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1. 설명
관련법에 의거, 관청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때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집.
빈집털이 따위의 표현에서 보듯이 빈집이라 하면 단순히 '일시적으로나마 사람이 빠져나가 텅 비어 있는 집' 을 생각하지만, 법적인 용어로 본다면 빈집은 오히려 폐가(廢家)의 개념에 더 가깝다. 즉 어떤 주택이 여러 이유로 인해 오랫동안 방치되고 버려져 있는 경우가 법적인 의미의 빈집이 된다.
이런 집은 학교밖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의 아지트가 되기 쉬우므로 인근의 치안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며,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동네의 경관을 크게 해치게 된다. 인근 부동산에 물어보면 대개 집주인이 잠적 또는 해외도피를 했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갈등 관계로 얽혀 있거나, 법적인 문제가 이래저래 꼬여 있거나 해서 아무도 선뜻 손을 못 대고 있는 경우다. 그 동네 전체를 재개발하는 등의 큰 이벤트가 있어도 빈집은 종종 골칫거리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빈집만 골라서 담력 테스트 하듯이 방문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콘텐츠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인근 주민들에게는 괜한 소란거리이기 때문에 민폐로 취급된다. 특히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소유주가 멀쩡히 나타나서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그 길로 경찰서 정모행. 간혹 이런 유튜버들이 고독사한 독거노인이나 노숙자들의 시체를 발견하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2. 정비사업
빈집의 현황을 조사하는 것은 의외로 예전부터 줄곧 해 오던 행정활동이었으나, 정책적인 의미에서 빈집이 실제로 진지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이다. 정확히는 2017년 2월 9일부터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과도 관계가 있으므로 참고.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은 상기한 바와 같으나, 기존에는 그 대처법이라는 것이 그저 굴삭기로 헐어 버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관련정책 역시 "빈집 신고하면 돈 드려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마치 썩은 이빨을 뽑듯이 빈집을 밀어버리자는 정책적 패러다임이 강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후반 들어 도시재생이 우리나라 국토개발 및 이용의 철학으로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빈집 역시 무작정 밀지 말고 최대한 살려 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시 말해, 국토의 개발과 이용이 단순히 '오래된 것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짓는' 토건사업에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주어진 공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는 인식이 국토교통 행정가들 사이에서 주류가 되었고, 빈집 역시 잠재력을 갖춘 공간이자 유휴자원의 일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도시개발에 있어 이미 과밀화된 수도권에서는, 나랏님이 새로 뭔가를 더 해 보려고 해도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 보니(…)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고, 이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마을공동체 역시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 그래서 차라리 빈집을 가져다가 예쁘게 리모델링하고 꾸며서 새로운 용도로 재사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또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이 인구가 유출되어 침체된 골목을 다시 활성화할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압박 역시 있었다.
특례법 제3조에 따르면 농어촌에서는 농어촌정비법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행정활동을 하고 있으나, 농업의 비중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빈집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공유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에서 펼치는 빈집 활용 관련 지원사업을 따낼 경우에는 국비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 꽤나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분위기.
주요 사례로서 서울시 도봉구 창동의 브런치카페 '씨앗플러스' 가 있다. 그 외에도 원도심 공동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대전시에서도 중구 선화동의 '소이헌카페' 가 흔히 알려져 있다. 간혹 여러 채의 빈집이 연이어 있을 경우에는 아예 담을 허물고 서로 연결하는 방식의 빈집정비도 가능한데,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의 경우 빈집은 아니지만 실제로 다세대주택들을 대상으로 현실화시킨 '구산동도서관마을' 을 운영 중이다.
2.1. 유의점
관 특성상 기계적이고 관행적으로 빈집정비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온갖 뜻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기사
우선적인 문제는, '''나랏님도 빈집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각 지자체들이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조사해 오기는 했지만, 어느 동네에 빈집이 몇 채이고 각각의 주소가 어디인지, 주택유형이 무엇이고 지은 지 몇 년이나 된 건물인지, 소유주가 누구인지 전부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이는 빈집을 조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은 인력과 비용 등의 행정력을 요하면서도 막상 확인되는 빈집의 숫자는 정책적인 의미를 가질 만큼 많지는 않기 때문. 게다가 막상 만난 소유주가 역정을 내면서 "내가 여길 3년마다 한 번씩 와서 별장처럼 쓰는데 무슨 빈집이냐" 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나랏님으로서도 그 '빈집' 은 손댈 수가 없다.
다음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서 '''빈집이 빈집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자주 간과된다. 빈집이 그렇게 활용가치가 높고 메리트가 있었다면 관에서 나서기 전에 민간에서 어떻게든 먼저 그걸 활용했을 것이다. 도시 내 자치구라고 할지라도 막상 빈집은 외곽 그린벨트 속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서 산기슭에 처박혀 있는 다 쓰러져 가는 폐가인 경우도 많으며(…) 기본적으로 많은 빈집들은 대중교통은커녕 도로교통 자체가 매우 열악함을 일단 전제해야 할 정도다. 종종 농어촌 지자체들이 청년귀농인들을 유치한답시고 빈집을 창업 인큐베이팅 장소로 활용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그냥 "넌 그냥 여기 처박혀 있어라"(…) 수준의 발상이다. 빈집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일대의 도로망과 생활여건을 모두 개선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류의 정책들이 대개 그렇듯 '''지나치게 관 주도적으로 정비사업이 진행'''된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 주민들이 먼저 협동조합을 구성하든 마을자치회에서 정식으로 제안하든 해서 추진하거나, 혹은 해당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민간에 여러 인센티브도 주고 규제도 풀어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접근이라는 얘기다. 그 빈집이 정말로 그 동네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데, 나랏님이 일방적으로 여기는 메이커스페이스, 여기는 주민교육 세미나실, 여기는 도심농장, 여기는 브런치 카페 하는 식으로 정해줘 버리면 주민들의 이용률이 저조할 것은 당연지사다. 설령 지자체가 직접 용도를 정해야 한다고 해도, 그 지역의 중심지와 배후지역이 갖는 기능과 산업구조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