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페이스

 


1. 소개
2. 설명
3. 역사
3.1. 국내의 현황
4.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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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에 개관한 메이커스페이스 공간. (#출처)
'''Maker Space''' / Maker Movement / Hacker Space / TechShop / Fabrication Laboratory (FabLab)

1. 소개


일반 대중에게 디지털 기술 기반 제조기기들을 무료 개방하여 자유롭게 창작, 구상, 개조 등 작업이 가능하게 한 공간. 다른 직역으로는 해커스페이스, 팹랩 등이 있으며, 의역할 경우 '디지털 대장간' 이라고도 한다.

2. 설명


흔히 '''메이커 운동'''이라고 알려진 사회 운동의 일환이다. 사상적 배경으로는 공유경제 운동, 크라우드 펀딩 운동 및 마을공동체 운동 등에 기초하며, 기술적 배경으로는 3D 프린터, 사물인터넷 등의 상용화에 기초한다. 제레미 리프킨 등의 미래학자들의 저술을 바탕으로 하여, 데일 도허티(D.Daugherty), 크리스 앤더슨(C.Anderson), 데이비드 랭(D.Lang) 등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2014년 6월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메이커 개념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으로 메이커스페이스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각각 '''마을공동체 창작 활동 공간, 교육 및 강습 공간, 제조업 지원 공간'''으로 정리된다.[1] 처음에 서구에서 인기를 끌 때에는 마을공동체 주민들을 위한 창작 발명 공간으로 간주되었으나, 이후 일본을 거쳐 2010년대 중반~후반 무렵에 국내로 전파되면서는 점점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1인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의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하기 시작했다.
메이커(maker)의 개념적 정의는 실로 다양하나, 나무위키에 한하여 정리할 경우, 언제나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는 '''창의성, 디지털, 공유'''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창의적인 제작 활동을 디지털 기기의 도움을 받아 실현하되, 그 작업장의 설비는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료를 일체 받지 않으므로 메이커 운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정부 또는 시민사회에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메이커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메이커스페이스라고 부를 수 있다. 더 좁은 의미로는 이런 공간들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을 지칭하기도 한다.
메이커스페이스에 일반적으로 구비되는 설비들은 3D 프린터, CNC 설비, 레이저 커터, 아크 용접기, 오실로스코프 등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주민의 경우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거나 평소에 구상하던 아이디어를 여기서 현실로 옮겨볼 수 있고, 기업체의 경우 이 설비들을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괜찮을 경우에는 와디즈킥스타터에 알려서 크라우드 펀딩을 모금할 수 있다. 물론 메이커스페이스가 계기가 되어 평범한 주민들이 너도나도 1인 제조업 벤처를 차릴 수도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가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면서 기대하는 것 역시 이쪽이다.

3. 역사


이 분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것은 독일의 해커스페이스이다. 1990년대에 이미 독일에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유사한 관심사에 깊게 몰두해 있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 공간에 모여서 동호인 활동을 하는 풍조가 퍼져 있었고, 그 중에서는 컴퓨터, 기술, 공학 등에서 자기들끼리 모여앉아 회로 기판을 만지작거리거나 새로운 발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즉 해커스페이스의 기본적인 가치는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동호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다소 별개로, 2001년MIT에서 처음으로 '팹랩' 의 개념이 나타났다. 이곳의 물리학자 닐 거셴펠드(Neil Gershenfeld)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제작 강습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수강생들의 반응이 의외로 폭발적이어서 2년 후에는 아예 학교 밖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따로 공간을 마련하여 강좌를 이어 갔다.[2] 이후 국제개발과 맞물려서 세계 각지에 보급된 팹랩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폭넓게 확산되어 2010년대 중반에 이미 50여개 국가 이상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MIT는 글로벌 팹랩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전세계의 팹랩을 운영하는 중.
팹랩 운동의 확산과 관련하여 두 지역을 거론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2011년부터 포멀랩(FormalLab)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업을 겪게 된 중장년의 성인들이 새로운 디지털 제조기술을 익혀서 다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일종의 평생교육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었다. 한편 일본의 경우 2010년부터 지식인층의 주도로 팹랩 재팬(FabLab Japan)이 시작됐으며, 주로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되었고 마을공동체의 지역적 특색이 강하게 반영되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즉 각 마을마다 장인들이 전수해 온 노하우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지역마다 역사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제조 활동일지라도 지역별 팹랩에 따라 결과물이 특색 있게 나타나게 된 것.

