987년에 ≪The Black Dahlia≫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출판했으며[3] , 이 소설을 원작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2006년 영화화했다. 같은 해에 졸작이자 괴작 전문 감독 울리 로멜도 (조디악 문서에 있는 조디악 킬러에 이어) 본 사건을 소재로 영화로 만들었다. 제목은 똑같이 블랙달리아. 평은 역시나 극악.
이 사건을 바탕으로 2006년에 영화 ≪블랙 달리아≫가 개봉했다.
마릴린 맨슨 역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다.
2011년 출시된 게임 L.A. Noire에도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파트가 등장한다.
2013년 출시된 게임 GTA 5에서도 이 사건과 피해자 엘리자베스 쇼트를 모델로 한 '레오노라 존슨' 살인사건이 등장한다.[스포일러]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1에서 스토리와 연관되어 이 사건의 전모가(물론 픽션 상으로) 밝혀진다.
미국의 메탈 밴드 블랙 달리아 머더(Black Dahlia Murder)는 이 사건에서 이름을 따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히로인 MJ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나온다. 주인공 피터 파커가 유리세공으로 유명한 베니스에서 그녀에게 줄 선물로 블랙 달리아 모양의 목걸이를 구입한다. 사실 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블랙 달리아 사건 때문이라는 점에서 MJ의 특이한 성향을 알 수 있다.
리빙데드돌의 달리아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 약혼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했다.[2] 실제로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어머니는 작가가 10살 때 강간 살해당했다. 이 일은 평생 엘로이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는 블랙 달리아 사건을 비롯해 헐리우드 황금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몇 건 써냈다.[3] 《LA 컨피덴셜》과 같은 세계관이다. 국내에도 번역되었다.[스포일러] 편지조각 50개를 마이클, 프랭클린, 트레버 셋 다 관계없이 모으기만 하면 바인우드의 샛별이라는 프랭클린 전용 미션이 생기며, 편지 내용을 보고 분노한 프랭클린이 이 사건의 진범인 피터 드레이퍼스를 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