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1. 창작물에서 악당이나 악역을 뜻하는 영어 단어
Villain
villain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읽으면 '빌레인'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ˈvɪlən/(빌런)에 가깝다.
어원은 옛 프랑스어인 vilein.[1] 현대 프랑스어로는 영어와 같은 villain인데, 발음은 /vilɛ̃/(빌랭). 이 단어는 라틴어 villanus(농장일꾼)에서 유래했다. villa(고대 로마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저런 말이 붙었다. 그러니까 놀랍게도 원래 농민을 뜻하는 말이다. 여담으로, villa에서 유래된 단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농민이 사는 곳, 즉 마을(village)이다
중세시대 기사 계급 영주들과 귀족들의 횡포에,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고 언제나 흙투성이 얼굴, 거름 냄새를 풍기는 농민들은 도시가 생겨나는 근 르네상스 시대를 기점으로 도시민들에게 차별을 받았으며, 실제로도 너무나도 기근과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 중에서는 도둑질 등의 범죄 행위를 하면서 도시를 기점으로 교역하는 상인들을 약탈하는 일도 다반사였고, 결국 이런 농민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빌런은 악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일부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주인공이 빌런인 애니메이션도 종종 볼 수 있으며, 모 한국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빌런이 등장했다.
월트 디즈니 같은 영미권 애니메이션에서는 보통 빌런들의 캐릭터송이 주인공의 캐릭터송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빌런들의 노래는 퇴폐미와 폭풍간지가 넘쳐서 그런 듯하다.
주인공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평가하는 캐릭터다. 악당이 있어야 주인공도 있다는 말을 반박할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대표적 예시로 영화 다크나이트가 있다. 빌런인 조커가 영화를 끌고 가는 수준. 이 양반이 하는 대사도 일품인데 "네가 날 완성시켜"이다. 주인공과 악당은 서로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관계인 것이다. 이게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사례인 것은 아닌 것이 화재가 없었다면 소방관도 없었을 것이다. 영웅의 탄생은 재앙에서 오는 것, 재앙이 영웅을 만드는 것이다. 모리어티 없는 셜록이나 조커 없는 배트맨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빌런은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재난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1.1. 창작물의 빌런 캐릭터
1.2. 슈퍼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악당을 가리키는 용어
한국에서는 창작물에 등장하는 악당을 그냥 악당이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굳이 영어 단어인 빌런을 쓰는 경우는 미국산 슈퍼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악당, 그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면서 히어로들과 악연을 많이 쌓는 거물급 슈퍼 빌런을 가리킨다. 자세한 것은 슈퍼 빌런 문서로.
2. 신조어
2016년 중반부터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하는 괴짜들을 인터넷에서 빌런으로 부르고 있다. 히어로 만화나 영화에서 각종 과한 집착이나 기괴한 계기로 빌런이 되는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원래대로 '악당'을 뜻하기도 하지만 인터넷 은어로 사용될 때는 의미가 좀 더 넓어져 때로는 악(惡)과는 무관하되 그저 기괴스러울 뿐인 행동을 일컬을 때도 쓰이기도 한다. 즉 이들의 실상을 요약하자면 진짜 현실적인 위법행위,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이라기보다는 괴인(怪人)[2] 이나, 기인(奇人)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고갤 빌런 빅 어금니 맨'과 같이 보통 "(소속집단이나 사이트) 빌런 빅(행동의 특징, 집착대상 등)맨 탄생!"같은 말이 붙는다. 요즘은 '익스트림 OO 빌런'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세상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을 만한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그런 짓을 실제로 벌이는 인간들이 널려 있다. 여하간 법을 어긴 건 아니니 범죄자라 부를 수는 없지만 평범한 시민이라 부르기에도 분명 무리가 있는 애매한 속성의 인물을 지칭하기 위해 채택된 단어가 바로 빌런이다.
빌런을 이런 용도로 쓴 최초의 커뮤니티는 (당연하게도) 디시의 고전게임 갤러리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16년 중반 즈음이며, 창시자는 불명이다. 이웃 갤러리인 히어로 갤러리에서 창작물에 등장하는 악당을 가리킬 때 즐겨 쓰는 단어를 끌어온 것이 유래인 듯하다. 원산지가 아닌 고갤에서 의미가 변한 이유는, 당시 해괴한 악행(?)을 일삼고 이를 글로 써서 올리는 이들이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고갤에 많았던 탓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고갤은 중소갤 시절부터 유독 꾸준글이 많기로 유명한데다 한때 최소 1일 1빌런이 출연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마굴이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빌런은 대개 악의 없이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곤 하는 무식빌런 계열이다. 즉, 죄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남이나 내가 저지른) 어이없고 한심한 짓을 인터넷 글로 써 빌런 칭호를 따는 것이 보통이다. 하긴 진짜 악당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고를 쳤으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 탓에 인터넷에서 빌런은 사용이 거듭될수록 '악'의 의미가 점차 엷어졌고, 대신 '어이없고 한심한 짓'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는 남에게 이렇다할 큰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그냥 무언가 다르거나 튀는 행동을 하면 빌런 소리를 듣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물론 어원이 어원이니만큼 소소하게나마 남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정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빌런 소리를 듣기도 한다. 온갖 빌런들이 벌이는 짓들이 하도 웃기다 보니 결국 악인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휘발된 상황에서도 빌런 명칭을 쓰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언어의 역사성을 보이는 사례로 간주할 수도 있다.
약간 특이한 경우로, 정말 드물게도 영웅을 퇴치하며 네티즌의 호감을 사는 유형의 빌런도 있다. 너굴맨이 등장하는 곳에 가끔 나타나는 침팬빌런은 일종의 다크 히어로인 경우다. 참고로 문학계에서는 이런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을 피카레스크라고 부른다. 그러니 침팬빌런은 피카레스크형 빌런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노예해방빌런같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빌런도 있다. 당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악인데 사회 전체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선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중세 시절 일부 농민이 기아와 가난에 시달린 나머지 도둑질을 한 탓에 농민에게 빌런 이미지가 굳어져 빌런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처럼 인터넷에서 빌런이라 불리는 인물 중 일부는 실제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해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금 엉뚱한 행동을 벌일 뿐, 원래는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영어로 치면 Nerd나 Dork와 가깝지만 완전히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특정 음식에 집착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먹는 사람을 (음식 이름)빌런으로 부르기도 한다.
독서실에서 특정 비정상적 행동을 하거나 사소한 것 가지고 트집 잡는 이용자들을 (비정상적 행동 명칭)빌런 혹은 예민빌런이라고 칭하기도 한다.