3.1. 국내의 현황


국내의 가장 오래된 메이커스페이스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방중소기업청에 의해 관 주도형으로 추진된 것에 기원한다. 경기도대구경북 지역의 중소기업청에서 시제품 제작터 개념으로 공간을 개설했으며, 사용자에게서 이용료를 징수했다. 시설의 주 활용 목적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수준의 고급 제조 장비들의 사용방법을 교육하는 데 있었다.
비단 기업지원 용도 외에도, 창작 발명 공간으로서의 작업장을 개설하려는 움직임도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무한상상실' 을 개관하면서, 일반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바를 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무료 개방된 세미나실과 공작실을 제공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에도 세운상가에 '팹랩 서울' 을 설치해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도 이처럼 이원화된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는 과학분야에서는 '무한상상실' 을 개설하면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 등의 주민 공학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지방중소기업청이 담당하는 산업분야에서는 '셀프제작소' 를 개설하면서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시제품 제작 공간을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
2010년대 하반기 들어, 정부 정책의 차원에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메이커스페이스' 라는 용어가 확립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2018년 이래로 개설해 온 메이커스페이스는 2020년 1월경에는 이미 전국에 128개소까지 늘어났으며, 매해 60~70개소씩 신설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 대부분은 지역주민을 위한 창작 체험 공간으로 쓰이는 상태. 심지어 공공도서관에 메이커스페이스를 설치하는 방안도 2020년 이후로는 이미 검토를 넘어 실행 단계에 있다. 그 논리인즉슨, 일단 도서관의 첨단화가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운 후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3] 그 외에도 '영메이커 교육' 이라고 해서 교육계에서도 역시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는 아예 전국 지자체들마다 안 하면 그게 이상한 정책이 되었고, 대충 아무 지자체 이름이나 함께 넣고 구글링해 보면 관련보도를 찾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행 3년차에 이른 만큼 전국적인 성과평가의 단계에 들어서 있으며, # 공간 관리 및 운영의 책임을 대학교에서 감당하는 협업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

4. 문제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타트업 지원 역량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것이다. 상기했듯이 대부분의 신설 공간들은 주민 창작 활동으로 쓰이는데, 일종의 마을공방 비슷한 개념으로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공예를 하거나 액세서리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창업 아이디어 계발에서 상품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전문적인 제조 컨설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아마추어 성격이 강해진 것.
특히나 큰 문제로, 설령 시제품을 제작해서 어찌어찌 크라우드 펀딩 단계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메이커스페이스의 역량은 딱 거기까지라는 점이 지적된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상품의 양산 단계에서 메이커스페이스는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서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해도, 메이커스페이스로 스타트업을 차린 생산자들의 역량으로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여기저기 발품을 팔면서 생산을 호소하는 을이 될 수밖에 없고, 을이 되다 보니 결과물의 질도 낮아져서 소비자들을 실망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값비싼 디지털 장비만 잔뜩 비치하느니, 차라리 대량생산을 위한 금형 틀을 비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는 메이커스페이스 운동의 근본적인 맹점이기도 하다. 메이커스페이스는 기본적으로 완벽한 자동화와 사물인터넷이 갖춰진 산업구조를 전제하며, 창의성에 기초한 다품종 소량생산이 완전하게 주류가 되어 있는 시장을 가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는 현실과 다르다. 결과적으로 어느 시점에서는 대량생산을 해야 할 때가 오는데, 메이커스페이스는 '시험 삼아 만드는' 사람들을 돕는 데에는 강하지만 '작정하고 잔뜩 만드는'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게 된 것. 메이커스페이스의 근거가 되는 제레미 리프킨의 '생산의 한계비용 제로사회' 라는 개념 역시, 미래가 점차 그 쪽으로 갈 거라는 메가 트렌드를 예측했을 뿐이지, 지금 당장의 현실이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중앙정부 및 지자체들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메이커스페이스 사업들이 줄줄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 사람이 모여야 뭘 할 수 있는데, 사람이 모이질 못하니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이미 너무 많은 예산을 지출했기에 이런 쪽에까지 남겨 줄 예산도 없을뿐더러, 비대면으로 뭔가를 제작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여러 모로 난감한 상태.
[1] 경우에 따라 '일반랩/전문랩', '공공형/교육형/기업형', 'Zero-to-Maker/Maker-to-Maker/Maker-to-Market'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2]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보고서에서는 당시 인근에 거주하던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강좌를 들으면서 취미 삼아 액세서리를 만들다가 이를 계기로 과학분야로 진학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3] 사실 어떤 키워드가 국정과제로 핫하게 떠오르고 나서 너도나도 어떻게든 키워드를 엮는 것은 공직사회에서 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